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노트 쏜살 문고
로제 마르탱 뒤 가르 지음, 정지영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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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보지라르 가 모퉁이에 이르러 어느덧 학교 건물을 따라 걷기 시작했을 때, 오는 동안 아들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던 티보 씨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회색 노트는 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티보 가의 사람들의 일부이다. 티보가의 사람들로 그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노벨 문학상을 받았기에 작품이라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상이 말해주는 힘은 무시할 수 없다. 큰 책의 일부로 손에 잡을 수 있게 편집한 것이 이번에 나온 회색 노트이다. 회색 노트는 성장 소절이다. 


로제 마르탱 뒤 가르는 회색 노트에서 두 소년을 중심으로 양쪽 집안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인간 삶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선한 면과 악한 면이 교차되면서 인간의 심성이 어떻게 발휘되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우리 안에 그러한 마음은 없었는지 지난 시절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나름대로 자유로운 가정 환경에서 자란 소년 다니엘과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는 자크는 서로의 감정을 노트를 통해서 주고받으며 둘만의 비밀스러운 마음을 나누지만 그 노트가 있다는 것이 발각되며 그들은 집을 떠난다. 친구와의 우정으로 집을 나오고 가족을 벗어날 수 있었을까 싶지만 그러한 일들이 사실적으로 표현되면서 우리를 낯선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준다. 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표현과 작품 구조가 매력적이다. 


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회색 노트는 161쪽의 작은 판형이지만 그가 이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다른 환경의 두 가정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며 극단적인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다니엘은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는 자크와 그들의 우정을 너무나 소중히 여기고 있엇다. 그러나 그는 생전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그것도 아주 중요한 무엇인가를 자크에게 숨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 사이의 이 비밀이 너무나 엄청나서 그는 숨이 막혔다. 그는 하마터면 모든 것을 다 털어놓을 뻔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자기에게 일어난 그 모든 일의 뿔치려야 뿌리칠 수 없는 기억에 사로잡혀 얼빠진 듯이 잠자고 있었다."


자크를 찾아나섰다가 다시 만난 자크에게 그만 알고 있는 비밀을 알려줘야 할지 말지 갈등과 비밀이 드러난 이 부분이 인상적이다. 



이 둘의 가출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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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의자 - 승자가 지워버린 이름
김문주 지음 / 마음서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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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어둠이 검은 기운을 세우고 밀려왔다. 구름이 달을 가리자 별빛에 날이 섰다.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애를 태웠다. 그것은 한 계절을 살고 갈 운명들의 몸부림이었다."


부여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게  어디까지인가? 인문학을 노래하고 많은 강연들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우리 역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승자의 기록으로 보고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의문을 제기했다. 그 의문의 시작으로 쓴 것이 부여의자.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라의 백성을 생각하며 쓰러진 의자왕을 그렸다. 배신과 모함이 도는 공간에서도 나라의 운명을 책임진 의자왕은 흔들리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알려진 부여 의자왕의 이야기와 소설 속 의자왕의 이야기를 비교해봐도 좋겠다. 소설로 봐야 할 부분과 의문을 가져 봐야 할 지점은 또 어떤지도. 다만 심각하지 않게.


1995년 한 신문사의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으로 직업적인 소설가의 길을 걷는 저자가 선보인 부여의자를 통해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시대의 이야기는 후대에 또 어떻게 기록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소시민으로서 현 정부의 업적은 어떻게 평가받게 되는지도 말이다. 


1400년 전의 백제를 떠올리며 글을 이어 의자왕 이야기를 끝낸 저자의 열정 덕분에 우리는 그냥 묻고 갈 역사의 흔적을 다시 들춰 꺼내볼 수 있게 된 듯하다. 


실제 개백이 남긴 말인가 싶지만 소설 속 계백의 말이 남는다. 가고 싶지 않은 길이지만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목숨을 거는 게 어리석지만 목숨을 내놓는 일에 주저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고 한다. 백제의 미래를 위해서...


