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길 찾기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숨은 길 찾기](이금이, 밤티)
-스포일러 주의

[너도 하늘말나리야], [소희의 방], [숨은 길 찾기]로 이어지는 시리즈다. 어쩌다보니 우연찮게 순서대로 읽었다. 아, 이 책들은 모두 권일한 선생님 책 목록에 있던 책들이다.

좁게는 진로에, 넓게는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 에 대한 책이다. 기독교적으로 바라본다면 사명으로 보아도 될까.
미르, 소희, 바우는 각자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바우는 정원 가꾸는 일이 좋아 농고에 가고 싶고, 미르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데 그 꿈들에 어른들의 반대가 만만찮다. 이 책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은 제껴두고, 편안한 길, 안주하는 길을 찾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랬다. 그래서 나는, 직업 외적 일들(?)에 관심이 더 많다. 그리고 직업만 생각하면 자존감이 확 낮아진다. 지금이야 내가 이 직업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직업적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성경 공부할 때 느끼는 감정이랑 똑같다. 🏷깨달음은 왜 항상 실수를 한 뒤에야 오는 걸까. 혹시 중3인데 공부 대신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설레발친 것도 나중에 뼈아프게 후회하면 어쩌지. 갑자기 두려워졌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선 더 오래 산 어른들의 지혜를 빌리는 게 맞을지 모른다.(150쪽) 나는 학생 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랐다. 집에서 빨리 나가고 싶기도 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경제적으로 괜찮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 같다. 초등학생보다 중고등학생을 더 좋아한 것 같다는 뒤늦은 깨달음이 있긴 하다. 중고등학교에 갔으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저 많은 길에서 어떻게 내 길을 찾지? 미르는 소회와 나는던 대화를 되새겨 보았다. 무대에서 분명히 전율을 느꼈다. 언제든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뛰고 뜨거워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시작해도 되는 걸까? 나중에 이도저도 아니게 되면 어떻게 하지. 무엇보다 후회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200쪽) 내가 좋아하는 일을 정확하게 몰랐기 때문에, 대충 맞는 것 같은 진로를 정했다. 가슴이 뛰고 뜨거워지는 것만으로 시작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나아 보인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시작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 나는 늘 혼란스럽다. 내가 가슴 뛰는 일이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하는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자기만족을 위해 하고 싶을 뿐이다. 그 부분에서 늘 죄책감을 느낀다. 아, 나는 나를 사랑하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구나.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나.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의 가치를 깎아 내린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마음 한 켠이 늘 불편하다.
다른 사람의 길이 더 쉬워 보인다. 사람들이 교사에 대해 안 좋게 말하는 것도(심지어 같은 학교 안에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 일은 쉬워 보이기 때문이다.-토할 것 같은 일이 여럿 있다. 왜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들이다. 숨이 막힌다. 중고등학교도 비슷할 거다. 중고등학교 상황을 들으면서 내 생활에 위로를 받겠지. 미르처럼. 🏷쉽지 않았을 소희의 토로에 미르는 미안하게도 위안을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불행을 위로하며 자기 행복을 확인한다. 미르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위로하려면 먼저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야 함을 깨달았다.(162-163쪽)

학교 현장은 상상했던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도망치지 말자고 생각하고 버텨온 게 20년이나 가까이 하고 있다. 작가님의 마지막 말은, 40이 넘은 나에게도 여전히 주효하다.

🏷나무둥치를 떠나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길들이 대신 대답하는 것 같았다. 남들과 같을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주저하며 머물러 있기만 해서는 어떤 길도 찾을 수 없다고. 인생이란 자기 앞에 펼쳐진 길들 중 자신의 길을 찾아 한발, 한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이자 선물이라고......(200-201쪽)

계속 한 발, 한 발 나아가야지, 뭐. 어쩔 수 있나.

📌내가 읽은 이금이 작가님 책
✔️망나니 공주처럼
✔️알로하 나의 엄마들
✔️너도 하늘말나리야
✔️페르마타, 이탈리아
✔️소희의 방
✔️숨은 길 찾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파우스트 열린책들 세계문학 7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우스트](요한 볼프강 폰 괴테/김인순 옮김, 열린책들)
-고질독 38기

