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묘 이야기다. 전혀 외국 분위기는 아닌데 독일이 배경이라고 되어 있다. 독일에 사는 한국 아이가 이 유기묘(미미)를 만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한국 아이의 엄마는 고양이에게 (독일어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일을 시키는데, ‘이런 일을 하기도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을 안 길러서인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크게 공감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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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동학년 선생님의 추천으로 [두더지의 고민]을 읽었다. 이 작가님 책이 좋다고 하는데, 사실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었다.-친구가 없는 것이 고민인 두더지가 눈을 굴리면서 눈과 함께 굴린 여러 동물들을 구해내며 그 동물들과 친구가 된다는 내용.
한 권만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눈에 띄는 김에 한 권 더 읽어보자 싶었다. 그림체가 똑같아서 한 눈에 알아봤다.
개인적으로 [두더지의 고민]보다 이 책이 더 좋았다. 눈과 함께 버스에 타고 싶었던 두더지는 (버스 두 대를 보내고) 세 번째 버스기사에게서 눈(곰 모양)과 함께 타도 좋다는 허락을 얻는다. 따뜻한 버스 안에서 잠든 두더지는 집에 갈 때 친구였던 눈(곰 모양)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집에 가서 할머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다음날, 두더지는 친구였던 곰 모양 눈을 만난다.-할머니가 만든 것으로 추정.
눈과 함께 탈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눈을 버리지(?) 않고 눈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 그리고 눈의 모양, 크기를 바꾸면서까지 버스를 함께 타고자 하는 마음, 눈과 함께 타도 좋다고 허락한 세 번째 버스 기사의 마음, 두더지의 말을 끝까지 들어준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가 만들었을 곰 모양 눈까지. 이런 부분은 함께 얘기해도 좋을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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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리 아기는 왜 이 책을 좋아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림책이라 공포물은 아니고, 나름의 해피엔딩이다. 더 어릴 때는 계몽사 복간 동화 [유령의 집]을 그렇게나 좋아했는데, 아빠가 으스스한 목소리로 읽어주는 것을 매우 좋아해서 틈만 나면 아빠에게 읽어달라고 했다.
내가 어렸을 때였다면 그 책을 싫어했을 것 같다. 으스스한 분위기가 싫어서(문득 생각해보니 부모님이 책을 읽어준 기억이 없다.). 영화 중에서도 공포물은 못 보는데(자극적인 잔상이 오래가는 편이다.), 대학원 교수님이 엄마가 무서우면 귀신을 못 본다고 그랬다.
아무튼, 아기한테 왜 좋은지 물어보니 [오싹오싹 팬티]보다 [오싹오싹 크레용]이 더 좋다고 말하는데 어떤 부분이 좋은지는 말을 못한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걸까.
아기는 이 책의 속표지의 비밀도 발견했다. 앞의 속표지에서는 오싹오싹 팬티가 화난 표정이고, 뒤의 속표지에서는 행복한 표정이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이 책을 워낙 여러 번 읽어서 그런지 중간에 책이 끝나는 것 같은 부분에서도 뒷장에 더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기도 하고, 팬티가 서랍장에 안 보여도 화장실에 있다는 것을 미리 말한다. 다만, 재스퍼가 팬티를 중국으로 보내는 장면에서는 아직 국가 개념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미국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구는 ‘다 큰 토끼라서‘이다. 아마 이 부분이 아기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 두 해 전부터인가 아기는 스스로를 언니라고 칭했다. 요즘은 ˝내가 다 크면 어떨까?˝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빨리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재스퍼는 처음에 오싹오싹 팬티를 무서워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팬티를 없애려고 하지만, 정작 오싹오싹 팬티가 없으니 그리워하고 다시 찾아온다. 다음날 속옷 가게에 가서 오싹오싹 팬티를 왕창 사온 후 자기 방에 만국기처럼 걸어놓은 장면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재스퍼도, 오싹오싹 팬티도 모두가 행복한 결말.
질문을 만들자면, 다 컸다고 생각하나요? 다 커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두려운 대상을 이기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있나요? 내가 만약 재스퍼라면 오싹오싹 팬티를 다시 가져왔을까요? 정도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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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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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막상스 페르민/임선기, 난다)

✒️네에주(NEIGE)

책 제목은 원어로 ‘NEIGE‘이다. 책을 읽으면서 ‘네에주‘라는 인물이 등장했을 때 책 제목을 떠올렸다. 눈(雪)이라는 뜻이겠거니 추측했고, 책을 다 읽은 후 파파고에서 프랑스어로 Neige는 눈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하이쿠

