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나무
호시노 미치오 지음, 김욱 옮김 / 갈라파고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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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ear babies crying I watch them grow

They'll learn much more than I'll ever know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가사 중에서


호시노 미치오의 “여행하는 나무”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그곳에는 약동하는 알래스카의 대자연의 숨결과 그것을 지켜나가려는 멋진 사람들의 강인한 의지가 함께 숨쉬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날수 있었다. 아직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살 만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한!

 


콜롬비아의 낡은 구식 오두막에서 고향의 사진을 찍으며 살아가는  알두 브렌드(p.61)


“저는 콜롬비아의 자연을 찍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콜롬비아하면 마약과 범죄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중략... 우리 고향 사람들은 사진을 찍어봤자 무엇이 달라지느냐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먼 훗날, 아마존의 밀림이 모두 사라진다 해도 아마존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표정이 담긴 한 장의 사진으로 얼마든지 아마존을 되살릴 수 있다고 말입니다.”


홋카이도의 척박한 황무지를 개간하며 글을 썼던 사카모도 나오유키(p 96-97)


“관을 실은 썰매가 태평양이 보이는 벌판 묘지로 이동했다 나는 설원 저편으로 멀어져 가는 우기치 노인의 외로운 넋을 시야에서 살아질 때까지 전송했다. 아무런 짐도 남겨져 있지 않은 텅 빈 오두막이 주인을 잃은 쓸쓸함에 조용히 울고 있었다. 한쪽 벽에 우기치 노인이 애용했던 낡은 장총이 걸려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 밀려왔다.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 덮인 벌판으로 말을 달렸다. 노인이 생전에 자주 찾았던 누프카베츠 상류를 지나 오모샤누프리 산 정상까지 한달음에 도착했다. 저녁노을로 빛나는 밤하늘은 노인이 가장 사랑했던 풍경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누프카(벌판)만이 내 심정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외부로 통하는 길이라곤 비행기와 배뿐인 문명과 전혀 동떨어진 곳에서 헌책방 <옵서버 트리>를 운영하는 D 할머니(P.112)


“지도가 역사보다 재미있어. 지도는 땅과 바다를 그린 것이지만,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이 주제야. 그 땅에 누가 살고 있는지가 중요하거든, 그래서 지도를 볼 때마다 우리가 어떻게 세계를 이해하게 됐는지 알 수 있지.”


미드웨이 해전에서 남편을 잃은 한 미군 병사의 아내(P.190-191)


“왜 사람들이 지나간 날들을 그리워하는지 알 것 같아요. 왜 죽은 자를 잊지 못하고 신앙을 찾는지 알겠어요. 한때 서로 사랑하며 의지해온 사람이 이제는 내 곁에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사람의 힘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지난날을 추억하고, 신앙에 의지하는 것이지요.”


70세의 나이에 일본어에 이어 스페인어에 도전하고 있는 빌 플로(P.224)


“사람의 인생은 강물과 같아.그런데 사람들은 물가를 더 좋아하지. 조금만 더 참으면 바다로 나아갈 텐데 말야.”


알래스카의 숲속에서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제이미(P.276-277)


"나도 때론 힘들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뼈에 사무칠 정도로 외로울 때가 있거든요. 그래도 어느 순간이 지나면 마음의 균형을 되찾게 되죠. 가끔 아이들이 도시에서 살고 싶다고 응석을 부리는데, 그때마다 혼자 생각해보죠. 과연 도시는 여기보다 덜 외로울까, 거기 가면 좀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지만 그곳 사람들도 외롭긴 마찬가지잖아요. 단지 리모컨과 몇 명의 친구들이 있을 뿐이요. 사람마다 고독이 다르다는 것을 여기에서 배웠어요. 어떤 사람은 수십명에 둘러싸여도 외로워해요. 또 누군가와 헤어지면 외로움이 밀려오죠. 그런데 여기서는 외로움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여기서는 고독도 친구랍니다. 그래서 외롭지 않죠.”


문명과 가장 동떨어진 곳일지도 모르는 알래스카. 그곳의 주화(州花)는 물망초(Forget-me-not)라고 한다. 우리가 진보(進步)라고 말하는 그 모든 것에는 우리가 상실해서는 안 될 그 어떤 것을 희생하는 대가로 주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코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 그것은 소수의 몇 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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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키노 > 매니아 추천앨범 3


그 앨범들도 처음에는 닳고 닳도록 들으며 동고동락했을 터인데 지금에 와선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한 때 연인보다 더 열렬히 사랑했던,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또는 정말 명반인데 모르고 지나쳐 갔었던 앨범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아마도 여기 소개하는 앨범들은 모두가 나름대로 매니아 정신에 입각해 들었던 것들일 것이다. 그 때의 그 매니아 정신을 다시 한번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저 멀리... 저 높이...

글 / 문양미 in changgo.com
디자인 / 정미선 in changgo.com

Beatles - Revolver (Capitol, 1966)

[Rubber Soul], Abbey Road], [Sgt Pepper] 등과 함께 비틀즈의 5대 명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앨범은 비틀즈의 가장 화려했고 진보적이었던 시기를 대변해주고 있다. 케네디와 함께 60년대 영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 이들의 영향력은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고 거기에 한 몫 단단히 한 것이 바로 이 [Revolver]이다. 비틀즈의 음악적 중반기에 놓인 이 앨범은 14곡 모두 존 레논(John Lennon)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 등 한 멤버에게로의 치우침 없이 멤버간의 균형 잡힌 조화가 가장 돋보인다. 또한 사운드 효과나 믹싱 부분에 있어서도 기존의 그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와 방법론으로 완성도 높은 음악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시체에게 던져진 돈에서조차 세금을 내야 하는 가사로 영국 사회를 비판하는 조지의 ‘Taxman', 락과 클래식을 절묘하게 조합한 폴의 ‘Eleanor Rigby', 존의 카리스마를 돋보이게 하는 ‘I'm Only Sleeping’ 등 한 곡도 버릴 곡 없는 완성도 높은 수작이다. 비틀즈의 앨범 중 가장 독창적이며 혁신적인 역할을 한 최고의 사이키델릭 명반.

Black Sabbath - Never Say Die! (Warner, 1978)

다양한 보컬리스트들의 변화를 거쳐 온 블랙 새버쓰의 활동 당시를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시대는 영원히 기억될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재적 당시이며, 두 번째는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 시절, 세 번째는 이안 길런(Ian Gillan) 시절, 네 번째는 토니 아이오미(Tony Iommi)가 새롭게 이끄는 블랙 새버쓰의 모습이다. 이 중 [Never Say Die!]는 오지가 탈퇴하기 전 발표한 블랙 새버쓰 제1의 전성기에서의 마지막 앨범으로 그 의미가 더욱 깊다고 할 수 있다. 물론 [Technical Ecstasy]에서부터 음악적 혼란과 멤버간의 불화로 오지가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는 등 우여곡절 끝에 나온 앨범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기억될만한 가치가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음산하고 어두웠던 초기와는 전혀 다른 사운드이긴 하지만 전작보다 화려해진 사운드와 재즈적인 어프로치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의 블랙 새버쓰를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안 드는 이들이라면 오지의 보컬이 여전함에 위안을 삼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강렬한 락큰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경쾌한 느낌의 타이틀곡 ‘Never Say Die', 애절한 보컬이 인상적인 ‘Junior's Eyes’, 여전히 격렬함을 지향하고 있는 ‘Shock Wave' 등 이 앨범을 끝으로 오지의 괴기스럽고 신비스러운 보컬을 중심으로 한 제1기 블랙 새버쓰는 막을 내리게 된다.
Blur - The Great Escape (EMI, 2000)