📚질문 만들기
1. 진정한 어린애로서의 우리 모습은 뭘까요?
2. 고문서에서 위로를 얻으려 하나요?
3. 정신에 길들이기 어려운 육체
4. 파우스트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뭘까요?
5. 파우스트가 본 거울이 앞에 있다면, 나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6. 어떻게 반론하시겠습니까?
7. 다른 사람의 허물이 내 허물이 될 때
8.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인 적 있나요?
9. 솔직히 파우스트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10. 두 가지 질문
1) 우리의 삶은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2) 내가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그 가치를 위해 부정한 일도 감수할 건가요?
11. 인간의 가장 큰 적은 무엇인가요?
12. 탐하는 것이 있나요?
13. 관심일까요, 오지랖일까요?
14. 혐오는 그때에도 있었네요.
15. 두 가지 질문
1) 자기 통제와 타인 통제의 관계
2) 누구를 가장 출중하게 여기고 있나요?
16. 평탄한 길로 다니고 있나요?
17. 눈과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이 있다면?
18. 좋은 일 쪽인가요, 나쁜 일 쪽인가요?
19. 자녀가 말을 안 들을 때
20. 싸움을 대하는 태도는?
21. 허상을 실재로 믿고 있지 않나요?
22. 나는 어떤 최후의 순간을 맞기를 원하나요?
23. 파우스트의 결말이 이해가지 않습니다.

📚독서모임

🔑인물탐구
📌파우스트: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한 인물로 평가되는데, 실제로는 자신의 욕망만을 따라 살았던 인물
-인간 욕망의 시작과 끝
📌메피스토펠레스: 바른 말하는(?) 사탄
-어울리는 속담은 ‘닭(파우스트) 쫓던 개(메피스토펠레스) 지붕 쳐다본다.‘
📌그레트헨: 파우스트에 묶여 있었던 사람
그레스헨에게는 파우스트가 메프스토펠레스의 역할을 한 것 같다.
📌호문쿨루스: 플라스크 속 기괴한 생명체
📌파우스트의 아들 오이포리온: 슈퍼맨 흉내내다가 다리가 부러진 인물
-어울리는 격언(?)은 ‘성공하면 쿠데타, 실패하면 반역‘

🔑그레트헨의 구원(1부 끝) VS. 파우스트의 구원(2부 끝)
그레트헨의 구원은 심판에 가깝다. 그리고 그 구원은 하나님의 것이며, 영적 구원을 의미한다. 중세 시대를 표현하는 것 같다.
파우스트의 구원은 자격 없음에도 받는 구원이다(성경에도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로 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르네상스 시대를 표현하는 것 같다.

내가 이래서 혼란스러웠다. 파우스트의 삶은 르네상스를 표현하는 것 같은데, 파우스트가 구원 받는다니. 글쎄, 구원의 여부는 하나님께 달려 있으니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파우스트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 아니었고, 사탄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연결되어 살았으니(물론 나중에는 파우스트 본인이 사탄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구원 받았을 것 같지 않다. 괴테는 기독교인이 아니었으므로, 기독교를 패러디하기 위해 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존재의 이유: 사랑
언젠가 고질독 질문 만들기를 하면서, 존재 이유를 ‘가는 길‘(기독교적으로 말하자면 사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이라고 했던 것 같다. (비기독교인인) 고질독 분들이 ‘사랑‘을 많이 말씀하시는데(기독교인들에게 물으면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다.), 이 사랑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 다르게 생각할 것 같기도 하지만, 이분들은 나보다 더 사랑이 넘치는 것 같다. 아무튼, 내가 ‘가는 길‘이라고 이야기했던 것 안에,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 기본 베이스가 되어야 함을 늘 잊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님의 정치 (양장) - 기독교와 정치에 관한 새로운 비전
짐 월리스 지음, 정성묵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나님의 정치](짐 월리스/정성묵 옮김, 청림출판)
-다북다복 11th.
-절판

정치,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정치적 중립이다. 교사는 특정 정치인을 지지해도 안 되고, 모든 정치적 발언에 제한을 받는다. 정치에서 소외되어 있는 집단이다. 작년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교사의 말은 정치적으로 얼마나 무의미한지, 무능력한지 깨닫게 되었다.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교권침해 사건이 연이어 이어지고 있는데, 노동3권 중에 단체행동권, 이제는 가질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려면 또 한 번 피바람이 불어야 할지도 모른다. 교권침해로 사기가 저하된 현 상태에서, 그 피바람을 견딜 교사는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럼에도, 일상의 모든 부분이 정치와 연결되어 있는데 교사만 정치적으로 배제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말이다.

