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소리 - 개정 양장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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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무라카미 하루키/윤성원 옮김, 문학사상)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 [어둠의 저편]을 통해 알게 되었다. 10년도 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색채가 너무 너무 어두운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알베르 까뮈 같은, 그리고 야시마 타로 같은 사람. 극도의 어둠의 색깔 때문인지 이 책은 오히려 밝게 느껴졌다. ‘아, 어두운 사람이 아니구나.‘ 이 책의 첫인상이었다.
이 책은 하루키가 부인과 함께 그리스, 로마,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기억나는 장면은 하루키가 자신과 이름이 똑같은 섬에 다녀온 것, 로마를 매우 안 좋은 관점으로 바라본 것, 여행지에서 달리고, 공연 보러 다닌 것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하루키 부부의 여행은 1986년부터 3년 동안 지속되었다. 3년 동안 여행을 다닌 삶이 왠지 부러웠다. 바로 옆에서 하루키가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1980년대 이야기라니 놀라웠고, 독서모임을 하면서 로마의 모습이 1980년대에나 최근 몇 년 전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고경진선생님 말씀에 놀라웠고, 1980년대 당시에 자식을 중요하게 여겼을 일본 문화 속에서 딩크로 살아갔다는 것 자체도 놀라웠다. 1980년대의 하루키는 나와 비슷한 연배였다는 것도 신기했다(?). 하루키가 만들어낸 소설 속 인물에만 집중했지, 작가 하루키, 인간 하루키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사람 특유의 여행 색깔이 있다. 그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이 다니는 곳을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간다. 도서관만 다니시는 분도 봤고, 책방만 다니시는 분도 봤고, 역사(세계사)여행을 하시는 분도 봤고, 묘지를 다니시는 분(김영하)도 봤다. 나의 여행 색깔은 아직까지는 ‘도장깨기‘이다. 여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인지 다른 사람이 가보았다고 하는 곳을 가보면서 과연 갔다온 사람들이 평가한 내용과 동일한지(?) 내 눈으로 확인해보겠다는(이 시점에서 베뢰아 사람들이 생각나는 건...) 마음인 것 같다. 주로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데 과장된 곳도 있고, 갈 만한 곳이었던 곳도 있었다. 나는 주로 (레일바이크, 유람선 같은) 무언가를 타면서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건 아마 여행의 목적이 ‘탈출‘(혹은 ‘일탈‘)에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가 싶다. 내가 학교를 갑갑하게 여긴다는 방증일까.
하루키가 이탈리아를 매우 안 좋게 얘기했지만, 이탈리아는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다. 신랑이 결혼 전에 가려다 안 간 곳이어서이기 때문이다. 신랑이 이탈리아어를 공부했던 터라 친퀘첸토, 첸토벤티세이만 듣고도 500, 126이라는 것을 알아서 깜짝 놀랐다(물론 그 전에도 ‘팬텀싱어‘ 들으면서 이탈리아어로 된 노래가 나오면 무슨 뜻인지 척척 말해주기도 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불편하겠지만, 언제 한 번 꼭 가보고 싶다.
기독교인의 삶을 나그네의 삶이라고 한다. 하나님 나라를 본향으로 삼고, 이 땅에서 나그네 인생을 산다고는 하는데 사실상 안 그런 사람들도 많고, 나도 하나님 나라를 본향으로 살고 있나 싶을 때가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객으로서 산다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나는 문득 이렇게도 생각한다. 지금 여기에 있는 과도적이고 일시적인 나 자신이, 그리고 나의 행위 자체가, 말하자면 여행이라는 행위가 아닐까 하고.(5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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