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지금 똥개 훈련 시켜요? 천천히 읽는 책 10
이무완 지음 / 현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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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 지금 똥개 훈련시켜요?](이무완, 현북스)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의 송주현 선생님이 생각나는 책이다. 일부러 아이들에게 져준다는(교육적 목적에 의해서) 점에서 그렇다. 이 책은 아이들이 어떻게 글을 쓰게 되는지 그 과정이 적혀 있기도 한데, 선생님 말씀에 동의되는 부분이 많았다.

아이들이 쓴 글을 읽으면서 글쓰기 지도란 게 결국 쓸거리를 만들어 주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 을 문득 해 본다. 입 아프게 이렇게 저렇게 써라 해 봐야 별 소용이 없다가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 쓸 때는 뚝딱 써낸다. 선생이 뭐라고 지껄이든 연필을 쥐고 자기 쓰고 싶은 대로 쓴다. 제 눈으로 보고 자기 몸으로 겪은 것을 쓰는 까닭에 말장난으로 흐르는 글은 웬만해선 나오지 않는다.(198쪽)

아이들에게 뭔가 쓰라고 할 때 경험한 것 없이 무턱대고 쓰라고 하는 건, (어린 나이일수록) 글쓰기를 힘들게 만드는 일인 것 같다.

한편으로, 예수님 당시에 사람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한 건 관심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한 가지를 찾는 힘, 그건 바로 관심에서 나온다. 관심 없으면 두 눈 빤히 뜨고도 보지 못하고 크게 듣고도 듣지 못한다.(112쪽)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법,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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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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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정보라, 다산책방)
-스포일러 주의

작년 여름에 이 작가님의 [저주토끼]를 집어들어 읽은 적이 있다. [저주토끼]는 여러 개의 단편이 묶여 있는 책이다. 당시 워낙 유명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도서관에서 읽었지만) 무서워서 끝까지 읽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르를 잘 읽지 않다보니, 자극적이기도 하고 충격적이어서 더 이상 읽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퇴마록]을 읽을 때의 소름끼치고 서늘한 느낌을 느낄 것 같아서다. [저주토끼] 내용이 지금도 떠오른다. [저주토끼]가 부커상 최종 후보 도서로 선정된 건 인상적으로 느낀 사람이 많았기 때문일까.

[저주토끼]의 기억을 잊고, 정보라라는 이름에 이끌려 책을 골랐다. 읽을수록 [저주토끼]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무서웠던 건 아니고, 신체를 하나하나 해부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다. ‘1부 기억: 해마체-2부 온도: 체성감각 영역-3부 정서: 변연계-4부 논리와 판단: 전두엽-5부 깨달음: 시상하부-6부 삶: 온몸으로‘로 이어지는 차례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뇌에서 고통을 인식하여 어떻게 온몸으로 전달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였을까.
인간의 고통이 궁금했던 외계생명체가 종교를 창시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그 외계생명체가 여러 가정을 파탄내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걸 외계생명체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결국 선택의 몫은 각자에게 있었으므로. 판단력이 부족한 나이의 아이들에게까지 선택의 몫을 지우는 게 옳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고통의 탐색에 매몰돼 결국 과거의 고통을 끊임없이 되돌아보아야 했다. 그러다 보면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던 그 고통으로 돌아가 결국 다시 그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과거에 발목을 잡히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던져야 할 질문들을 모두 던지고 나면 같은 질문에 더 이상 머무르지 말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302쪽)

작가는 고통을 얼마나 많이 탐색했던 걸까, 라는 생각 하나. 고통스러운 과거에 발목을 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도 우울증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겠다는 생각과 함께 내 경험이 떠올랐다. 내가 앞으로 발을 내딛게 된 건 던져야 할 질문을 다 던졌기 때문이려나.

아마도 작가는, 고통에 대한 답을 이렇게 내린 게 아닌가 싶었다.

