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도와 떠도는 사원
김용규.김성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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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도와 떠도는 사원
 
<알도와 떠도는 사원>은 여타 판타지 소설과는 다르게 '철학 판타지'라는 장르를 달고 나왔다.
'철학'이라는 학문에서 볼 수 있듯이, 약간은 따분하고 지루할지도 모른다는 선인겹이 생긴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인식론'과 '선악론'을 다뤘기에 그다지 따분하거나 지루하진 않았지만,
중간중간에 약간은 교과서식 서술에 의존하고 있어, 이야기가 늘어지는 느낌이 있었다.
 
전반적인 이야기 구조는 판타지의 그것과 흡사했으나, 결말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좀더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소설이 바라는 바가 그것이 아님을 알기에
현재의 결말 부분도 나쁘지 않다. 약간 두서 없었지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전한.
 
지상의 헤파이토스라 불린 장인(匠人) 다이달로스, 그는 현 시대의 '과학 기술'을 상징하며,
크레타 왕의 신임을 얻어, 미노타우로스를 가두는 미로를 만들며, 승승장구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결국은 영웅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의 실로 인해, 왕의 미움을 받아 탑에 갇히게 된다.
 
그는 여기서 또 하나의 실수를 하게 되는데, 바로 탑에서 탈출하기 위해 하늘(신의 영역)을
침범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 번의 경험으로 인해, 반성하게 된 그는 아들인 이카로스에게
"너무 높이도 너무 낮게도 날지 말거라"라고 충고하며, '이성의 속성(양면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카로스는 자만에 취해 너무 높이 날다가, 즉 신의 영역을 넘어서다가, 추락해서
바다에 빠져 죽고 만다. 이것은 이카로스의 추락을 통해 '이성의 한계'를 경고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과학자들에겐 '비판 의식', 즉 '스스로를 감시하는 눈'이 필요하다.
 
이 소설은 판타지적 요소가 가득했지만, 교과서적 서술에 묻혀, 이해하기 힘들고 어려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기를, 그리고 기억하기를 바란다. 알도가 레나를 기억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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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무법자 해적 - 전설적인 해적들의 모험과 진실
데이비드 코딩리 지음, 김혜영 옮김 / 루비박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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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The Black Flag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이고, 다도해 해상이라 해적 활동의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도 후기 신라시대에서 후삼국 시대까지 신라구(新羅寇)라는 해적집단이 존재했었다.
 
 그렇다니 더욱 '해적'에 흥미가 가는데, 조니 뎁 주연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3>을 보고 '해적'의 전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목마름을 채워 줄거라 여겼던 책이 <낭만적인 무법자 해적>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은 영화나 책을 통해 '낭만적인 무법자'의 이미지로 그려진 '해적'들에게서 '낭만'이란 포장을 벗겨내는 것이었다. 저자는 '정부 공식 문서'와 '해적 선장들의 일지', '피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해적'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어 우리의 '낭만적인' 판타지를 무참히 깨트린다.
 
 그렇기 때문에 원제인 <Under The Black Flag>를 대신한 번역본의 <낭만적인 무법자 해적>이란 제목에 의문을 감출 길이 없다. 이러한 '제목'과 '내용'의 괴리감은 '독자'의 기대를 져버리고 배반하는 행위이고, 이렇게 비판을 쏟아내게 만든다. <검은 깃발 아래>란 제목을 왜 버린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책은 무수한 오타들 속에서 독자를 헤매게 만든다. 방대한 분량의 책을 번역한 역자의 노고를 치하하는 바이나, 적어도 '동일 용어의 통일'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본문과 지도에서 동일한 지명 또는 인명을 거론하고 있으나, 표기가 달라 독자의 고충을 배가시키고 읽기 힘들게 한다.
 
 또한 이 책의 구성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이 책의 차례는 '유명한 해적 선장의 이름'별로 나눈게 아니라, '해적들의 삶과 생활'별로 나눠져 있다. 그래서 유명한 해적 선장의 경우 다소 산발적으로 거론되게 된다. 그렇다면 책의 말미에 봐도 이해가 안 되는 사료를 빼고, 자주 등장하는 용어나 이름 별로 색인을 만들어, 독자가 찾아보기 쉽게 만들 순 없었을까. 이것은 '독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행해져야 할 것들이었다.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편집이나 잦은 오타를 배제하고 보면, 이 책의 내용은 아주 '최악'은 아니다. 오히려 '헨리 모건 경'이나 '키드 선장', '블랙 비어드(티치 선장)'같은 유명한 해적 선장들의 일화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한 편의 전쟁 영화를 보듯이 흥미진진하기도 했었다. 특히, 폭풍우 속에 벌어진 바돌로뮤 로버츠와 영국 해군의 전투는 <캐리비안의 해적 3>에 소용돌이 속에서 벌어진 전투를 생각나게끔 한다.
 