전작 [Parklife]의 엄청난 성공(‘브릿 어워즈’에서 최우수 밴드, 앨범, 싱글, 비디오 등 4개 부문 석권)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는 5만장이라는 판매고를 올린 네 번째 앨범 [The Great Escape]는 블러 역사상 가장 참패한 앨범임과 동시에 그들을 브릿팝에서 미국적인 얼터너티브로 변화시켜준 의미 깊은 앨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록곡들을 살펴보면 이들의 유쾌하고 톡톡 튀는 경쾌한 사운드는 전작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싱글 ‘Country House', 'The Universal' 등에서는 관악기가 내뿜는 블러만의 쿨한 사운드를 여전히 느낄 수 있다. 데이먼 알반은 이 앨범 이후 ‘브릿팝은 죽었다’고 선언하며 노이즈 가득한 얼터너티브 사운드를 가지고 돌아와 또 한번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The Great Escape]는 블러의 브릿팝적인 사운드가 담긴 마지막 앨범으로 그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Gorillaz - Gorillaz(Limited Edition) (Virgin, 2001)

데이먼 알반(Damon Alban)이 주축이 된 다국적 프로젝트 밴드 고릴라즈의 첫 번째 정규앨범으로 독특함과 신선함을 주무기로 한 실험 정신이 깊게 배어있다. 일명 '카툰 밴드’답게 실명이 아닌 머독, 2D, 러쎌, 누들 등의 캐릭터명을 사용한 이들의 음악은 지금까지 들어왔던 음악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이들이 새로운 것을 창조한 것은 아니다. 락에 테크노와 힙합, 랩을 혼합하여 새롭게 만든 사운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며 그만큼의 기대를 갖게 한다. 물론 실망한 이들도 있겠지만 그 번뜩이는 아이디어만큼은 크게 살만하다. 무엇 하나 튀지 않는 것이 없는 이 앨범에서도 가장 주된 무기는 익히 알려진 애시드재즈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Clint Eastwood’와 ‘19-2000’으로 음악은 물론 캐릭터를 이용한 뮤직비디오 역시 압권이다. 제목 그대로 경쾌한 펑크 사운드 가득한 ‘Punk', 노이즈 가득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일관하고 있는 'Sound Check' 등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앨범 수록곡 모두 보컬은 데이먼이 맡았는데 그래서인지 블러에서 들려줬던 그의 독특한 개성 역시 느낄 수 있다.

Machine Head - Supercharger (Roadrunner, 2001)


머신 헤드의 네 번째 앨범으로 그들 특유의 솔직하고 무자비한 감성으로 가득 차 있다. 판테라(Pantera)세풀투라(Sepultura)의 아류라는 수식어도 있었지만 이제 이들에게 그러한 말들은 전혀 불필요한 것들이 되버렸다. 뭐라고 하던 간에 정통 헤비메틀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 테니 말이다.(물론 [The Burning Red]에서는 하드코어적인 성향도 느낄 수 있었지만..) 이 앨범은 [Burn My Eyes], [The More Things Change], [The Burning Red]에서 보여줬던 파워에 비교해 볼 때 좀 더 단순해진 기타 리프와 멜로디를 강조한 사운드가 눈에 띈다. 초기 앨범에서의 스래쉬적인 요소나 [The Burning Red]에서의 강렬한 랩핑은 많이 사라지고 멜로디 위주의 곡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세상과 타협을 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들은 여전히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둡고 무거운 것 안에서 밝음을 찾으려 한다. 그렇게 거침없이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는 많은 사람들을 대신하여 분노를 폭발해간다. 온갖 불만을 실은 듯한 파워 있는 드럼 비트로 시작하는 ‘Bulldozer'는 듣는 그 순간 머신 헤드의 포로가 되버릴 만큼 여전히 강한 매력을 발산하며, 'White Knuckle Blackout'에서의 곡 중간 중간 롭 플린(Robb Flynn)의 개성 넘치는 랩핑 역시 그대로이며, ‘Kick You When You're Down'에서 로건 메이더(Logan Mader)의 빈자리를 채운 아루 러스터(Ahrue Luster)의 기타 사운드 역시 주목할 만 하다. 또한 'Only The Name'에서는 지금까지의 머신 헤드에게서는 들을 수 없었던 사이키델릭하면서도 아름다운 연주까지 들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머신 헤드의 모든 것이 이 앨범에 전부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New Order - Republic (Qwest, 1993)

영향력 있던 밴드가 해체한 후 남은 멤버들로 인해 재결합한 밴드 중 이전의 명성을 되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밴드의 해체의 원인이 멤버 중 한 명의 자살로 인한 것이라면 더욱 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명성에 뒤지지 않는 밴드가 바로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의 잿더미 속에서 나온 뉴 오더이다. 신서사이저를 사용한 독창적인 음향, 최첨단 드럼머신의 사용 등 첨단을 달리는 그들의 사운드는 탄탄대로의 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1990년 이들은 멤버 각자의 솔로 활동을 위해 밴드를 해체하고 만다. 이 앨범은 해체했던 밴드가 1993년 재결성되어 만든 앨범으로 이전과 같은 상업적 성공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여전히 변함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뉴 오더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밴드 해체설과 불화설 등 각종 루머에 휩싸이게 만든 [Republic]은 10년 동안 변함없는 라인업의 당시 멤버들의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인 앨범으로 여전히 변함없이 한결같은 그들의 음악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세련된 테크노사운드와 전자적인 요소 가득한 드럼 연주는 이 앨범의 지루함을 없애주고 있으며 더욱 모던한 느낌을 전해준다. 곡 구성이 비교적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만 빼면 곡 하나 하나는 전혀 버릴 것 없는 수작이다. 여름에 시원하게 들을 수 있는 편안하고 댄서블한 곡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특히 Time Changes'에서는 의외로 버나드 섬너(Bernard Sumner)의 랩핑도 들을 수 있다.

Rush - 2112 (Mercury, 1976)

완벽한 테크니션 집단에게서 오는 지루함과 무거움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지만 러쉬는 그러한 징크스를 깨뜨린 밴드 중 하나이다. 심오한 가사와 킹 크림슨(King Crimson)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을 혼합시킨 듯한 이들의 음악은 초반에는 그다지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으나 [2112]를 발매함과 동시에 화려한 날개짓을 시작하게 된다. 앤 랜드의 소설 ‘Anthem'에 기반을 둔 미래지향적인 [2112]는 비인간적인 하이테크놀로지 사회에 대항하는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컨셉앨범인데 이는 이후 러쉬의 음악적 기본 바탕이 된다. 20분이 넘는 대곡 ‘2112’ 한 곡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곡은 7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광활한 우주의 적막을 깨는 강렬한 기타 연주의 ‘Overtune', 찢어질 듯한 게디 리의 보컬이 인상적인 ‘The Temple Of Syrix’, 처음으로 음악을 발견한 기쁨을 잔잔한 기타 선율로 표현하고 있는 ‘Discovery’, 오페라틱한 게디 리의 보컬이 자유자재로 독재자와 싸우는 'Presentation', 도피하는 자의 슬픔을 절규어린 목소리로 표현하는 'Oracle'과 'Soliloquy', 비장감 넘치는 기타 리프가 기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는 ‘Grand Finale'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도 동양적인 느낌 가득한 ‘A Passage To Bangkok', 편안한 듯 하면서도 휘몰아치는 강렬한 임팩트를 느낄 수 있는 연주가 끝을 알리는 'Something For Nothing' 등에서는 첫 번째 곡과는 다른 또 다른 러쉬를 느낄 수 있다. 러쉬의 앨범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명반이다.

