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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서울 - 한국문학이 스케치한 서울로의 산책 ㅣ 서울문화예술총서 2
김재관.장두식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문학 속의 서울
"서울", 그 곳은 내가 20여 년을 벗어난 적 없이 살아온 나의 "고향"이다.
가까운 미래 안으로 벗어날 조짐이 없어 보이고, 현재도 매여있다 시피 한 상태다.
내가 '여행기'에 집착하는 이유도 간접적으로 나마 이 곳을 벗어나기 위함이고,
직접적으로 이 곳을 벗어나기 위한 준비 단계이다. '꿈꾸는 여행'이 나의 삶을 지금껏
인내하게끔 했다고 하겠다. 이렇듯 내게 "서울"은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되어 왔다.
내게 "고향"은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는' 공간이 아니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공간도 아니고,
더군다나 교과서에서 배워온 애틋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공간은 더더욱
아니었기에, 서글픈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었다.
"김순남 씨와 구보 씨에게 "고향"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중요란 곳'이지만,
서울에서 성장한 아들 세대들에게 "고향"은 '자신이 출생한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성장한 아들 세대에 가까운 나지만, 내게 "고향"이 구보 씨들과
같은 의미의 '중요한 곳'이 되기를, '자신이 출생한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를,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돌아가서 우릴 감싸줄 고향'을 생각하며
이겨낼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내 자신이 '서울'을 벗어난 타지에서의 생활이 없어서 인지는 몰라도, 한 아파트에
살면서 인사조차 나누지 않는 '서울'의 배타성이 나를 밀어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문득 그런 서글픈 기분이 들어 나의 '떠나고픔'을 재촉한다.
나의 이런 '편견아닌 편견'이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지만,
이 책을 통해 보여지는 '서울'은 '우울한 시대의 자화상'이었고, '일그러진 영웅'이었다.
이 책 속의 '서울'의 모습은 80년대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물론 80년대 이전의
'서울'은 모두가 가난하고, 힘들고, 어려웠을 때였다. 하지만 그들은 희망을 부르짖고,
혁명을 노래하며, 그렇게 다함께 어렵고 힘겨운 시기를 버텨나갈 수 있었다.
어느덧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80년대 이후의 '서울'에선 자유를 외치던 촛불도
사그라져 가고, 희망의 노래도 잦아들어 가고, 혁명의 의식도 희미해져 갔다.
'의미'나 '가치'를 논하는 것이 '무의미'해진, 일명 '무의미'의 세계가 당착한 것이다.
'문학 속의 서울'이 '현실의 서울'과 다르랴마는,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위안을 받고, 슬픔을 공유하고, 포장마차에서 술 한 잔 기울이며, 다시 일어날 힘을 얻는다.
그렇게 그들은 '우울한 시대의 자화상'인 "서울"에서 희망을 노래하며 다시 일어난다.
언어영역 점수 향상과 논술실력 향상을 원하는 학생들은 필히 일독을 권하고,
서울에 살아가는 당신들에게, 서울을 꿈꾸는 당신들에게, 서울에 절망하는 당신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다시 한 번 희망의 노래를 불러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