하이쿠는 일본의 문학 장르이다. 3행 17음절로 이루어진 짧은 시. 한 음절도 더할 수 없다.(8쪽)

하이쿠를 처음 접한 것은 아마 미우라 아야코의 [길은 여기에]를 읽으면서였던 것 같다. 한글로 번역하면서 17음절인지 어떤지 잘 알 수 없어 하이쿠의 매력을 잘 못 느끼게 되는 것 같아 아쉬운 점이 있긴 하다. 이 책에도 여러 하이쿠가 나오는데, 아무래도 느낌을 알기가 어렵다.
프랑스 작가인데 일본 문학을 잘 아는 것이 신기했다. 일본을 배경으로 소설을 썼다는 게 흥미롭다. 서양 사람들이 느끼는 동양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주인공
책의 주인공은 유코 아키타다. 승려나 군인이 되기를 원했던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시인‘이 되겠다고 했다.

˝시는 직업이 아니야. 시간을 흘려보내는 거지.˝(11쪽)

이 아버지는 시를 쓰는 것은 업으로 삼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13년 전에 중학교 친구이자 동료교사였던 친구가 한 말이 지금도 떠오른다. ˝음악은 애인으로 남겨둬.˝ 나는 학교보다 음악을 더 좋아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그 친구가 했던 말과 유코의 아버지가 했던 말은 같은 맥락 아닐까. 나는 학교를 선택했지만, 유코는 달랐다.

˝그것이 제가 하고 싶은 겁니다.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11쪽)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는 법, 멋진 말이다.

처음에 유코라는 이름을 보고 주인공이 여자인 줄 알았다. ‘-코‘라는 이름은 주로 여자에게 붙인다고 했으니까. 네이버 지식백과에도 ‘유코‘는 일본 여성 이름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주인공 이름을 일부러 남성 이름을 여성에, 여성 이름을 남성으로 지은 사강을 떠올리게 된다. 페르민도 그것을 노리고 일부러 주인공 이름을 여성 이름으로 지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했을까? 눈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서? 시인이라는 직업과 잘 어울려서(아버지는 시인을 직업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으니까)? 아니면 이 시대에는 이런 이름이 남자 이름으로 손색이 없었나?


✒️하나에 꽂히다

이 사람은 하나에 꽂힌 사람이다. 하이쿠에, 그리고 눈(雪)에. 눈이 오는 겨울에만 시를 썼다. 하지만 시의 색깔이 흰색이었다. 눈만 알았기 때문이다.

˝왜 눈인가?˝
˝눈은 시이고 서예이고 회화이며 춤이고 음악이기 때문이죠.˝
(중략)
˝자네가 시를 아는 것은 알겠네. 그런데 다른 예술들도 아는가? 서예와 회와와 춤과 음악을 아는가?˝
(중략)
˝저는 시인입니다. 시를 짓지요. 제가 시의 예술에 도달하기 위해 다른 예술들까지 알아야 할까요?˝
˝알아야 하네.˝(37쪽)

이 대화가 왠지 하나만 알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우물 안 개구리‘다.
8년 전에, 지인과의 대화 중에 들은 말이다. ‘넓이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저절로 깊이가 생기고, 깊이를 바라고 나가는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넓이가 생긴다.‘ 깊이를 바라면 넓이가 생기냐는 내 질문에, ‘그 깊이를 파고 들어간 사람들은 결국 다른 분야의 깊이와 만나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유코는 깊이는 알아도 넓이를 바라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대화가 넓이를 바라게 되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8년 전 그 대화에서 나는 ‘다른 분야의 깊이와 만날 만큼 깊이 팠던 적은 없나 보다‘라고 말했다.


✒️배우려면 내가 가진 것을 내놓아야 한다

유코는 당대 최고의 예술가인 소세키를 만난다. 색을 가르쳐 달라는 유코에게 소세키는 ˝내게 먼저 눈을 가르쳐주게나.˝(55쪽)라고 말한다. 배우려면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어려운 일

네에주는 줄타는 사람이었다. 마냥 줄이 좋아서 프랑스에서 일본까지 넘어온 여성 예술가.

그녀에게 가장 어려운 건 균형을 잡는 일도 공포를 누르는 일도 아니었다. 현기증으로 멈출 때마다 출렁이는 음악의 선을 걷는 일은 더욱 아니었다. 가장 어려운 건 세상의 빛 속에서 나아갈 때 한송이 눈으로 변하지 않는 일이었다.(76쪽)

생각을 깨뜨린다. 범인이라면 누구나 ‘균형을 잡는 일‘이나 ‘공포를 누르는 일‘을 가장 어려워했을 거다. 한송이 눈으로 변하지 않는 일, 이것이 바로 요즘 말하는 ‘나다움‘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다움‘을 말하는 건, 그만큼 나다움이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송이 눈으로 변하면 나를 잃게 되겠지.


