길게 쓸 이야기도 아니고, 자랑도 아니라서, 자기 전에 푸념 한마디 적고 간다.


대체 이놈의 종이책을 계속 안지도 버리지도 못하겠다.

며칠 뒤면 회사 기숙사에서 오피스텔로 이사를 한다.

그런데 뭔놈의 책이 이리 많은지.

읽은 놈이라면 추려서 팔거나 본가에 보관할텐데

뭐든 문제는 안 읽어서 얼굴만 익숙한 친구들이다.

1년 전에도 정말 공들여 구분해 팔 책 기부할 책 다 내쳐서

겨우 200권 정도만 남겼다. (고통에 피를 토하는 작업이었다)

막상 짐을 옮기려니 이놈들이 뭐가 이리 무거운지,

여행 캐리어에 40권 정도 넣고 들어봤더니 오호 통재라, 손목이 빠질 것 같다.

전체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고민 끝에 여자친구 집에 보관하기로 했다.

민음사 리퍼브전에서 산 책들이라 어디다 팔 수도 없다.

읽기는 읽고 싶은데 어디다 둘 데가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남에게 보관.

그렇다면 남은 책은?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산 책은 다 읽는다는 생각으로,

이놈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팔아버릴까도 생각한다.

(고백하자면, 2012년에 사놓고 아직도 안 읽은 책이 있다. 책을 대하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자책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자.

가벼워, 부피도 적어, 어디서든 읽을 수 있어.

하지만 몇 년 째 익숙해지지 않은 전자책으로 책을 읽을 생각하지 속이 터진다.

그렇다고 무거운 덩어리를 계속 끌어안을 수는 없고.

1년 계약이라 1년 뒤면 또 방을 옮겨야 하는 신세에

많은 책은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있잖아, 아마 오피스텔로 나가서 책장 하나 들이면

이것부터 살 것 같다.

어차피 돈은 회사에서 복지포인트로 주니까, 딱이다.

책장이 부족하면 침대에 또 쌓아두겠지.







150권... 찬란한 펭귄클래식 표지의 향연이여...!

게다가 단권으로 사는 것에 반값이다.

민음사 세계문학도, 열린책들도, 문학동네도, 다 가지게 되는구나...

그렇다면 창비만 구하면 되겠군! (으응?)

전자책이 다 좋은데 개성이 없고 무엇보다 내 허세를 채우기에는 부족하다.


오늘도 고민에 끙끙대며 꼬박꼬박 책을 읽는다.

한 시 반에는 자야지.

내일은 일찍 출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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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했던 작년과 다르게 살아보자는 다짐을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어떻게 변했을까. 공부를 하고자 공부법과 자기계발 관련된 책을, 깊이 있는 독서를 하고자 독서법에 관련된 책을, 글쓰기를 하고자 글쓰기와 서평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행동하지 않고 계속 계획만 세웠다. 호기롭게 목표를 외쳤으나 막상 앞으로 다가가자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도, 큰 행동은 하지 못했지만 습관을 소소하게 바꾸는 중이다.

1. 먼저, 모 커뮤니티 어플을 삭제했다. 틈만 나면 인기글 게시판이나 자유게시판을 새로고침했다. 새 글이 올라오지 않았나, 요새 인터넷 분위기가 어떤가, 재밌는 유머나 유익한 정보가 없나, 자제하지 못하고 시간을 꽤나 투자했다. 눈 감고 과감하게 어플을 삭제했다. (아이디까지 삭제하기에는 용기가 없었다) 최신 정보를 얻지 못해 트렌드에 뒤쳐질 것 같았는데 예상 외로 타격이 없었다. 세상 소식에 조금 뒤쳐지기는 하지만 그리 손해본 일은 아니었다.

