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나와는 <검은 마법과 쿠페 빵>으로 처음 만난 모리 에토의 단편집으로,
2006년 나오키상 수상작인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가 수록되어 있다.
 
처음에는 권신아의 서정적인 일러스트 표지와 초성이 'ㅂ'으로 시작하는
'바람'과 '비닐'이라는 두 단어들을 통해, 약간은 시적인 분위기를 연상했었다.
 
하지만 소설은 예상을 뛰어넘고, 우리가 그토록 외면하던 세계를 보여준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지' 외면했던 나에게도, 그들을 돌아볼 기회를 준다.
 
… · … · … · …
 
UN에서 난민 구호 활동을 펼치는 에드는 자신의 행복과 안위를 떨치고,
전쟁, 기아, 질병이 도사리는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런 남편을 걱정하던 리카는
결국 그와 이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에드는 한 소녀를 구하려다가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다. 전남편을 잃은 슬픔에 짓눌린 리카는 아프간을 증오한다.
 
상사인 린다는 리카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아프간 파견을 요청하지만,
그녀는 거부한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에드가 구한 소녀에 대해 들은 리카는
에드의 죽음을 이해하고, 자신도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파견을 승낙한다.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를 붙잡으려 애쓰던 에드가 그랬던 것처럼.
 
… · … · … · …
 
나오키상 수상작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따뜻하고 감명 깊은 이야기였다.
한 편의 단편 소설이 이토록 마음을 울릴 줄을 그 누가 상상했으랴.
 
거친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잊어버리지 말고,
꼭 붙들고 기억하자고 마음 속으로 되뇌어 본다. 에드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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