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있게 죽는 방법


감기에 걸려 하루종일 콜록 거렸다.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있다보니 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나더라. 이대로 내가 죽는다면?..... 으윽. 최악이다! ㅠㅠ

영화 LOVE LETTER 의 주인공 후지이 이즈키는 이렇게 콜록대다 죽을 뻔 하지만 결국 살아나던데 말야. 난 병원 침대이든 내 방 침대이든 요렇게 빌빌대다 누워서 죽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전혀 들지 않았다.


요즘 세상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떻게 멋들어지게 사느냐에 대한 것 뿐, 어떻게 품위있게 죽느냐 하는 것엔 아무런 관심이 없는것 같더군. 삶을 어떻게 사느냐에 못지않게 어떻게 죽느냐도 중요한 거 아닌가?

자신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돈을 쌓아놓고도, 강박증으로 인해 초호화 호텔 스위트 룸 밖으로는 단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포름알데히드에 한 50년은 담가놓은듯한 바짝 마른 미이라 같은 꼴로 발견된 하워드 휴즈처럼 비참하고 초라한 죽음이 어디 있겠냔 말이다.


내가 품위있게 죽는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로지 단 한 사람 때문이었다.

르네스토 체 게바라(Ernesto Guevara de la Serna)!

우리나라에 체 게바라 열풍이 불기 전, 비트겐슈타인에 관한 평전을 읽던 중(장 폴 샤르트르는 20세기 최고의 천재로 비트겐슈타인을, 20세기 최고의 완벽한 인간으로 체 게바라를 꼽았다.) 난 체 게바라가 쓴 단 한 줄의 글귀에 매료되어 미친듯이 그에 관한 자료를 찾은 적이 있었다.


MY LIFE(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내 나이 열다섯살 때 나는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는가를 놓고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그 죽음조차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이상을 찾게 된다면,

나는 비로소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을 결심했다.


 

먼저 나는 가장 품위있게 죽을 수 있는 방법부터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득, Jack London이 쓴 옛날 이야기가 떠올랐다.


죽음에 임박한 주인공이 마음속에서 차가운 알래스카의 황야 같은 곳에서 혼자 나무에 기댄 채 외로이 죽어가기로 결심한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이 내가 생각한 유일한 죽음의 모습이었다.


이거다! 그래 인간은 이렇게 죽어야 하는거야.

동물원 철창에 갇혀 사나운 발톱을 잃어버리고, 윤기나던 털도 잃어버리고, 마침내는 불꽃같던 이빨마저 잃어버린 채 멍한 하늘만을 바라보던 한국의 마지막 늑대처럼 죽어서는 안되는 거야.

죽는다면 <황야의 이리> 처럼 그렇게 죽는거다. 그것이 품위있게 죽는거야! 그게 바로 남자의 Roman 이란 거다.


난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렇게 죽는게 정말 어렵다는 걸 알게됐다.


Whoo! 이렇게 죽을 수 없다면 좀 더 쉽게 품위있게 죽는 방법을 찾아보자.

여러 문헌을 뒤적인 결과, 나는 품위있게 죽는 다른 한 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그건 바로 사랑을 위해 죽는 것! 고래(古來)로부터 사랑을 위해서 죽는 것은 남자의 로망이었다. 로미오, 베르테르,다자이 오사무,김우진과 윤심덕, 최근에는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죽은 그들의 죽음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흠모한다. 단 여기에는 주의할 점이 있는데, 절대 구질구질해서는 안되고 한번 써먹은 방법은 효과가 없다라는 것이다.


Jazz musician 중엔 꽤나 품위있게 죽은 사람이 몇 있는데...

지금 소개할려고 하는 Clifford Brown 도 그 중 한 사람이다.

Jazz史에서 꽤나 이름있다는 뮤지션 중 술과 마약에 한 번쯤 손대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많은 뮤지션들이 때로는 쾌락을 위해서, 때로는 예술이란 명목으로 술과 마약에 손을 댔다. 악덕이 예술의 재료요, 예술은 본질적으로 부도덕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악덕없이도 최고의 예술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클리포드 브라운은 당당히 증명해 보였던 것이다.


1956년 26살의 이 젊은 천재 트럼펫터는 폭우가 쏟아지던 펜실베니아의 한 고속도로에서 추락사한다. Music City에서의 힘든 공연이 끝난 후, 그가 피곤한 몸을 끌고 그렇게나 무리해서라도 가고 싶어 했던 곳은 사랑하는 아내가 기다리던 그의 집이었다.

그리고 그가 죽음을 맞은 날은 그의 결혼 2주년 기념일이었다.

