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 2007년 봄호 - 통권 4호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 / 문학동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Put, 2007 Spring
 
풋풋한 시간 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접사】풋사랑, 풋사과처럼 싱그럽고 덜 여문 것을 뜻하는 접두사
【부사】풋, 하고 짧게 웃는 웃음의 소리                            
 
체육계에선 유소년 OO, OO 꿈나무 같이 청소년들을 양성하고,
하다못해 예술계에서도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키우는 데 힘쓰는데,
왜 문학계에선 문학에 소질이 있는 청소년들을 외면했던 것일까?
 
저도 청소년기에 문학에 관심이 있어, 몇 편의 습작을 써보고,
많은 소설들을 접하고 작가를 '꿈'꾼 전형적인 '문학소녀'였습니다.
 
하지만 '꿈'만 있다고 그 '꿈'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처음 이 길을 내딛는 아이들에겐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본보기'가 필요한 법입니다. 아니면 길을 함께 걷는 '친구'라도요.
 
그런데 이런 제 마음을 들여다 보셨는지,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청소년 문학잡지 <풋>을 출간했다고 합니다. 다른 출판사완 다르게
보다 진보되고, 진정으로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사실, 벌써 학교를 졸업한 제겐 좀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청소년들이 '꿈'을 잃어버리지 않고, '꿈'을 키우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모쪼록 힘찬 도약을 하시길 응원합니다.
 
<풋, 2007년 봄호>의 주제는 '하지 마'입니다. '금기'가 주제죠.
왜 청소년기에는 유독 '하지 말라'는 것이 많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술, 담배 등을 하지 말라는 지극히 당연한 '금기'도 있었지만,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달 수밖에 없는 '금기'도 있었습니다.
 
여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두발 단속은 왜그리 심했는지,
악세서리 착용에서 스타킹 색깔, 가방 크기, 구두 굽 높이까지
왜 그렇게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었는지, 그게 공부 잘 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살짝 반함심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저 또한 이런 '금기'에 잡아 먹힐 뻔한 적이 있는 희생양이어서,
'학생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제가 생각하는 '금기'보다 더 많은 '금기'에
몸살을 앓고 있나봅니다. 이건 뭐, '정신적인 구속'이나 마찬가지죠.
부디 이 잡지가 아이들의 휴식 공간이 되어 숨통을 틔워 주길 빌어봅니다.
 
잡지에 실린 전반적인 구성 내용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문학에 교양까지 더해져 청소년 잡지로써 한 몫을 톡톡히 했고,
중간중간에 실린 카툰에 즐거웠습니다. 특히 루나님의 카툰이.
 
기존에 있는 청소년 잡지들은 논술 위주라 딱딱한 느낌이 들었는데,
<풋,>은 문학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데 의의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의 산뜻하고 풋풋한 글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풋,>을 문학을 꿈꾸는 사촌동생에게 선물해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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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경의 우주콘서트
태의경 지음 / 동아시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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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SPACE CONCERT
 
내가 어렸을 적엔 지금처럼 직업이 다양화되어 있지 않아서,
어린 아이들에게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물으면,
대부분이 '대통령'이나 '미스 코리아'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었다.
 
그런데 난 '우주 비행사'를 꿈꿨다. NASA에서 일하면서
내가 직접 만든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하는 게 '꿈'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어린이 과학 잡지 <과학 동아>를 보며  '꿈'을 키웠고,
소행성의 궤도를 보며 지구와 충돌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우리나라에서 우주인이 나올 확률은 없다'고 생각했고,
서서히 '꿈'에서 멀어졌다. 마음 한구석에 '별'을 고이 접어 간직하고…
 
하지만 지금은 '한국 최초의 우주인'의 탄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위치한 우주센터도 2008년 완공된다고 한다.
내게 멀기만 하던 '꿈'이 이렇게나 가까이 다가왔었던 것이다.
 
처음엔 좋아라 이 책을 펼쳤는데, 아무리 좋아해도 '배움'관 멀었던 탓인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에 머리가 지끈하기도 했다.
 
영원을 상징하는 '별'처럼, 자신의 '꿈'을 놓치지 않은 태의경 아나운서 앞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밤하늘을 올려다 볼 생각도 안한 내 자신이 초라해진다.
 
