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xophone Colossus
소니 롤린스 (Sonny Rollins) 연주 / 록레코드 (Rock Records) / 2000년 4월
평점 :
품절


You don't know What love is


나는 열정을 느끼지 않아도 느끼는 척 할 수 있지만,

불길처럼 타오르는 사랑의 불길은 조금도 흉내낼 수 없다.

written by oscar wilde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이란 걸 해보았다고 말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 사랑을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우리는 정확히 무엇을 사랑이라고 말하는 걸까?

고도화로 조직된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 분류하고, 분석하며 정의 내리곤 하지만 유독 사랑이라 부르는 것에 관해선 뭉뚱그려 말해버리곤 한다.


난 어느 날 한 여자를 알게 됐고, 문득 그녀를 통해, 사랑이라 부르는 것에 정의내리고 싶어졌다. 갑작스럽게 사랑이란 화두 앞에 던져진 난 침대 안에서 발가락을 꼬물락 거리며 꽤나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사랑이라는 난해하고도 거대한 주제 앞에 그런 치졸한 방법으로는 해답을 얻을 수 없다라는걸 이내 깨달았다.

복잡한 머리를 잠시 추스르던 난 다행히 내가 동굴이나 움막이 아닌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고, 이는 사랑에 대해 말해줄 스승을 찾아 산과 들을 뒤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어둡고 냄새나는 낡은 도서관에서 파피루스뭉치나 양피지를 뒤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저 책상에 앉아 작은 플라스틱 상자 앞에 잠시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 사랑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만한 해답을 줄 수 있는 현대사회에 난 살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말이다. 난 이 플라스틱과 몇 개의 철제로 이루어진 상자 앞에 앉아 손가락으로 열심히 좌판을 두들겼고, 몇 번의 클릭을 했다. 이에 상자는 내게 곧 2.99 X 10의 8제곱 m/s의 속도로 화답해주었다.

(구하라 그럼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mattew 7:7)


상자가 나에게 내려준 해답에 의하면 일단 사랑은 7개의 정의를 가지고 있고, 6개의 종류로 나뉘며, 몇 개의 방정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의 7개의 정의(oxford english dictionary 참조)

(사랑이란 주제는 범세계적인 주제임이 확실시됨으로 부득이 세계 공용어로 인정되어지는 영어식 정의를 차용하는 바임)


1.Affection: a strong feeling of deep affection for sth/sb(관심)

2.Romantic: Love is a very strong feeling of affection towards someone who you are  romantically or sexually attracted to.(성적으로 이끌림 내지는 열정)

3.Enjoyment: the strong feeling of enjoyment that sth gives you.(쾌락)

4.sb/sth you like: a person, a thing or an activity that you like very much(좋아하는 것)

5.Friendly Name: a word used as a friendly way of addressing somebody(애칭)

6:Important thing: Love is the feeling that a person's happiness is very important to  you, and the way you show this feeling in your behaviour towards   them.(타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7.IN Tennis: a score of zero points(테니스경기 중 사용되는 관용적 표현임)


사랑의 종류(출처: 네이버 검색)

1.에로스(Eros) : 에로스 타입은 완전히 육체적이고 성적인 매력에 매료된 사랑 관계다. 그런 사랑은 '깜짝 사랑, 영 이별'이라는 우리네 속담처럼 빨리 불붙고 곧 없어지는 사랑이라는 것이다.


2.루두스(Ludus) : 루두스 타입은 장난스러운 우연한 사랑을 말한다. 서로 크게 상대에게 관심을 보이지는 않으나 서로 만나는 게 재미있고 즐거우니까 좋아하는 관계다. 상대가 다른 만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서로의 의존을 피하기 위해 서로 용납하고 관계를 유지한다. 특별한 온정의 상호 교류 없으나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


3.스토르지(Storge) : 스토르지 타입은 열정이나 탐닉은 많지 않으나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정이나 따스함을 느낄 때다. 이 타입은 우정에서 사랑으로 변하는 경우에 흔히 볼 수 있는 상태다. 많은 경우 사랑 인지 단순한 우정인지 자신도 구별 못할 때가 많다. 애정의 위기 같은 것도 없고 비교적 지속력이 강한 상태이나 극적인 정열이 없는 것이 흠이다.


4.마니아(Mania) : 마니아 상태는 격정적인 사랑을 말한다. 광기와 흥분이 계속되는 상태다.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상대가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환희와 절망이 성난 파도처럼 교차되는 폭풍 노도 시대, 그러나 종말은 갑작스런 파탄을 가져올 확률이 많다.


5. 프라그마(Pragma) : 프라그마는 보다 현실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가슴보다 머리가 앞서는 사랑이다. 상대가 여러모로 자기에게 맞으니까 사랑한다는 타입이다. 성격도 맞고 조건도 그만하면 됐으니 한번 사귀어 보자고 하다가 시작된 사랑이다. 그러다 서로 더욱 마음이 맞으면 진한 사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6. 아가페(Agape) : 아가페는 지극히 기독교적인 사랑이다. 이해와 양보와 희생을 통해 이루어 가는 사랑을 말한다. 플라토닉 러브의 기본 패턴이다. 엄격한 의미에서 실제로 존재하기 힘든 사랑이어서 돈 환의 경우처럼 우리의 생각이나 이상 속에서만 살아 있는 실체다.