2. 다음으로 네이버와 다음 웹툰 앱을 지웠다. 시간은 많이 차지하지 않지만 매일 자정만 지나면 새로운 내용을 보려고 득달같이 핸드폰을 쳐다봤다. 하루에 다섯에서 일곱 개의 웹툰을 보고나면 자기 전 할 일을 다 마무리한 느낌이었다. 작은 활력소 역할을 하던 웹툰이었지만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는 시간에 쓰잘데기없이 시간을 버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앱 삭제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금단증상이 있을줄 알았건만 아무 것도 없었다. 앱을 삭제하고서 시간을 얼마나 쪼개서 ‘버렸는가’를 처절히 느꼈다. 워낙 재밌게 보던 작품이 있어서 일주일 뒤에 앱을 다시 설치했다. 이제 웹툰을 챙겨보는 습관이 아예 사라져 며칠을 안 봐도 정신이 아무렇지 않다. 오늘도 나흘치가 밀린 상황인데 전혀 초조하지 않다. 보면 보고 안 보면 안 보고, 이런 느낌.

3. 일기도 매일 쓴다. 1월 초까지는 그날 있었던 일을 의식의 흐름으로 쭉 내려썼다. 그런 방식으로 일기를 쓰니 하루를 정리하는 느낌은 강했지만 뭔가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일기의 목적이 오늘의 나를 발판으로 한 발자국 더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단순한 기록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그러던 중 브런치 글을 보고 좋은 양식을 발견했다. 몇 가지를 더하고 고쳤는데 기본 골자는 비슷하다.

1. 좋았던 일. 잘한 일. 특별한 일.
2. 안 좋았던 일. 반성하는 일.
3. 간단한 책 소감
4. 내일의 다짐

긍정과 부정(반성)을 함께 생각해서 내일의 내가 어떤 다짐으로 살아갈지 말한다. 이게 바로 헤겔이 말한 정반합인가요?(개드립) 그날 읽은 책에 대해 간단히 쓰는 칸도 만들었다. 짧지만 하루를 돌아보는 데 아주 유용한 양식이다.

4.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강이다. 저번달까지 한약을 잔뜩 먹고 식단조절을 잘해 10키로가 쏙 빠지더니 이제 답보상태다. 입에 한약을 안 댄지도 오래됐고 식단은 개뿔, 밀가루 음식이 나오든 짜고 매운 국물 요리가 나오든 일단 다 먹는다. 밥 양은 줄였지만 반찬 등이 그대로여서 아무 효과가 없는 것 같다. 미용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식단만 쳐다보는 것보다 운동이 함께여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
전에 하던 크로스핏은, 이제와서 하기에 너무 거칠고 힘든 운동이다. 권투는 맞는 게 무섭다. 농구 동호회에 들어가 활동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귀찮단 말이지. 결국 회사 체육관에서 가볍게 뛰기로 했다. 오늘 15분 동안 겨우 2km를 달려놓고 무릎과 발목이 아프다고 징징대니 기분이 안 좋다. 운동도 오랫동안 안했고 체중도 한참 불어서 무리하지 않고 하루에 1km씩이라도 달리자고 마음먹었다.

5. 아, 진짜 마지막. 핸드폰 시계를 10분 앞당겼다. 워낙 늦게늦게를 몸에 달고 사는 게으름뱅이라 시계로 뇌를 속이려는 속임수를 썼다. 간단한 속임수라서 침대에서 알람을 들을 때면 시간을 10분 당긴 걸 알고 10분만 더…를 외친다. 실제로 10분 여유는 생기니까. 10분이 주는 여유가 될지, 아니면 게으름이 될지 알 수 없다. 겨우 사흘 됐지만 슬슬 적응이 된다. 퇴근 시간이 10분 늦어지는 기분이 드는 걸 빼면 말이다.

6. 더 좋은 나, 더 나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끝없는 고민이 진짜 자기계발이 아닐까 생각한다. 단지 할일 체크리스트를 비우기 위한 일이 아닌 실천을 함으로써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한 발 더 나아간다. 이런 내가 조금은 좋아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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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18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를 읽으면서 책장에 꽂힌 책들을 전부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점 나이가 들수록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이 부족해질 겁니다.