Sex Pistols - Never 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 (Warner, 1977)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펑크의 시대를 몰고 온 밴드 섹스 피스톨즈의 데뷔앨범으로, 영국 정치와 사회에 대한 조소와 비난 덕분에 전 영국을 들끓게 만든 문제의 싱글 'Anachy In The U.K', 영국 왕실에 대한 비판을 담아 금지곡이 되었던 ‘God save The Queen’ 등이 담겨 있어 더욱 강력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음악은 물론이거니와 강렬한 펑크 정신과 ‘시드와 낸시’의 독특한 사랑 역시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물론 1995년 재결성하긴 했지만 시드 비셔스(Sid Visious)가 죽기 전) 이들의 유일한 정규앨범이기 때문에 더욱 소장 가치를 높이고 있는데 도저히 70년대 음악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이들의 혁신적인 시도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에게 귀감을 줄 만하다. 진정한 펑크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이 음악을 들어라.

Smashing Pumpkins - Gish (Virgin, 1991)

잘 다듬어지지 않은 듯 하면서도 그것 자체가 매력이 되는 스매싱 펌킨스의 데뷔앨범으로 사이키델릭한 기타 사운드와 담백하면서도 개성 있는 빌리 코건(Billy Corgan)의 보컬이 돋보인다. 이 앨범은 발매되자마자 모던락 차트에서 히트를 기록하지만 같은 해 발매된 너바나(Nirvana)[Nevermind]의 빛에 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불운의 앨범이다. 두 번째 앨범 [Siamese Dream]이 이들을 세계적인 밴드로 이름을 알린 계기를 마련한 좀 더 대중적인 곡들 위주라면 이 앨범은 뛰어난 음악적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의성어를 조합시키는 것을 좋아하는 빌리의 취향도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 앨범 타이틀부터 물건을 휘두를 때 나는 소리인 'Swish', 개에게 공격하라는 신호인 'Sic'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경쾌한 드럼 비트가 곡의 시작을 알리는 ‘I Am One', 거친 기타 리프 속에 소름끼칠 정도로 오싹한 슬픔이 숨겨져 있는 'Siva', 빌리의 우울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보컬이 저절로 슬픔을 자아내는 ‘Rhinoceros’ 등 이 불운의 데뷔앨범은 시애틀 그런지와는 차별화되는 시카고 출신의 스매싱 펌킨스만의 독특하면서도 슬픈 사운드를 가득 담고 있다. 프로듀서는 너바나의 [Nevermind] 프로듀싱을 맡은 부치 빅.

Van Morrison - Astral Weeks (Warner, 1968)

기타, 드럼, 색소폰, 하모니카 등의 악기 연주는 물론 싱어송 라이터인 아일랜드의 저항시인 밴 모리슨의 명반 중 하나로 뒤늦게 발매되어 안타까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전하는 앨범이다. 뛰어난 작곡 능력과 보컬, 완벽한 하모니 등 천재적인 뮤지션 밴 모리슨의 능력이 마음껏 발휘되는 이 앨범은 어쿠스틱한 포크 선율 위에 드라마틱하면서도 절제된 보컬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그야말로 완성도 100%의 곡들이 담겨 있다. 제이 베리너(Jay Berliner)의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와 독특한 울림을 주는 보컬이 애절한 동명 타이틀 ‘Astral Weeks'는 빈 곳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꽉 짜여진 느낌을 주는 구성을 지니고 있으며, 'The Way Young Lovers Do'에서 존 페인(John Payne)의 플룻과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는 곡의 경쾌함을 더해준다. 이 밖의 모든 곡들이 각자의 개성이 조화를 이루어 멋지고 아름다운 곡들로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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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키노 > 매니아 추천앨범


매일 수많은 음반들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음악을 듣는 우리들 역시 하루하루 거기에 따라가기가 벅찬 것이 사실이다. 신보를 구입해놓고 몇 번 듣지도 못한 채 또 다른 앨범을 들어야 하니 이야말로 원통해할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몇 년 전 구입한 앨범들은 새롭게 선보이는 신보들 틈바구니에서 맥도 못 추고 저 깊숙한 곳에 숨어서 당신을 노려볼지도 모른다. 제발 날 좀 한번 쳐다봐 달라고... 그 앨범들도 처음에는 닳고 닳도록 들으며 동고동락했을 터인데 지금에 와선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한 때 연인보다 더 열렬히 사랑했던,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또는 정말 명반인데 모르고 지나쳐 갔었던 앨범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아마도 여기 소개하는 앨범들은 모두가 나름대로 매니아 정신에 입각해 들었던 것들일 것이다. 그 때의 그 매니아 정신을 다시 한번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저 멀리... 저 높이...

글 / 문양미 in changgo.com
디자인 / 정미선 in changgo.com

Belle & Sebastian - The Boy With The Arab Strap (Matador , 1998)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 출신의 8명의 멤버로 구성된 벨 앤 세바스찬의 세 번째 앨범으로 앨범 타이틀에 명시된 ‘아랍 스트랩’은 성기구의 일종. 이들은 이 앨범으로 차트 12위까지 올랐으며 브릿 어워즈에서 ‘Best Newcomer'에 오르기도 하는 등 이들을 오버그라운드로 진출하는데 한 몫 톡톡히 한 앨범이다. 초록색 바탕에 한 소년이 가슴에 화살을 맞은 앨범 자켓 역시 사람들의 입에 수없이 오르내린 부분. 전작까지의 이들이 달콤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순수한 포크 사운드를 보여주었다면 이 앨범에서는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 스트링이 전면에 나선 챔버팝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로 인해 리더인 스튜어트 머독(Stuart Murdoch) 뿐만 아니라 멤버 전원의 색깔이 앨범에 고루 나타난 확실한 팀웍을 보여준다. 물론 벨 앤 세바스찬 특유의 맑고 아름다운 포크 사운드 안에 재치 있는 가사를 통한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시선은 그대로 담겨 있다. 이번 앨범 역시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겪는 일들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곡들로 가득 차 있다. 동명 타이틀인 ‘The Boy With The Arap Strap'은 교도소에 갖힌 친구에 대해 더럽고 악취 나는 사람이라고 표현함과 동시에 그 고립된 작은 방 안에서 고뇌하는 고독한 친구의 모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또한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주의는 물론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적 자유로움에 대해서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것은 어쩌면 그들 자신에 대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렇게 가슴에 화살이 박힌 채 괴로워하고 있다. 시니컬한 표정을 지은 채 우리를 쳐다보며...

