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이 기본소득
바티스트 밀롱도 지음, 권효정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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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자는 것인데 그것이 쉽지 않다. 이미 기득권 세력은 갖고 있는 것을 내려 놓고 함께 생각할 수 없다. 그것을 다 잃을 수도 혹은 이미 갖고 있던 것을 내놓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어떻게 하면 이 불균형을 균형있게 잡을 수 있을 것인가. 기본소득은 최소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된다. 허나 이를 둘러싼 좌우의 대립이 강하다. 


기본소득은 그런 불평등의 누적을 부추기지 않고 그 반대로 보상을 더욱 평등하게 할 수 있다. 우리 목표는 개인에게 지급되는 소득액을 균등핳게 하고 상징적(사회적 인정), 사회적(자유시간 , 활동하면서 느끼는 행복감), 그리고 경제적(소득) 재분배를 평등하게 하는 것이다.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파와 지지하는 의견들을 통해서 왜 기본소득 제도가 안이루어지,  실행의 어려움은 어디에 있는가를 살펴보는 이 시대의 의미있는 주제이다. 기본소득을 제공함으로 해서 무임승차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 세금이 더 필요하고 쓰여지는 것에 대한 염려가 크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는 증거들을 하나둘씩 제시한다. 



우리 삶을 짓누르는 일이라는 육중한 무게는 받아들이면서 왜 용납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가? 기본소득 도입을 지지함으로써 우리는 일이 사회적으로 유용한 것을 만들어 내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자존감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는 통념을 깰 수 있다. (91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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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 개정증보판
정목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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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잘못과 단점을 찾아서 비난하고 화를 내는 시간보다 나를 돌아보고 나의 잘못을 먼저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간이다. 그것이 곧 인간의 모습이 되어야 한다. 어디 그런가. 나의 잘못을 덮기 위해 상대의 잘못을 더 크게 말하고 더 돋보이게 하면서 나의 잘못을 가리려고 하는 것이 바로 오늘 우리의 모습은 아닌가. 경쟁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위에 끊임없이 상대를 눌러야만 되는 세상을 만들어 버렸다. 이제 우리는 그 곡예를 멈춰야 한다. 내가 아닌 남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모습 그대로로 살아가야 한다. 함께 둥글게 둥글게.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사람을 돌아보고, 내 주변을 살펴보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드러나지 않았던 것들이 조금씩 드러난다. 


음악에 쉼표가 있듯 인생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휴식. 멈춤, 기다림이 바로 그것이다. 


"소박한 삶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는 불필요한 것들을

소비하기 위해 돈을 버는 대신 꼭 필요한 ㄱ서들을 구하기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행복해지려면 일하는 데 들이는 노력을 줄이라는데, 

이 말을 게으르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기만 하라는 말로

해석하진 마세요.

쓸데없는 일로 소모하는 시간만 줄여도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230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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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엉뚱해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이세욱 옮김, 장 자크 상뻬 그림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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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아버지와의 지난 일상을 글로 남겨두고 싶은 생각이다.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또 아버지의 젊은 시절 이야기, 일하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혹은 슬픈 이야기들을 듣고 싶다. 다시 묻고 대화를 나누는 일이 쑥쓰럽기도 하고 시간도 내기도 어렵지만 말이다. 

같이 모이기도 하고 얼굴도 뵙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해보지를 않았으니 새삼스러운 일이다. 말을 걸고 듣는 일이 말이다. 어려서는 말을 붙이거나 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머니를 중간에 끼고서 뭔가를 사달라고 하거나, 해달라고 했다. 

아버지와 딸이 겪고 경험했던 일상의 에피소드들은 왠지 뭉클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면서 그냥 편안하다. 발레를 하는 딸 카트린이 아빠와 나눈 일상의 대화가 오후 시간을 평화롭게 만들어 준다. 오래전에 다른 이름으로 나온 책인데, 이번 201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으로 이 책의 그림은 장 자크 상빼가 그렸다. 그래서 그랬나보다. 익숙함과 편안함이. 글과 그림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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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이후, 인생길 - 독서 100권으로 찾는
한기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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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책 살 돈이 없어서 책을 못 읽었다면 지금 못 읽는 것은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읽고 쓰는 일은 삶의 지혜를 위한 기본생활이다. 옛 문인들은 삶의 길을 거기에서 찾았다. 왜 지금 시대, 기계가 판을 치고 기술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던 시대를 지나 다시 인문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소리가 큰 것일까. 그건 무엇보다 우리 일과 삶에 인간이 빠졌었기 때문이다.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낼 때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요? 기술에 종속되어 인간을 배제해선 안 됩니다. 기술을 이용하되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런 바탕에서 사람을 위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을 파괴하는 원자폭탄처럼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물건들도 있습니다."