✒️다시, 하이쿠

이 책은 54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마치 하이쿠 같다.

그것은 운명이었다.
한 걸음씩 내딛는 길.
생의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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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런 말 들어도 나는 아무것도 못 느끼니까그만 좀 하세요. 엄마가 그럴 때마다 해드릴 말도 없고,
정신 사나워 죽겠어요. 그래서 어쩌라고 꽃이 폈어. 그래서 어쩌라고, 응? 따달라는 거야? 아니잖아. 엄마 말이 맞는다고 해야 되는 거야? 매번 꽃 폈다고 중얼거릴 때마다내가 대체 뭐라고 말해주길 바라는 건데요? - P148

잿빛의 마른 발, 겨울나무의 앙상한 가지 같은 손. 따뜻하고 풍성했던 엄마가 언제 이렇게 바싹 마른 고목이 됐나. 그런 엄마의 진을다 빼먹은 자신은 보기 싫을 만큼 퉁퉁해졌는데. - P150

하지만 모든 것을 효용과 쓸모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태도는 그에게서 점차 중요한 어떤 것들을 퇴화시켰다.
김성곤 안드레아는 차츰 감탄하는 법, 놀라는 법, 사물과 세상을 목적 없이 지그시 바라보는 법을 잊어갔다. 그런 걸 잊은 사람에게서 진정한 미소나 여유 같은 게 우러나올 리가 없었다.
- P152

감각 자체가 인간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인간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걸 김성곤은 아영이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소중한 깨달음을 잊었고 대부분의 것들을지루하고 피로한 일상으로만 받아들였던 것이다. - P154

퇴화된 감각들은 토라진 아이처럼 안으로만 촉수를 뻗었다. 자연히 성곤은 자신의 슬픔과 절망에만 과도하게집중했고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을, 특히 가족을 탓했다. - P156

느끼라고, 느껴서 무언가를 하라고 주어진 몸뚱이였다. 돌처럼 가만있지 말고 세상을 향해 얼른 뛰쳐나오라고 온몸의 세포들이 부르짖었다. - P162

이런 총천연색의 감각을 느끼려고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마약을 하는 걸까. 눈으로 본 걸 피부로, 귀로 들은 걸발끝으로, 심장의 울림을 지구의 흔들림으로 느끼고 싶어서 말이다. - P163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의문이 남았다. 대부분의 것들은 감각을 잠깐 스치고 금세 잊혔지만 어떤 것들은 감각의 기능이 끝난 뒤에도 메아리를 울렸다. 본 것의 잔상, 들은 것의 잔음, 냄새의 잔향 같은 건 언제, 어째서 생겨나는것일까. 그것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김성곤은 오토바이로거리를 내달리며 고민했다. 끝내 남는 건 뭘까. - P164

- 세상이 왜 지금 끝나지 않는 거지.
젊은 성이 물었다.
- 이것보다 더 아름다우니까.
란희가 대답했다.
- 아름다움은 사라져. 변하고 퇴색되지.
성곤의 말에 란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름다움은 남아. - P166

자신도 그다지동의하지 않는 시스템 안에 남들처럼 아이를 몰아넣고 성실함과 꼼꼼함을 강요하는 게 자주 찔렸다. 기껏해야 평소엔 많이 힘들지,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니라고 말하고,
힘이 부치는 날엔 그래 가지고 뭐가 되려고 그래, 너만 힘드니, 세상 사람 다 힘들고 너 정도면 배부른 거야,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 평범하고 못난 엄마였지만. - P181

-응. 근데 그냥 지레 포기해버리는 거지. 밥 먹으면서 생각해봤는데 내가 한 말도 일종의 푸념인 것 같아. 희망차게 시작했다가 결과가 안 좋으면 뻘쭘하잖아. 과거가촌스러워진다고. 그럴 바엔 차라리 시니컬하게 먼저 선수쳐버리는 거지. 어차피 안 될 거라고 말하면서. - P184

-아빠가 아영이 다시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돼?
헤어지기 직전 성곤이 물었다.
-철없다. 아빠. 그런 복잡한 건 자식한테 묻는 게 아니야. - P191

-사람은 자꾸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거든요. 돌보다 더 단단하고 완고한 게 사람이죠. 바뀌었다고생각한 그 순간 원래 모습대로 되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왜? 그게 편하니까 그 단계에서 스스로를 다잡는 사람은정말 드물죠. 그 시간까지 온전히 겪고 나서야 비로소 원래의 자기 자신에서 한발자국쯤 나아간 사람이 되는 겁니다. - P192

