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독서법 - 10대와 함께 성경에 빠지는
김기현 지음 / 성서유니온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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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독서법](김기현, 성서유니온)

작년 초에 [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을 읽었는데, 작년 말에 [성경독서법]을 읽었다. [성경 독서법]은 [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을 10대 한정으로(?) 풀어 쓴 책이다. 앞의 책에서도, 뒤의 책에서도 다가왔던 부분은 ‘소리내서 읽어라‘였다. 이 부분이 마음에 많이 남았던지, 그 후로는 교회에서 말씀을 소리내어 읽을 때가 언제인지 손에 꼽고는 했다(물론 거의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교회를 거의 못 가서이기도 하지만, 교회를 가더라도 예배를 인도하는 분-대개는 목사님-이 말씀을 읽으시지 성도들까지 함께 읽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혼자 말씀을 묵상할 때 소리내기는 쉽지 않은데, 자고 있는 아기가 깰까 두려운 마음이 크다. 괜히 나 때문에 깨서 하루의 리듬이 엉망이 되지 않을까, 하루의 리듬이 흐트러지면 퇴근 후 아기랑 놀 때의 리듬도 흐트러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 엄습한다(신랑이 더 많이 놀아주기는 하지만.). 걱정하고 있는 부분을 글로 적고 보니, 소리 내서 읽어야겠다.
이 책은 챕터 끝부분마다 ‘나눔과 토론을 위한 질문‘이 있다. 10대와 함께 나누면 좋을 질문이지만, 요즘처럼 성경을 멀리하는 시대에 어른들도 함께 나누면 좋을 질문들이다.

반복이 힘이 아니라 말씀이 힘입니다. 반복에 변화의 비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말씀에 변화의 비밀이 있습니다. 말씀이 능력이기에 때로 무의미한 반복처럼 보여도 반복을 통해 말씀은 우리의 생각과 습관, 행동을 바꿉니다.(31쪽)

말씀이 힘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반복이 힘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Practice makes perfect.‘라는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아 있어서 말씀도 힘이고 반복도 힘이라고 생각했다. ‘반복은 그저 묵상의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31쪽) 갑자기 궁금증이 생긴다. ‘지금은 반복을 통해 무의미하게 행동하게 되더라도 언젠가 깨닫는 현상은 일반 은혜의 영역인 것 같은데, 생각, 습관, 행동의 변화가 말씀의 힘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라는 지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적치유의 허구성] 서평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기로 한다. 요즘 내가 계속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일반 은혜와 특별 은혜.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성경을 분절적으로 뚝뚝 떼서 읽는 또 하나의 방식이 가톨릭의 전례독서입니다. 즉 전례주기를 따라 성경을 읽는 방식입니다. ...(중략)... 모름지기 성경은 하나님이 계시하시고, 저자가 기록하고, 교회가 정경으로 편찬한 순서대로 읽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것이 최상의 방식입니다. 부분이 아니라 통째로 먹어야 합니다.(92쪽)

통째로 읽고 싶다. 교회에서 이런 거 (수련회로) 하면 참 좋을 텐데. 짧은 책부터 시작하면 좋을 텐데. 성경을 통째로 읽는 모임도 있으면 좋겠.......다(생각해보니 나는 아기를 키우는구나... 더 이상 일을 벌리면 안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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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밥 먹다가도 화가 난다 - 청소년 성장소설 십대들의 힐링캠프, 분노 십대들의 힐링캠프 18
이선이 지음 / 행복한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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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밥 먹다가도 화가 난다](이선이, 행복한나무)
-믿고 보는 권일한선생님 픽.