 

-본문 171페이지 중에서 

사람에 대한 기본 탐구 없이 기계를 만들고 앞선 문명을 선보여도,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기계와 경쟁하는 시대를 재촉하고 있다. 새롭고 빠른 것들을 추구하면서 지금까지 달려와보니 무엇이 우리 곁에 남아 있는가. 배신과 탐욕 말고 더 있는가? 사람이 가져야 할 올바른 도덕적 가치는 저 멀리 던져 버린지 오래다. 정치가들이나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어떤가, 자신들의 이익에 대해서는 꿈틀해도 국민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는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한다. 왜, 우리는 이런 일을 당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그건 우리에게 질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질문을 우리는 놓고 산다. 그 사이에 독버섯들이 곳곳에서 자라났다. 

 

이제 그것을 치우려니 뿌리가 너무 단단히 내려서 걷어 낼 수 없다. 아, 어찌해야 할까. 낙하산 인사들이 곳곳에 내려앉아서 일을 보고 관리 감독하는 세상에서 어떤 소신 있는 의견을 내고 뜻있는 정책들을 펼칠 수 있을까. 

 

공부하지 않으면 당한다. 그러기 위해 더 읽고 더 쓰고 해야 한다. 왜 배신당하지 않기 위해서, 정직한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우리는 살아야 한다. 같이 읽고 토론하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를 나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돈 버는 것? 지금 당장 먹고사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질문하지 않는 이상 늘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질문하기 위해 공부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개인의 힘을 키운 것 같지만 그런 힘을 소유한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이제 인간을 지배하는 유일사상인 신자유주의는 '승자 독식 사회 체제를 갈수록 강화합니다. 전 세계 상위 1퍼센트의 구매력은 갈수록 강해져 그들은 흥청망청 돈을 뿌리며 명품이 아니면 소비하지 않지만 하위계층은 오로지 먹고 사느라 전전긍긍하며 겨우 목숨을 부지합니다. 두터웠던 중산층은 점차 빈곤층으로 전락해가고 있습니다."

 

- 본문 53페이지 중에서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들을 꼬집고 있는 한기호의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질문을 만들기 위한 독서를 권한다. 시간이 더 늦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나야 할 책들을 통해서 우리 삶을 돌아보고 평가해보도록 권한다. 우리는 제대로 살고 있는지, 바른길로 가는지 말이다. 어떤 길이 나은 길인지 갈팡질팡하는 시대를 끝내기 위해 지금의 청년들은 더 읽어야 한다. 저자는 요청한다. 

 

자신만의 특장을 가지라고 말이다. 역사 속에서 답을 구하고 지금의 자리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그건 책이다. 그러한 자산을 그냥 역사로만 남길 것이 아니다. 끄집어내서 공부하고 이야기하자. 디지털 시대 속에서 사람 냄새가 나는 일들을 꾸며야 한다. 

 

이 책에서는 격월간 출판 평론잡지 '기획회의' 와 '학교도서관저널'을 만들고 있는 출판평론가, 한기호가 우리 지금 삶의 전후좌우를 관통하는 책, 100여권을 살펴보고 그것들이 남긴, 혹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조목조목 살펴보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가를 판단토록 한다. 

 

마흔이면 어떤가, 쉰이면 어떤가, 더 늦기 전에 지금 읽자, 그리고 쓰자. 질문할 수 있도록. 사회의 중추라는 거창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내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준비하지 않고 막연한 세월을 기다리며 허송세월할 것이 아니다. 곧 닥칠 우리의 미래이다. 

 

"인류는 황혼의 글쓰기로 지식을 축적했지만, 이제는 대낮의 글쓰기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야 합니다. 미래학자들은 인간이 120세까지 일하는 날이 도래하고 일생에 여덟 번 직업을 바꿀 거라고 내다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직업 선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직업을 선택해도 성공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본문 113페이지 중에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폭넓은 독서와 시대 흐름을 잡는 독서 비평이 인상적인 저자의 책이다. 

