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치 보지 않고 말을 하고 행동하는 게 인간의 권리라고 하지만 사회 위치에 따라서 숨기거나 자제하며 사는 게 또 인간이다.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사회생활 속에서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행동과 말을 달리한다. 이주윤은 그러한 행동과 말에 반기를 건다. 아니 당연한 권리인데 그걸 왜 눈치 보고, 하지도 않을 일을 의무감에 할 이유가 업다고 말한다. 그의 별명은 이직선이다. 직선과 곡선의 그 직선이다. 


결혼을 하라는 아버지 어머니의 등쌀에도 굿굿하게 자신의 길을 간다. 적게 벌어도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제대로 숨을 쉬고 싶다는 게 그녀의 삶의 신조다. 세상의 변화에 좀 뒤처지는 게 뭐 대수인가. 알면 좋지만 몰라도 문제 될 게 없다. 작은 일상의 일들을 현미경을 통해 보듯 못 보고 지나친 것들, 혹은 무시하며 산 것들을 보여준다. 누구나 겪어봄직한 일들은 작가의 글 솜씨로 인해 다르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처음에 사는 게 가시밭길인 줄 알면서도 나를 낳은 엄마가 미웠다. 그다음에는 이렇게 사느니 콱 죽어버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다가 끝내는 죽기는 내가 왜 죽어 백이십 살까지 살면서 하고 싶은 일 다 할 거야! 마음을 고쳐먹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시각의 차이를 새삼 느껴볼 수 있었다. 다른 작가들이 그렇게 하세요,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말할 때 이주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좆 까라 그래"


물론 작가도 들은 말을 다시 자신의 삶 속에서 꺼내 한 말이지만 시원하게(?) 말한다. 내가 내 원하는 방식대로 살겠다는데 왜 토를 다냔다. 


"무엇이든 네가 느끼는 대로 하면 되는 거다. 남의 말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너만의 방식대로 해서 누군가가 알아주면 좋은 거고 만약 알아주지 않더라도 너의 것이 남으니 그것 또한 좋은 일 아니겠느냐. 그러니 누가 시키는 대로 하지 말고 무엇이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라."


추석, 고향 명절, 결혼 등 사람이 모이고 가족이 모이는 자리면 언제나 터져 나오는 관습적인 질문에 킥을 날리는 작가의 직선이 새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행복을 위한 삶이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것만큼 멋진 삶은 없다. 돈을 아무리 벌어도 망가진 정신을 회복하는 일은 더 많은 돈이 들 수도 있다. 적게 벌고 내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내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살며 '나도 힘들고 남도 힘들게 하는 병을 갖고 살고 있는 것'도 모른다. 상대로부터 문제를 찾지 말고 내 안에 들어 있는 마음을 살펴보자. 소비 부채질을 하는 마케팅에 마음을 놓치지 말 일이다.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키우자. 감정을 감추는 건 결국 내 몸의 병이 된다. 


"만성피로 증후군 환자의 80%가 주요 우울증의 소견을 보이지만, 이것이 만성피로에 의한 이차적인 우울인지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자신은 자각하고 있지 못할지라도 우울증을 경험하며, 그 증상의 밑바닥을 파보면 어린 시절의 우울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86쪽 중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에는 인간이 갖고 사는 마음의 병을 펼쳐놓고 하나하나 그 병의 특징과 해결점을 제시한다. 우울증과 조울증 등 내 마음의 경계에 걸려 있는 병은 없는지 진단해볼 수 있다. 수치는 높지 않지만 잠재된 병이 아닌가. 다만 그것이 어떤 일을 당해 더없이 높아질 수 있는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 


쉬지 못하고 사는 삶과 낮과 밤이 섞여 있는 사회생활 속에 정신을 지키는 일이 만만하지 않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회생활 속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일을 뒤로 미뤄서는 될 일이 아니다. 비슷한 듯하지만 차이 있는 마음의 병, 이 책 속에 소개하는 공황장애를 보며 이 병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감정은 분출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것이다. 이것은 감정의 원래 기능 중 하나가 소통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슬플 때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은 나의 슬픔을 이해하고 옆에서 등 두드려주는 사람'이란 말처럼 감정은 누군가의 공감을 필요로 한다."-131쪽 중


결국 쉼과 여유로운 삶이 병을 줄여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을 우리는 돈과 시간을 들여 병든 육신과 정신의 자리를 다시 잡고자 고군분투한다. 피곤한 삶을 제거하는 것이 우리 삶의 중요한 미션이다. 오늘도 파이팅 해야 한다. 


