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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이 사는 집 ㅣ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42
이꽃님 지음, 조윤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7년 3월
평점 :
[악당이 사는 집](이꽃님, 주니어김영사)
-스포일러 주의
등장인물이 돌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책이다.
조찬이가 이사한 옆집에 수상한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 뭔가를 쌓아놓고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궁금하다.
조찬이는 학교에서와는 달리, 게임 공간에서는 히어로다. ‘무적 용사‘라는 아이디를 가진 유저와 함께 게임에서 항상 승리를 쟁취한다.
옆집 할아버지는 베트남 참전 용사셨다. 이것 저것 조립하고 제작하며 키덜트로 살고 있었는데, 옆집 조찬이가 그걸 수상하게 여긴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 ‘무적 용사‘에게 조언을 구하며, 그 수상한 할아버지가 뭘 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급기야는 경찰이 출동하는 에피소드마저 벌어진다. 방학 동안 할아버지가 베트남 참전용사인 걸 알게 된 조찬이는, 할아버지와 친해진다. 할아버지의 취미생활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조찬이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나도 안다.
전쟁은 잔인하고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전쟁은 내 젊은 시절의 모든 것이었다. 나는 젊은 시절을 온통 전쟁터에서 보냈고, 그 시절만이 오로지 세상에게 내가 필요했던 시절이었다. 모두 나와 함께 하길 원했으며, 나를 영웅처럼 받들어 주었다. 나는 적을 없앴고 내 동료를 살렸다. 나에게는 군인으로서의 긍지와 명예가 있었다. 그것은 피바람이 부는 전쟁터에서 나를 지탱해 준 유일한 것이었다.(116쪽)
노인혐오가 심한 지금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어르신들의 경험을 존중하고 싶다. 할 줄 모르는 게 많고, 모르는 사람에게 오지랖을 부리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하시는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의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이끌어 오시는 데 공헌하신 분들이니까. 특히 우리 부모님부터.
베트남 전쟁이나 6.25 같은 사건의 전말을 자세하게 알고 싶다. 위안부 이야기만큼이나, 잊혀지고 있는 이야기다.
개학 후 조찬이가 만난 할아버지 이야기를 학교에서 발표하게 됐다. 그런데 믿는 사람이 없다.
🏷˝할아버지 말이 맞아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아무도 안 믿을 거예요. 걔네들은 내 말이 아니라 나를 싫어하는 거니까.˝
(중략)
하지만 녀석의 마지막 말은 내 마음을 움직이고 말았다.
˝그래도 전 믿어요. 할아버지가 겪은 전쟁 말이에요. 그건 진짜잖아요.˝(138쪽)
조찬이를 싫어해서 조찬이의 말을 믿지 않는 거라니, 너무 슬프다. 조찬이는 반 아이들에게 받는 이런 상처를 할아버지를 통해, ‘무적 용사‘를 통해 치유받는 것 같았다.
🏷˝누가 뭔가를 믿든 믿지 않든 그건 그 사람에게 달린 문제지. 사람들은 과거의 일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거든. 내가 군인이었다는 것과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 같은 건 사람들한테 아무 필요도 없어. 그냥 지금 눈에 보이는 그게 전부지. 설사 내가 총을 빌려준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거야. 그런 장난감 총 하나로 뭐가 바뀌겠니?˝(137쪽)
할아버지는 조찬이네 반에서 강연을 하게 됐지만, 조찬이네 반 우림이는 할아버지를 악당 취급한다. 할아버지는 그 말을 수용한다. 상처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냥 꼬맹이의 말로 치부했던 걸까.
할아버지의 정체에 이어, 드디어 ‘무적 용사‘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리고 조찬이는 편견의 안경에서 벗어난다. 편견의 안경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평생에 걸쳐 편견의 안경을 벗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적 용사는 정말 착하고 정의로운 친구였다. 무적 용사가 우림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나는 절대로 우림이 같은 아이와 친구가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와 우림이는 뭐랄까,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게임에서 우림이와 나는 절친이었다. 죽이 척척 맞았다. 할아버지도 그랬다. 나는 할아버지가 무시무시한 살인마나 범죄자쯤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다. 이제 눈에 보이는 것이 얼만큼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146쪽)
조찬이는 대단한 아이다. 우림이를 용서했고, 받아들였다. 정말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조찬이를 통해 할아버지도 성장한다. 우림이의 손을 잡은 조찬이를 보며, 자신도 용기를 내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아니라 조찬이를 진짜 영웅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꼬맹이 녀석은 달랐다. 녀석은 전쟁을 선택하는 대신 진짜 용기를 냈다. 먼저 악당의 손을 잡는 용기, 화해를 선언하는 단 하나의 진심. 그것은 진정한 영웅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용기였다.
영웅과 악당의 차이는 단 하나, 진심이었다.(161쪽)
📌내가 읽은 이꽃님 작가님 책
✔️죽이고 싶은 아이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악당이 사는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