책을 다 읽은 뒤에야 작가가 어떤 분인지 궁금해졌다. 앞면 표지에 ‘중학교 국어선생님‘에서 우와 한 번, 17년차라는 데서 우와 두 번, 사진에서 보이는 동안 외모에서 우와 세 번을 외쳤다(?).
이 책은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한 학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아이의 심리 상태를 매우 세부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실제로 이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는 학생들을 만날 때면 그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잘 설명하지 못하고, 상황에 대해서도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만 서술하는 경향이 많다(그 아이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이 감정을 잘 설명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말한다.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조금 더 특화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학생들이 이 책을 보았을 때 ‘내 마음을 이렇게 잘 대변하다니!‘라고 말하는 책일까, 란 궁금증이었다. 한편으로는 선생님이 만나는 아이들이 당연히 이 책을 보고, 좋아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내 마음을 말로 설명하는 것만큼 곤혹스러운 일은 없었다. 특히, 나는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해서 울기부터 했다. 대학원에서 내 마음을 말로 표현해주는 언니를 만났을 때, 신세계라고 생각했다. ‘내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지?‘라는 생각에 눈물부터 나왔다.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의 감격이었던 건지 모르겠다. 자신의 감정을 공격적인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봤을 때,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라고 감격하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알아주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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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 - 개정 양장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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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무라카미 하루키/윤성원 옮김, 문학사상)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 [어둠의 저편]을 통해 알게 되었다. 10년도 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색채가 너무 너무 어두운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알베르 까뮈 같은, 그리고 야시마 타로 같은 사람. 극도의 어둠의 색깔 때문인지 이 책은 오히려 밝게 느껴졌다. ‘아, 어두운 사람이 아니구나.‘ 이 책의 첫인상이었다.
이 책은 하루키가 부인과 함께 그리스, 로마,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기억나는 장면은 하루키가 자신과 이름이 똑같은 섬에 다녀온 것, 로마를 매우 안 좋은 관점으로 바라본 것, 여행지에서 달리고, 공연 보러 다닌 것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하루키 부부의 여행은 1986년부터 3년 동안 지속되었다. 3년 동안 여행을 다닌 삶이 왠지 부러웠다. 바로 옆에서 하루키가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1980년대 이야기라니 놀라웠고, 독서모임을 하면서 로마의 모습이 1980년대에나 최근 몇 년 전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고경진선생님 말씀에 놀라웠고, 1980년대 당시에 자식을 중요하게 여겼을 일본 문화 속에서 딩크로 살아갔다는 것 자체도 놀라웠다. 1980년대의 하루키는 나와 비슷한 연배였다는 것도 신기했다(?). 하루키가 만들어낸 소설 속 인물에만 집중했지, 작가 하루키, 인간 하루키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사람 특유의 여행 색깔이 있다. 그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이 다니는 곳을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간다. 도서관만 다니시는 분도 봤고, 책방만 다니시는 분도 봤고, 역사(세계사)여행을 하시는 분도 봤고, 묘지를 다니시는 분(김영하)도 봤다. 나의 여행 색깔은 아직까지는 ‘도장깨기‘이다. 여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인지 다른 사람이 가보았다고 하는 곳을 가보면서 과연 갔다온 사람들이 평가한 내용과 동일한지(?) 내 눈으로 확인해보겠다는(이 시점에서 베뢰아 사람들이 생각나는 건...) 마음인 것 같다. 주로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데 과장된 곳도 있고, 갈 만한 곳이었던 곳도 있었다. 나는 주로 (레일바이크, 유람선 같은) 무언가를 타면서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건 아마 여행의 목적이 ‘탈출‘(혹은 ‘일탈‘)에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가 싶다. 내가 학교를 갑갑하게 여긴다는 방증일까.
하루키가 이탈리아를 매우 안 좋게 얘기했지만, 이탈리아는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다. 신랑이 결혼 전에 가려다 안 간 곳이어서이기 때문이다. 신랑이 이탈리아어를 공부했던 터라 친퀘첸토, 첸토벤티세이만 듣고도 500, 126이라는 것을 알아서 깜짝 놀랐다(물론 그 전에도 ‘팬텀싱어‘ 들으면서 이탈리아어로 된 노래가 나오면 무슨 뜻인지 척척 말해주기도 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불편하겠지만, 언제 한 번 꼭 가보고 싶다.
기독교인의 삶을 나그네의 삶이라고 한다. 하나님 나라를 본향으로 삼고, 이 땅에서 나그네 인생을 산다고는 하는데 사실상 안 그런 사람들도 많고, 나도 하나님 나라를 본향으로 살고 있나 싶을 때가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객으로서 산다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나는 문득 이렇게도 생각한다. 지금 여기에 있는 과도적이고 일시적인 나 자신이, 그리고 나의 행위 자체가, 말하자면 여행이라는 행위가 아닐까 하고.(5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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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누구의 인정도 아닌 -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연습
이인수.이무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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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인정도 아닌](이인수*이무석, 위즈덤하우스)-전자책