"쓸데없이 과장하여 허세 부리지 않는 삶, 나아가 현재의 내 삶에 감사하고 느리지만 쉼 없이 발전하는 삶을 바란다면 남에게 자랑할 수 있는 겉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내면을 단련해야 한다."-103쪽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들의 병을 없애는 길이면서 함께 살아가는 길이다. 마음이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의 따뜻한 시선과 위로가 아닌가. 우리는 다 잡아먹을 듯하고 살고 있으니 그렇다. 


인생이 매번 성공만 하면 무슨 재미가 있나. 실패와 성장을 통해 인간은 더욱 성숙해지고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이러한 순환이 인간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데 이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문제다. 타인의 속도에 내 몸을 혹사 시키지 말고 내 속도로 마음을 살게 하자. 


"나의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속도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흔히들 인생은 마라톤이라며 지나치게 과속을 하는 등 속도 조절에 실패하면 완주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이런 당연한 진리를 알면서도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은 나의 속도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속도에 휘말린 채 끌려가기 때문이다."-본문 77쪽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퇴근길 인문학 수업 : 관계 - 나를 바라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심리의 첫걸음 퇴근길 인문학 수업
백상경제연구원 외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은 12강으로 이뤄졌다. 12강 12색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 이러한 일들이 모두 완벽하게 마무리될 수 없다. 문제가 일어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일들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는가가 문제다. 소통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면 걱정할 게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는 소통의 오류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생활하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 답을 제시한다.  시대는 변화를 맞고 있지만 전혀 안테나를 세우지 않고 산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세상이 바뀌고 사회도 변했다. 끊임없이 창의성과 다양성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각자의 요구도 다양해졌다. 비즈니스의 성격이나 성공을 위한 요구 조건도 바뀔 수밖에 없다.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은 의의로 단순하다. 자기가 속한 조직이나 그룹 내에서 나와 달라 보이는 사람을 찾아라. 그리고 그에게서 답을 찾아보라. 물론 그러려면, '다름'과 '차이'를 존중하는 태도를 먼저 갖추어야 한다."-103쪽


사회생활의 곤란함은 인간관계의 불편함에서 비롯된다. 타인에게서 답을 찾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사람은 원인을 밖에서 찾지만 답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인문학은 결국 타인의 생활을 들여다보기 전에 나의 상태를 보자는 것이 아닌가. 나의 심리적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알아보고 각자가 삶의 행복을 위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제시한다. 나에게 맞는 답은 무엇인가 하나하나 퍼즐 조각 맞추는 기분이다. 




1인가구의 증가와 함께 개인지향형 사회구조가 퍼지고 있다. 멈출 수 없는 추세다. 이에 따라 산업도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따라 움직인다.  1인가구, 개인과 사회, 소확행 등 3파트 12강으로 구성된 가운데 건강, 뇌, 인간심리,  노동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의 성장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니. 맥빠진 퇴근길에 희망을 던져줄 메시지를 차분히 접해보자.


"거리에 즐비한 상점들 안에 있는 어떤 대상이 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지점을 들여다보면, 나의 감각이 깨어나고 나의 무의식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알게 된다. 그 취향으로 우리의 이상이 드러나고 새로운 사회의 이상이 형성된다. 취향은 각자의 분야에서 혁신의 언동력이 될 수도, 평준화된 시장적 취향에 대한 저항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에 의한 문화의 평준화는 무취향을 만들며, 결국 사치를 조장한다. 무취향적 사치는 바로 본능적 충동에 다름 아니다."-348쪽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고 물으면 물을수록 내 삶의 목표는 좀더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내가 좀 더 잘해보려고 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에 대한 질문을 해야 나는 좀 더 강해질 수 있다. 인문학은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다. 내 안에 기질을 발견하고 사랑하는 일이다. 남과 다른 나를 부족하다 생각하지 않으며 내 안의 장점을 찾아 확대시켜나는 일이다. 