Derek & The Dominos - Layla & Other Assorted Love Songs (Plydor , 1970)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 첫 번째 솔로앨범 발표 후 결성한 밴드인 데렉 앤 더 도미노스는 바비 휘트록(Bobby Whitlock, 키보드), 칼 레이들(Carl Radle, 베이스), 짐 고든(Jim Gordon, 드럼), 에릭의 막강한 라인업으로 현재까지도 사상 최대라고 불리우는 블루스앨범인 [Layla & Other Assorted Love Songs]를 발표하였다. 이 앨범은 이전에 야드버즈(Yardbirds), 크림(Cream), 블라인드 페이쓰(Blind Faith) 등에서 보여주었던 에릭의 연주와는 사뭇 다른 스타일로 미국 남부 특유의 단단함 안에서의 연주를 시도하는데 에릭과 듀언 올맨(Duan Allman)의 슬라이드 기타는 정말 환상적이다. 미국 특유의 컨츄리한 락 사운드가 돋보이는 ‘I Looked Away', 진정한 블루스의 고전이 되어버린 ‘Key To The Highway',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곡을 리메이크한 ‘Little wing' 등 명곡들로 가득하지만 이 앨범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Layla'이다. 이 곡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였던 비틀즈(Beatles)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부인 패티 해리슨(Patti Harrison)에게 간접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만든 러브송인 격이다. 서정적이고 가슴을 적시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 한 구석이 애틋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Doors - The Soft Parade(Remastered) (Elektra , 1969)


60년대 비틀즈와 더불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던 밴드 도어즈. 그들의 이름은 언제 들어도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 편안한 사운드로 대변되는 비틀즈와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짐 모리슨(Jim Morrison)의 깊이 있는 목소리와 레이 만자렉(Ray Manzarek)의 잔잔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키보드 선율은 도어즈 음악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98년 라미스터링되어 재발매된 [The Soft Parade]는 도어즈의 다른 앨범들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받긴 하지만 인생의 참 맛을 알고 싶다면 이 앨범을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몽환적이고 환각적인 사운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평범한 사운드이긴 하지만 다른 앨범들이 워낙 완성도가 뛰어나서 그렇지 전체적으로 편안함으로 일관된 또 다른 도어즈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Dream Theater - Live Scenes From New York (Elektra , 2001)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그래서 어찌 보면 이질감마저도 들게 만드는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의 'Metropolis 2000 Tour'의 마지막 종착지인 뉴욕에서의 실황을 담은 이 앨범은 발매 전부터 미국 테러 사건의 중심지인 무역센터가 활활 타고 있는 자켓으로 인해 예언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정도로 이슈가 되었었다. 이전에 발표했던 두 장의 라이브앨범 [Live At The Marquee][Once In A Livetime]에 비교했을 때 이 라이브앨범은 보다 성숙된 그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스튜디오 녹음 때와는 달리 스스로 공연 자체를 즐기는 자유로움과 그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연주와 노래는 대중들과 함께 하나로 어우러져 있으며 딱딱한 긴장감을 완화시킨다. 특히 이 앨범은 3장의 Enhanced Cd로 이루어져 있어 영상 트레일러를 볼 수 있으며 99년 발표한 앨범 [Scenes From New York]에서처럼 의도적으로 컨셉 형식을 취하고 있어 일관성을 보여준다. 첫 곡 ‘Regression'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최면술사 켄트 브로드허스트(Kent Broadhurst)가 곡 중간 중간 나레이션을 해주며 'The Spirit Carries On'에서 12명의 가스펠 합창단과 테레사 토머슨(theresa Thomason)이 영혼으로 부르는 소울 느낌의 이 곡은 가장 아름답고 강한 인상을 남긴다.
Eels - Souljacker (Dreamworks , 2001)

무엇보다 먼저 단순한 듯 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앨범 자켓이 인상적인 이 앨범은 실험성 가득하고 맛깔스러운 로 파이 사운드로 세상의 아름다움과 혼돈을 노래하는 뱀장어 일스의 네 번째 앨범임과 동시에 베이시스트 타미 월터(Tommy Walter)가 탈퇴하고 이(E, 보컬, 기타, 피아노), 존 패리쉬(John Parish, 기타), 쿨 지 머더(Cool G Murder, 베이스), 부치 노턴(Butch Norton, 드럼)의 새로운 라인업으로 재개한 첫 번째 앨범이다. 이 앨범에서 일스는 전작에서처럼 지글거리는 기타 연주와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보컬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좀 더 다채로워지고 화려해짐은 물론 기타 연주 역시 더욱 거칠어졌으며 불규칙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이는 E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존의 역할이 큰데 그로 인해 일스의 이 앨범은 다소 펑크락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물론 완전히 펑크락이라고 하기에는 E의 보컬이 너무 얌전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일스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무기는 바로 E의 얌전한 듯 하면서도 거침없이 내뱉는 보컬이 주는 매력에 있다. 이는 첫 번째 곡 ‘Dog Faced Boy'에서부터 발산되며, 이어지는 장난스러운 보컬과 퍼커션의 조화, 지글거리는 기타 사운드의 That's Not Really Funny', 도입부부터 등장하는 현악기의 아름다운 선율과 단순함을 없애주는 드러밍에 어울리는 무미건조한 듯 하면서도 따뜻한 보컬이 포근하게 하는 Fresh Feeling' 등 앨범 곳곳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벡(Beck)과 비교되지만 결코 벡과 같을 수는 없는 일스만의 독특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광기어린 앨범이다.

Fleetwood Mac - Rumours (Reprise , 1977)


수많은 멤버 교체에도 불구하고 정말 오랜 시간동안 밴드를 유지해 오고 상업적으로도 가장 성공한 플루트우드 맥의 [Rumours]는 70년대 팝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아이템으로 감히 명반이라고 말한다. 77년 각종 차트의 상위권에 랭크되고(31주 동안 차트 1위 유지) 3천만장의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엄청난 상업적인 성공과 더불어 음악성까지도 인정받는 플리트우드 맥의 최전성기 시절의 앨범이다. 밴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수많은 블루스 기타리스트들의 우상이었던 피터 그린(Peter Green)의 아름다운 기타 선율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 한 가지 단점이긴 하지만 나머지 멤버들의 활약은 이 단점을 충분히 덮어주고도 남는다. 프론트맨의 탈퇴는 보통 팀의 와해나 해체로 이어지지만 이들의 경우는 그러한 징크스를 깨뜨린 예이다. 물론 워낙 많은 멤버가 교체되다 보니 이미 익숙해져버렸을지도 모르지만... ‘Don't Stop', 'Go You Own Way', 'Dreams', 'You Make Loving Fun' 등 히트곡들이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이들은 경쾌하고 화사하며 때론 몽환적이기도 한 다양한 느낌을 주는 이 앨범으로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Gary Moore - Ballads & Blues(1982-1994) (Charisma , 1995)


게리 무어의 블루스적인 감성이 잘 묻어나 있는 베스트앨범으로 다소 상업적이라는 평도 있지만 게리의 히트곡들을 통해 그의 음악세계를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 방법으로 택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에는 당시 ‘One Day', 'With Love(Remember)', 'Blue For Narada' 등 세 곡의 신곡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BBC 밴드에서 함께 활동했던 잭 브루스(Jack Bruce, 베이스) 진저 베이커(Ginger Baker, 드럼)가 신곡의 작업에 참여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대중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Still Got The Blues', 독특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을 아리게 하는 고전적인 느낌의 보컬이 감각적이면서도 허무한 느낌을 주는 'Empty Rooms', 게리의 숨막히는 연주가 절정을 이루는 'Parisienne Walkways' 등 듣기 편하고 애잔한 블루스 곡들만 모아놓은 말 그대로 'Ballads & Blues'인 앨범이다.