 

당신의 능력은 무엇인가, 120세를 지탱할 수 있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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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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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묵직해야 한다, 혹은 읽기 편해야 한다 등등의 정의를 내릴 수 있다. 그렇게 정의 내릴 수 있지만 정답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여러 시도들이 작가에 의해서 일어난다. 소설가로 필명을 알린 분들은 수필을 쓰기도 하고 시를 쓰기도 한다. 때로는 시인들은 여행기를 쓰고, 소설에도 도전한다. 글을 쓰는 일이 형식을 달리할 뿐이지 어떤 것을 써도 문제 될 것은 아니다. 다만, 독자 입장에서는 그러한 힘을 좀 더 모아서 한 길로 갔으면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네가 무슨 참견이야' 할 일이겠지만. 우리 인생도 사실 뭐 별다른 게 없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거지. 그래서 하나 걸리면 그것 같고 사는 거고 말이다.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면서 내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김중혁의 소설은 그렇게 내가 접해 본 바 없지만, 경력의 특이성은 어디선가 읽어본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작자가 작가를 뭐라 저라 할 일이야 있겠냐. 

 

이 책으로 김중혁 작가가, 아, 이 분이 이렇구나 하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력이 좀 짧은 편이라 '힘'을 키운다가 이 책 저 책 보며 '용'을 쓰고 있는 중이다. 힘이 생기면 뭘 읽어도 받아 감당할 수 있지 않겠는가. 초등생처럼 말이다. 뭐 모르고 덤빌 때는 창피한지도 모르지만, 조금 아, 이런 분위기인가 싶을 때면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제 생각도 말 못하고 제 글도 제대로 못 쓴다. 그래서 나는 아직 어리다. 

 

내 유년 시절, 아버지는 철 공장에 다니셨다. 돌아오면 항상 쇳가루들이 날렸던 것 같다. 때로는 쇳가루들 때문에 아버지의 작업복은 반짝거렸다. 쇠를 녹이고 다시 모양을 만들어내는 그런 작업들을 반복하셨다. 위험한 일이었다. 결국 쇠를 식히는 과정에서 화상으로 사고를 당하시기도 했다. 

 

그런 시절, 우리 마을 근처에는 부라보콘 공장이 있었다. "열두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그 공장이다. 공장 인쇄소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납품을 받은 포장지를 쌓아두어서 그런지, 공장 주변에는 고깔 모양의 콘 종이들이 이리저리 널려 있었다. 그리고 그 냄새. 바삭바삭한 과자도 있었다. 깨지고 부서진 과자들을 어떻게 맛봤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러한 부스러기들을 팔았던 것 같다. 제조 중에 문제가 된 것들을 말이다. 하여튼, 초등생에게 전해진 그 달달함이란. 저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실컷 드시겠다 싶었다. 

 

작가들이 유명해지면 아무래도 불편한 점도 있지만 나름 좋은 점도 있지 않겠는가 싶다. 그중 하나가 이런저런 방문에 따른 혜택 같은 것 말이다, 아닌가, 그런 거 전혀 없나? 글을 아는데 사람 얼굴을 못 알아봐서 그런가. 그럴 때 나는 '***의 작가다', 이렇게 말하면서 말이다. 

 

요즘 와서 내가 좀 기술을 배우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이과 기질이 없는 탓도 있지만 우리 공부할 때 보면 이과는 기계나 만지는 사람으로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로 물건을 만들어내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돈이 문제가 아니라, 세상에 나와서 뭔가를 하나 남기고 가는 것 아닌가. 요즘 나는 나도 뭔가를 남기고 싶은 생각에 골몰해있다. 뭘 남기나.  허섭스레기 같은 글 말고 말이다. 이건 그냥 쓰레기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 이렇게 글 잘 쓰고 생각대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부러운 거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부러운 건 부러운 거다. 네 삶을 살라고 하지만, 남 삶이 아름답고 좋아 보이는데 어찌 그것을 안 따라가고 배기나. 다리가 찢어지더라도 그러고 싶은 것이 인간 본성 아닌가, 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타 오른다. 이글이글. 