-어째서 너의 삶에는 죽음밖에 없는 거야?
태는 대답하고 싶었다. 자신의 삶에 죽음만이 가득한 건 아니라고,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바탕은 믿음-삶에 대한 믿음, 고통에 대한 믿음, 의미에 대한 믿음이라고,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것은 고통이며 자신은 인간을 초월한 존재에게서 그 고통의 의미를 찾았다고.(315쪽)

MBTI의 세 번째 알파벳이 T인 사람들이 이렇게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은 신체가 없어도, 신체에 한정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어도 고통을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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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의 여행 비룡소의 그림동화 136
사라 스튜어트 지음, 김경미 옮김, 데이비드 스몰 그림 / 비룡소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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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의 여행](사라 스튜어트/김경미 옮김, 비룡소)

[리디아의 정원]으로 사라 스튜어트를 접하고, 우리나라에 번역된 사라 스튜어트의 책 네 권을 모두 읽었다. [도서관]을 제외하고 모두 편지글이다. 이 책은 한나가 엄마와 일주일 동안 도시를 여행하며 쓴 편지글이다. [안네의 일기] 같은 일기로 봐도 될 것 같은데, 안네처럼 가상의 인물에게 편지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주인공이 ‘일기에게‘라고 쓰면서, 일기 자체를 대상화했다는 것이다.
처음 도시를 여행하는 거라서 그런지, 자기가 지내던 곳과 비교하면서 적고 있다.

오늘은 수족관에 갔어. 물고기와 나 사이에 유리 벽이 놓여 있는 게 신기했어. 집에서 저녁 식사거리로 물고기를 잡을 때는 물고기와 나 사이에 넓은 호수가 있었는데 말이야!

물고기와 나 사이에는 횟집이 있다..고 쓰면 되려나. 인공적인 것은 (글을 쓸 때에도) 참 삭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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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위한 교회, 세이비어 이야기 IVP 모던 클래식스 14
엘리자베스 오코너 지음, 전의우 옮김 / IVP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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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위한 교회, 세이비어 이야기](엘리자베스 오코너/전의우 옮김, IVP)
-다북다복 10th.

처음 읽을 때는 떠오르는 교회가 있어서 괴로웠다. 이 책의 말을 빌리면, 내적여정은 없고 외적여정만 있는 교회여서다. 뭐, 모르지. 그 교회에도 내적여정이 있는지도. 그런데 그 교회를 롤모델로 한 시스템을 따른 교회를 살펴보면, 내적여정을 강조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이 교회만큼 내적여정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책의 앞부분에는 내적여정과 외적여정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외적여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기 때문에 계속 물음표가 생겼다. 외적여정만 있는 교회를 교회로 볼 수 있나?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책 끝에 있었다. 아, 이런 과정이 있었다면 인정.
교회의 문턱 이야기를 많이 한다. 교회의 문턱이 낮아질 필요는 있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겨우 다같이 모여 드리는 예배가 새로 오는 사람에 초점이 맞춰지는 걸 예배로 볼 수 있는지 늘 의문이었다. 그건 평일에 신앙생활 열심히 한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일인데, 선데이 크리스천으로 사는 사람들의 비율이 많으면서 외적여정을 강조하면 그게 교회인지 사회복지시설인지, 그걸 예배라고 부를 수 있는지 늘 고민이었다. 낮아진 교회 문턱으로 새신자(제자를 삼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서)가 많이 늘었나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 기존 신자들의 신앙도 떨어지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원인을 이 책에서 잘 설명해주고 있다. ‘사람들이 복음을 거부하는 까닭은 우리가 한 사람의 본질인 은사를 끌어내기보다 여태껏 사람들을 선하게 만들려 했고, 사람들이 각자 의무를 다하도록 독려하려 했으며, 사람들에게 새로운 짐을 지웠기 때문입니다.‘(76쪽) 외적여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에만 신경을 쓴 것이다. 선하게 만들기, 의무, 새로운 짐. 내적여정이 있으면 행동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을 못 믿는 게 아닐까.