Halford - Crucible (Metal-Is , 2002)


메틀의 신 롭 핼포드(Rob Halford)의 두 번째 솔로앨범으로 ‘노병은 죽지 않는다’고 했던 구절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물론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때의 최전성기 시절에 비하겠냐마는 이 나이에 이 정도면 정말 그는 여전히 메틀의 신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는지... 헤비메틀이 차츰 소멸되어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 앨범은 여하튼 반가움을 전한다. 결국 모든 것은 본질로 돌아간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한 예가 아닐까 싶다. 끊임없는 음악적 열정과 상업적 성공여부를 뒤로한 채 게을리 하지 않는 그의 음악적 노력과 활동, 계속되는 투어는 음악 자체를 뒤로하더라도 가히 본받을만하며 다시 한번 수많은 뮤지션들을 반성하게 만들 것이 틀림없다. 이번 앨범은 마이크 클래치악(Mike Chlasciak, 기타), 패트릭 라흐만(Patric Lachman, 기타), 레이 리엔도(Ray Riendeau, 베이스), 바비 자좀벡(Bobby Jarzombek , 드럼)의 라인업을 갖추고 만들었다. 그는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며 강렬한 파워를 자랑하는 그의 폭발적인 목소리는 강하다 못해 살벌할 정도이다. 다소 스피드가 줄어들긴 했지만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서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 않을까. 동명 타이틀곡으로 롭의 폭발력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보컬과 바비의 파워 드럼이 여전한 ‘Crucible', 미드템포와 다소 약한 듯 한 느낌이 또 다른 편안함을 주는 ‘Crystal', 테크니컬한 롭의 보컬을 느낄 수 있는 ‘Betrayal' 등이 추천 트랙이다.

Nine Inch Nails - Broken (Nothing/Inters , 1992)

나인 인치 네일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EP로 가장 강렬한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내뿜는 앨범이다.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 혼자서 모든 작업을 해내는 그의 천재성은 물론 이 앨범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메틀, 펑크, 힙합, 테크노 사운드를 하나로 버무리는 것이 아닌 완전히 자기만의 색깔로 새롭게 재창조해내는 그의 능력은 가히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다. EP임에도 정규 앨범보다 더욱 더 소장 가치를 높이고 있는 이 앨범은 첫 곡 ‘pinoin'에서부터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이는 이 앨범 최고의 히트곡 'Wish'에 이르면 더욱 강렬한 임팩트를 내뱉으며 온몸의 세포를 쭈삣쭈삣하게 세워놓는데 이 긴장감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집중력을 내포하고 있다. 절대 단순하지 않은 곡 구성은 결코 지루함이라는 걸 생각지 않게 하며 노이지한 기타 사운드와 질주하는 듯 한 드러밍, 무언가를 파괴하는 듯한 보컬은 가히 폭발력을 가지며 신선한 자극을 준다. 이어지는 곡 ‘Last’에서 역시 거칠고 노이즈 가득한 기타 리프가 인상적이며, 어쿠스틱한 사운드의 기타 연주를 들려주는 ‘Help Me I Am In Hell'에 이어 또 다른 히트곡 ‘Happiness In Slavery'에 이르면 가학적인 제목과 노랫말처럼 사운드 역시 가학적 사운드의 극단을 보여준다. 인간의 몸뚱아리가 가루로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한 이 곡의 뮤직비디오 역시 압권이다. 총 6곡 이외에도 이 앨범에는 ‘Physical’, 'Suck' 등 두 곡의 히든 트랙이 숨겨져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Pink Floyd - The Wall (Capitol , 1979)


아마도 명반이 가장 많은 밴드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핑크 플로이드를 선택할 것이다. 지금 이야기하는 [The Wall]은 물론 [Ummagumma], [Dark Side Of The Moon], [Wish You Were Here] 등 아마도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은 대부분이 명반이 아닐까 한다. 그만큼 어떤 앨범을 선택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이다. 핑크 플로이드가 다른 뮤지션과 대비되는 것은 바로 방대한 구성의 컨셉 앨범의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것과 음의 공간적인 측면을 아주 잘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음악에는 바로 거대한 공간과 그 공간이 여백의 미가 존재한다. 이를 음향학적으로 표현해낸다. 단순히 음악이라기보다는 광범위한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The Wall]은 진정한 종합예술의 미학을 가르쳐준 앨범으로 [Dark Side Of The Moon]과 함께 핑크 플로이드 최대의 히트작으로 나중에 영화로도 제작된 로저 워터스(Roger Waters)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 나르시스적인 대작이다. 가사와 함께 순서대로 음미해야 그 의미를 제대로 간파할 수 있는 이 앨범은 ‘핑크’라는 인물로 대변되어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린 시절, 형식화된 제도 교육 속에서 괴로워하는 학창 시절, 불행한 결혼 생활, 락스타로서의 성공 뒤에 오는 허탈감과 단절감 등을 한 편의 서사시로 보여준다. 인간의 고독과 절망, 기계화 된 시대의 인간 소외, 교육제도의 모순 등 이 앨범은 1970년대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인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유력한 음악 잡지 ‘롤링스톤지가 선정한 세계의 명반 10’에도 선정된 적이 있다.

Rage Against The Machine - Rage Against The Machine (Epic , 1992)


잭 데 라 로차(Zack De La Rocha)가 밴드에서 탈퇴한 후 잔여 멤버들과 크리스 코넬이 오디오 슬레이브(Audio Slave)라는 이름으로 현재 새로운 활동을 재개하고 있지만 역시나 이전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파워에는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앨범은 잭 데 라 로차의 무서울 정도로 내지르는 보컬과 신기어린 독특한 스타일의 탐 모렐로(Tom Morello)의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가장 그들다운 사운드의 데뷔앨범이다. 분신자살하는 승려의 모습이 그려진 자켓에서부터 이들이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바로 밴드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계에 대한 분노와 미국의 문화적 제국주의와 기존 체제에 대한 반발이며 정부의 억압에 반항하는 좌익주의적인 외침이다. 부클릿에 타이틀 ‘Killing In The Name'의 가사가 삽입되지 않은 것도 이러한 기계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발언과 행동으로 비난과 환호를 동시에 받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에 대한 그리움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그러한 그리움을 다시 한번 그들의 영광을 재현해 줄 이 음악을 통해서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흑인 인권운동가인 말콤 엑스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언급하면서 억압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대변하며 개혁을 선언하는 ‘Wake Up', 인디언 인권 운동가인 레오나드 펄셔를 통해 겁 없이 체재 위협적인 발언을 해대는 'Freedom' 등 그들의 명성을 유지하게 해준 음악들과 함께 말이다.

Radiohead -Pablo Honey (Capitol , 1993)


2000년 온갖 난해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Kid A]라디오헤드가 싫다면, 아니 아무리 익숙해지려고 듣고 또 들어도 전혀 다가갈 수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다시 한번 그들의 데뷔 앨범 [Pablo Honey]를 듣고 그들의 노선과 음악적 방향성을 되짚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처음 영국에서 발매 당시에는 전혀 누구하나 거들떠도 보지 않던 이 앨범이 리믹스되어 재발매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으로 커다란 인기를 얻게 되자 비로소 영국에서도 발매가 된, 자국인 영국보다 미국에서 훨씬 많은 인기와 음악성을 인정받은 라디오헤드와 그들의 앨범. 너바나(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과 맞먹을 정도로 큰 인기를 구가하는 것은 물론 전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며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중독성 강한 타이틀 ‘Creep'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몇 배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젠 너무 지겹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초기의 라디오헤드를 그리워하는 이라면 한번 쯤 다시 들어보는 것도 이 가을에 어울리는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한다. 처절할 정도로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절규 어린 탐 요크(Tom Yoke)의 보컬과 잘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거친 기타 톤이 쓸쓸한 가을을 더욱 애절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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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키노 > 매니아 추천앨범 2

매일 수많은 음반들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음악을 듣는 우리들 역시 하루하루 거기에 따라가기가 벅찬 것이 사실이다. 신보를 구입해놓고 몇 번 듣지도 못한 채 또 다른 앨범을 들어야 하니 이야말로 원통해할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몇 년 전 구입한 앨범들은 새롭게 선보이는 신보들 틈바구니에서 맥도 못 추고 저 깊숙한 곳에 숨어서 당신을 노려볼지도 모른다. 제발 날 좀 한번 쳐다봐 달라고... 그 앨범들도 처음에는 닳고 닳도록 들으며 동고동락했을 터인데 지금에 와선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한 때 연인보다 더 열렬히 사랑했던,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또는 정말 명반인데 모르고 지나쳐 갔었던 앨범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아마도 여기 소개하는 앨범들은 모두가 나름대로 매니아 정신에 입각해 들었던 것들일 것이다. 그 때의 그 매니아 정신을 다시 한번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저 멀리... 저 높이...

