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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고 싶은 일본소설 베스트는?

오듀본의 기도 - 아주 특별한 기다림을 만나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섬에는 중요한 것이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누구나 텅 비어 있다.
섬 밖에서 온 자가 이 섬에 없는 것을 두고 간다.

· … · … · …
당신을 <이사카 월드>로 초대합니다
· … · … · …

책을 받아든 순간, 초대장을 받은 것처럼 마냥 들떴었다.
500쪽이나 되는 "좀 무거운 초대장이군"하는 생각과 함께.

이사카 코타로의 에스코트를 받아 환상의 섬, 오기시마로 떠난다.
그곳엔 개성있는 캐릭터들과 함께, 미래를 내다보는 허수아비, 유고가 있다.
그리고 주인공 이토가 유고의 능력을 주서(주스를 만드는 기계)에 비교했을 때,
이사카 코타로의 격언인 "미래는 신의 조리법대로 결정난다"란 말이 나온다.

자, 그럼 그의 작품에서 '허수아비'와 '신의 레시피'를 찾아보자!
<러시 라이프>에 "미래는 신의 레시피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이 나오고,
<중력 삐에로>에서 한 청년이 '미래를 예언하는 허수아비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작품은 이렇듯 하나의 굴레에 씌워져 있고, 데뷔작인 <오듀본..>이 그 굴레이다.

줄거리는 생략하고, 역자는 유고가 인간에게 복수를 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유고가 인간에게 반성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다신 반복해선 안될 죄.
인간의 채울 수 없는 욕심으로 사라진 나그네 비둘기를 위하여..

 환상(Fantasy) 속에 실존인물을 통한 리얼리티를 심어둬 '리얼리티'를 따르게 한다.
하지만 약간의 모순도 존재한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가'를 묻는 사쿠라는
자신이 스스로 인간의 악을 심판한다. 난 그래서 사쿠라에게 약간 회의를 느꼈다.
어쩔 수 없는 큰 흐름에 대처하는 미약한 힘, 그 극명한 대소(大小)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작은 빛(미약한 힘)이 더 환하게 빛날 수 있는건 유고의 기도오듀본의 그림,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유리 씨의 아름다운 마음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인공이 "아!"하는 순간, 내 머릿속에도 불을 밝힌 전구가 나타났다.
섬에 결여된 것을 알게된 순간, 우리 인생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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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1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작가 입니다.^^ 신비한 오가시마 섬에서의 여행을 잊을 수가 없지요.ㅎㅎ

정의 2007-07-14 17:00   좋아요 0 | URL
저도 오기시마에 들어선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을 빨리 읽고 싶어 일본어를 다시 배우고 싶을 정도에요^^;;
 
추천하고 싶은 일본소설 베스트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첫 장을 펼치면 독자만큼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얼빠진 화자가 등장한다.
<오듀본의 기도>에서 이상한 섬에 떨어진 주인공처럼,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 나타난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이것, 참.
그렇기 때문에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정감이 가기도 하지만, 참 난감하다. 

그리고 이야기는 현재와 2년 전을 교차하며 진행된다. 화자도 각각 두 명이다.
현재는 '시나'라는 얼빠진 대학생이, 2년 전에는 '고토미'라는 여성이 화자이다.
인간보다 개나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는 '고토미'는 익히 나오던 이사카 코타로
캐릭터의 원형이다. 단, 머리보다 입이 먼저 움직이고 괄괄한 여성이란 점만 빼고. 

두 시점은 2년이란 시간차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교묘하게 닮았다. 마치
거울에 비친 상처럼. 그것은 이사카 코타로가 구사한 '반복 문단 구성' 때문이다.

 같은 숫자가 매겨진 현재와 2년 전 파트를 잘 살펴보면,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의
형태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코가 오른 쪽으로 비뚤어진 구로 시바나
동물원에서 레서 판다를 훔친 남매를 과거와 현재에 등장시켜 글의 통일성을 부여했다.

 이야기의 전반부에 "'죽음'이나 '부활'은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단어이다"란 말이
나오는데, '사신의 정도'로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지만, "'죽음'을 가볍게 다뤘다"는
이유로 탈락한 그의 아픔이 느껴져 안타까웠다. 올해는 한 번 주는게 어떨지?

 이야기의 반전은 쌩뚱맞다 싶을 정도로 갑자기 등장하는데, 한국영화의 고질병인
'반전을 위한 반전'인 듯해 씁쓸해 하다가도,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고
놀랐다. 어쩜 그리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는지. 이것 또한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 하네>와 같이 우리의 편견이나 선입견에 의해 이뤄진
서술 트릭이기 때문이다. 난 안 그럴 줄 알았지만, 사실은 내 머리도 딱딱했던 것이다.

 내가 이사카 코타로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특유의 말장난처럼 한없이 가볍다가도,
일본 정치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일본 특유의 국민성이 갖는 문제를 간파해내는
그의 능력 때문이다. 그 문제가 섬나라 때문이라는 변명은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이런 말이 나온다. "정치가가 잘못하고 있으면, 그 세계의 정의는 모두 잘못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되었는가 아닌가의 여부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 즉, 세계의 정의는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는 인간의 노력에 의해 변할 수 있다고
낙관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나는 그 이후 인간은 필사적으로 달려들면 대부분의 일을
할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믿고 있다. 될 리 없다고 부정적으로 만사를 보는 인간의
대부분은 스스로 뭔가를 달성한 적이 없는 자이다" 그러니 필사적으로 노력하라고.

 또한 이번 소설에서도 이사카 코타로가 쓴 다른 소설의 인물이 등장했는데, 눈치 챘나?
극중 '시나'가 좋아하고 따르는 이모가 바로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에 나오는
교노의 부인, 쇼코이다. 쇼코의 남편인 교노가 '성실한 호인상'은 아닌 괴짜라고 말해서
웃음을 주었다. 집필 시기로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가 먼저니까 살짝 첨가했나 보다.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에 많이 등장하는 이러한 구조 때문에, "나는 완전히 주인공인
것처럼 살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의 인생 속에서는 단역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나는 내가 주인공이고 지금 이렇게 생활하는 '현재'야말로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고 있지만, 실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해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 넘을 수도 있다.
왠지 이사카 코타로가 SF소설을 써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해 봐야지^^

 마지막으로, 다 읽고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를 흥얼거리게 만드는 효과까지 있다.

 
Blowin' In The Wind - Bob Dy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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