실패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여 마음고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고생이 자기가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에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판단에 기인하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 자신에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살펴보는 것도 자기 수용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작년에 네이버에서 어떤 검사를 했는데 ‘전문가 Tip!‘으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처음에 읽고서는 자기반성일까, 인정중독(그 당시에는 인정중독임을 알지 못했다.)일까 헷갈려 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 문구를 캡처해 두고 가끔씩 꺼내 읽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지금은 인정중독임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유난히 ‘행동하지 않는 나‘에 포커스를 두고 책을 읽었던 달이 있었다. 나를 움직이는 근원은 무엇인지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흘러온 책이 이 책이었다. 읽으며 확신했다. 나를 움직이는 동기는 인정이었구나. 읽는 구절 구절마다 내 얘기인 줄 알았다.
‘인정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타인의 평가에 유독 예민하다. 타인의 칭찬과 인정을 받아야만 마음이 안정된다. 그래야 자신의 가치도 확인된다. 이들에게는 ‘인정받는다‘는 것이 엄청난 의미를 갖고 있다. 인생의 목표 자체가 인정받는 것이다. 개인적 행복이나 삶의 의미는 뒷전이다.‘(5쪽)
존경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인정하는 말을 하면 그 말이 나에게는 엄청난 의미가 된다. ‘나, 제대로 살아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교단에 서서 가르치는 햇수가 늘어날수록 문제가 보였다.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를 잘 몰랐다.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학급 경영 방식들을 내가 따라하더라도, 내 방식(가치관)이 아니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게 불과 몇 년 전이었다. 그것은 아마 내가 ‘타인이 원하는 모습인 거짓 자기(false self)로 살아가게‘ 되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고, 진짜 내 모습이 무엇인지도 혼란스러‘(12쪽)웠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여느 상담 책이 그러하듯, 어릴 때의 양육방식이 내 모습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부모님에게 그 탓을 돌릴 생각은 없다. 경제적으로 독립하며 정서적으로도 독립하기 시작했던 것 같고, 그게 이미 16년차를 바라보고 있다. ‘과거의 나‘가 있기에 ‘지금의 나‘가 있다. ‘과거의 나‘가 불행한 세월을 살았다고만 생각하기에는 ‘지금의 나‘가 불행하지 않다. 기억은 얼마든지 왜곡되기 마련이고, 언제나 자신이 유리한 대로만 기억한다.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주지만, 과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 현재를 성장하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나올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대학원 교수님마다 내 반응에 대한 상담 방법이 다르시겠지만, 어떤 교수님은 그 아이를 위해서 울어주라고 했을 것 같고, 어떤 교수님은 내가 유년기 때에 겪은 경험을 말해보라고 하시며 그때 내가 얻게 되는 이득이 무엇인지 물어보셨을 것 같다. 적고 보니 앞의 교수님은 공감을, 뒤의 교수님은 직면을 의미하는 것 같긴 하다. 쓰면서 드는 생각은,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나를 이해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미 울 만큼 울었다. 더 이상 슬퍼할 것도 없다. (과거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나이지, 다른 사람이 아니다. 내가 부모님께 바라던 사랑의 방식이 있었다. 이제 더 이상 그 방식을 기대하지 않는다. ‘새로운 관계를 경험‘(42쪽)함으로써 기대하지 않아도 괜찮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인정중독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관계‘ 또는 ‘치료자‘를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관계‘를 경험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감정 경험이 있었다면 이것을 기록해보자. 특히 도움이 되는 것은 그때 내 마음에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를 생각해보고 기록하는 것이다.‘(43쪽) 1년 동안 내가 가장 싫어했던 일은 교장실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교장선생님한테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교장선생님께 ‘‘인정받음‘을 통해 안심하고 싶‘(49쪽)었던 것 같다. 인정받지 못하면 불안해지니까, 교장실에 들어가는 것을 회피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사랑을(사랑만) 강조하는 사람들에게 거부반응이 있다. 사랑을(사랑만) 강조하는 사람 중에 (나처럼) 원리원칙주의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강조하면 모든 사람을-원리원칙주의자인 나까지도- 다 수용해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내가 왜 원리원칙주의자가 되었는지 내 이야기는 모르면서 무조건 원리원칙보다 사랑을 앞세워야 돼,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던 것 같다. 사랑을(사랑만) 강조하는 사람에게도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모양이다. 내면의 부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나는 당연히 특별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어. 왜냐하면 나는 지금까지 내 삶을 희생해왔기 때문이야!˝(56쪽)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이 떠오른다.
상담을 공부했어도, 공감능력이 부족하니 자기 공감이 잘 안 되는 상태에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쉽지 않다. 대학원 마지막 학기 이후로 인지상담에 빠져(?) 있기도 하고, 직면을 이상화하고 감정을 평가 절하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를 보기 위해 다시 대학원에 가서 선생님들과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언제까지 나에게만 집중하고 있을 건지 답답하기도 하다. 한편으로, 인정중독이라는 것을 인지했으니 인정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자유롭게 되기 위한 발걸음을 떼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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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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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조남주, 민음사)-전자책