우리가 교회(the Church)로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까닭은 내주하시는 교회의 주님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인을 그분의 임재 속으로 불러들이지 못하는 까닭은 우리 자신이 그분의 임재를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순간의 하나님(the moment God)과 함께 서 있는 대신, 수많은 길을 달려 내려온다.(125쪽)

하나님의 부르심을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 듣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도 신선했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게 부르심이 된다는 것을 잊고 산 게 오래되어, 아니,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 한 몸 건사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직업 선택 기준은 아이들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경제력이 우선이었다. 가르치는 게 좋았다는 부수적 이유도 있었지만, 지금도 아이들을 사랑하지 못하는 내가, 이 직업을 가지고 사는 것을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볼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한다. 기독교사대회에서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은혜가 없었다면, 진작 도망가고도 남았을 거다. 독서모임에서 이 얘기를 했을 때, 내게 책임감이 있다고 해주셔서 위로가 됐었다.
한 가지,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과 성령님의 조명하심으로 깨닫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을 텐데,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성령님의 조명하심으로 깨달았다고 할 때, 그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대표적인 게 내적치유고, 나는 이 부분을 아직도 잘 모르겠다.

우리가 사람들을 변화시킬 필요는 없다. 있는 모습 그대로의 사람들 곁에 있으면 된다. 우리 자신에 관해서도, 우리는 우리를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이 필요한 게 아니다. 우리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 주고 곁에 있어 줄 사람들이 필요할 뿐이다. 은사는 이렇게 끌어내진다. 소통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성령께서 만남의 공동체 안에 계시고, 그 공동체에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신지 발견한다.(277쪽)

외적여정의 핵심이다. 내가 뭔가 해서 복음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고, 무익한 종이다. 진짜 좋아하는 일은, 주변에서 아무리 고생한다고 말을 하더라도 고생하는 것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그게 나에게는 반주고, 독서모임이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영적 지도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영적 권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말이겠고, 손수 겸손의 모범을 보이며 분별력을 가지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고든 목사님이 대단해 보였다. 한 가지 궁금했던 건, 외적여정으로 프로젝트 사업을 벌이면서 그 사업이 실패인지, 노력이 필요할 때인지 어떻게 분별했을까 하는 점이다. 해마다 학급경영을 하며 새롭게 시도하는 것들이 있는데, 때로는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해만 시도하고 그만둔 것들이,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인상적이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아서다. 눈에 띄는 결과물이 안 보이면 곧잘 실망하게 되는데, 사업의 유지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을지 궁금하다.
내가 생각하는 교회란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공동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수정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그 ‘같은 신앙‘이 어떤 신앙인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표현되는 신앙으로 성장하는 공동체였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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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집 - 불을 켜면 빵처럼 부풀고 종처럼 울리는 말들
안희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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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집](안희연, 한겨레출판사)
-부제: 불을 켜면 빵처럼 부풀고 종처럼 울리는 말들

며칠 전, 우연히 이 책에 대한 기대평을 발견했다. 무려, 2021년 12월 30일에 썼다. ‘시 쓰고 싶은 사람들이 보고 싶은 책이겠네요. 비문학적 단어를 어떻게 문학적으로 만나는지 궁금한 이야기입니다.‘라고. 실제로도 이 책은 기대평에 걸맞는 내용이다. 아는 단어도 있지만, 모르는 단어가 훨씬 많다. 이를테면 이런 내용이 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버력‘이라는 단어를 만났다. 광석을 캘 때 광물이 섞여 있지 않아 쉬이 버려지는 돌멩이. 바다에 방파제를 만들 때 기초를 다지기 위해 물속 바닥에 집어넣는 잡다한 돌멩이. 정신이 번쩍났다. 나의 하루하루가 그렇게 버려지는 돌멩이라면, 아니 나 자신이, 내 존재가 그렇게 잡다하게 취급되는 돌멩이라면 어쩌지.(71쪽)

단어 하나를 파고드는 것, 문학작품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일일 거다. 모래 속 진주를 찾듯이, 이 단어, 저 단어 중에서 마땅한 말들을 골라낸다. 그리고 단어를 삶으로 살아낸다. 그런 단어들이 모여서 내공을 쌓고 좋은 작품이 된다.

밑줄 친 부분이 많았지만, 독서기록으로 엮어내기에는 내 글솜씨가 부족하다. 책에서 가장 마지막에 밑줄 그은 부분을 소개한다.

살아 있는 한 끝은 영원히 유예된다.(260쪽)

개인적으로는 단어보다 낱말이라는 말을 더 좋아하는데, 글쓴이는 왜 단어라는 말을 썼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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