그의 죽음은 분명 비극적인 것이었지만, 결코 비참하지는 않았다. 난 그가 고통없는 찰나적인 죽음을 맞았다고 믿고 싶다. 그가 차마 눈 감지 못했을 그의 마지막 망막에는 그가 그렇게나 사랑했던 아내의 영상이 어려있었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나또한 그럴 것이다. 나는 체 게바라처럼 혹은 클리포드 브라운처럼 죽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비록 품위있게는 죽을 수 없을지라도 조르바처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창틀을 거머쥐고 눈을 크게 뜨고 웃다가 말처럼 슬피 울며, 그렇게 창틀에 손톱을 박고 서있는 동안 죽음이 나를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난 그렇게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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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er Marie - Make This Moment
Inger Marie 노래 / 미디어신나라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은 오로지 지름을 목적으로 쓰여진 다분히 의도성 짙은 글입니다. 연말(年末) 여기저기 돈 쓰실 곳이 많아 절로 한숨이 나오시는 분은 조용히 ← 키를 눌러주시면 되겠습니다.


Inger Marie 를 처음 만난 건 그녀가 살고 있다는 7개의 섬 위에 세워진- 호수와 바위절벽으로 둘러싸인 피요르드 협곡이 너무나 아름답다던 노르웨이의 작은 항구도시- 아렌달이 아닌, 밤새 내린 서리로 하얗게 변해버려 앞이 잘 보이지 않던 차디찬 차 안이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트 안에 아직 덜 풀린 몸을 애써 구겨넣은채 난 작업장(?)으로 향했다. 모든 것이 깨어난다는 아침이었지만, 나의 몸뚱아리는 여전히 Hypnus의 魔手 아래에 놓여 있었다. 잠에 취해있던 난 무심코 카 오디오의 play 버튼을 눌렀고, 그 곳에서 처음 그녀를 만났다.


노래를 맛깔나게 부르는 것은 노래를 잘 부르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다. 음악은 비언어적 예술로 음악 그 자체로는 어떤 것을 말해줄 수도 보여줄 수도 없다. 만약 누군가가 베토벤의 교향곡 제 5번 OP. 67번의 “솔솔솔 미”를 듣고 운명을 느꼈다고 말한다면 그건 순전히 거짓말에 불과하다. 교향곡 5번 1악장의 주제 Motive는 그저 단 3도로 이루어진 음정에 불과할 뿐 운명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것을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느끼는 것은 어디까지나 학습에 의해서이다.


이것은 Jazz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표제나 가사가 붙어있지 않다면, 우리가 그 음악을 어떻게 느끼냐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 재량에 달려있다는 말이다.(내 쪼대로 다 할꺼야 ^^)

그래서 음악은 여타의 다른 예술보다 자유롭다. jazz의 경우 싱코페이션,프레이즈,악기의 편성을 어떻게 두냐에 따라 그 음악은 전혀 다른 음악으로 들리기 때문에, 너무나 유명한 Jazz의 Standard 곡들을 한 번에 알아차리지 못한다고해서 전혀 부끄러운 일이 될 수 없다. 그건 당연한 거니까...

또한 그것이 바로 Jazz의 매력이 아닌가?


Inger Marie는 노래를 정말 맛깔스럽게 부른다. 노래에 자신만의 색깔을,감정을,분위기를 버무려 정말 맛깔스럽게 내 놓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타인을 압도할만한 풍부한 성량도, 화려한 기교도 없지만 그녀만의 눈부신 생명력이 있다. 차갑지만 따뜻하고, 평범하지만 독특하다.


Inger Marie의 <Let it be me>는 그런 그녀의 매력이 담뿍 담겨 있는데, 원곡은 로커빌리 가수로 유명했던 Everly Brothers의 1960년 발표,히트곡이다.


Let it be me


I bless the day I found you

I want to stay around you

And so I beg you

Let it be me

당신과 만난 그 날을 축복합니다.

난 당신 곁에 머물고 싶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간구합니다.

당신 곁에 머물게 해주세요


Don't take this heaven from one

If you must cling to someone

Now and forever

Let it be me

만약 당신이 누군가에게 가버린다고 해도

나에게서 이 천국같은 행복을 앗아가지 마세요

지금이나 언제까지나

절 당신 곁에 머물게 해주세요


Each time we meet love,

I find complete love

Without your sweet love

Tell me, what would life be?

우리가 매번 사랑을 나눌때마다

난 완전한 사랑을 느꼈습니다

말해주세요

당신의 달콤한 사랑없이는

어떻게 살아갈수 있을까요?


So never leave me lonely

Tell me you love me only

And that you'll always

Let it be me

절 외롭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나만을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언제까지나 당신 곁에 머물게 해주세요.


귓끝을 아리는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겨울이 왔다.