어렵게 느껴지는 '우주'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 쉽게 다가올 수 있었고,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여행'에 대한 희망을 키워주는 훌륭한 입문서이다.
'우주'처럼 한없이 드넓은 공간에서 '별'처럼 반짝하는 책을 발견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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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사요코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여섯 번째 사요코
 
온다 리쿠의 <여섯 번째 사요코>는 '전설적인 데뷔작'이란 수식어가 붙은
데뷔작으로썬 물론이고, 기존 작가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학교의 기담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미스터리' 장르를 앞세우고 있지만,
학교를 배경으로 네 명의 남녀 학생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청춘소설'이기도 하다.
 
앞으로 시작되는 리뷰는 이 소설을 읽고 개인적인 궁금증을 풀어쓴 것이기 때문에
소설의 결말부는 물론이고, 반전이라 할 만한 부분도 모두 거론할 예정이오니,
이 소설을 읽기를 희망하는 분들은 이 리뷰를 나중으로 미뤄두시길 바란다.
 
학교란 '닫힌 공간'이기 때문에, 항상 '기담'이나 '전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도 매일 밤 12시가 되면 유관순 동상이 만세를 부른다느니,
이순신 장군 동상이 움직인다느니, 책 읽는 남매상이 책을 읽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그럴 듯한 이야기가 있었으니, 바로 '과학실 이야기'였다.
오래되서(혹은 화재 때문에) 폐쇄된 과학실이 있었는데, 그 과학실 책상위에
한 권의 낡은 책이 놓여 있단다. 그 책에 100가지 규칙(혹은 100명의 이름)을
적으면 무슨 일이 생긴다.(이 부분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러니 기담이겠지ㅋㅋ)
 
시게마츠 기요시의 해설에 보면, 사요코가 꽃을 담는 '꽃병'은 '그릇'이므로
'닫힌 공간'인 '학교'를 상징하고, 꽃병에 담긴 '물'은 '영원'과 같은'학교의 시간'을,
금방 시들고 말(3년 후 졸업하는) '꽃'은 '찰나'와 같은'학생의 시간'을 가르킨다.
 
'사요코의 전설'을 실행하는 '강력한 의지'는 구로카와 선생님을 필두로 한
모든 선생님들이다. 그들은 학교에 오래 머무르면서 '학교의 시간'과 같은 속성을
지니게 된다. '학생'들은 모두 떠나가지만, '선생님'은 학교에 남는다.
 
사실 학교에 남은 '선생님'들이 그렇게 '강력한 의지'를 지녔다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약간의 '조정'만 할 뿐, '전설'을 이어나가는 것은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구로카와 선생님이 말한 '빙글빙글 도는 팽이'는 '사요코의 전설'이고,
그 팽이를 돌리는 '채찍'은 '학생'들이 휘두르고, 그들에 의해 다음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여기서 구로카와 선생님은 '흐르는 시냇물에 돌을 던지는 행위'를 하게 된다.
'흐르는 시냇물은 '빙글빙글 도는 팽이'와 같은 의미로 '사요코의 전설'을 뜻하고,
그것을 시험할 '도구'로써의 '돌'은, 12년 전 죽은 두번째 사요코와 이름이 같은,
전학생 '쓰무라 사요코'이다. '그녀를 불러들임'으로 '돌을 던지는' 것이다.
 
구로카와 선생님이 '쓰무라 사요코'를 부른 편지를 쓴 주인공이란 것은 어쩌면
나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흐르는 물에 잠시 손을 넣어,
(여기서 '쓰무라 사요코'는 '손'이다) 물살을 바꿔보지만 어느새 시냇물은 다시
막힘없이 흐르고 이윽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싶어했다.
 
'쓰무라 사요코'를 의미하는 것은 많다. 위에서 말한대로 구로카와 선생님의 '도구'로써
이용당한 '돌'도 되지만, 학생들을 시험하기 때문에 슈의 아버지가 말한 '신'으로써
'손님'도 된다. 다른 학교에서 전학왔으므로 학생들에겐 '이물질'이 되기도 한다.
 
