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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나무
호시노 미치오 지음, 김욱 옮김 / 갈라파고스 / 2006년 5월
평점 :
I hear babies crying I watch them grow
They'll learn much more than I'll ever know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가사 중에서
호시노 미치오의 “여행하는 나무”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그곳에는 약동하는 알래스카의 대자연의 숨결과 그것을 지켜나가려는 멋진 사람들의 강인한 의지가 함께 숨쉬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날수 있었다. 아직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살 만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한!
콜롬비아의 낡은 구식 오두막에서 고향의 사진을 찍으며 살아가는 알두 브렌드(p.61)
“저는 콜롬비아의 자연을 찍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콜롬비아하면 마약과 범죄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중략... 우리 고향 사람들은 사진을 찍어봤자 무엇이 달라지느냐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먼 훗날, 아마존의 밀림이 모두 사라진다 해도 아마존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표정이 담긴 한 장의 사진으로 얼마든지 아마존을 되살릴 수 있다고 말입니다.”
홋카이도의 척박한 황무지를 개간하며 글을 썼던 사카모도 나오유키(p 96-97)
“관을 실은 썰매가 태평양이 보이는 벌판 묘지로 이동했다 나는 설원 저편으로 멀어져 가는 우기치 노인의 외로운 넋을 시야에서 살아질 때까지 전송했다. 아무런 짐도 남겨져 있지 않은 텅 빈 오두막이 주인을 잃은 쓸쓸함에 조용히 울고 있었다. 한쪽 벽에 우기치 노인이 애용했던 낡은 장총이 걸려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 밀려왔다.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 덮인 벌판으로 말을 달렸다. 노인이 생전에 자주 찾았던 누프카베츠 상류를 지나 오모샤누프리 산 정상까지 한달음에 도착했다. 저녁노을로 빛나는 밤하늘은 노인이 가장 사랑했던 풍경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누프카(벌판)만이 내 심정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외부로 통하는 길이라곤 비행기와 배뿐인 문명과 전혀 동떨어진 곳에서 헌책방 <옵서버 트리>를 운영하는 D 할머니(P.112)
“지도가 역사보다 재미있어. 지도는 땅과 바다를 그린 것이지만,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이 주제야. 그 땅에 누가 살고 있는지가 중요하거든, 그래서 지도를 볼 때마다 우리가 어떻게 세계를 이해하게 됐는지 알 수 있지.”
미드웨이 해전에서 남편을 잃은 한 미군 병사의 아내(P.190-191)
“왜 사람들이 지나간 날들을 그리워하는지 알 것 같아요. 왜 죽은 자를 잊지 못하고 신앙을 찾는지 알겠어요. 한때 서로 사랑하며 의지해온 사람이 이제는 내 곁에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사람의 힘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지난날을 추억하고, 신앙에 의지하는 것이지요.”
70세의 나이에 일본어에 이어 스페인어에 도전하고 있는 빌 플로(P.224)
“사람의 인생은 강물과 같아.그런데 사람들은 물가를 더 좋아하지. 조금만 더 참으면 바다로 나아갈 텐데 말야.”
알래스카의 숲속에서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제이미(P.276-277)
"나도 때론 힘들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뼈에 사무칠 정도로 외로울 때가 있거든요. 그래도 어느 순간이 지나면 마음의 균형을 되찾게 되죠. 가끔 아이들이 도시에서 살고 싶다고 응석을 부리는데, 그때마다 혼자 생각해보죠. 과연 도시는 여기보다 덜 외로울까, 거기 가면 좀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지만 그곳 사람들도 외롭긴 마찬가지잖아요. 단지 리모컨과 몇 명의 친구들이 있을 뿐이요. 사람마다 고독이 다르다는 것을 여기에서 배웠어요. 어떤 사람은 수십명에 둘러싸여도 외로워해요. 또 누군가와 헤어지면 외로움이 밀려오죠. 그런데 여기서는 외로움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여기서는 고독도 친구랍니다. 그래서 외롭지 않죠.”
문명과 가장 동떨어진 곳일지도 모르는 알래스카. 그곳의 주화(州花)는 물망초(Forget-me-not)라고 한다. 우리가 진보(進步)라고 말하는 그 모든 것에는 우리가 상실해서는 안 될 그 어떤 것을 희생하는 대가로 주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코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 그것은 소수의 몇 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