창가에 어리는 서리를 입김으로 호호 녹이며 따뜻한 에스프레소 커피가 너무나 그리워지는 바로 그런 계절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음반이다


이 음반은 여러 면에서 평범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하기에 편안하다. 그 심플함이야 말로 이 메마른 겨울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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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xophone Colossus
소니 롤린스 (Sonny Rollins) 연주 / 록레코드 (Rock Records) / 2000년 4월
평점 :
품절


You don't know What love is


나는 열정을 느끼지 않아도 느끼는 척 할 수 있지만,

불길처럼 타오르는 사랑의 불길은 조금도 흉내낼 수 없다.

written by oscar wilde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이란 걸 해보았다고 말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 사랑을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우리는 정확히 무엇을 사랑이라고 말하는 걸까?

고도화로 조직된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 분류하고, 분석하며 정의 내리곤 하지만 유독 사랑이라 부르는 것에 관해선 뭉뚱그려 말해버리곤 한다.


난 어느 날 한 여자를 알게 됐고, 문득 그녀를 통해, 사랑이라 부르는 것에 정의내리고 싶어졌다. 갑작스럽게 사랑이란 화두 앞에 던져진 난 침대 안에서 발가락을 꼬물락 거리며 꽤나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사랑이라는 난해하고도 거대한 주제 앞에 그런 치졸한 방법으로는 해답을 얻을 수 없다라는걸 이내 깨달았다.

복잡한 머리를 잠시 추스르던 난 다행히 내가 동굴이나 움막이 아닌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고, 이는 사랑에 대해 말해줄 스승을 찾아 산과 들을 뒤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어둡고 냄새나는 낡은 도서관에서 파피루스뭉치나 양피지를 뒤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저 책상에 앉아 작은 플라스틱 상자 앞에 잠시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 사랑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만한 해답을 줄 수 있는 현대사회에 난 살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말이다. 난 이 플라스틱과 몇 개의 철제로 이루어진 상자 앞에 앉아 손가락으로 열심히 좌판을 두들겼고, 몇 번의 클릭을 했다. 이에 상자는 내게 곧 2.99 X 10의 8제곱 m/s의 속도로 화답해주었다.

(구하라 그럼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mattew 7:7)


상자가 나에게 내려준 해답에 의하면 일단 사랑은 7개의 정의를 가지고 있고, 6개의 종류로 나뉘며, 몇 개의 방정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의 7개의 정의(oxford english dictionary 참조)

(사랑이란 주제는 범세계적인 주제임이 확실시됨으로 부득이 세계 공용어로 인정되어지는 영어식 정의를 차용하는 바임)


1.Affection: a strong feeling of deep affection for sth/sb(관심)

2.Romantic: Love is a very strong feeling of affection towards someone who you are  romantically or sexually attracted to.(성적으로 이끌림 내지는 열정)

3.Enjoyment: the strong feeling of enjoyment that sth gives you.(쾌락)

4.sb/sth you like: a person, a thing or an activity that you like very much(좋아하는 것)

5.Friendly Name: a word used as a friendly way of addressing somebody(애칭)

6:Important thing: Love is the feeling that a person's happiness is very important to  you, and the way you show this feeling in your behaviour towards   them.(타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7.IN Tennis: a score of zero points(테니스경기 중 사용되는 관용적 표현임)


사랑의 종류(출처: 네이버 검색)

1.에로스(Eros) : 에로스 타입은 완전히 육체적이고 성적인 매력에 매료된 사랑 관계다. 그런 사랑은 '깜짝 사랑, 영 이별'이라는 우리네 속담처럼 빨리 불붙고 곧 없어지는 사랑이라는 것이다.


2.루두스(Ludus) : 루두스 타입은 장난스러운 우연한 사랑을 말한다. 서로 크게 상대에게 관심을 보이지는 않으나 서로 만나는 게 재미있고 즐거우니까 좋아하는 관계다. 상대가 다른 만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서로의 의존을 피하기 위해 서로 용납하고 관계를 유지한다. 특별한 온정의 상호 교류 없으나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


3.스토르지(Storge) : 스토르지 타입은 열정이나 탐닉은 많지 않으나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정이나 따스함을 느낄 때다. 이 타입은 우정에서 사랑으로 변하는 경우에 흔히 볼 수 있는 상태다. 많은 경우 사랑 인지 단순한 우정인지 자신도 구별 못할 때가 많다. 애정의 위기 같은 것도 없고 비교적 지속력이 강한 상태이나 극적인 정열이 없는 것이 흠이다.


4.마니아(Mania) : 마니아 상태는 격정적인 사랑을 말한다. 광기와 흥분이 계속되는 상태다.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상대가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환희와 절망이 성난 파도처럼 교차되는 폭풍 노도 시대, 그러나 종말은 갑작스런 파탄을 가져올 확률이 많다.


