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이후, 인생길 - 독서 100권으로 찾는
한기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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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책 살 돈이 없어서 책을 못 읽었다면 지금 못 읽는 것은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읽고 쓰는 일은 삶의 지혜를 위한 기본생활이다. 옛 문인들은 삶의 길을 거기에서 찾았다. 왜 지금 시대, 기계가 판을 치고 기술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던 시대를 지나 다시 인문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소리가 큰 것일까. 그건 무엇보다 우리 일과 삶에 인간이 빠졌었기 때문이다.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낼 때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요? 기술에 종속되어 인간을 배제해선 안 됩니다. 기술을 이용하되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런 바탕에서 사람을 위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을 파괴하는 원자폭탄처럼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물건들도 있습니다."

 

-본문 171페이지 중에서 

사람에 대한 기본 탐구 없이 기계를 만들고 앞선 문명을 선보여도,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기계와 경쟁하는 시대를 재촉하고 있다. 새롭고 빠른 것들을 추구하면서 지금까지 달려와보니 무엇이 우리 곁에 남아 있는가. 배신과 탐욕 말고 더 있는가? 사람이 가져야 할 올바른 도덕적 가치는 저 멀리 던져 버린지 오래다. 정치가들이나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어떤가, 자신들의 이익에 대해서는 꿈틀해도 국민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는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한다. 왜, 우리는 이런 일을 당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그건 우리에게 질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질문을 우리는 놓고 산다. 그 사이에 독버섯들이 곳곳에서 자라났다. 

 

이제 그것을 치우려니 뿌리가 너무 단단히 내려서 걷어 낼 수 없다. 아, 어찌해야 할까. 낙하산 인사들이 곳곳에 내려앉아서 일을 보고 관리 감독하는 세상에서 어떤 소신 있는 의견을 내고 뜻있는 정책들을 펼칠 수 있을까. 

 

공부하지 않으면 당한다. 그러기 위해 더 읽고 더 쓰고 해야 한다. 왜 배신당하지 않기 위해서, 정직한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우리는 살아야 한다. 같이 읽고 토론하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를 나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돈 버는 것? 지금 당장 먹고사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질문하지 않는 이상 늘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질문하기 위해 공부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개인의 힘을 키운 것 같지만 그런 힘을 소유한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이제 인간을 지배하는 유일사상인 신자유주의는 '승자 독식 사회 체제를 갈수록 강화합니다. 전 세계 상위 1퍼센트의 구매력은 갈수록 강해져 그들은 흥청망청 돈을 뿌리며 명품이 아니면 소비하지 않지만 하위계층은 오로지 먹고 사느라 전전긍긍하며 겨우 목숨을 부지합니다. 두터웠던 중산층은 점차 빈곤층으로 전락해가고 있습니다."

 

- 본문 53페이지 중에서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들을 꼬집고 있는 한기호의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질문을 만들기 위한 독서를 권한다. 시간이 더 늦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나야 할 책들을 통해서 우리 삶을 돌아보고 평가해보도록 권한다. 우리는 제대로 살고 있는지, 바른길로 가는지 말이다. 어떤 길이 나은 길인지 갈팡질팡하는 시대를 끝내기 위해 지금의 청년들은 더 읽어야 한다. 저자는 요청한다. 

 

자신만의 특장을 가지라고 말이다. 역사 속에서 답을 구하고 지금의 자리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그건 책이다. 그러한 자산을 그냥 역사로만 남길 것이 아니다. 끄집어내서 공부하고 이야기하자. 디지털 시대 속에서 사람 냄새가 나는 일들을 꾸며야 한다. 

 

이 책에서는 격월간 출판 평론잡지 '기획회의' 와 '학교도서관저널'을 만들고 있는 출판평론가, 한기호가 우리 지금 삶의 전후좌우를 관통하는 책, 100여권을 살펴보고 그것들이 남긴, 혹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조목조목 살펴보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가를 판단토록 한다. 

 

마흔이면 어떤가, 쉰이면 어떤가, 더 늦기 전에 지금 읽자, 그리고 쓰자. 질문할 수 있도록. 사회의 중추라는 거창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내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준비하지 않고 막연한 세월을 기다리며 허송세월할 것이 아니다. 곧 닥칠 우리의 미래이다. 

 

"인류는 황혼의 글쓰기로 지식을 축적했지만, 이제는 대낮의 글쓰기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야 합니다. 미래학자들은 인간이 120세까지 일하는 날이 도래하고 일생에 여덟 번 직업을 바꿀 거라고 내다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직업 선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직업을 선택해도 성공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본문 113페이지 중에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폭넓은 독서와 시대 흐름을 잡는 독서 비평이 인상적인 저자의 책이다. 

 

당신의 능력은 무엇인가, 120세를 지탱할 수 있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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