이런 특수성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굳이 정치 성향을 이야기한다면 중립에 가깝다. 정책은 왼쪽을 많이 지지하지만, 왼쪽 정치인들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그들도 기득권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약자 편에 있는 것 같지만, 이용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사람들을 속인다는 점에서(약자를 위하는 척 하므로) 오히려 더 역겹게 여겨지기도 한다. 선거에서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정치에 환멸이 난다.-아, 여기에서 정치를 가지고 논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른쪽 정치인들이나 왼쪽 정치인들이나 보기 싫기는 매한가지다. 정치적 중립은 무책임하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는데, 중립도 하나의 정치적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15년 전 미국의 상황을 다룬다. 하나님은 공화당의 편도, 민주당의 편도 아니라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종교의 본분은 이데올로기나 당파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불변의 도덕적 잣대로 좌파와 우파 모두를 비판하는 것이다.(21쪽)

🏷진짜 이슈는 ‘신앙을 정치에 적용하는 일이 필요한가‘가 아니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다.(23쪽)

개신교 내에서의 서로 다른 교리 내용을 통합하려는(?) 시도도 있다. 개인 영성을 중요시하는 분파와 사회 운동을 중요시하는 분파의 (정치적 영성) 통합이랄까.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사적 경건과 사회 복음 사이의 어려운 균형점을 찾으려고 애쓰지 말고 무조건 예언자적 종교로 돌아가야 한다. (중략) 개인적인 하나님과의 관계를 공적 영역으로 이어가는 것이 예언자적 메시지의 핵심이며, 종교와 정치를 모두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76쪽)
이 ‘예언자적 종교‘에 대해서 계속 언급한다. 정치-사회 변화-에 대해 희망을 가져야 하며, 새로운 ‘바람‘, 즉 가치를 언급해야 한다.-정치인이 바뀔 것을 바라서는 안 된다. 어디서? 종교 공동체에서. 🏷종교 공동체는 단순히 그 사회의 문화를 반영하는 조직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사회를 모두 새롭게 하려는 역동적인 반문화 공동체다.(35쪽) 🏷오직 사회적 양심을 일깨우는 새로운 영적 부흥만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36쪽)
‘바람‘은 방향, 즉 비전이 중요하다. 🏷비전이 없으면 사회적 관계에서 의미와 목적이 떨어져 나가고, 공익을 추구하는 마음이나 인간애가 사라지며, 사회 결속이 느슨해져 개인들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 챙기게 된다.
(중략)
비전에서 가치가 나온다.(57쪽)
우리 사회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나? 오로지 자기 자신만 챙기는 것. 지금, 여기를 강조해서인지 비전은 구닥다리가 된 것 같다. 지금, 여기를 생각해야 할 부분에서는 미래를 생각하고, 미래(비전)를 생각해야 할 부분에서는 현재를 떠올린다. 나도 비전을 언제 떠올렸는지 가물가물하다.

영적 가치는 도덕성 그 이상이지만(그렇게 생각하지만), 도덕성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같다. 도덕성조차 없는 신앙인이(신앙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지만) 많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우리를 정치적으로 극심하게 분열시킨 주범은 당파 싸움에서 비롯된 선택적인 도덕성이다.‘(390쪽)라고 말하는데, 동의한다. 무조건 자신이 옳고, 자기 당이 옳다고 주장하기 위해 상대 당을 까내리는 행태는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다름없다. 미국이 더 심각한 것은, 미국의 정치가 신앙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이기에 신앙과 정치를 혼동할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글쓴이는 자신의 정치 성향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가족 가치.성적 순결.개인적 책임에 대해서는 전통적 혹은 보수적인 반면에 빈곤과 인종차별 같은 이슈에 대해서는 과격하기까지 한 진보주의자가 되는 것이다.(115쪽)

이 책은 미국 대선에서부터 테러, 전쟁, 비폭력 운동, 중동, 빈곤과 부(공정무역, 개발도상국), 인종, 가족 가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어젠다를 다룬다(책에서 ‘어젠다‘라는 표현을 쓰니 나도 한 번 써본다.). 결국 공익을 이뤄내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개인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이 둘을 분리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34~35쪽)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실천하는 🏷‘사회 정의를 위한 봉사는 영적 빈곤을 극복하는 열쇠다.‘(309쪽)라고까지 말한다. 그렇다. 행함이 없는 믿음이 죽은 믿음이라는 것은, 이런 데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똑같은 사회 봉사를 하지는 않지만, 같은 가치 아래에서 활동하는 봉사는 서로 존중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 가치를 우위에 두는 글쓴이는, 동성애자 축복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정확한 쪽수는 기억나지 않는데, 동성애자를 환대하는 교회를 비난하지 말아야 하고, 동성애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교회라고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가(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부분에 있어 계속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무조건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니 논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글쓴이의 의견대로라면, 감리교 목사님 출교 사건은, 동성애자를 축복해도 괜찮은 교단에서 이루어졌다면 상관 없었을 일인데, 그렇다고 동성애 옹호론자들이 감리교에 손가락질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언제나 보수적인(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교단에 동성애를 옹호하는 사람이 들어가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이것도 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생명이나 인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신앙 가치에는 맞지 않는 걸 어떡하나. 신앙 가치에 맞지 않는 죄를 버젓이 범하면서 징계는 없는 현 교회에, 동성애만 가지고 들불같이 달려드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그럼에도 교회가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지금, 동성애 허용이 마지노선일 것 같고.