사랑의 방정식(출처: 네이버 검색)

1.17x²-16|x|y+17y²=225

2.Love = 2 □ + 2 △ + 2 ∨ + 8

방정식 풀이는 네이버 검색을 통해 알 수 있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모든 사랑의 정의가 단지 이 7개뿐이라면 나의 사랑은 이 중 5개에 해당되었고,

모든 사랑의 종류가 단지 이 6개뿐이라면 나의 사랑은 이 6개의 속성 모두를 조금씩 가지고 있었다.

 

해당된 5가지의 정의를 전제로 삼아 나의 사랑을 그녀에게 증명하기엔 과거에 너무나 많은 모순된 행위를 저지른 바 있어 부질없는 일로 보였다.(그녀에게 상처를 안겨주었거나 고통을 주었던 모든 행위들을 난 사랑이란 명목으로 변명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6가지의 사랑의 속성 혹은 종류로써 그녀에게 내 사랑을 증명하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속성이 존재를 정의내릴 수 없다라는 것은 기원 전의 아리스토텔레스 할배가 이미 증명한 바 있으므로(사과와 오렌지는 수많은 동일한 속성이 존재하지만, 사과와 오렌지는 엄연히 다른 존재이다.)

나보다 똑똑한 그녀는 분명 이 모순을 눈치챌 터였다.


Q.E.D

따라서 나의 사랑은 정의 내려질 수 없고, 분류되어질 수 없다라는 불가피한 결론을 도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난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아님 내 사랑은 다소 기괴하거나 변태적인 것일까?


그럼 나는 무엇으로 항상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나의 사랑은 정의내릴수도 분류할 수도 없는 그 어떤 것에 불과한데... 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어떤 것을 난 그녀에게 사랑이라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었다.

 

똑똑한 그녀가 이런 불분명하고 허무맹랑한 것으로 내 사랑을 확신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터...

 

그녀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어떻게 내 사랑을 증명할 수 있을까? 사랑에 관해선 나만큼 멍청한 플라스틱 상자는 그 어떤 해결책도 내려줄 수 없었고, 한때 과학을 좋아했던, 난 한가지 가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빛의 입자,파동설을 알지 못했던 그 때에 과학자들은 빛을 전파하는 에테르라는 가상의 물질을 떠올렸었지.. ㅋㅋ 바로 그거다. 보이진 않아도 증명할 순 없어도 빛이 우리에게 전해질려면 반드시 매질(媒質)이 필요하고, 과학자들은 그 매질을 에테르라고 불렀다.

 

아직 난 그녀에게 내 사랑을 보여줄 수도 증명할 수도 없지만, 전해주고 싶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래서 난 항상 그녀에게 내가 널 보는 눈빛에서, 호흡에서, 체온에서 내 사랑을 느끼라고 말해주었다.

난 그녀가 그걸 내 사랑의 에테르라고 믿어주길 바랬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나에게 또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넌 나를 사랑하니?”

“응 난 너를 사랑해!”

“넌 사랑이 뭔지 알고 있니?”

“아니. 난 사랑이 뭔지 몰라... 하지만 난 너를 사랑해. 그건 바람처럼 보이진 않아도 느낄 수 있으니까.. 난 그게 사랑이라고 믿어.”

그럼 그녀는 싱긋 웃으며 날 향해 웃어주리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you don't know what love is”는 Sonny Rollins version이다.

수많은 Jazz musician들이 다 한번씩은 시도해보는 Standard 곡이지만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이 힘든 것만큼이나 이 곡을 정말 멋들어지게 소화해내는 것은 그 만큼 힘든 것임은 새삼 말해 무엇하랴.

Sonny의 묵직하고도 통렬한 blowing은 여리면서도 섬세한 Tommy의 터치와 맞물려 정말 멋들어진다라는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내가 이 소니의 you don't know what love is를 최고로 꼽는 또 하나의 이유는 Sonny의 직관적이면서도 저돌적인 blowing이 마치 “그래 난 사랑을 몰라! 하지만 난 너를 사랑한다구. 모르겠어. 난 너를 정말 사랑해!”라고 외치는 나의 선언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Tommy Flanagan의 Piano solo는 이에 맞추어 “그래, 그래 알았어.” 라며 내 말에 귀기울이며 간간히 환한 미소를 지어주는 그녀와도 너무나도 닮아서였다.

 

Coltrane의 화려하고도 세련된 you don't know what love is를 최고로 꼽는 사람도 분명 많다라는걸 알고 있지만, 나에게 있어 사랑이란 화려하고 세련되며,Cool한 것이라기 보다는 묵직하고 순박하며, 투박한 것이라 믿기에 그의 사랑 선언문이 더 내게 꽂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올 겨울엔 모두 사랑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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