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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 콘셉트부터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까지 취향 저격 ‘공간’ 브랜딩의 모든 것
이경미.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평점 :
공간의 구성에 따라 사람들은 지갑을 연다. 지갑을 여는 공간의 구성은 그럼 어떻게 생긴 걸까. 누가 그런 공간을 갖고 있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이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나름대로 독자적인 공간을 구성했다고 해도 사람이 오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주인 혼자 종업원 혼자 있는 공간은 존재 의미가 없다.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 구성의 비밀을 담은 책이 나왔다.
이경미와 정은아 두 작가가 나서서 취향 저격을 위한 공간 콘셉트부터 마케팅까지 공간 브랜드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을 썼다. <취향을 팝니다>는 손님과의 소통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나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 그래야 관심을 갖는다. 최근 문을 연 블루 보틀은 어떤가. 성수동에 이어 삼청동에 문을 열었다. 블루 보틀이 주는 공간의 매력은 무엇인가. 그들은 자신들의 브랜드를 어떻게 브랜딩 해왔는가. 크고 작은 브랜들의 경쟁하는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독특한 매력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까.
디테일의 차이
"디자인 콘셉트에 대한 이해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감성의 표현이 공간의 어디에까지 스며들었는지도 중요합니다. 그에 따라 공간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공간을 찾는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느낌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간의 '개성'이라는 건 그러한 디테일의 차이입니다."-42쪽
사람들을 끄는 공간, 디자인 콘셉트가 우선 다르다. 처음 기획 단계부터 고민한 흔적이 들어 있다. 많은 제품을 보여주기보다는 대표적인 상품을 보여주고 나머지 것들을 찾아볼 수 있게 한다. 하나의 제품이 브랜드의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콘셉트가 아닌가.
시선을 유도하는 모든 장치들은 서로 흥미를 끌어야 하며 그러한 것들은 결국에는 구매로 집결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단지 보고 매장을 나가는 것만이 아니라 지갑을 열도록 하는 데 있다. 비주얼 포인트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작은 것 하나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은 전혀 예상치 않은 데에서 흥미를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디테일의 힘이다. 상호 협조적인 인테리어가 되고 있는지를 늘 살펴야 한다.

"공간은 그 안에 담겨지는 내용물을 더 좋아 보이게 하는 큰 그릇과도 같아야 하고 내용물과 그릇은 서로 조화롭게 어울려야 합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것들이라도 서로 어울리지 않은다면 불협화음만 내게 됩니다. 공간의 모든 구성요소들은 맛있는 것을 더 맛있게 느껴지도록 하는 효과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127쪽
가보고 싶은 리스트에 올려두는 매장은 어떤 곳인가를 생각해보면 저자의 이야기에 좀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맛있는 공간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어떤 매력을 뿜어내길래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그곳을 찾는 것일까. 요즘 가장 많은 화제에 오르는 공간 중 하나는 서점이 아닐까 싶다. 츠타야의 공간은 어떤가. 땡스북스는 또 어떤가. 카페와 리빙스타일을 추구하는 매장을 한 번 가보면 차이점을 느낄 수 있는가. 그저 그런 곳이라면 더 이상 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시 가보고 싶은 이유는? 갈 때마다 새롭다. 비주얼 포인트를 바꾸며 새로운 공간 연출을 통해 구매 포인트를 올린다.

일본의 생활용품 전문점의 공간 구성을 보면 우리나라 매장의 공간 변화 구성을 예측해볼 수 있다. 크게 차이가 없지만 그래도 그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듯하다. 저자들은 취향 저격의 공간으로 일본의 매장을 소개한다. 기계로 가득 찬 공간을 커피 매장으로 변화시켜 사람들의 방문을 이끄는 곳도 있다. 공간은 사람의 생각을 바꾼다. 머물고 싶은 공간, 나누고 싶은 공간을 찾는다.
재방문을 하게 만드는 공간
디자인 유행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 흐름에 맞춰 변화하는 게 최선이다. 멈춰있지 않은 공간, 시간이 흐르는 공간은 매력적이다. 시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살아있는 공간이다.
"모든 공간에는 소비자의 재방문이 중요합니다. 기업에서 브랜드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유도 기존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신규 소비자를 유치하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충성도'라는 말이 다소 딱딱하게 들릴 수 있지만 바꿔 말하면 한번 혼 사람을 계속 오게 하고, 다른 공간보다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한 번 방문했던 공간을 선택지 중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164쪽

끌리고는 공간, 취향 저격의 공간이 어떠한가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사진과 정갈한 텍스트가 맛있게 느껴진다. 저자의 발품 덕에 좀 더 가깝게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내 취향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취향은 어떠한가를 좀 더 살펴보고 살아갈 일이다. 지루한 삶으로부터 벗어날 자유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공간을 보는 눈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나오는 출구까지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