-모든 게 전부 운명인지, 아니면 내가 했던 행동과생각의 결과인지 말이야. 그러다가 문득 삶은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됐어. 편하더라. 내 의지 같은 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니까 내가 힘쓸 이유도 없어진 거야. 그런데 말야, 몸집은 이렇게 커졌지만 늘 어딘가가 비어 있다고 느꼈어. 그러다가 네메일을 받고, 네가하려는 프로젝트의 영상도 보게 됐지. - P207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지만,
변화의 반대말은 아무것도하지 않는 것.
스스로가 만든 지푸라기를 잡고 떠오릅시다! - P212

-(중략) 넌 절대로 원하는 만큼 한번에 이룰 수는 없어. 세상이 그렇게 관대하고 호락호락하지가 않으니까.근데 말이지, 바로 그만두는 건 안 돼. 일단 안 돼도 뭔가가 끝날 때까지는 해야 돼.
- 언제까지요?
- 끝까지.
- 끝이 언젠데요.
- 알게 돼.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상황이 끝나든 네마음이 끝나든, 둘 중 하나가 닥치게 돼 있으니까.
-그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 다시 시작해야지. 네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다시.
-뭘요?
-되는 것부터. 너 스스로 할 수 있는 것 중 되는 것부터. 운동이든 공부든, 책을 읽는 거든. 하다못해 나처럼 등을 펴는 게 됐든. 너 혼자 정해서 너 스스로 이뤄낼 수 있는 것부터. - P225

삶의 가장 큰 딜레마는 그것이 진행한다는 것이다. 삶은 방향도 목적도 없이 흐른다. 인과와 의미를 찾으려는노력이 종종 헛된 이유는 그래서이다. 찾았다고 생각한정답은 단기간의 해답이 될지언정 지속되는 삶 전체를 꿰뚫기 어렵다. 삶을 관통하는 단 한가지 진리는, 그것이 계속 진행된다는 것뿐이다. - P237238

-그거 알아? 정말 어려운 건 힘든 상황에서도 어떤태도를 지켜내는 거야. 난 당신이 그걸 해낸 줄 알고 응원했어. 진심으로 노력해서 결국 바뀌었다고 생각했지. 근데 당신은 허영에 빠져 자만한 거였고 나도 내가 믿고 싶은 대로 착각한 것뿐이었어. 잠깐은 모든 게 잘돼간다고생각했겠지. 상황 좋고 기분 좋을 때 좋은 사람이 되는 건쉬워.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그런데 바쁘고 여유없고 잘 안 풀리니까. 당신은 바로 예전의 당신으로 되돌아갔지. 그러니까 당신은 전혀 변하지 않은 거야. 넌 끝까지 그냥 원래의 너 자신일 뿐이라고. - P252

- 세상에 던져졌으니 당연하지요. 태어나길 원하지도 않았는데 좁은 배 속에 꼼짝없이 갇혀 있다가 갑자기발가벗겨진 채로 세상에 던져졌잖아요. 인간은 탄생부터가 외롭고 불안한 거예요. 그러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무슨 수로 알겠어요.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일단 쥐어보는 거지요. 쥐었던 게 운 좋게 잘 풀리기도 하고, 이건아닌데 싶지만 쥐었던 걸 놓을 용기는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꼭 쥐고 있기도 하죠. 그러다가 누군가가 그걸 빼앗아 가면 다시 세상에 던져진 어린아이처럼 울면서 불안해하는 겁니다. 손에 잡히는 것도, 의지할 데도 없이 발가벗겨진 채로 버둥거리고 있으니까. 다들 그러고 삽니다. - P258

박실영은 삶을 적으로 만들지도, 삶에 굴종하지도 않았다. 인생이라는 파도에 맞서야 할 땐 맞서고 그러지 않을때는 아이의 눈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관찰했다.  - P259

ㅡ 잘 살펴봐요, 지나온 삶을 엉망이기만 한 삶은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런 건 애초에 불가능해.
박실영은 다시 몸을 뒤로 젖히고 성곤을 지그시 바라봤다.
- 그리고 내 보기에 당신은 잘 살아온 것 같아요. 계속 삶에 대해 알아내려고 애쓰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잘했어요. 아주 잘했습니다. - P260

김성곤은 이해할 수 없는 삶 앞에 겸허히 머리를 숙였다. 그러곤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삶에 대적하거나삶을 포기하려 하는 대신에, 삶과 동등한 입장에서 악수를 나누기로 했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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