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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본즈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16
캐시 라익스 지음, 강대은 옮김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생득적으로 피를 무서워하는 필자는 법의학 스릴러에 거리를 둔다. 그래서 그 유명한 패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와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를 접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녀 콤비가 나오는 소설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반드시 첨가되는 애정씬과 러브라인이 지겹기 때문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취향을 지닌 필자에게 <본즈>는 여타 법의학 소설의 비릿한 묘사와는 차이가 있었다. 물론 후자에 관해서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라이언 형사가 없었다면 독자는 감정이입할 캐릭터가 없어서 배회할 뻔했다.
사건은 한 유대 상인의 살해와 한 장의 유골 사진에서 시작한다. 사진 속 유골의 정체는 마사다 유적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그 유골을 숨기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유골(맥스로 통칭)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헤치는 것은 뼈를 맞추는 여인, 법의학자 브레넌 박사(템피로 통칭)의 역할이다. 모든 초점이 유골을 향할 때,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그녀의 연인 라이언 형사의 역할이다. 거기에 그녀의 친구인 고고학자 제이크가 등장하여 템피-라이언 콤비를 이스라엘로 불러들인다. 이스라엘에는 또다른 음모가 기다린다.
앞에서 라이언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그 이유는 템피와 제이크의 대화 때문이다. 전문적 지식을 갖춘 그 둘의 대화는 필자에게 생소한 분야였고, 그들은 서로의 지식을 자랑하는 것마냥 쏟아냈다. 그런 그들 사이에 적당히 모르는 라이언이 있었기 때문에, 필자는 감정이입을 템피에서 라이언에게로 갈아탔다. 철저하게 무신론자인 필자에게 그들의 대화는 지겨울 뿐이었지만, 유골과 무덤의 정체가 종교사를 뒤엎을 만한 것이란 대목에선 꽤 흥미로웠다. 물론 마지막에 저자가 안전주의 노선으로 갈아탄 점은 아쉽지만 말이다.
소설의 앞부분에서는 크게 세 가지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사실은 1960년대 이가엘 야딘 발굴팀의 마사다 유적 발굴에 관한 내용이고, 이것은 도노반 조이스의 <예수 두루마리>와 궤를 같이한다. 두 번째는 본문에 실린 1980년에 발견된 탈피오트 무덤이고, 세 번째는 제임스 타보르 발굴팀에 의해 발견된 힌놈 계곡 무덤과 수의이다. 둘다 예수의 가족 무덤이라는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맥스는 마사다 유적의 알려지지 않은 유골에서 모티브를 따왔고, 소설에 등장하는 예수의 가족무덤은 힌놈 계곡 무덤을 가리킨다.
아무래도 두 번째 사실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한 것 같아 조사해보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에 의해 제작된 다큐멘터리 '잃어버린 예수의 무덤'의 근거지가 바로 두 번째 사실에 실린 탈피오트 무덤이다. 그 무덤을 발굴한 이스라엘 출신의 고고학자 요제프 가트는 무덤의 성격을 밝히지 않고 세상을 떠났으나, 미망인인 루스 가트 여사가 '남편이 종교계의 반발과 반 유대주의 촉발을 우려해 사실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어쩌면 현실에서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이 여타 법의학 소설과 달리하는 부분은 고고학을 차용해 <다빈치 코드>와 같은 종교 팩션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그리고 종교사에 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대목을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입장에 걸쳐 설명했다. 미드로 제작되어 인기리에 방영하고, 벌써 시리즈의 열 번째 작품이 출간됐을 정도로(이 작품은 여덞 번째 작품이다) 사랑받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남은 작품들과 후속작이 하루 빨리 번역 출간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더욱 사랑받는 시리즈로 정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