5. 프라그마(Pragma) : 프라그마는 보다 현실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가슴보다 머리가 앞서는 사랑이다. 상대가 여러모로 자기에게 맞으니까 사랑한다는 타입이다. 성격도 맞고 조건도 그만하면 됐으니 한번 사귀어 보자고 하다가 시작된 사랑이다. 그러다 서로 더욱 마음이 맞으면 진한 사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6. 아가페(Agape) : 아가페는 지극히 기독교적인 사랑이다. 이해와 양보와 희생을 통해 이루어 가는 사랑을 말한다. 플라토닉 러브의 기본 패턴이다. 엄격한 의미에서 실제로 존재하기 힘든 사랑이어서 돈 환의 경우처럼 우리의 생각이나 이상 속에서만 살아 있는 실체다.


사랑의 방정식(출처: 네이버 검색)

1.17x²-16|x|y+17y²=225

2.Love = 2 □ + 2 △ + 2 ∨ + 8

방정식 풀이는 네이버 검색을 통해 알 수 있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모든 사랑의 정의가 단지 이 7개뿐이라면 나의 사랑은 이 중 5개에 해당되었고,

모든 사랑의 종류가 단지 이 6개뿐이라면 나의 사랑은 이 6개의 속성 모두를 조금씩 가지고 있었다.

 

해당된 5가지의 정의를 전제로 삼아 나의 사랑을 그녀에게 증명하기엔 과거에 너무나 많은 모순된 행위를 저지른 바 있어 부질없는 일로 보였다.(그녀에게 상처를 안겨주었거나 고통을 주었던 모든 행위들을 난 사랑이란 명목으로 변명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6가지의 사랑의 속성 혹은 종류로써 그녀에게 내 사랑을 증명하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속성이 존재를 정의내릴 수 없다라는 것은 기원 전의 아리스토텔레스 할배가 이미 증명한 바 있으므로(사과와 오렌지는 수많은 동일한 속성이 존재하지만, 사과와 오렌지는 엄연히 다른 존재이다.)

나보다 똑똑한 그녀는 분명 이 모순을 눈치챌 터였다.


Q.E.D

따라서 나의 사랑은 정의 내려질 수 없고, 분류되어질 수 없다라는 불가피한 결론을 도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난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아님 내 사랑은 다소 기괴하거나 변태적인 것일까?


그럼 나는 무엇으로 항상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나의 사랑은 정의내릴수도 분류할 수도 없는 그 어떤 것에 불과한데... 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어떤 것을 난 그녀에게 사랑이라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었다.

 

똑똑한 그녀가 이런 불분명하고 허무맹랑한 것으로 내 사랑을 확신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터...

 

그녀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어떻게 내 사랑을 증명할 수 있을까? 사랑에 관해선 나만큼 멍청한 플라스틱 상자는 그 어떤 해결책도 내려줄 수 없었고, 한때 과학을 좋아했던, 난 한가지 가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빛의 입자,파동설을 알지 못했던 그 때에 과학자들은 빛을 전파하는 에테르라는 가상의 물질을 떠올렸었지.. ㅋㅋ 바로 그거다. 보이진 않아도 증명할 순 없어도 빛이 우리에게 전해질려면 반드시 매질(媒質)이 필요하고, 과학자들은 그 매질을 에테르라고 불렀다.

 

아직 난 그녀에게 내 사랑을 보여줄 수도 증명할 수도 없지만, 전해주고 싶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래서 난 항상 그녀에게 내가 널 보는 눈빛에서, 호흡에서, 체온에서 내 사랑을 느끼라고 말해주었다.

난 그녀가 그걸 내 사랑의 에테르라고 믿어주길 바랬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나에게 또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넌 나를 사랑하니?”

“응 난 너를 사랑해!”

“넌 사랑이 뭔지 알고 있니?”

“아니. 난 사랑이 뭔지 몰라... 하지만 난 너를 사랑해. 그건 바람처럼 보이진 않아도 느낄 수 있으니까.. 난 그게 사랑이라고 믿어.”

그럼 그녀는 싱긋 웃으며 날 향해 웃어주리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you don't know what love is”는 Sonny Rollins version이다.

수많은 Jazz musician들이 다 한번씩은 시도해보는 Standard 곡이지만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이 힘든 것만큼이나 이 곡을 정말 멋들어지게 소화해내는 것은 그 만큼 힘든 것임은 새삼 말해 무엇하랴.

