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비지 가든
마크 밀스 지음, 강수정 옮김 / 비채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표지 소개글과 줄거리를 보고 같은 출판사의 <열세 번째 이야기>와 비슷할 거라 예상했는데, 엄밀히 말해 비극의 강도는 보다 약하지만 매우 흡사한 분위기를 지닌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전체적인 묘사만 놓고 보자면 <새비지 가든>의 손을 들어주고 싶을 정도다. 특히 아내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원의 묘사는 일품이다.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정원의 풍경과 제목에서처럼 어딘가 모르게 느껴지는 야만적인 분위기는 정원의 비밀에 대한 호기심을 배가시키는 동시에 색다른 황홀경을 불러 일으킨다.

 캠브리지 출신의 작가답게 저자는 많이 알려진 작품을 인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했다. 우선 주인공 애덤은 '아담과 이브'의 그 아담으로 발음할 때마다 혀가 말릴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다소 우유부단하고 밋밋한 주인공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작품의 또 하나의 의미를 성장소설로서의 가치에 두기 때문에, 후에 있는 애덤의 성장과 성격적 변화가 작품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다. 이것으로 인해 결말이 주는 느낌을 비롯해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주인공까지 긍정적으로 보이는 효과를 냈다.

 여기에 그친다면 인용의 인자도 꺼내가 어려울 것이다. 가장 중요하며 작품의 맥을 관통하는 인용이 필자가 극찬하던 정원 묘사에 등장한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등장한 그리스 신화를 본 떠서 만들었다고 생각한 추모 정원이 사실은 단테의 <신곡>, 그것도 '지옥편'대로 배치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은 그 많은 인용들이 분출하는 동시에 머리 속에서 차곡차곡 정리되며 사건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정원의 비밀에 그치지 않고 가문에 얽힌 의문의 죽음이라는 또 하나의 비극이 꿈틀댄다.

 여기서도 또 다른 콤비가 등장하는데 그것을 밝히는 것은 스포일러와 다름없는 행동이라 밝힐 수 없고, 형제간의 비극과 관련된 인물들이라는 힌트만 살짝 흘리고 간다. 주인공의 성격이 썩 끌리지 않았지만, 막돼먹은 줄 알았던 그의 형이 마음에 들었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으로 봐선 정적인 인물은 아닌데, 자기 주장 없이 몸을 사리는 모습이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막판에 나오는 그의 변화와 성장에 기특함마저 들더라. 반전이 결말을 까먹는 경우도 있는데, 이 작품의 경우에는 전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덧) 많은 작가가 깊은 감명을 받고 작품의 모티브로 삼은 단테의 <신곡>을 꼭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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