글 / 문양미 in changgo.com
디자인 / 정미선 in changgo.com

Bob Marley - Catch A Fire(Deluxe Edition) (Tuff Gong, 1973)

밀라노에서 교황보다 많은 군중을 모으고 7명의 여인에게서 11명의 자식을 낳고 3,000만 달러의 재산을 남기고 녹색종이라는 희귀병으로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세계적인 뮤지션 밥 말리의 첫 번째 앨범으로 피터 토시(Peter Tosh), 버니 리빙스턴(Bunny Livingstone)이 함께 하여 전세계에 레게를 알리는 계기를 마련함은 물론 웨일러스(Wailers)라는 밴드명을 국제적으로 인식시키게 된 앨범이다. 드넓은 백사장과 높은 하늘로 대변되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흑인들의 빈민 소굴지이기도 한 자메이카 출신인 밥은 이 앨범과 이후 계속해서 발표한 앨범들을 통해 ‘자메이카 = 레게’라는 공식을 안착시킨 세계적인 뮤지션일 뿐만 아니라 영적인 지도자로서의 역할까지 한 그의 역할은 짧은 생애였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밥 말리’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고 감으로써 수많은 추종자들을 양산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 앨범은 특히 2001년 리마스터링되어 'Island Records'에서 재발매되어 두 곡의 보너스트랙까지 담겨있는데 바로 ‘High Tide Or Low Ride’와 ‘All Day All Night’가 그것이다. 절로 어깨를 흔들게 만드는 흥겹고 독특한 리듬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흥얼거리듯 내뱉는 보컬이 블루스적인 필도 느끼게 하는 ‘Concrete Jungle’, 일정한 규칙에 의해 반복되는 리듬 라인이 곡을 이끌어 가는 ‘400 Years’, 앨범 발표 당시인 70년대를 그대로 연상시키는 여성 코러스와 심벌을 최대한 이용하여 유치한 듯 하면서도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Baby We've Got A Date' 등 이 앨범 수록곡을 통해 그는 스스로 ‘빈민굴의 락’이자 ‘반동의 음악’을 노래한다.


Eric Clapton - Eric Clapton(Remaster) (Polydor, 1970)

이미 전세계의 기타 매니아들에게는 물론 일반 대중들에게도 인정받은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의 솔로 데뷔앨범으로 이전 야드버즈(Yardbirds), 크림(Cream), 블라인드 페이쓰(Blind Faith)에서 이미 기타리스트로서의 기량을 충분히 쌓아오고 선보인 후 발표한 좀 더 편안하고 인간적인 측면에 기대고 있는 앨범이다. 그는 이 앨범에서 이전 밴드에서 보여주었던 테크니컬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연주인으로서의 역량보다는 송라이팅과 다른 멤버와의 화합에 더욱 정진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그의 기타리스트로서의 자신감과 인간미 넘치는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가 기타리스트로서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아주 편안하고 듣기 좋은 멜로디를 선사하는 작곡가와 별 꾸밈없음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매력을 주는 보컬리스트로서도 인정받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그에게서 풍기는 이미지는 다른 뮤지션들과는 달리 성격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느낌이지 않은가. 물론 이런 푸근한 느낌은 최근 배나오고(?) 너털웃음 짓는 모습에서 더 느낄 수 있지만 이 앨범에서도 세상 살아가는데 별 욕심 없어 보이는(사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의 모습은 여전히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앨범 자켓에서처럼 아무리 무게 있게 폼 잡고 앉아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시작부터 경쾌한 느낌을 주는 ‘Slunky’에서의 블루스 리듬은 트럼펫터 짐 프라이스가 그 흥겨움을 더해주는데 짐과 에릭의 협연은 꽉 짜여져 있는 완벽함보다는 즉흥적인 임프로바이제이션의 매력을 맘껏 발산시키고 있으며, ‘Bad Boy’에서의 끈적이는 기타 리프와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느긋하고 여유 있는 보컬은 일종의 관록미까지 느끼게 한다. 특히 녹음이 무성하고 활기가 넘치는 한여름 해변가를 연상시키는 시원스러운 보컬과 함께 이 앨범에서 그나마 가장 긴 기타 솔로를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트랙 ‘Let In Rain’은 이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Fear Factory - Digimortal (Roadrunner, 2001)

데쓰메틀의 강렬함과 인더스트리얼의 차가움을 동시에 내재하는 퓨전 사운드로 90년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피어 팩토리의 네 번째 앨범으로 초기 데쓰메틀적인 느낌보다는 하드코어적인 사운드를 시도하고 있다. 독특한 앨범 자켓에서부터 연상되는 인간과 테크놀로지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유전자 복제로 인한 불안감과 환경파괴로 인해 예견되는 공포감은 피어 팩토리의 음악적 원천임과 동시에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차갑고 비인간적인 기계적인 느낌을 테크놀로지에 의존하지 않고 밴드 스스로의 기량으로 디지털 사운드를 만들어냄으로써 이들의 확고한 의지를 결연시켰다. 이번 앨범에서 역시 그러한 내용은 변함이 없으며 단지 그 내용을 담아내는 그릇, 사운드면에서의 변화가 있을 뿐이다. 결국 피어 팩토리는 변하지 않는 영원한 피어 팩토리인 셈이다. 그들은 역시나 전자음악의 요소를 배제한 채 심플하고 깔끔한 사운드로 곡을 진행시키고 있는데 디노 카자레스(Dino Cazares)의 건조한 기타 리프와 레이몬드 헤레라(Raymond Herrera)와 크리스찬 올데 울버스(Christian Olde Wolbers)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리듬 라인은 그대로이다. 단지 버튼 C. 벨(Burton C. Bell)의 데쓰메틀적인 그로울링이 좀 더 하드코어적인 보컬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앨범은 전체적으로 좀 더 유연한 멜로디를 양산시키고 있다. 그루브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What Will become', 건조한 기타 리프와 공격적인 드러밍이 파괴적인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창출해내는 ‘Damaged', 속사포적인 드러밍과 보컬 역시 헤비함의 전형인 동명 타이틀 ‘Digimortal’, 복잡한 아이디어를 결속해주는 것을 뜻한다는 첫 싱글 ‘Lynchpin’ 등 이 앨범에서 피어 팩토리는 전체적으로 멜로디를 중요시하고 있으며 그것은 인더스트리얼의 차가움에서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Jamiroquai - Travelling Without Moving (Work, 1996)

펑크적인 사운드에 애시드 재즈, 소울, R&B, 힙합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혼합하여 그들만의 사운드를 만들어낸 자미로콰이의 데뷔앨범 [Emergency On Planet Earth]가 영국 앨범 차트의 정상을 차지하면서 영국에서 그들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면 세 번째 앨범 [Travelling Without Moving]은 그들을 전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발굴림하게 만든 계기를 마련해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가장 자미로콰이다운 앨범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상업적인 성공과 더불어 음악성마저 인정받고 있는데 무대에만 서면 독특한 춤을 보여주는 제이슨 제이 케이(Jason Jay Kay)의 소울풀한 보컬이 가장 돋보인다. 물론 제이슨은 이에 대해 자미로콰이는 원맨 밴드가 아니라 멤버 모두가 조화를 이룬 팀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밴드라고 말을 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동안 1집과 2집에서 탄탄하게 쌓아온 연주력을 바탕으로 이 앨범에서는 그들이 진정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는데 실험정신 가득한 음악들은 언제 들어도 펑키한 느낌이 물씬 풍기면서도 듣는 이를 기분 좋게 만든다. 제이슨의 말로는 ‘When You Gonna Learn'의 Part 2 정도가 될 것이며 그루브한 멜로디와 고심한 가사들의 결합체라고 하는 타이틀 곡 ‘Virtual Insanity'에서부터 70년대의 디스코 사운드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듯한 신나는 ‘Cosmic Girl', 경쾌한 타악기 연주가 곡의 시작을 알리는 라틴리듬의 ‘Use The Force', 경건하고 심오한 드럼 비트와 날카롭게 울부짖는 듯한 현악 선율이 어떤 슬픔을 가져오는 ‘Everyday’ 등 뭐라고 규정하기 힘든 세련됨과 독특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혼합 사운드가 가득하다.