"옳고 그름을 따져 목숨을 내놓는 일에 주저하지 말라. 세상의 올바른 이치에 목숨을 내놓는 일에 주저하지 말라. 가고 싶지 않을 때도 있는 길이지만, 지금은 백제의 미래를 위해 마땅히 가야 할 길이다."


부여의자는 더운 여름날 밤, 백제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돌아 돌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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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굿 - 출간 30주년 스페셜 에디션
김초혜 지음 / 마음서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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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고 베어도

잊힐 리야 없을

그대 향한

나의 마음

어둠인 듯 감추었다가

흔들림 없이 

크게 빛내이고 싶다.

내게

-'사랑굿 6' 중 일부 발췌


사람으로 세상 와서 사랑한 번 못하고 떠나는 인생은 슬프다. 사랑을 하며 상처를 받고 상처는 주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다.


떠난 사랑인데도 그 사람 때문에 가슴이 탄다. 그러면서도 떠난 사랑이 잘 되길 바라는 그건 무슨 사랑일까?


혼자 한 사랑, 사랑의 길이 끊어진 사랑, 사랑으로 가슴 아팠고 사랑으로 가슴 뜨거운 시간을 떠오르게 하는 사랑굿. 


오늘도 사랑 찾아 가슴 태우는 이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의 사랑굿이다. 과거의 사랑, 진행 중인 사랑과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랑을 떠올릴 수 있다면 우리는 아직 뜨거운 사람이다.


설렘 없는 인생은 마른 나무 가지다. 다시 설레 볼 일이 없는 사람도 사랑굿으로 흔들려 보자. 어디를 펼쳐도 사랑 이야기다. 사랑은 우리 인생이다. 내 삶의 상처와 기쁨과 슬픔과 아픔이 굴곡을 이루는 게 인생이다. 그 울림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사랑 하나로 버티는 날들이 있었고 사랑으로 무너지는 날들이 있었다. 


오래전 100만 독자를 만났던 김초혜 시인의 사랑 연작시 사랑굿이 2018년 7월, 마음서재를 통해 30주년 특별판으로 다시 등장을 했다. 세월 탓으로 돌릴까, 틈 없는 사회생활이라고 말할까? 사랑굿 한 줄 한 줄은 둔탁해진 감정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내게 있는 

조그만 눈

남의 

어리석음은 깨우며

이 마음은

지키지 못하는

덧없음이네


인과의 그물에 얽혀

그대 벗어날 곳 찾아

절름거려도

잠긴 마음

풀리지 않고


진실을 꾸며도

거짓을 꾸며도

백년 살 것이 아닌데

한 사람

따뜻이 하기

어찌 그리 힘드오


-사랑굿 105


이렇게 모두 183개의 사랑굿, 사랑을 둘러싼 수많은 감정들을 쏟아내고 다시 섞이고 하나로 뭉쳤다가 다시 흩어지는 몽골 초원의 바람 같은 문장들이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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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기술 - 최고의 승부사 트럼프의 이기는 전략
스콧 애덤스 지음, 고유라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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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많이 생각하고 기억할수록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중요한 것으로 자리 잡는다."


딜버트(Dilbert)의 작가 스콧 애덤스가 쓴 승리의 기술(Win Bigly). 어떻게 스콧 애덤스가 이 책을 쓰게 됐을까? 스콧 애덤스는 딜버트에서 직장 생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보여주었다.


그는 무능한 사람이 경영자가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관심 있게 봤다. 아마도 그러한 이유가 그로 하여금 이 책을 쓰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 트럼프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인가? 사람들은 왜 트럼프를 뽑은 걸까?


스콧 애덤스는 남들이 설마 할 때, 그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승리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98%로 그는 예측을 했다. 시사만화가의 이력에 오점을 남겼다고, 친구의 반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그가 뽑은 중요한 기술은 바로 설득의 기술이다. 


설득의 기술은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기술이다.


연설도 그다지 돋보이지 않고 정책도 좋게 보이지 않은 트럼프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 수많은 인간의 필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트럼프의 설득과 협상 능력에서 승리의 이유를 발견했다. 그는 이 책에서 트럼프가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을 기록했다. 