Sonny의 묵직하고도 통렬한 blowing은 여리면서도 섬세한 Tommy의 터치와 맞물려 정말 멋들어진다라는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내가 이 소니의 you don't know what love is를 최고로 꼽는 또 하나의 이유는 Sonny의 직관적이면서도 저돌적인 blowing이 마치 “그래 난 사랑을 몰라! 하지만 난 너를 사랑한다구. 모르겠어. 난 너를 정말 사랑해!”라고 외치는 나의 선언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Tommy Flanagan의 Piano solo는 이에 맞추어 “그래, 그래 알았어.” 라며 내 말에 귀기울이며 간간히 환한 미소를 지어주는 그녀와도 너무나도 닮아서였다.

 

Coltrane의 화려하고도 세련된 you don't know what love is를 최고로 꼽는 사람도 분명 많다라는걸 알고 있지만, 나에게 있어 사랑이란 화려하고 세련되며,Cool한 것이라기 보다는 묵직하고 순박하며, 투박한 것이라 믿기에 그의 사랑 선언문이 더 내게 꽂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올 겨울엔 모두 사랑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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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퍼온글] 아트북 만들때 도움 될만한 고마운 싸이트들


민지수의 북아트
http://www.bookatelier.com/
노출 바인딩이나 페이퍼 커팅, 판화 작품 등이 있어요.

장진경
http://www.canvaspage.com/
특이하고 컬러풀한 책들이 많군요.

유림의 북아트
http://www.bookart.net/
멋진 작품들이 많은 곳.

책만드는 사람 박소
http://baksohada.com/
녹차와 홍차잎을 이용한 수제종이와 목재 커버 책들이 있는 곳.

스튜디오 바프
http://baf.co.kr/
여러가지 컨셉이나 책에 대한 정보.

북아트북
http://www.bookartbook.com/
여러가지 정보과 독특한 책들.

책만드는데 도움이 될만한 곳들.

책만들며 크는 학교
http://www.makingbook.net/
아이들을 위한 간단한 책만들기.

책공방
http://www.bookworks.co.kr/
책만들기와 종이만들기 정보와 여러 강좌 신청가능.

아트북 프로젝트
http://artbookproject.com/
여러가지 정보랑 강의, 워크샵 등이 있는 곳.

 

 






http://celltong.com/

다들 알고 계시는 사이트일 것 같은데요;
그래도 모르시는 분들이 있으신 것 같아서 올립니다 ㅅㅅ

만드는 방법도 설명도 되게 잘 되어 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재료들을 살 수 있습니다
특히 한권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묶어서
파는 DIY KIT이 초보라면 괜찮은 듯...




http://www.iolive.co.kr/

여긴 수제 압화나 노트를 사는 곳 ㅅㅅ
아트숍에 가면 있어요
아트우산이나 이런 것들이 되게 예뻐요
역시 요즘은 수제품이 훨씬 더 멋지다니까요
물론 가격이 좀 비싸더군요;
내책팔기에는 반제품이나 자신이 만든 책을
파는 등의 시스템이 되어 있구요 ㅅㅅ
좀 신기한 형식으로 되있더라구요 저한테는;;




http://www.ncherry.com/

여기도 꽤 유명한 곳이죠 ㅅㅅ
체리북, 이라는 곳인데 100일 연속으로 쓰면 책을 공짜로
만들어 드립니다 50일 연속으로 쓰면 가격을 좀 깎아 주고요 ㅅㅅ
솔직히 이쁜 걸 기대하시면 안될 듯;;
일괄적으로 만들어 주더라구요 ㅅㅅ;
그래도 일단 제본이 잘 되어서 나오니까 커버만
DIY 해서 바꿔 씌워도 되고 이용할 점은 많아요 ㅅㅅ





http://www.ilginara.com/

이곳도 물론 유명하죠!
저도 한 때 열광했다가 어떤 이유로 지금은 뜸합니다만;;
일년 개근해서 일기를 쓰면 일기를 책으로 엮어 줍니다 ㅅㅅ
솔직히 일년 개근하는 게 좀 힘들어서 그렇지,
이런 저런 커뮤니티 사이트로 이용할 만 합니다
그리고 책으로 엮어 줄 때 250페이지 정도로
다른 사이트들보다 꽤 두껍죠
100일 개근 180일 개근 등을 하면 선물도 줍니다 ㅅㅅ







http://www.bookarts.pe.kr/

북 프레스(Book press) 스튜디오 운영하시는
김나래님의 북아트입니다
수제종이 만드는 방법이 있고 책을 주문 제작해주십니다
또 갤러리에 볼 작품이 정말 많아요ㅅㅅ
강좌도 열고 계시고 여러가지로 활동이 많으신 분입니다










http://sarangtown.com/

100% 핸드메이드 제품만 파는 매장입니다 ㅅㅅ
노트나 다이어리는 개인적으로 파시는 분과 가격은
대략 비슷한 것 같더군요 ㅅㅅ
평균적으로 만삼천원 선입니다
별로 상관은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악세서리도
이쁘긴 한데 참 비싸더나이다;
그리고 다른 건 별로 이쁘지 않... ( 퍽
아하하;





http://cafe.daum.net/blocnote

노트 만들기 카페인데 꽤 활발한 사이트 입니다
자료들도 많고 작품사진들도 많고 꽤 괜찮은 카페에요ㅅㅅ
회원들도 많고 작가전이나 축제같은 것에도
관심이 많아 보이네요 ㅅㅅ
이래저래 도움이 될 만한 사이트!