이번 달 성서교육회 독서모임 책이다.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술술 넘어가는 책이다. 하지만 독서모임 책이 아니었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이다. 페미니즘이 강하게 드러나는 책이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루기로 한다.
지난 달에는 이 책을 영화화한 [82년생 김지영]을 추석 특선 영화로 봤다. 영화로 봤을 때는 김지영 씨 남편인 정대현 씨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에서도 너무 소극적이었다. 그만큼 가정보다 일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말이겠지.
나는 83년생이다. 82년생 김지영 씨와는 우리나라 나이로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니 더 공감이 잘 되겠다고 생각했다면 틀렸다. 나는 이 책 내용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나 역시 남아선호사상과 남녀차별이 흔한 세대를 살았다. 그럼에도 감흥이 없었던 건, 남동생이 있지만 누나의 권위가 유지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원가족에서 친가 쪽은 고모의 자녀들을 제외하면 내가 첫째인데, 그래서인지 할아버지가 나를 엄청 예뻐하셨다. 할아버지가 나를 엄청 예뻐하셨다는 것을 안 것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이었다. 그때 할아버지는 나더러 동생이 나한테 대들면 쌔려주라고(?!) 하셨다. 엄격했던 엄마마저도 동생이 나한테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든든한 벽이 되어 주기도 했다(그래서 남동생은 나한테 ˝야!˝라거나 이름만 부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엄격했던 엄마 덕이다.). 아빠는 딸바보셨기 때문에(ㅋㅋㅋㅋㅋ) 책에 나오는 것처럼 아들만 예뻐하진 않아서 공감이 덜 되기도 했다. 이런 가정 환경이었으니 남아선호사상, 남녀차별은 사실 다른 세상 얘기였다. 학교에서 남자가 앞 번호인 것도 별로 불만 가진 적이 없었는데, 급식 먹을 때뿐 아니라(물론 나는 국민학교 때 급식을 고작 3개월 정도만 먹어서 누가 먼저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평가받을 때도 앞 번호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특별히 앞 번호가 더 혜택이 많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거기다 나는 소위 ‘경단녀‘가 될 가능성이 극히 낮고, 여성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직업군이라 사실상 대부분의 힘든 일을 남자 선생님이 하고 있는 직업 환경이다. 신랑마저도 프리랜서라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 더 동떨어진 이야기였을 것이다. 나는 결혼도 늦게 했고, 김지영 씨 같은 시댁 분위기도 아니다. 그렇다고 82년생 김지영이 없었던 이야기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을 뿐.
개인적으로, 여성들이 받는 온갖 불합리함이 ‘여성혐오‘에서 시작되었다는 이 책의 주장-정확하게는 여성학자 김고연주 님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여성이기에 불합리한 점도 있었지만, 여성이기에 얻는 혜택도 있었다(물론 그 혜택 안 받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의견도 존중한다.). 남성들과 같은 선에서 동등하게 대우받고 싶은 여성들도 있지만, 여자라는 연약함을 이용해서 남성 뒤에 숨으려고 하는 여성들도 있다.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페미니즘은 남성들과 같은 선에서 동등하게 대우도 받고 싶고, 여성의 연약함을 어필하고도 싶은 것 같다.
성역할 고정관념을 가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들 하는데, 그래, 그 말은 맞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단, 그 일에서는 비슷한 능력치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육군 특전사 부대인 707에서는 남자가 받는 훈련을 여자가 똑같이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여경은 남경과 다른 채용 조건으로 선발된다. 경찰이 되어 하는 일은 똑같은데 왜 선발 기준은 다른 걸까?
내가 보기에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여성혐오‘로 바라보기보다는 힘, 권력의 남용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힘이 세기 때문에, 남자가 그 힘을 여자에게 나누지 않으려 하고, 여자는 그 힘을 가지려는 데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남자의 상사가 여자일 때도(힘이 있을 때도), 여자의 상사가 남자일 때와 비슷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기업은 개인보다 강하고, 기업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선택한다. 여성을 혐오해서 선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힘을 가진 갑의 자리에서 효율성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식 사고방식을 취했던 것 뿐이라는 말이다(물론 이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추측컨대, 힘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힘의 근원이 자신에게 있다고 (힘을 뺏기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이상 이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힘을 가지기는 쉬워도, 나눠주기는 어렵다.

(페미니스트 지인님들, 페미니스트가 아닌 사람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논쟁하려는 마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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