그가 제시한 기술은 모두 31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지만 트럼프는 이슈를 자기의 것으로 가져오는 데 집중했다.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냈다. 힐러리가 가져간 이슈는 무엇인가. 


"트럼프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그가 게으르고 무식하며 잔인하다는 혐의를 제기하는 반면, 나는 그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줄 아는 능숙한 설득자라고 생각했다. 분명 그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이다."-25쪽 중

 

저자 스콧 애덤스는 트럼프 자신이 이기기 위해 취한 옳은 기술을 통해서 우리 삶의 방향에 적용해보길 권한다. 


같은 이슈를 놓고서 우리는 정반대의 해석을 한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과 가치관과 믿음에 따라 판단이 다르다.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이 바로 그것이다. 스콧 애덤스는 설득의 기술을 갖추기 위해, 나와 차이를 만드는 디테일에 욕심내지 말고 나와 같다는 생각을 갖게 디테일을 제거하라고 말한다. 


"당신의 말을 완전히 받아들이게 하고 싶다면, "내 얘기와 다르군."이라고 생각할 만한 디테일을 없애라. 대신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내용을 스스로 채우도록 여백을 남겨두라.(승리의 기술 12)-112쪽 중


우리는 매일매일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내가 원하는 것과 상관없이 나서야 한다.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끝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우리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지켜봤다. 통일이 멀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다소 쉬어가는 분위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트위터로 회담의 분위기를 올리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내며 언론이 자신에게 주목하도록 하는 트럼프, 이것도 그의 전략 중 하나인가?


승리의 기술에서는 모두 31가지의 전략이 소개된다. 그중에 어떤 전략일까?


승리의 기술 중 다섯 번째로 소개하는 기술이 아닐까?


승리의 기술 9

설득력을 향상시키려면

자신감을 보여라.

꾸며낸 것이어도 상관없다.

상대의 신뢰를 얻고 싶다면 

자신부터 믿어야 한다.

최소한 그렇게 보여야 한다.


승리의 기술 30

'전략적 모호함'이란 

상대가 당신의 말을 알아서 받아들이게끔 

의도적으로 어휘를 선택하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모호한 말에는 

상대가 반대할 부분이 의도적으로 제거되고, 

상대는 알아서 행간을 채워 넣는다.

상대의 상상은 당신의 말보다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승리의 기술 13

어른처럼 보이는 우위 전략을 사용하라. 

사람들이 당신 편을 들게 하거나 

혹은 그들을 그릇이 작은 사람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트럼프는 놀라운 수법으로 언론 보도를 장악해서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그가 중요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갖게 했다. 어떤 인물이 중요하게 보일 때 우리는 그가 어느 정도 이상의 유능함도 갖고 있기를 바란다. 유능함은 대개 사람을 중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의 편향된 사고는 중요하고 유능한 인물을 지도자로 보게 되어 있다. 그리고 중요하고 유능한 지도자를 따라야 한다는 본능은 팩트와 정책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171쪽 중


이 문장을 읽어보니 그의 행동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언론들이 그를 제대로 못 본 것인지 우리가 그를 어떤 인물인지 파악을 못한 것인지 그에 대한 평은 대부분이 부정적이었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으며, 왜 미국인들은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조금 다른 인상들을 갖게 되었는데 스콧 애덤스의 '승리의 기술'은 그러한 이해를 돕는 데 일조를 한다. 


그가 언론을 다루는 게 보통이 아니다 싶었다. 트위터로 매일 쏟아내는 이야기들도 이제 이해가 된다. 끌려가는 게 아니라 끌고 가려는 그의 의도였고 좋지 않은 이야기들은 다른 이야기들로 묻을 수 있도록 계속 이슈들을 만들어냈다. 물론 좋은 이야기들 뒤에는 쉬었다가는 듯했다. 