http://www.cahier.co.kr/package.htm

프랑스 Relma의 제본용품들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는 곳이에요
현재 취급품목은 상아로 만든 본폴더, 호별 제본용 바늘,
그리고 실크헤드밴드랍니다
왠지 고가의 분위기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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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의 최고 형태와 최저 형태는 둘 다 자서전의 양식이다

.............................................................by oscar wilde....


더 이상 영웅이 존재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시대!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신화는 필요한 것일까?


최초의 인류가 배덕의 이름으로 에덴에서 쫓겨난 이후, 원죄라는 짐승의 낙인을 가진 채, 이브의 후손들은 거친 황야에서 모랫바람을 입 안 가득 씹어가며, 호시탐탐 신의 권좌를 노려왔다. 신의 또 다른 배덕자(背德者) 프로메테우스는 그들에게 신에게 대항할 최초의 무기인 불을 가져다주었고, 그 후 인류의 신을 향한 복수의 창끝은 더욱 매섭게 변해갔다.


불로 달구어진, 이성과 과학이라는 새로운 무기로 무장한 배덕자들은 수많은 신들을 죽여 나갔고, 어느덧 더 이상 죽일 신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 중 한 선각자는 드디어 “신은 죽었다”라는 말과 함께 복수의 종언을 외쳤다. 그랬다. 그 이후 신은 죽었고, 신의 권능을 부여받은 영웅도 그들과 함께 죽었다.


창조주의 파멸과 함께 신의 권좌는 비어있었지만, 그 권능을 이어받을 자는 우리 인류에겐 있지 않았다. 그저 그 빈 공간을 지켜볼 뿐 그 누구도 창조주의 권능을 대신할 순 없었다. 한 선각자가 외쳤던 신의 대리자 <초인>은 오랜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타나지 않았고, 신을 살해하기 위해 겨누었던 칼날과 창끝은 우리에게 겨누어 졌다. 그 이후 대지는 낙인을 가진 짐승의 피로 물들어 갔다.


서로를 향한 끝없는 피의 보복이 연이어졌고, 그 전쟁의 승리자는 아무도 없었다.

“영웅이 필요하다!”

피를 부르는 광기를 멈추어 줄, 신의 권능을 대신해 줄 영웅이 필요하다! 영웅이 이미 그들과 함께 죽었다면 다시 영웅을 만들어 내면 될 것이다. 필요하다면 우리가 다시 창조해 낼 것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신의 권능을 대신 부여하면 될 터이다. 짐승들은 텅 빈 천공을 향해 울부짖었고, 영웅은 때로는 전사가, 때로는 예술가가, 때로는 광대가 영웅을 연기해 내었다.


Mahler가 창조해 놓은 그의 건축물 중 가장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가받는 작품은 교향곡 5번,6번,7번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엔 입구도 출구도, 그 어디에도 아무런 표제가(언어화된) 붙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견고하게 완성된 음악적 건축물로만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예술은 그 자체로 삶을 반영하지 않는다. 다만 관객에게 삶의 의미만을 던질 뿐이다.

말러의 교향곡 또한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복잡하게 구조화되고, 다원화된 음향의 중첩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관념이 혹은 영감이 그곳에 존재한다면, 그것은 말러의 교향곡에 내재화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금> 듣고 있는 나에게 있는 것이다.


영웅이 상실된 시대에 영웅을 창조하는 것은 영웅 그 자신이 아니라, 이른바 그의 추종자라고 부르는 부류에 의해서이다. 예수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의 사후 그를 신격화한 것은 예수 그 자신이 아니라, 그의 비극적 죽음에서 철저한 배덕자였던, 그의 사도(使徒)들에 의해서였다.

말러 또한 여기서 자유스러울 순 없었다.


말러의 교향곡 6번 <Tragic>을 통해 조작된 신화적 code를 한번 파헤쳐 보도록 하자.


1. 표제 <Tragic>의 기원은?

