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할 수 있을까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6
문경민 지음, 정은규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용서할 수 있을까](문경민, 주니어김영사)
-스포일러 주의

문경민 선생님 책이기도 하지만, 용서라는 낱말이 들어간 책 제목은 쉽게 넘길 수 없었다.

지우와 영우는 쌍둥이 형제다. 그런데, 지우와 영우는 다른 학교에 다닌다. 영우가 양궁을 배우기 위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기 때문이다.
지우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 엄마는 독일에서 신약을 연구하고 있다. 몇 년 전에 지우를 포함해 지우와 같은 병을 앓는 아이 열 명이, 지우의 엄마가 소속된 연구소에서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우는 살았지만, 희귀병에 맞는 약 개발에는 실패했다.
게다가, 지우는 괴롭힘도 당했다. 성격이 순한 지우는 당하고만 살았다. 공교롭게도 지우를 괴롭힌 무리는, 그 전해에 지우의 쌍둥이 영우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민재를 우두머리로 삼고 있었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셈이다. 이런 사례가 굉장히 많다고 들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사례. 피해자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으니 그만큼 가해자로의 전향도 빠르지 않을까. 어떻게 당했는지 본인이 제일 잘 아니까.

지우는 자신이 괴롭힘 당하는 것을 철저하게 숨긴다. 그러다, 어쩌다 영우와 학교를 바꿔가면서 영우가 지우의 생활을 알게 된다. 늘 밝고 활기찬 영우는 지우의 삶을 바꿔주겠다는 결심을 한다. 10대 때는 다 이렇지.. 자신이 제일 옳은 줄 아는 시기니까. 영우는 나름 지우를 도와주려 한 행동이었겠으나 지우는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민재는 영우와 지우가 서로 바꿔간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지우가 다시 학교에 갔을 때, 민재는 지우를 괴롭힐 궁리를 한다. 그리고 사고가 난다. 지우는 정신을 잃고,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소집되어 민재 무리의 행동이 드러난다. 영우와 민재의 갈등도 폭발한다. 영우는 자신이 민재를 괴롭혔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영우의 리더십이 민재를 괴롭게 한 것일 수도. 문득, 십수 년 전에 우리 반 반장을 했던 아이가 생각난다. 이 아이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아이가, 내가 아는 것만 둘인데, 졸업한 이후에 그 사실을 알고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고작 5년차 때였다는 변명을 해보지만, 상처입은 아이들의 마음은 누가 위로해줬을까.
영우가 민재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민재가 지우를 괴롭혔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한편으로는 영우가 아니었어도 민재가 다른 아이한테 괴롭힘 당했을 수도 있겠지만.

민재를 용서하는 문제에 직면한 영우와 엄마의 대화가 마음에 남는다.

🏷˝엄마도 용서받아야 할 만큼 잘못한 적 있어?˝
이번에는 엄마가 입을 다물었다. 엄마의 얼굴을 보지 않았는데도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영우는 엄마를 올려다보았다. 정면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은 허공 어딘가에 퍼져 있었다.
잠시 뒤 엄마는 말했다.
˝엄마도 용서받은 적이 있어.˝
누구한테? 무슨 일로? 그렇게 물을 생각이었으나 입을 열 수 없었다. 말짱했던 엄마의 얼굴이 어느새 창백해졌다. 코끝이 빨개졌고 눈 안에 물기가 고였다. 엄마는 입술을 오므리고 호 하고 숨을 내쉬었다. 엄마의 입 가장자리 주름이 아래쪽으로 움찔거렸다.
엄마는 말했다.
˝독일에 있었던 아이들. 그 애들 부모님들에게.˝(178쪽)

용서받은 사람이, 용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나는, 우리 딸에게 용서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엄마가...... 엄마가 너무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그랬거든.˝
영우는 병실에 누워 죽어 가는 메이와 그 옆에 앉아 고개를 숙인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다. 용서를 구하는 엄마의 얼굴과 겨우 이어져 온 생명이 사그라들어 가는 메이의 얼굴도 떠올렸다.
˝그때, 메이가, 메이가 엄마한테 그랬어.˝
영우도 눈가를 훔쳤다. 엄마는 메인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다이죠부데스.˝(179쪽)

용서를 받아봐야, 자신을 용서할 길이 열리기도 한다.

🏷영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효과가 없으면?˝
한껏 울고 난 엄마의 얼굴은 투명했다. 슬프게 웃었는데 아주 슬프지는 않았다. 엄마는 한 손으로 영우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더운 숨결이 영우의 이마에 닿았다. 순간, 영우는 알았다. 지금 이 장면을, 이 시간을, 엄마의 얼굴과 목소리와 곧이어 나올 말을 평생 기억하게 되리라는 것을.
엄마는 말했다.
˝엄마도 엄마를 용서하려고.˝(180-181쪽)

📚내가 읽은 문경민 작가님 책
✔️훌훌
✔️화이트 타운
✔️열세 살 우리는
✔️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
✔️딸기 우유 공약
✔️지켜야 할 세계
✔️우리들이 개를 지키려는 이유
✔️용서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