'쓰무라 사요코'가 편지에 의해 '사요코의 전설'을 그만두게 하려고 온 것이라면,
'진짜 여섯 번째 사요코'인 '가토'에게 열쇠를 받고, '사요코의 전설'을 파헤치려고
조사하는 '슈'는 '학교축제 실행위원회 매뉴얼'에 나와 있는 '사악한 제삼자'가 된다.
 
'슈'가 '제삼자'라는 의미는 네 학생이 바다에 놀러 갔을 때 직접적으로 등장한다.
항상 다른 사람을 관찰하기 좋아하고, 정면이 아닌 뭔가 하고 있는 모습을 사진 찍는
'슈'를 보고 '사요코'가 "'제삼자'이고 싶다 이거군"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런 '슈'가 '정면에서 똑바로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야지'라고 결심하는
부분은 친구들과 '소통'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청춘소설의 요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프롤로그에서 '이상한 은유로 가득 찬 무시무시한 일련의 사건'이라더니,
정말 '은유'로 나타낸 부분이 많이 나와서 애를 먹었지만, 굉장한 소설이었다.
 
특히, 전교생이 참여한 '연극'에서 공포 분위기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대본은 전혀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이 이야기는 무서울 거'란 추측으로 생긴
'집단 공포 심리'는 강당에 모인 전교생뿐만 아니라, 나까지도 무서움에 떨게 했다.
 
이 무서운 '연극 대본'을 쓴 사람이 구로카와 선생님이라 굳게 믿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구로카와 선생님의 프린터기가 쓰무라에게 산 것이라는 이야기를 보고
'쓰무라 사요코'가 '연극 대본'을 쓴 건 아닐까 하는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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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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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INET
 
책을 펼치면 첫장에 '루저 실바리스는 왜?'라는 물음이 나온다.
나는 '루저 실바리스'가 '소설가 자신'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 물음이 '소설가의 존재'를 묻는 근원적인 질문이라 생각된다.
 
'김언수는 왜, 심토머들이 가득한 <캐비닛>을 썼을까?'
 
화산에 잠겨버린 상피에르의 유일한 생존자, '루저 실바리스'는
사람이 살지 않는 멕시코의 사막 끝에서 삼십 년 동안 은둔해서 살며
<상피에르 사람들>이란 책을 썼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이 좀 석연찮다.
상피에르 사람들의 모습은 엉뚱하다 못해 희한하고 이상하다.
 
'루저 실바리스는 왜, <상피에르 사람들>을 썼을까?'
 
상피에르를 떠나본 적이 없고, 상피에르를 떠나는 것을 상상해본 적도 없는
'루저 실바리스'는 아무도 없는 멕시코의 사막 끝에서 은둔하며,
'나는 왜 혼자 살아남아 이 낯선 땅에 유배되어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한다.
 
그 처절한 고통의 시간 속에서 그는 잃어버린 상피에르를 한 줄씩 써내려간다.
사명감 때문이 아니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공대리는 왜, 심토머들의 자료를 관리하고 기록하는가?'
 
개껌이라도 질근질근 씹어 먹고 싶은 지독한 무료함이 내 삶에 가득하다.
알지 않는가. 내가 '심심한 건 잘 못 참는 성격'이라는 걸.
 
자,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작가가 왜 <캐비닛>을 썼는지 알아보자.
루저 실바리스와 공대리는 모두 '심심한 건 잘 못 참는 성격'이었고,
각자 <상피에르 사람들>을 쓰고, <캐비닛>을 관리하는 일이 '유일한 일'이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친구의 '도움'으로, 그 친구에게 기대는 자신의 '뻔뻔함'으로,
열심히 밥벌이 하는 사람들에겐 없는 '허영심' 때문에 문학을 한다고 한다.
 
내가 볼 땐, <캐비닛>의 탄생은, 그리고 '괴물같은 작가' 김언수의 탄생은,
현대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이자, 모순과 양면성을 지닌 거울같은 현실을,
시간에 쫓겨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무가치와 무의미로 내버려진 세상을,
보여주는 '문학의 당위성'이라 생각된다. 너무 어렵게 설명해서 나도 내가
뭐라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즉, 이 책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말이다.
 