자, 그럼 투표를 어떻게 해야 하나? 🏷완벽과는 거리가 먼 후보자들 중에서 (그나마 덜 나쁜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은 도덕적 타협인가 아니면 점진적 변화를 기대한 윤리적 결정인가?(122쪽)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차악이니까 뽑는다는 말이 이 질문 내용과 같은데.. 글쓴이는 우리에게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내가 이해한 글쓴이의 결론이다.
🏷공익을 보호하려면 개인들과 가족들 사이의 결속, 즉 공동체 의식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런 결속을 유지하는 일에서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새로운 정치적 합의가 싹틀 수 있다.(434쪽)

의문. 글쓴이는 민주주의를 영적 가치(?)로 보고 있다. 영적 가치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선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시민이 주인‘이라는 문구 때문이다. 신정합일이 아닌 이상 최선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건 민주주의인 걸까. 그렇다면, 이미 잘못된 가치가 최선인 상태에서, 영적 가치를 정치 가치에 녹여 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는데, 인간이 사는 사회가 완벽하지 않으니 이상적인 사회는 천국에서나 만날 수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39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이꽃님, 문학동네)
-제8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스포일러 주의

은유의 편지와 은유의 편지가 계속 이어지는 소설이다. 한 명의 은유는 엄마, 한 명의 은유는 딸이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편지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은 여러모로 모순을 안고 있다. 내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그랬다. 현재의 인물이 과거에 손을 대면 현재도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개연성을 잃는다. 이 책은 현재의 인물이 과거에 손을 대지만, 현재의 사건 안에서만 손을 대기 때문에(그렇다고 해도 머리가 혼란스러운 건 어쩔 수 없지만) 나름의 질서가 있다.

현재의 은유는 아빠랑 산다. 엄마가 어떻게 가족을 떠나게 되었는지 아빠가 말해주지 않았다. 중2병을 앓고 있는 은유는 엄마가 궁금하다.
현재의 은유가 보낸 편지가 과거의 은유에게 도착했다. 과거의 은유는 현재의 은유보다 어리다. 하지만 이 나이는 빨리 뒤집힌다. 과거의 은유가 겪는 세월과 현재의 은유가 겪는 세월의 흐름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의 은유는 현재의 은유의 영향을 받아 (듣는 사람에게는 이상하다고 생각할) 미래 얘기를 자주 했다. 과거의 은유를 통해 자신의 엄마가 누군지 알아보려던 현재의 은유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엄마와 아빠를 만나게 한다. 그리고 과거의 은유가 보내는 편지는 점차 흐릿해진다.

언니가 사는 세계와 내가 사는 세계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데 어째서 편지는 점점 더 희미해지는 걸까.
언니 아직 거기 있는 거지?(207쪽)

가족, 특히 엄마와 딸 사이의 편지라는 점에서, 나는 이미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았다. 엄마와 나 사이에 있는 장벽을, 나와 딸 사이에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엄마와 나 사이의 장벽을 내가 허물어야 함에도, 그게 참 쉽지 않다.

나를 생각하게 했던, 읽으면서 울어야 했던 문장(문단?)을 소개한다.

🏷˝넌 가족이 뭐 엄청 특별한 건 줄 알지? 가족이니까 사랑해야 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믿지? 웃기지 마. 가족이니까 더 어려운 거야. 머리로 이해가 안 돼도 이해해야 하고, 네가 지금처럼 멍청한 짓을 해도 찾으러 다녀야 하는 거야. 불만 좀 생겼다고 집부터 뛰쳐나가지 말고, 너도 엄마가 왜 그랬을까 생각하는 척이라도 해봐. 최소한 너도 노력이라는 걸 하라고.˝
물론 지금 내가 적은 것보다 훨씬 많은 쌍욕과 살해 협박이 있긴 했었지. 그렇게 눈에 살기를 띤 모습은 처음 봤으니까.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가족이라고 해서 네가 원하는 모습대로 네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란 뜻이야.
어쩌면 가족이라는 존재는 더 많이, 더 자주 이해해야 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지.(137쪽)