말러의 교향곡 6번은 1903년 여름 마이어니히(Maiernigg)에서 처음 작곡에 착수하여, 이 여름 기간 내에 2개의 악장을 완성해 내었고, 그 다음해 여름에도 역시 마이어니히에서 여름 휴가기간을 보내게 되는데 그 동안 나머지 악장 모두를 완성해 내었다. (마이어니히에는 Wörther 호반근처에 말러의 별장이 있어 말러는 그곳에서 여름 휴가기간을 자주 보내었다.) 하지만 그의 자필 악보 어디에도 Tragishe라는 부제는 어디에도 붙어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 부제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비극적> 이라는 말의 이 Tragic이라는 부제는 어디까지나 말러의 사후, 그의 추종자임을 자부했던 부르노 발터가 그의 자서전에서 말러가 1906년 에센에서 벌어진 교향곡의 초연에서 비극적이란 말을 언급했다라고 하는 단 한 줄의 글귀에서 비롯되었다.

그렇다면 발터의 이 진술은 과연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말러 자신이 교향곡 1번에 <Titan>이란 제목을 붙인 적이 있었다. 말러 자신이 거창하고 대담한 표제를 바란 마음에서 붙인 이 <거인>이란 부제는 많은 사람들이 말러의 바람과는 달리 당시 유행하던 장 파울의 소설 <거인>을 떠올리게 되었고, 이와 연관시켜 그의 음악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를 싫어한 말러는 그 이후 이 <거인>이란 표제를 지워버렸고, 자신의 음악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붙였던 프로그램의 여러 부제들 또한 함께 지워버렸다. 말러는 자신의 음악이 하나의 틀 안에서 정형화되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초연에서 <비극적>이란 말을 언급했다라고 하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다.


2. 1악장에서 코랄 풍의 제 2주제는 알마를 신격화한 것이다?


이 신화 코드 또한 교향곡 6번의 해설을 살펴보면 항상 등장하는 선전 문구이다.

행진곡 풍의 제 1주제는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영웅> 말러를 상징화한 것이고, 목관이 표현해내는 우수적인 선율의 코랄 풍의 제 2 주제는 말러가 사랑하던 아내 알마를 이상화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 유명한 비평은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일까?

이 비평의 근거는 알마가 노년에 집필했던 <회상록>에 두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교향곡 6번의 비평이나 해설은 알마의 회상록에서 많은 단초를 빌려와 쓰이고 있다.

알마의 회상록에 따르면..

말러는 1악장을 완성한 후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을 하나의 주제로 표현하려 했도, 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냈는지는 나도 확신할 순 없지만, 인내를 갖고 들어주시오."

그가 말한 주제는 교향곡 6번의 1악장의 상승하는 주제이다.

 

말러가 실제로 그런 말을 했을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근거라는 것이 오로지 알마의 회상록에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말러의 생애에 대해 대략이나마 살펴 볼 수 있는 다른 사료에는 이런 사실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실제 말러가 자신의 음악에 알마를 상징화하여 표현해내었다면 그는 그의 열렬한 추종자였던 발터에게도 잠깐이나마 언급했을지도 모른다. 초연에서 비극적이라는 말을 해 줄 정도로 절친했던 발터에게 왜 제 2주제가 알마를 이상화한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지 않았을까?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3. 4악장의 3번의 Hammer는 말러의 비극적 운명을 예견한 <음악적 예언>이다.


난 말러의 교향곡 6번을 설명하는 모든 신화적 코드 중에서 이보다 더 황당한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이 유명한 이야기 또한 알마의 회상록에 의지하고 있는데, 알마의 얘기를 한 번 들어보자


4악장에서는, 나중에 설명한 것처럼, 그의 영웅의 파멸을 나타내고 있다. 영웅은 3번의 타격을 받는다. 그 최후의 일격으로 나무가 쓰러지듯이 파괴되는 것이다. 이 음악과, 그것이 예언하는 것을 마음 깊이 느낀 그는, 나와 같이 울었다. <6번>은 그의 가장 사적인, 또한 예언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와 마찬가지로, 그는 자기 자신의 생애를 음악 속에 예고한 것이다. 그에게도 운명의 타격이 세 번 있어, 세 번째에 그는 쓰러지고 말았다. <6번>을 작곡한 당시는 평온한 날들의 연속이었으며, 그는 마치 가지가 무성하고 꽃이 가득 피어난 나무 같았으나.”


그 중 알마가 말러가 예견했다고 하는 비극적 운명의 타격은 4년 후에 벌어진 장녀 마리아의 죽음, 그로 인한 심장병의 발견, 그리고 빈 궁정 가극단의 총 감독 사임이라고 전해진다.


알마의 이런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이것은 심리학 수준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심령과학쯤은 언급해야 이해될 수 있는 소지의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알마는 가장 행복했어야 할 시기에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와 <교향곡 6번 Tragic>같은 비극적 작품이 만들어 진 것은 이미 그의 비극적 운명을 예견하고 있던 말러의 음악적 예언 능력때문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에 비극적이고 우울한 생각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이상한 일인가?