양손잡이 2017-02-18 19:25   좋아요 0 | URL
저는 그게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게 책이란 삶의 이정표와 자기계발인 동시에 허영심이기도 하거든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마음대로 안 되네요 ㅎㅎ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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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의 우리말 바로 쓰기> 이후로 4년 만에 보는 교정에 관한 책이다. 그동안 읽은 글쓰기 책이 기본에 바탕하거나 특정 장르의 기술을 말했다면,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글쓰기 기술을 알려준다. 다만, 이 책은 초벌이 아닌 재벌을 위한 책이다. 다 쓴 글을 하나하나 공들여 교정하는 작업을 다루기 때문이다.

저자는 20여 년 동안 교정일을 보면서 수많은 글을 고쳐왔다. 유유 출판사에서 책을 세 권 냈는데, 첫 작인 <동사의 맛>으로 차차 유명세를 타더니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출판사의 대표작이 되었다고 한다. 시립 도서관에 갈 때마다 항상 대출 중일 정도다.

책은 두 개의 내용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메일이 오면서 시작한다. 보낸 이는 ‘이 책의 저자 김정선’이 교정 작업을 한 책의 저자인 함인주다. 함인주는 문장을 다듬어주어 고맙고 혹시 그 기준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여러 통의 메일이 오고 가면서 교정자와 작가는 올바른 문장은 무엇인지 의견을 나눈다.

두 번째는 교정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흔히 잘못 쓰이는 문장의 예시를 들면서 문장을 어떻게 고치는지 보여준다. 목차의 첫 교정은 ‘적의를 보이는 것들’이다. 문장에 끼인 ‘적, 의, 것, 들’을 빼고서도 충분히 글이 자연스러운지 여러 예문을 말한다. 뒤이어 ‘있다’, ‘-에 대한’, ‘보이는’, ‘로부터’, 잘못 쓰이는 사동형 피동형 동사, 무분별하게 등장하는 지시 대명사 등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쓰는 단어를 콕 집어 거침없이 고친다.

읽는 이마다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나는 실질적으로 교정 기술을 보여주는 부분이 더 좋았다. 서로 주고받는 메일과 저자 개인의 이야기는 그 안에 함축적인 ‘무언가’를 담은 것이 분명했지만 통찰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그것을 읽어내지 못했다. 반면에 저자가 말하는 교정의 예시는 내 글쓰기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에 더 절절히 다가왔다. 예전에 이런 부류의 책을 읽었다면 예문은 다 뛰어넘고 교정 기술만 봤을 테지만 이번에는 예문 하나하나를 저자와 함께 고쳐가며 그의 지식을 흡수하려고 노력했다.

글쓰기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는 이라면 글을 깔끔하고 간결하게 쓰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을 것이다. 사실 ‘적의를 보이는 것들’ 정도는 난이도가 낮은 편이다. 앞서 언급한 ‘있다’와 과도한 피동형, 한국어에 그다지 필요 없는 복수형(들)도 마찬가지다. 조금 깊게 들어가면 주격 조사 ‘이, 가’와 보조사 ‘은, 는’, ‘에’와’에는’, ‘에’와 ‘에게’를 구분하여 사용해 문장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문장을 무조건 고치고 간략하게 바꾸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심지어 외국어에서 빌려 온 듯한 문구도 우리말 표현을 풍성하게 해준다면 괜찮다고 말한다. 다만 귀찮고 편하다는 이유로 고민 없이 머리에 박힌 습관의 언어로 글을 쓰지 말자고 한다. 지적으로 보이는 문장이어도 표현을 더 정확히 하려고 고민하지 않는 것은 게으름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아예 쓰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습관처럼 반복해서 사용하는 일은 피해야겠다.