 '헨리 모건 경'은 이름에 붙은 '경'이란 칭호에서 알 수 있듯이, 영국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은 해적이다. 그가 기사 작위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략선(프라이버티어)'이란 개념 때문이다. '사략선'이란, 적국의 선박을 공격 및 나포할 수 잇는 권리를 가진 선박이란 뜻이다. 전시에 적국의 선박을 손쉽게 공격하기 위해 사용한 제도로, 국가에선 방대한 해군상비군을 구충, 유지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본국에선 '영웅 대접'을 적국에선 '악당 취급'을 받는 해적의 이중적인 이해관계를 드러내며, 해적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 정치적 희생양이 '키드 선장'이다. 그는 왕과 정치인들에게 약간의 재정적 후원을 받고, 불법(위조) 나포 면허장을 허가받아, 약탈한 포획물을 그들의 몫으로 나눠주며, 권력자의 비리에 동참했으나, 결국은 그들이 등을 돌려, 그들에게 버림받고 처형당한다.
 
 '블랙 비어드'라 불리는 '티치 선장'은 가장 악랄하고 잔인하고 포악한 해적으로 알려졌으며, 영국 해군과의 치열한 전투 도중에 사망한다. 그의 높은 악명때문에 영국 해군은 한동안 전리품으로 그의 머리를 돛대에 걸고 다녔다고 한다. 42포의 대형 군함인 '로열 포춘 호'의 '바돌로뮤 로버츠 선장'도 전투 도중에 사망했다.
 
 오타덕에 정신없이 읽었지만, 내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재밌기도 했었다. 우리의 판타지를 깨트린 저자도 우리들 마음 속에 '해적'은 언제나 '낭만적인 무법자'로 머물고 있을 것임을 넌지시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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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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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나와는 <검은 마법과 쿠페 빵>으로 처음 만난 모리 에토의 단편집으로,
2006년 나오키상 수상작인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가 수록되어 있다.
 
처음에는 권신아의 서정적인 일러스트 표지와 초성이 'ㅂ'으로 시작하는
'바람'과 '비닐'이라는 두 단어들을 통해, 약간은 시적인 분위기를 연상했었다.
 
하지만 소설은 예상을 뛰어넘고, 우리가 그토록 외면하던 세계를 보여준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지' 외면했던 나에게도, 그들을 돌아볼 기회를 준다.
 
… · … · … · …
 
UN에서 난민 구호 활동을 펼치는 에드는 자신의 행복과 안위를 떨치고,
전쟁, 기아, 질병이 도사리는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런 남편을 걱정하던 리카는
결국 그와 이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에드는 한 소녀를 구하려다가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다. 전남편을 잃은 슬픔에 짓눌린 리카는 아프간을 증오한다.
 
상사인 린다는 리카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아프간 파견을 요청하지만,
그녀는 거부한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에드가 구한 소녀에 대해 들은 리카는
에드의 죽음을 이해하고, 자신도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파견을 승낙한다.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를 붙잡으려 애쓰던 에드가 그랬던 것처럼.
 
… · … · … · …
 
나오키상 수상작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따뜻하고 감명 깊은 이야기였다.
한 편의 단편 소설이 이토록 마음을 울릴 줄을 그 누가 상상했으랴.
 
거친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잊어버리지 말고,
꼭 붙들고 기억하자고 마음 속으로 되뇌어 본다. 에드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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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걸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
세오 마이코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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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Lucky Girl
행복을 전염시키는 점성술사, 루이즈
 
'모중석 스릴러 클럽'으로 나의 무한에 가까운 사랑을 받는 비채에서
새롭게 일본 장르문학 시리즈인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를 선보였다.
 
'블랙 라인'은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사회 소설 등 인간 내면의 어두운
부분과 사회적인 병폐, 집단적 콤플렉스 등을 다룬 작품들을 소개하고,
'화이트 라인'은 연애, 청춘 성장, 가족 소설 등 발랄하고 경쾌한 필치로
일상의 행복함을 다룬 장르 작품들을 소개한다. 꺄악~ 화이트 라인^^
 
겉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럭키 걸>은 '화이트 라인' 첫 주자로 경쾌한
출발을 알린다. 내 정서상 '화이트 라인'으로 정화시켜 줌이 당연하기에
선뜻 이 책을 집어 들었다. <행복한 식탁>에서 상처를 지닌 가족을
따스한 필치로 그려낸 세오 마이코와 만나는 것도 무척이나 설레였다.
 