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프로이트가 이미 언급한 것처럼 인간에게는 두 가지 불안이 잠재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외부로부터 기대되는 손상에 대한 반응으로 즉 실재적 불안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수수께끼같은 전혀 목적에 맞지 않는, 새로이 출현한 어떤 가능성에도 결합할 준비가 되어있는 기대 불안, 즉 신경증적 불안을 들 수 있겠다. 인간은 가장 행복한 시기에도 이런 행복이 어떤 무자비한 폭력이나 잔인한 운명 등으로부터 무참히 깨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잠재적 불안을 항상 갖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가 그런 행복한 시기에 비극적이고 우울하기 짝이 없는 작품을 썼다는 것은 그런 신경증적 불안요소에서 찾아야지 허황되기 짝이 없는 음악적 예언 운운 한다는 것은 그가 창조한 위대한 예술을 오히려 광대놀음에 지나지 않게 만들어 버리는 우스꽝스런 행위이다.


비극적 운명을 예견했다고 하는 3번의 해머가 얼마나 허황된 얘기라는 것은 출판된 그의 악보만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어도 금방 알 수 있는 얘기이다.


1904년 작곡이 완성되어 처음 쓰인 자필악보에는 무려 5번의 해머가 표기되어 있다. 그 후 말러는 부지런히 수정작업을 시작하여 제 1판에서는 5번의 해머를 3번으로 줄였고, 초연시 악보 상에는 2번의 해머 표시만 기입되어 있었다. 실제로 에센에서 공연 시에는 해머를 3번 쳤다는 말이 전해지나 확실한 사실은 아니다. 말러는 공연 시 완벽한 음향효과를 위해 자주 악보를 수정하고 편곡한 작곡가로 알려져 있는데 1906년에 출간된 전집판 악보에는 단 2번의 해머만이 표기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알마가 주장했던 음악적 예언은 어떻게 된 것인가? 말러가 비극적 운명을 두려워하여, 신에게 간구하여 그의 불행을 3번에서 2번으로 깎아달라고 부탁이라도 한 걸까? 장녀 마리아의 죽음이 1907년이었고 심장병의 발병은 훨씬 더 이후이며 가극장 총감독 사임도 그 이후이다. 그런데 1년도 더 전에 그의 전집판 악보에는 왜 해머가 2번 밖에 기입되지 않은 것일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말러의 음악적 판단에 의해서였다. 3번 보다는 2번이 보다 음악적으로는 완벽한 구조미를 준다고 보았기 때문이리라.


말러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이런 조작된 신화적 코드가 공연장에서는 난무한다.

감상자 모두가 음악회 프로그램에 쓰인 조작된 신화를 읽고, 4악장 어디에서 3번의 해머가 울리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혹시라도 해머소리를 놓치게 되면 마치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놓친 양 억울해 하고 분해한다. 이런 감상자의 심정을 대변이라도 하고픈 마음에서인지 공연 기획자들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가장 거창한 방식으로 해머를 놓아두고는 감상자의 시선을 해머에만 쏟게 만들어 준다.

“놓치지 마! 이게 교향곡 6번의 하이라이트니까..”

말러가 그토록 혐오했던 그의 예술을 해머라는 좁은 틀 안에 강제로 쑤셔놓은 꼴이다.

교향곡 6번은 영웅의 비극적 생애를 다룬 <표제 음악>이 아니다. 그건 그저 말러가 작곡한 6번째의 교향곡일 뿐이다. 말러가 작곡한 이 6번째의 교향곡은 당신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결합할 때 비로소 영원한 생명의 심장을 가지며 강렬한 박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예술에는 어느 정도의 조작된 신화가 붙기 마련이다. 때로는 그 신화가 애매하고 모호한 예술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 주며 우리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화가 그러하듯이 신화에 나타난 신비가 드러나게 되면 그것은 그 생명력을 모조리 잃어버리고, 그저 허황되고 황당한 옛날 얘기로 격하되어버리는 것이 사실이다. 신화의 생명력은 사실의 진실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에 달려있는 것이다. 죽어버린 신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면 차디찬 이성의 잣대를 들이댈 것이 아니라 풍부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에 맡겨버리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자체로 이미 매혹적인 신화를 마치 그럴듯한 사실인양 억지로 꾸며낸 거짓말로 점철해 버린다면 그것은 신화로서의 강렬한 생명력을 모두 잃어버리고 허황되고 황당한 거짓말만 남아 그저 그런 전설로 남아버리기 싶상이다.


구스타브 말러가 불멸의 이름으로써 신화로 남기 바란다면, 그의 예술을 지금 있는 그대로 놓아두어야 할 것이다. 조작된 신화를 덧붙이지 않은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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