문법책처럼 난해하지 않고 예시의 수준도 적당하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이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종이책을 다시 주문해야겠다. 옆에 두고 시간 날 때마다 들춰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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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더이상 사지 말고 있는 책이나 잘 읽자고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건만, 며칠 새에 책장에 새 식구가 늘었다. 연휴 때 읽으려고 계획했던 책들인데 어쩌다보니 계획이 하나도 진행되지 못했다.  켜켜이 쌓인 책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올해에도 ‘올해의 독서 목표’ 따위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선 글에서도 계속 말했듯이, 올해는 양보다 질을 추구하려고 한다. 한 권을 읽더라도 천천히 그리고 깊게 사유하는 독서. 물론 스트레스를 받고 때려칠 게 분명하지만 우선 지켜보려고 노력이라도 해봐야지.

그리고, 올해 꼭 읽고 싶은 책을 나열하는 식으로 허세에 취해본다. 크아-


-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벼르고 벼르던 톨스토이의 장편 <안나 카레니나>. 작년 12월부터 읽겠다 읽겠다 했는데 다른 책(독서에 관한, 읽기 쉬운 책들)에 밀려 순위가 내려갔다. 이번 연휴 때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긴 연휴기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못 끝내는 바람에 여전히 후순위다. 본작품을 읽어야 하는데 자꾸 해설과 작가 연보, 톨스토이 전기만 읽으려고 한다. 큰 고비를 맞이해 점점 겁쟁이가 되어간다.


 

-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스토예프스키)

사실 재작년부터 ‘2015년에 읽겠습니다!’, ‘2016년에 읽겠습니다!’라고 호기롭게 외쳤는데 몇십 장 읽다가 때려쳤다. <죄와 벌>까지는 꾸역꾸역 읽었는데(당연히 소화는 못했다) <까라마조프카의 형제들>은 엄두가 안 난다. 두께만 해도 <죄와 벌>의 1.5배가 될뿐더러 등장인물 수르르 대충 새봤는데, 오 마이 갓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니까, 마음먹은 김에 펴보기로 하자. 다 읽은 후에는 읽기에만 급급했던 <죄와 벌>을 다시 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저 바람으로만 끝나지 않게 신께 기도를...)




-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테리 이글턴)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첫 1장을 펴고서 생각보다 지루해서 중고서점에 팔아버렸다. 테리 이글턴의 책 중에 가장 쉬운 입문서 수준이라고 하길래 기대하고 펴봤더만 내 지식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책이었다. 그런 책을 눈물을 머금고 다시 구매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알라딘에서 주문할 때 5만원 이상 주문 시 증정하는 포인트를 받기 위해 그나마 그럴싸한 책을 고르다가 다시 손에 넣었다. 나의 모자람을 탓해야지 어쩌겠어. 소설을 읽는 방법을 조금 달리해보고자 시도하는 방법이니 후회 없이 열심히 읽어야겠다.




- 총, 균, 쇠(제레드 다이아몬드) /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역사에 관련된 두 책이다. <총,균,쇠>는 보급판이 나오자마자 구매했는데 3장까지 읽다가 내가 읽을만한 책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황급히 접었다. 두께에서 오는 부담감과 판형이 주는 시각적 지루함이 힘을 합쳐 나를 있는 힘껏 괴롭혔다.
<사피엔스>는 전자책으로 읽다가 도무지 작은 화면으로 읽기가 힘들어 종이책을 산 케이스다. 이 책은 사놓기만 하고 펴보지도 않았다.
두 권 모두 베스트셀러이지만 내용이 워낙 좋다는 평이 많아서 올해는 꼭 읽어내겠다.