"요리가 되었든, 글쓰기가 되었든, 예술이 되었든, 창의적인 생산이 가능하려면 과거의 어떤 요소가 현실로 올라와야 한다. 잠재된 과거로 추억을 되짚어 들어가 거기 있는 수많은 다면체 가운데 내가 필요로 하는 특정한 면을 끌고 나와서 현실과 조우하게 만드는 것이 창조의 힘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잠재력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변화가 가능하며 또 스스로의 역량은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에 관해 무심하다."-337쪽


퇴근길 인문학 수업-관계는 그러한 지점에서 인생길의 새로운 길을 이야기한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짚어봄으로해서 현재 부딪히고 있는 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책 가운데 자녀의 일탈 행위에 대한 해석은 인상적이다. 부모의 대화 단절을 느낀 자녀가 일탈행위를 통해 부모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일탈행위가 해결책임을 느낀다는 것이다. 부모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녀의 일탈을 탓하기 전에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지적하고 비난하기에 앞서 문제의 핵심을 들여다보는 게 필요하다. 일을 거꾸로 처리하지 말고.


잘 사는 길은 지금의 관계가 어떠한 가를 늘 돌아보고 점검해볼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그널 - 일상의 신호가 알려주는 격변의 세계 경제 항해법
피파 맘그렌 지음, 조성숙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책 전문가 피하 맘그렌의 시그널은 아직 데이터로 처리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다양한 신호를 담았다. 새로운 경제 건설을 위한 경쟁 속에서 신호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면 한 발 더 앞서 나갈 수 있다. 어떻게 신호를 읽어낼 수 있을까. 보이는 신호와 보이지 않는 신호를 읽어내려면 다양한 해석 능력을 갖춰야 한다. <시그널>은 그에 관한 책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드러나고 있는 신호를 한 번 생각해보자. 무엇이 있는가. 경제에 대해서는 매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앞으로의 경제는 그렇게 전망이 밝지 않아 보인다. 좀 더 깊이 들어가서 볼 일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정말 다행히도 두려움과 고통, 손실이 혁신의 훌륭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보인다. 사람들은 이미 내일의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389쪽 중


우리의 선택과 관점은 미래 사회의 경쟁력이다. 신호를 읽어내는 사람이 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 책 11장에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시도를 위해 일어나고 있는 분야를 살펴보며 그 신호를 잡아낸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한 번 그 안으로 들어가 보자.


소비자의 소비패턴을 읽어내는 것은 마케터로서 중요한 능력이다. 이 능력은 다른 이들에게도 필요하다.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시장에서 구입하고 착용하는 모든 제품을 살펴봐야 하다. 경기의 흐름이 어떠한지를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을 잡는 사람이 능력자다. 저자는 거기에 자신만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신호가 일어나는 네 이 가운데 진짜 신호가 뭔지를 골라내는 것도 능력이다. 신호 해석의 실패는 기업 생존에도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진로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이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러한 발표에 한국은행도 금리에 관한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세계 경쟁의 흐름을 바꾸는 정책 출발점을 주시해야 다음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데 이 지점을 놓지 면 경제적 손실은 물론 다음 단계 진입을 꼬이게 만들 수 있다.


돈은 미디어다. 가장 중요한 소통 수단이다. 인간 사회의 구조를 지탱하는 힘이다. 이러한 돈은 경제를 이루고 경제는 세계를 움직이는 강력한 무기다. 이 무기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지구 인간 운명이 달라지고 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 그들이 만들어내는 경제 보고서가 비즈니스의 운명을 또한 좌우하나.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을 갖고 어떤 신호가 일어났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가를 살펴본다. 이렇게 다양한 신호의 기록은 저자의 연구 폭이 대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사례를 갖고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나라와 그 정책기관들의 움직임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미래를 예측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맨박스 -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자다움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사람의 행동은 태어난 환경과 자신의 성격, 시대적 배경과 또래집단에 의해 행동양식을 접하고 학습한다. 우리는 말을 하면서, '사람은 말이야',  '남자는 말이야', '여자는 말이야...'을 시작으로 말을 꺼내고 때로 듣는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정한 방식과 경험에 의한 학습으로 어떤 집단이나 혹은 단어 정의를 내리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 많은 대상 중에 세상의 절반이라고 일컬어지는 '남자' 혹은 '남성'이라는 존재는 지구상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렇게 보면 놀랍게도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서 특별히 생각하며 살지 않았다.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때로는 여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은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강한 남성으로 살아야?