Jane's Addiction - Ritual De Lo Habitual (Warner, 1990)

올 여름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공연 때 함께 내한했던 제인스 어딕션. 레드 핫 칠리 페퍼스만큼의 기대를 갖고 보았던 이들의 공연을 보고 느낀 것은 한마디로 제인스 어딕션은 음악을 정말 잘한다는 것이었다. 결성된 지 10년이 넘는 중견 밴드임에도 우리나라에서의 인지도는 요즘 새로이 등장하는 신인밴드보다도 기억해주지 않은 이들이지만 그만큼 골수 매니아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이들이 바로 제인스 어딕션일 것이다. 그만큼 천재적일만큼 사이코 집단 제인스 어딕션의 음악은 사람들의 발길을 묶어두는 흡입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마력은 다른 무엇도 아닌 이들의 뛰어난 음악성 때문이다. 혹자가 표현하듯 ‘정말 센세이셔널 하고, 주술적이며, 파격적이고 컬트적’이다. 이 앨범은 이들의 두 번째 앨범으로 완성도 높은 음악성과 독특한 컨셉, 평론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한 안타까운 앨범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조차 판매량이 저조한 이유를 모르겠지만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뉘앙스와 깊이가 느껴지는 심오한 멜로디가 대중성과는 별 인연이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페리 파렐(Perry Farrel)의 비음 섞인 독특한 고음의 보컬과 날카롭고 타이트하게 전개되는 데이빗 나바로(David Navaro)의 기타 연주, 에릭 애버리(Eric Avery)와 스티븐 퍼킨스(Stephen Perkins)의 그루브한 리듬감은 이들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데이빗의 펑키한 기타 리프가 귀에 가장 잘 들어오는 대중적인 곡 ‘Been Caught Stealing', 도입부의 나레이션부터 주술적인 느낌을 주는 'Three Days', 여백 없이 꽉 찬 듯한 타이트한 연주가 집중력을 높게 만드는 마지막 곡 'Classic Girl' 등 앨범의 매끄러운 곡 구성과 더불어 하나도 버릴 곡이 없는 완성도 높은 앨범이다.


Nickelback - Silver Side Up (Roadrunner, 2001)

99년 발매된 니켈벡의 두 번째 앨범 [State]가 코어적인 사운드와 하드락적인 사운드가 뒤섞여 정체불명의 사운드를 만들어냈다면 세 번째 앨범 [Silver Side Up]는 애매모호했던 코어 사운드는 사라지고 하드락적인 면모로 탈바꿈한 채 포스트 얼터너티브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96년 발매된 이들의 데뷔앨범 [Curb]가 캐나다에서의 이들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면 코어적인 사운드에 헤비니즘을 덧입힌 두 번째 앨범은 이들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발굴림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훨씬 하드해지고 헤비해진 대망의 세 번째 앨범 [Silver Side Up]은 이들에게 커다란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앨범은 발매 전부터 첫 싱글 ‘How You Remind Me’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뒤로 비상한 관심을 끌었으며, 빌보드 차트 1위까지 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하드함을 바탕으로 멜로디 위주의 사운드를 펼치고 있는데 자칫 촌스러움을 유발하여 너무 자주 들으면 지루해질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대중적으로 다가가기에는 쉬운 듯하다. 특히 이는 ‘How You Remind Me'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데 몇 번만 들어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는 이들의 성공을 이미 예견하고도 남을 만큼 친숙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크리드(Creed)라이브(Live)의 중간 지점에 있는 듯한 채드 크로거(Chad Kroeger)의 감각적이면서도 감미로운 보컬은 니켈백 자체는 물론, 이 앨범의 음악적 스타일을 규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한 기타 리프위에 오버더빙되는 이색적인 보컬이 재미를 주는 ‘Woke Up This Morning’, 앨범의 시작부터 끝까지 초지일관 강렬한 락필을 느끼게끔 하는 연주와 역시 이에 잘 따라가는 보컬이 신선함을 주는 ‘Too Bad’ 등도 추천 트랙이다.

Nirvana - Mtv Unplugged In New York (DGC, 1994)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세상을 떠난 후 발매되어 상업적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이만큼 너바나의, 아니 커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앨범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너바나의 팬이라면 당연히 소장하고 있어야 할 가치 있는 앨범이다. 공연 당시 커트가 공연장의 분위기를 직접 연출했는데 공연장에는 백합과 촛불 등 장례식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가득 매워져 있었다고 한다. 너바나의 팬들에게는 너바나 최고의 앨범이라는 찬사는 물론 정규앨범보다도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앨범으로 곡 중간 중간 이야기하는 커트의 목소리 역시 공허한 듯 하면서도 매혹적이며 노래할 때의 그의 목소리는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왠지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환호하는 관객들의 박수 소리와 간간히 들리는 커트의 기침 소리가 어우러져 더욱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이 공연 후 얼마 안 지나서 그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놔둔 채 혼자 떠났는데 아마도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절함을 감출 수 없다. 데뷔앨범 [Bleach]에 수록되었지만 국내에서는 꾸준히 사랑을 받은 다소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듯하지만 수많은 관객들의 환호를 자아내는 ‘About A Girl’, 커트의 절규하는 듯한 보컬이 듣는 이 조차 힘겹게 만드는 ‘Pennyroyal Tea’, 마지막 곡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까지 한 곡도 버릴 것 없는 그야말로 100%의 만족감을 안겨줄 것이다. 커트의 분노, 호소, 절규가 그대로 담겨 있는 너바나 최고의 앨범.


Paul McCartney - Driving Rain (Capitol, 2001)

국내에서는 존 레논(John Lennon)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때문인지 폴 메카트니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존이 편안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라면 폴은 좀 더 까탈스럽고 귀족적인 이미지가 풍기지 않은가. 이러한 것은 분명 대부분의 대중들에게는 반감을 사기 쉬울 테고 말이다. 음악에서는 어떠한가. 사실 둘의 음악적 방향성이 달랐을 뿐이지 누가 더 뛰어나고 누가 더 부족하다고 평가내릴 만한 것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 앨범은 우리나라에서는 좀 뒤늦은 감이 있는 2002년 4월에 발매되었는데 락큰롤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무난할 폴의 칭호를 무색케 하지 않을 정도로 락큰롤 음악들로 가득 차 있다. 물론 고전적인 음악으로 돌아가려 애쓴 흔적이 다분하지만 99년 발표한 [Run Devil Run]에서처럼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척 베리(Chuck Berry), 리틀 리차드(Little Richard), 래리 윌리엄스(Larry Williams) 등 지나치게 대가들의 곡들을 수록하거나,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r), 이안 페이스(Ian Paice) 등의 노익장 역시 과시하지 않는다. 단지 러스티 앤더슨을 통해 젊은 감수성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대가들의 연주가 빠진 이 앨범은 그래서인지 이전 폴의 화려함이 아닌 순수하고 내성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이는 자칫 침잠되어있는 사운드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연륜과 편안함이 두루 묻어나는 앨범이지만 락큰롤답게 첫 번째 곡 ‘Lonely Road'에서부터 전형적인 락큰롤 사운드를 표방하고 있다. 마치 비틀즈(Beatles) 시절처럼 말이다. 하지만 곡들이 고루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어지는 곡 ‘From A Lover To A Friend’에서의 어쿠스틱 사운드는 요즘 부각되고 있는 젊은 감성의 어쿠스틱 사운드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만큼 세련됨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곡 ‘Freedom’은 애초 미국 테러 사건의 기금 마련을 위해 쓰여질 싱글로 만들어졌다.