앞으로 이렇게 드러난 기술들을 그는 계속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른 우리가 모르는 어떤 기술이 남아 있는지 모를 일이다. 상대가 이러한 기술을 파악하고도 제대로 이기지 못하고 좋은 조건으로 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건 트럼프가 너무 강한 기술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까. 


여하튼 국제 정세가 트럼의 기술에 따라 변화 폭이 크니 그의 말과 행동, 일거수일투족을 세계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스콧 애덤스는 단순히 트럼프가 자신이 예측한 바대로 이긴 것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작동되고 있으며 우리가 우리 삶에 적절하게 적용시킬 수 있는 설득의 기술이 있으니 제대로 활용해보길 권한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적용시켜 볼 것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메시지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23장의 트럼프와 클린턴 힐러리 측의 브랜드와 슬로건 경쟁에 관한 글이 인상에 남는다. 선거캠프의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이다. 


우리는 상대의 잘못을 잘 잊는다. 트럼프는 그렇게 되어 있는 뇌의 구조를 잘 파고든 것이다. 승리의 기술 22를 보자.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소한 골칫거리에 자연스레 익숙해진다."-235쪽 중


상대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 것인지 생각해보자.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어 볼 수 있다. 앞으로 뉴스를 통해 만나는 트럼프를 보면서 그가 어떤 기술을 쓰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한편, 작년에 살림에서 나온 <거래의 기술>이 있다. 트럼프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가를 다룬 내용이다. 함께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를 이해하는 게 다양한 국제 정세 시각을 열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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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파서블 포트리스
제이슨 르쿨락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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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무슨 열네 살짜리 아이들의 성장 소설을 읽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름인데 그래도 묵직한 소설 한 권은 읽어야지 하는데 뭘 고르지. 새로운 이야기로 장면이 전환되는 곳에 어디선가 본듯한 코드가 들어있다. '야, 이거 뭐야, 뭐지'. 호기심은 거기서 시작됐다. 뭐가 될 건가, 뭐가 출력될 건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야기가 흥미롭다. 



아이들의 모의가 과연 성공할지 아니면 말 그대로 그냥 '폭망'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의 맛이 그런 게 아닌가. 처음에는 언제 읽냐 싶다가도 다음 장을 안 읽으면 못 배기는 그런 거 말이다. 


임파서블 포트리스가 그렇게 다가왔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이 나는 언제나 있었나? 플레이보이를 장식한 배우의 사진을 보고 그 책을 손에 쥐고야 말겠다는 아이들의 모의는 결국 대형사고를 만들고 말았다. 


나의 열네 살은 재미없었던 기억이다. 학교와 집을 오고는 데 바빴다. 그래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정류장 앞에 있던 오락실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어서 들어와,라는 듯 '푱푱' 거리는 기계음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픈 일들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슬픔과 불행은 인생 성장의 동반자다. 매일 좋은 일만 있다면 삶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좋지 않은 일과 나쁜 일들이 교차되며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즐겁고 기쁜 일도 있어 인생은 살 만한 것이 아닌가. 



어른들의 눈으로 아이들의 세상을 보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은 해야 할 것들만 가득한 것이다. 해보고 싶은 것들뿐이다. 어른들의 세상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것이다. 아이들은 몸이 작을 뿐이지 생각이 작은 게 아니다. 


아이들은 플레이보이를 손에 넣기 위해 건물 침입 계획까지 세우고는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하는데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게임을 개발해서 대회에 출품하는 과제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호기심, 궁금함을 대변하는 것이 '비밀번호'가 아닌가.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는 비밀번호. 




빌리, 알프와 클라크,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엉뚱한 아이들의 모험은 독자들의 과거로 떠나는 추억 여행이다. 


이 책의 작가 제이슨 르쿨락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어릴 적 기억을 노트에 기록하며 만든 이 책의 생생함, 당시의 음악과 컴퓨터 역사와 같은 내용은 바로 그러한 연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번역 내용도 좋다. 아이들의 시각에 맞는 번역이 눈에 띈다.  


인생은 궁금한 것 없이 살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사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마우리츠 에셔의 그림처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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