-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한 친구는 말했다.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완벽한 책이라고. 자기는 이렇게 아름답게 쓰인 언어의 집합체는 보지 못했노라고. 니체의 ㄴ자도 모르는 나로서는 질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책을 샀지만 무지한 나로서는 역시 무리였다. 니체를 읽기 위해서는 니체 이전의 철학사도 줄줄이 꿰뚫어야 하는데 수박 겉핥기식으로 철학을 훑었기에 니체의 말이 머리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뭔가 안다는 허영심, 자만심이 가져다 준 참혹함이었다. 참, 많은 이들이 니체 입문으로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 사람을 보라>, <비극의 탄생>,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입문작으로 꼽는데, 여기에 관한 의견이 있으면 적극 수용하겠다. 사실, 그 전에 니체 전기부터 봐야할 판이다.


- 자본론 공부 (김수행)

2015년이던가, 가진 책 중 무서워서 못 읽는 책으로 꼽았다. 지하철에서 자본론에 관련한 책을 읽다가 한 노인분께 혼이 났다는 SNS 이웃의 증언 때문이었다. 잘못하면 빨갱이가 되는 세상에 어디 무서워서 자본론 책을 읽겠냐고! 하지만 역시는 역시, <만화로 보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고 더 세세한 내용이 필요했다. 이와 함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도 읽어야겠다. 어라, 근데 이 책은 개정판이 나왔네. 개정판으로 읽어야 하나. 허참.















- 페미니스트 4종 세트 : 나쁜 페미니스트(록산 게이)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리베카 솔닛) /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우에노 지즈코) /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이민경)
2016년 사회학을 선도한 분야는 단연 여성학이라고 할 수 있다. 개중 눈에 띄는 다섯 권의 책이 있는데,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는 이미 읽었다. 개론서, 입문서와 같은 책들인데, 감히 4종 세트라 일컫겠다. 책을 읽는다고 내가 완전히 바뀌지 않겠지만 적어도 생각을 더 열어주겠지. 유연한 사고를 위한 유연한 책이다. 더불어 깊게 들어가 <양성평등에 반대한다>까지 소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코스모스(칼 세이건)

역시 몇 년 전부터 읽겠다고 되뇌던 책이다. 언제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으나, 알라딘에서 매달 책을 선정해 같이 읽기(?)를 권했다. 전에는 양장본으로 보다가 하드커버와 반짝이는 종이가 너무 거슬려서 도중에 관둔 이력이 있다. 알라딘에서 뽐뿌를 받은 후 보급판으로 나온 반양장본을 받았으나 역시는 역시, <코스모스>는 쉽게 넘을 수 없는 책이었다. 당시에 2장까지 읽고 덮었던 기억이. BBC 다큐멘터리를 보면 흥미로울까 했더니 영상을 보다가 깜빡깜빡 졸았다. 예전부터 과학을 좋아하는줄 알았는데 영 아니었나보다. 책장에 과학서적이 가장 적다. 여러 분야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


문학, 역사, 철학, 사회, 과학이 적당히 섞여 있어 내심 기쁘다. 균형잡힌 독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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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01 1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계획이 어마어마한데요. 도스또예프스끼와 니체는 정말 의지가 중요합니다. 저도 이 두 사람의 책을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몇 번 미끄덩했어요.. ㅎㅎㅎ

양손잡이 2017-02-01 13:18   좋아요 0 | URL
사실 저 책들은 이삼년 전부터 목표 목록에 올라왔던지라 새롭지도 않습니다. 의지박약과 귀찮음이 항상 함께 합니다 -_-;

카알벨루치 2018-05-05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됩니다
 

설을 맞이해 일산 본가에 들렀다. 본가에 올 때 가끔 짐을 한가득 들고 온다. 회사 기숙사에서 다 읽은 책을 본가로 옮기기 위해서다.

다 읽은 책은 우선 다 가져온다. 원래 있던 책장이 부서지기 직전이라 작년에 새로 마련한 책장에 보관하거나 팔 책 구분없이 쌓아둔다. 그리고 설이나 추석, 휴가처럼 쉬는 날이 길 때 마음먹고 정리한다.