작가보다 중학교 교사의 정체성을 더 우선시한다는 세오 마이코의 글은
가족애를 중심으로, 마음은 따뜻해지고 입가엔 미소가 머무는 글이 많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점성술사 루이즈의 조언을 통해 가족애를 확인하고,
지키고 싶고, 끝까지 함께하고 싶은 바람을 담아냈다. 그녀에게 점의 역할을
"제자리에 머문 발걸음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등을 살짝 밀어줄 뿐"이다.
 
사람들은 다가올 미래가 불안하고, 점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알고자 한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나만해도 그런걸. 나쁜 운세는 잊자고 해놓고도
찜찜한 기분을 버릴 수 없고, 좋은 운세는 하루종일 기분좋고 들뜨게 한다.
 
직감에 의지해 약간은 엉터리로 점을 보는 그녀지만, 사람들에게 잘 될거란
희망을 주고, 힘찬 출발에 응원을 아끼지 않으며,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한다.
이렇게 리뷰를 쓰며, 그녀가 나의 고민도 들어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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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무어 1~6권 세트 율리시스 무어
율리시스 무어.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지음, 이현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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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Ulysses Moore

올 초에 나를 찾아온 율리시스 무어가 드디어 대장정을 마쳤다.

런던에서 온 쌍둥이 남매 제이슨과 줄리아, 그리고 릭 배너에게
빌라 아르고의 '시간의 문'을 열 수 있는 네 개의 열쇠가 주어진다.

1, 2권에서 세 친구들은 여러 가지 암호를 풀어 '시간의 문'을 열고
지도를 찾기 위해 '이집트'로 향한다. '이집트'에서 '마루크'의 도움을
받아 지도를 찾게 되지만, 오블리비아 뉴턴에게 지도를 뺏기고 만다.

3, 4권에서 세 친구들은 오블리비아 뉴턴에게 '시간의 문'을 알려준
피터 다이달로스를 만나기 위해 '베네치아'로 향한다. 부부의 도움으로
그를 찾게 되지만, 오블리비아 뉴턴의 방해로 집에 불이 나 도망친다.

'베네치아'에서 아이들은 율리시스 무어의 아내인 '페넬로페 무어'가
베네치아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피터는 사진 속의 인물이
'율리시스 무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는 '레오나르도 미나소'이다.

5, 6권에서 세 친구는 '첫 번째 열쇠'를 가지고 숨은 '블랙 볼케이노'를
만나기 위해 '쟌니 사제의 정원'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는 피터의 전보를
받고 빌라 아르고로 향해 엇갈리고 만다. 릭은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되고..

깔끔한 마무리이긴 했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많이 남아 있다.
'쟌니 사제'에게 설명한 '문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지 않았고,
여기에 '칼립소 부인'과 '고래'에 관한 의문까지 얹어주어 더욱 가중시켰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전편에서 언급조차 없었던 '원숭이 열쇠'의 거론이다.
'첫 번째 열쇠'를 제외한 11개의 열쇠의 갯수를 맞추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옥의 티'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가의 설정 자체가 미흡하진 않았는지.

작가의 초반 구상과 설정이 미흡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나머지 '문'들과
그에 맞는 '열쇠', 그리고 '도착지'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 나머지 의문을 푸는 것은 세 친구의 몫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3, 4권에서 복선이라 (생각하고) 깔아뒀던 장치들은 철저히 공중 분해되고,
독자들이 예상 가능한 인물이 '율리시스 무어'로 떠오르면서 가라 앉는다.
차라리 '페넬로페 무어'의 생존 가능성을 보여줬으면 새로웠을 텐데 아쉽다.

블랙 볼케이노와 클리오 비글스의 로맨스는 사실이었지만, 약간의 비극이
첨가되어 있다. 그것은 '아버지와 딸'이라는 장에서 나온다. 예상 가능할지도.
그러나 비극의 원인이 된, 블랙과 클리오가 헤어진 이유가 설명하지 않았다.

'위대한 여름의 아이들'인 율리시스 무어, 레오나르도 미나소, 블랙 볼케이노,
클리오 비글스, 피터 다이달로스, 피닉스 스미스, 존 보웬, 그리고 칼립소의
눈부신 여행은 끝났다. 이제 세 친구의 유쾌한 모험이 새롭게 시작될 때이다.

그들의 모험이 계속 되어 남은 의문을 풀어주길 바란다. '졸고 있는 프레드'가
'첫 번째 열쇠'와 '시간의 문'의 사용법을 어떻게 알게 되었지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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