Queen - A Night At The Opera (Hollywood, 1975)

의 네 번째 앨범인 [A Night At The Opera]는 한 편의 장중한 오페라를 몇 분의 노래에 축약시켜놓은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퀸은 이 앨범을 통해 기존 사이키델릭한 락 사운드에 심취했었던 음악에서 오페라와 락을 접목시킨 오페라락으로의 변모를 시도하였다. 그러한 오페라락은 퀸음악의 대명사가 되었으며 현재 발렌시아(Valensia)발렌타인(Valentine) 같은 추종자들을 만들어내는데도 큰 몫을 했다. 퀸의 가장 대중적인 앨범임과 동시에 퀸 사운드를 한마디로 요약해서 말할 수 있는 이 앨범은 전형적인 오페라락 사운드를 구현하는 ‘Bohemian Rhapsody’,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멜로디로 많은 사랑을 받은 팝 발라드 ‘Love Of My Life’ 등 히트곡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프레디 머큐리 혼자서 코러스까지 모두 소화한 가히 완벽한 오페라 한편이라고 할 수 있는 ‘Bohemian Rhapsody' 한 곡만으로도 퀸이 얼마나 대단한 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잘 짜여진 곡 구성과 웅장한 스케일의 사운드에 반해 감미롭고 아름다운 멜로디, 멤버들의 뛰어난 배킹 보컬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히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명반임에 틀림없다.


U2 - Boy (Island, 1980)

아일랜드의 락음악을 전세계적인 위치로 끌어올려놓은 우상 유투의 데뷔앨범으로 완성도 높은 이들의 뛰어난 음악성을 이 앨범에서부터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핍박과 피의 역사 아일랜드를 휴머니즘적인 생각으로 소박하게 노래하는 정치적인 신념은 유투 음악의 바탕에 깔려있는 기본적인 사상이며 이는 곧 조국 아일랜드의 수많은 사람들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다. 온갖 난잡한 사운드가 혼재되어 있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보통 데뷔앨범과는 확연히 차이를 드러내는 이 앨범은 데뷔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유투의 노선을 확실하게 대중들에게 인식시켜주는 그야말로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유투의 이후 발표한 앨범들만큼 상업적인 성공과 호평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다른 앨범들이 워낙 명반이어서 그렇지 이 앨범 역시 앨범 음악적인 아이템과 사운드적인 연출 면에서는 유투의 진가를 확실히 발휘한 수준 높은 음악성을 자랑하고 있다. 앨범 자켓의 인물은 보노의 집근처에 살았던 소년의 모습으로 앨범 타이틀 [Boy]와 아주 잘 어울리는 맑고 깨끗한 이미지의 미소년의 이미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보노의 독특하면서도 사람을 끌어드리는 매력이 가득한 보컬과 엣지(The Edge)의 개성적이면서도 유투만의 사운드를 잘 이끌어내주는 기타 사운드는 데뷔 앨범부터 유투의 잠재된 가능성을 충분히 드러내준다. 음악은 물론 이들의 따뜻하면서도 열정적인 인간성마저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특히 세 번째 트랙 ‘An Catch Dubh'의 후반에 나오는 엣지의 기타 솔로는 편안함과 더불어 결코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마력까지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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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ies and Gentlemen




 

나는 죽음 자체가 두렵지는 않습니다.

나를 두렵게 만드는 것은 죽음이 다가오는 것이에요.

Oscar Wilde의 The Picture of Dorian Gray 중에서


오늘 아침 면도를 하다 거울을 봤다.

약간 덥혀진 증기로 인해 뿌옇게 서린 거울에 내 모습이 비쳤다.


어! 언제 여기 잔주름이 생겼지?”


어느새 내 얼굴 위로도 삶의 고단한 편력들이 아로 새겨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죽음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단숨에 빼앗아 가는 법이지만 늙음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들을 부패시켜버린다. 갖고 있던 열정도, 꿈도, 사랑도, 시간의 침식아래 서서히 퇴락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난 죽음보다 늙음이 두렵다. 존재를 상실하는 것보다 존재가 부패되고, 퇴락되어가는 것이 더 두렵다.

 Walter Raleigh 의 우울한 시구가 떠오른다.


믿지 못할 꿈처럼 나의 기쁨은 막을 내렸고,

내 좋았던 시절은 모두 과거로 돌아갔다네.

사랑도 잘못 되었고, 환상도 완전히 물러갔고

그 모든 지난 일 중에서 슬픔만이 남아있다네.


아침부터 시작된 씁쓸함은 종일 나를 괴롭혔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그러곤 잠시동안 천장에 비쳐지는 그림자들의 희롱을 묵묵히 견뎌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런 것 밖에 없었다. 스탕달의 말처럼 잘못은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약함에 있다. 우린 그렇게 만들어 졌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TV를 봤다. 아! 반가운 사람을 나왔다. 제레미 아이언스다! 내가 좋아하는 정말 몇 안되는 배우 중 하나이다. 이란 다소 기묘한 이름의 영화였는데, 모로코의 이국적인 풍경과 Patricia Kaas가 부르는 Jazz Standard를 들을 수 있어서 꽤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내가 그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던젼 앤 드래곤즈였다.^^)보다 많이 늙어 있었지만, 여전히 그는 멋있었다. 그는 정말 내가 닮고 싶은 외모를 가졌다.





가끔씩 여자 친구에게 넌지시 물어본다.

 

“나랑 제레미 아이언스랑 둘 중 누가 더 멋지냐?”

“그걸 말이라고 해! 터진 입이라도 말은 바로 해야지. 당연히 제레미지.”

“야! 나도 아는데, 그렇다고 바로 직사포를 때리냐? 아씨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짱나네.”

“흐흐. 확실히 제레미가 나은데 자네도 자네만의 멋이 있어.”

“그게 뭔데?”

잠시 침묵

“자네는 일단 착하고, 성실하고.....”

“야! 됐어! 관둬.”

 

자신이 가장 아름다울 때 죽을 수 없다면, 결국은 시간의 끊임없는 침식과 맞서 싸워야 하리라. 끊임없이 투쟁하고 때로는 패배하고, 때로는 승리하며 그렇게 마치 戰士의 몸에 새겨진 상처의 각인처럼 우리의 얼굴에도 그렇게 주름이 하나씩 늘어갈 것이다.


그 주름진 얼굴이 부끄럽지 않은, 오히려 당당해 보이는 그런 전사의 얼굴이 갖고 싶다. 삶의 고난함과 치열함을 그대로 드러내도 결코 추하지 않은...

 



 

아이언스처럼 멋지게 늙는다면, 늙는다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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