집에 물어보니 책장을 바꿀 때 막내동생이 나름의 규칙으로 책장을 정리했단다. 하지만 책은 어차피 다 내것이니 내가 정리해야 하는 게 응당 맞다.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까 생각했다.

회사 기숙사에서는 세계문학전집은 번호 순서대로, 나머지는 제목을 가나다순으로 정리했다. 책을 나열해놓고 기계적으로 꼽으면 되니 편하고 책을 찾을 때도 쉬이 찾을 수 있어 좋지만 뭔가 철학이 없다. 개인수납공간이 거의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본가 책장은 도서관처럼 꾸미고자 했다. 십진분류법은 무리고 책을 큰 틀로 나눴다. 우선 맨 처음은 총류, 작은 책(시집, 살림 지식총서)을 놔두었다. 책 중간중간 작은 책이 있으면 들쭉날쭉한 높이 때문에 별로 보기 안 좋을 것 같았다. 다음은 내 허세의 상징이자 정수, 세계문학전집이다. 기숙사에서 읽은 책만 가져왔기 때문에 양이 많지는 않았다. 산 책이 한참 남았는데, 아, 역시 허세에 사는 사람이란 걸 한번 더 느꼈다.

세계문학 뒤에는 바로 소설류를 뒀다. 한국, 일본, 해외소설로 구분했고, 기숙사와는 다르게 저자 이름 순으로 꽂아두었다. 저자 기준으로 정리하면 전작이나 이어 읽기가 편하다는 생각이다. 에세이, 산문집 등을 뒤이어 놓았다.

문학 다음에는 당연히 역사와 철학이 와야 하겠다. 인문학은 문사철이라고 하니까 말이다. 역시 잘난척 왕이다. 그런데 정리하고 보니 사, 철에 해당하는 책이 거의 없다. 관련한 책을 있는대로 끌어드려도 책장 한 칸을 채우지 못했다. 역시 가벼운 책을 읽어 재미만을 추구하는 인스턴트 독자...

인문 일반이 뒤를 이었고 정치, 경제, 사회는 한통속이니(?!) 한데 모아두었다. 나름 균형 맞춘 독서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과학책은 6권밖에 없다. 과학은 보통 잡지로 보기 때문에(뉴튼, 스켑틱) 수가 적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글쎄,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자기계발과 실용은 나에게 가장 후순위에 있기에 정리도 하지 않았다.

책, 읽기, 쓰기에 관한 책은 책장이 아니라 책상 위의 책꽂이에 따로 두었다. 책장 칸이 모자라서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공간이다. 책과 읽기에 관한 책은 웬만하면 내치지 않기로 결정했다. 특히 서평집은 계속 같이 가기로. 소설 쓰기 책은 우선 정리했으나 더이상 내 꿈이 아니므로 조만간 내칠 예정이다.

오늘 책을 정리하면서 30권 정도의 책을 내놓기로 하였가. 허세로라도 다신 안 읽을 책, 재미만 추구하는 책이다.

기숙사와 달리 책장에 꽂힌 책은 모두 읽은 책이다. 지금 책장에 꽃힌 책들은 언제든 펴서 읽어도 좋을 정도로 괜찮은 놈들이다. 물론 내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책도 많다. 책을 고르는 안목이 떨어지고 지식도 부족해 모아둔 책 질이 조금 떨어진다. 그래도 잘 정리된 책장을 보니 흐뭇하다. 모자란 나이지만 이만큼 읽었구나. 다시 읽어도 괜찮은 책을 고를 정도로.

책장 정리 후에 짬내서 읽을 책을 몇 권 뽑았다. 정말 사랑하는 만화책 <표류교실>과, 저번주에 사려고 했던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고미숙의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다. 쉬면서 읽겠다고 기숙사에서 가져온 책이 이미 네 권이나 있는데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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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 2017-01-2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심나는 책장이네요

우민(愚民)ngs01 2017-01-2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깔끔하게 자신만의 책 정리를 잘 하셨네요...
마음이 개운 하시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