🏷그땐 아빠가 아빠를 처음 하는 것처럼 나도 딸은 처음이라고 원망했는데, 그 여자 말을 듣고 보니까 조금 미안해졌어. 아빠는 노력하고 있었구나. 바보같이 나만 그걸 모르고 있었구나......
있잖아, 언니.
아빠랑 내가 일직선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어. 양 끝에서 서로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데, 내가 달리기를 멈춰 버린 거야. 그리곤 투덜거리는 거지.
아빠는 왜 더 빨리 달려오지 않는 거야. 왜 이렇게 멀리 있는 거야.
나는 투덜대기만 하고 달리기를 멈춰 버렸어. 아빠는 내가 달리지 않은 만큼 더 많이 달려야 했어. 길이 그렇게 멀어졌는데도 한 번도 투덜대지 않고 나만 보면서 묵묵히.(206쪽)

🏷내 딸이자, 친구이자, 미래의 꿈이었던 은유야.
나는 내 마지막 순간에도 조금만 더 살게 해 달라는 기도 대신, 이렇게 너를 알게 해 준 신의 배려에 감사하다고 기도할 거야.
이렇게 배 속에라도 널 품고 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고. 당신의 배려 덕분에 내 딸을 만날 수 있었다고. 내 딸이 예쁜 꿈을 키우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해 줘서 감사하다고.
비록 엄마와 딸로 만나진 못했지만 대신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은 관계로 만날 수 있었으니까 이걸로 충분히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그렇게 기도하고 조금 시간이 남으면, 나한테 약간의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땐 네 얼굴 한 번만 볼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할게.
딱 한 번만 볼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하겠다고.
그리고 나는
나는 네 곁으로 갈게.
네가 뭔가를 잘 해내면 바람이 돼서 네 머리를 쓰다듬고, 네가 속상한 날에는 눈물이 돼서 얼굴을 어루만져 줄게.
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에도, 시험을 잘 친 날에도, 친구랑 다툰 날에도. 슬프거나 기쁘거나 늘 네 곁에 있어 줄게.
엄마는 늘 네 곁에 있을 거야. 아주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이 편지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2002년 11월 16일
아주 따뜻한 곳에서 엄마가(220~221쪽)

마지막 편지는 너무 너무 슬펐다. 가족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내가 읽은 이꽃님 작가님 책
✔️죽이고 싶은 아이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먹는 여우의 여름 이야기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송순섭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먹는 여우의 여름 이야기](프란치스카 비어만/송순섭 옮김, 주니어김영사)
-스포일러 주의

책 먹는 여우의 여행 이야기가 시리즈로 나왔다. 아직 봄, 여름, 겨울밖에 안 나왔던데, 가을은 나올 예정인지 궁금하다.-아직 겨울 이야기는 안 읽었다.

책 먹는 여우가 여름을 보내는 이야기이니, 휴가철인 지금 딱 읽기 알맞은 책이겠다. 나는 한 달 전에 읽긴 했지만. 그래서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책 먹는 여우의 목적지는 외딴섬이다. 가는 길부터가 희한하다. 섬 주인이 자기 섬의 위치를 잘 모른다. 겨우 도착한 섬에는 숙소만 덩그러니 지어져 있다. 책 먹는 여우는 나름 자신의 숙소에 만족하고 있다. 작가나 예술가라면 이런 상황에 만족할 것 같다. 나는 통제되지 않으면 불안한 성향이라, 여행도 계획이 짜여 있어야 덜 불안해진다. 이 말은, 불안하지 않으면 계획을 짜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경주월드에 가도(몇십 년만에 가는 거일 거다. 도투락월드에서 경주월드로 바뀐 이후로 처음 간 것 같다.), 아이의 키에 맞춰 탈 수 있는 게 뭔지 알아본다. 계획을 완벽하게 세부적으로 세우는 스타일이었다면 동선까지 짰을 테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도장찍기(아이가 탈 수 있는 놀이기구 모두 타기)를 완료하기만 하면 됐으니까.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섬에서 찾은 보물을 섬 주인 호세가 주인에게 모두 되돌려주기 위해 경찰서에 연락하는 장면이었다.-6월에 읽어서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호세가 모른척했어도 아무도 몰랐을 것이었다. 물론 프라이데이 박사나 책 먹는 여우가 함께 보긴 했지만. 초등 동화라 그런지 착한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땅에 떨어진 돈은 줍는 사람이 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맡았던 4학년 이하 아이들은 10원짜리라도 나에게 갖다주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 돈 모아서 사랑의빵 저금통에 모아 보냈던 때가 기억난다.

📌내가 읽은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책
✔️슈퍼 토끼의 결심
✔️책 먹는 여우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
✔️책 먹는 여우의 여름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