… · … · … · …
 
아래는 공대리와 권박사의 대화 중 일부다. 공대리가 심토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권박사가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며, 왜 새로운 종의 출현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저는 심토머들이 여전히 인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우리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같은 종 말입니다.
단지 심토머들은 조금 아픈 거죠. 정체 모를 병에 걸려서."
 
"그럴 수도 있지. 나는 아니기를 바라지만."
 
"아니기를 바라세요?"
 
"자넨 인간이라는 종에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나?"
 
… · … · … · …
 
심사평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소설은 플롯이 약하다. 아니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심토머들의 기록은 너무나 산발적이라,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놓는 경우도 있었고,
그로 인해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희귀한 사연을 수집해 진열해놓은 듯해(이선우),
<믿거나 말거나>나 <세상에 이런 일이>를 보는 듯한 느낌도 없잖아 있었다.
 
많은 분들의 지적을 받은 결말 부분에 있어서도, 첩보 형식의 기업 스파이 등장은
별로 내키지 않았으나, 수미상관의 형식미(은희경)를 빌어 잘 마무리 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거침없는 구라의 향연에 즐거웠고, 행복했다.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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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서울 - 한국문학이 스케치한 서울로의 산책 서울문화예술총서 2
김재관.장두식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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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서울
 
"서울", 그 곳은 내가 20여 년을 벗어난 적 없이 살아온 나의 "고향"이다.
가까운 미래 안으로 벗어날 조짐이 없어 보이고, 현재도 매여있다 시피 한 상태다.
 
내가 '여행기'에 집착하는 이유도 간접적으로 나마 이 곳을 벗어나기 위함이고,
직접적으로 이 곳을 벗어나기 위한 준비 단계이다. '꿈꾸는 여행'이 나의 삶을 지금껏
인내하게끔 했다고 하겠다. 이렇듯 내게 "서울"은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되어 왔다.
 
내게 "고향"은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는' 공간이 아니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공간도 아니고,
더군다나 교과서에서 배워온 애틋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공간은 더더욱
아니었기에, 서글픈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었다.
 
"김순남 씨와 구보 씨에게 "고향"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중요란 곳'이지만,
서울에서 성장한 아들 세대들에게 "고향"은 '자신이 출생한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성장한 아들 세대에 가까운 나지만, 내게 "고향"이 구보 씨들과
같은 의미의 '중요한 곳'이 되기를, '자신이 출생한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를,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돌아가서 우릴 감싸줄 고향'을 생각하며
이겨낼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내 자신이 '서울'을 벗어난 타지에서의 생활이 없어서 인지는 몰라도, 한 아파트에
살면서 인사조차 나누지 않는 '서울'의 배타성이 나를 밀어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문득 그런 서글픈 기분이 들어 나의 '떠나고픔'을 재촉한다.
 
나의 이런 '편견아닌 편견'이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지만,
이 책을 통해 보여지는 '서울'은 '우울한 시대의 자화상'이었고, '일그러진 영웅'이었다.
 
이 책 속의 '서울'의 모습은 80년대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물론 80년대 이전의
'서울'은 모두가 가난하고, 힘들고, 어려웠을 때였다. 하지만 그들은 희망을 부르짖고,
혁명을 노래하며, 그렇게 다함께 어렵고 힘겨운 시기를 버텨나갈 수 있었다.
 
어느덧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80년대 이후의 '서울'에선 자유를 외치던 촛불도
사그라져 가고, 희망의 노래도 잦아들어 가고, 혁명의 의식도 희미해져 갔다.
'의미'나 '가치'를 논하는 것이 '무의미'해진, 일명 '무의미'의 세계가 당착한 것이다.
 
'문학 속의 서울'이 '현실의 서울'과 다르랴마는,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위안을 받고, 슬픔을 공유하고, 포장마차에서 술 한 잔 기울이며, 다시 일어날 힘을 얻는다.
그렇게 그들은 '우울한 시대의 자화상'인 "서울"에서 희망을 노래하며 다시 일어난다.
 
언어영역 점수 향상과 논술실력 향상을 원하는 학생들은 필히 일독을 권하고,
서울에 살아가는 당신들에게, 서울을 꿈꾸는 당신들에게, 서울에 절망하는 당신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다시 한 번 희망의 노래를 불러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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