남자로서의 나의 생각과 행동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머니는 가끔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근처에 가지도 못하게 했다. 어머니는 남녀 간 질서를 지켜야 하는 전통적인 가정에서 자랐다. 그러한 경험들이 자식들의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지금은 이전과 같이 그렇게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 따로 구분하고 사는 시대는 아니다. 






"맨 박스는 남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명령을 내린다. 뿐만아니라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맨 박스는 남자다움의 행동 강령에 맞춰 행동하는 이들을 추켜세우는 반면, 기준에 미달하는 행동을 한 이들을 가차 없이 처벌한다. 남성들만의 이런 강령은 할아버지 세대에서 아버지 세대로 그리고 오늘날 남성들에게로 전해 내려왔다. 선한 의도를 가진 대다수 남성들이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고쳐 나가려면 맨 박스가 담고 있는 사회적 규범을 하나하나 해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48쪽


<맨 박스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은 남성으로서 살아가는 의미를 제대로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살아오면서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당연한 것은 없는데도 마치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처럼 남성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여성들에게 무례하게 행했던 일들이 없는가.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 남성들의 잘못된 석 개념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어떻게 행동하고 살아왔는가. 


남자다움이라는 말에 갇혀 거칠게 행동하며 살지 않았는가. 말로 인격적 살인을 하고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자다움이라는 의식 속에서 여성을 제압하는 불법적이고 불량한 삶을 살지 않았는가. 


"나는 이 책이 남성들에게 남성성의 사회화를 더욱 잘 이해하고 검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선량한 남성들조차  자기도 모르게 여성 폭력을 조장하는 사회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그런 문화가 마치 표준인 양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남자가 가진 장점도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무결한 존재는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26쪽


교육자이자 사회운동가로 활약 중인 토티 포터의 <맨 박스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은 우리의 성에 대한 역할과 개념을 다시 짚어볼 것을 재촉한다. 저자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솔직한 고백은 남자다움의 의미 속에 갇힌 남자들이 어떤 잘못된 행동을 하고 살아왔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모두 9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본문을 통해 남자다움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러한 행동을 한 남자들의 생각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문제가 있는 것들이 더 많이 발견되고 그러한 문제들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 괜찮다고 생각하며 행동했던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상처를 주는 일이라면 계속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그러한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행복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자고로, 남자는 말이야..."


남자다움이라늠 말에 갇혀 살지 말고 밖으로 나와 보다 넓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가라고 말한다. 남자다움을 앞세우기 전에 우리는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는 삶을 살아야 할 일이다. 바른 인간으로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좀 더 고민하고 살아갈 일이다. 책 속에서 제시하는 저자 토니 포터의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남자다움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얼마나 많은 폭력이 행해졌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그러한 잘못된 행동들이 마치 통과의례처럼 이루어졌던 지난날들을 끊어내는 것은 결국 '남자다움'을 해체하는 일이다. 


"우리가 이 세대에서 진정한 성 평등을 이루고자 한다면 남성들이 맨 박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여성을 존중하는 방법과 더불어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를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145쪽


남자들의 행동과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그것이 어떤 문제를 불러왔는가를 매 챕터에서 다양한 인터뷰와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을 이해시킨다. 맨 박스에 갇혀 '나약한 남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강요 속에서 남자들이 행한 일들이 무엇인가. 저자는 잘못된 생각과 행동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고 내 가정의 문제고 내 자식들의 이야기가 된다면 어떻겠는가 하는 마음을 가져보길 권한다. 그러면 문제를 좀 더 들여다보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마음속에서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자각 능력을 키우다 보면 자신이 여성들의 말을 무시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른 남성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식조차 하지 못할 때 자각 능력이 있는 남성들은 최소한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자각 능력을 키운 후엔 자신이 언제 맨 박스 안에 갇혀 행동하며 언제 맨 박스 밖으로 벗어나 있는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184쪽


맨 박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남성의 길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이루어진다면 폭력을 행하는 남성들의 행동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것을 못 본 척 눈감아주는 시대는 끝이 나야 한다. 지금까지 그러한 묵시적 행동들이 일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남성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할 때다.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산다면 변화는 것이 없다. 여성들이 문제를 키워왔다고 생각하는 한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 진정한 남성은 맨 박스에서 벗어나는 것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