 

그간 신문사와 함께 글을 연재한 작가의 책이다. 공장 탐방기였다. 나는 처음 무슨 소설인가 싶었지만 그건 아니다. 산책기라는 부제를 보기 전에는 말이다. 아마, 성장과정에서 보고 싶었던 궁금했던 공장을 떠올리며 찾아낸 공장 목록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콘돔 공장, 브래지어 공장을 비롯한 맛의 바탕이 되는 간장 공장, 작가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종이 공장 등을 비롯한  15개의 공장을 산책했다. 

 

공장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들은 안전하게 좋은 시설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깨끗하게 포장된 것들을 보면 그런 의심을 할 수 없다. 그래도, 어떤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먹는 것 갖고 장난치는 사람이 제일 나쁜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어느 공장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여전히. 

 

"공장이란 곳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호의와 선의'에 의해 움직이는 곳이다. 또한 이익을 남겨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곳이기도 하다. '절박한 필요'가 '호의와 선의'를 이길 때  음식물에다 이상한 물질을 때려 넣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다. '호의와 선의'가 '절박한 필요'를 이길 때, 안타깝지만 공장은 망한다."-본문 214페이지 중에서

 

그중 하나는 작가의 글 공장이다. 먹고 입는, 그리고 생활이 되는 공간을 돌아봄으로 해서 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궁금했던 것, 사물에 대해 갖고 있던 호기심들을 하나하나 풀어간다. 작가의 궁금증을 토대로 일반 독자가 가질 만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는다. 제품의 이력과 장소의 탄생을 상식으로 챙겨 볼 수 있다. 공장 설립과 운영 중에 얽힌 에피소드가 굳은 얼굴에 살짝 미소를 짓게 만든다. 김중혁 글 공장의 공장장의 능력 아니겠는가. 그의 공장에는 '바라보자',라는 문구가 있단다. '오랫동안 바라보고...

'

 

-종이

-콘돔

-브래지어

-간장

-가방

-지구본

-초콜릿

-김중혁 글 공장

-도자기

-엘피

-악기

-대장간

-화장품

-맥주

-라면

 

커피 한 잔 먹기 좋은 날,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한 장 한 장 읽어가며 내 속에 감추어진 생산 본능을 끌어낼 수 있게 마구 펌프질 한다. 후회하지 말고, 지금 뭔가 만들어봐라. 타이핑으로 글을 만드는 것만큼 또 다른 나의 모습은 없는지 구석구석을 뒤져보게 만든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 소리를 들으려면 그래도 10년이면 된다고 하고, 1만 시간 이상

일하면 전문가라고 하지만 적어도 30년은 되어야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는 분들의 공장이 있는 곳.

 

"공장의 작업 지시서에서 또 하나 잊히지 않는 문장이 있다. 아마도 작업 지시서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문장일 것이다. 


'시작과 끝이 일치하도록 한다.'


박음질의 마무리를 일컫는 말이지만 작업의 기본을 지시하는 말이기도 하다. 만듦새는 일정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꼼꼼해야 하고, 끝을 예감하며 긴장을 풀어서도 안 된다. 시작과 끝이 일치하도록 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책상 앞에다 큰 글씨로 프린트해서 붙여 두고 싶은 문장이다. 저 문장을 읽을 때마다 브래지어 공장의 경쾌하지만 조용한 리듬의 재봉틀 소리가 기억 날 것 같다." -본문 61페이지에중에서

 

장인의 정신으로 지금까지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공장을 이끌고 있는 분들과 그 안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오늘도 서울 외곽 혹은 어딘 가에서 열심히 미래 대박을 예감하며 뭔가를 만들고 있는 분들은 더욱 힘을 내길 바란다. 앞으로 더 파야 한다고 한다. 중도 포기만큼 나약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시대가 원치 않더라도 원망하지 말 일이다. 

 

만약 내가 이러한 글을 쓰기 위해서 공장을 간다면 나는 어떤 공장을 찾아가볼까?

음...

 

모든 것이 기계화되고 자동화되는 지금, 생산을 책임졌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그 자리를 기계와 로봇들에게 물려주고 인간은 그 자리를 물러나고 있는 지금, 김중혁이 찾은 공장의 제품들은 사람만큼 정교한 손놀림이 없다면 만들 수 없는 제품들이기에 지난날의 추억과 지금 삶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시간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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