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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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김선영, 자음과모음)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내 취향이 아니었다. 잔잔하고 큰 위기 없이 해결되는 내용이다. (작가님 보시면 안 되는데...) 등장인물의 성격을 알려면 말과 행동을 봐야 하는데, 글쎄, 말투가 너무 비슷한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읽는 데 몰입이 안 되고 진도가 잘 안 나갔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를 다룬다. 정량적 시간이냐, 정성적 시간이냐의 문제랄까. 어른의 입장에서 읽는 것은 괜찮지만, 학생들은 확 와닿을 것 같지는 않았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차이를 명확하게 얘기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말 그대로 자신의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개념이다. 처음 시작은 시간만 나눠주겠다,로 시작해서, 결국은 시간을 나누면 마음도 함께 나누는 거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인간의 본능 중 행복한 행위를 함께 하고 싶은 욕구, 그게 바로 카이로스의 시간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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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사냥꾼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21
김선희 지음, 박현주 그림 / 살림어린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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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사냥꾼](김선희, 살림어린이)

권일한선생님 책 중 어딘가에서 읽고 킵해 두었던 책이다. 이 책을 학교 도서관에 신청하고 읽으려고 생각하던 차였다. 내가 신청한 책은 거의 아무도 안 빌려보기 때문에 언제 빌려볼까 하며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책이 사라졌다. 누군가 먼저 빌려간 것이다. 반납될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두 달 넘게 감감무소식이어서 당황했다. 못 보는 건 아닐까, 라고 생각할 만큼 초조했다.

기대했던 것만큼, 기다렸던 것만큼 내용에 만족한 건 아니었다. 방과 후 사냥꾼이라는 말이 실제로 어떤 동물을 죽이는 것을 의미하는 거라는 데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지오의 엄마는 선생님이다. 지오는 엄마와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여러가지 불편한 상황을 마주한다. 지오의 엄마는 자기 얼굴에 먹칠하지 말라고 닦달한다. 지오의 마음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 딸도 아직은 엄마가 학교 선생님인 게 신기한 것 같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4학년 때, 우리 반 남학생 중 한 명의 엄마가 우리 학년의 다른 반 선생님이었다. 내 기억에 그 남학생은 학교를 잘 아는 것처럼 행동했던 것 같다. 수업이 마치면 자기 엄마 반에 가기도 했다. 동아리활동이 아니면(아마 그때는 특별활동이었을 거다.) 다른 반에 가는 건 금기시됐는데, 그애는 마음대로 다닐 수 있으니 부럽기도 하고 재수없기도(?) 했다. 후에 내가 선생님을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했지만.
아무튼, 선생님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일부러 직업을 밝히지 않는다. 우리 꼬맹이는 엄마가 선생님이라는 게 마냥 좋고 신기해서, 담임선생님한테 내 직업을 얘기할 것 같다. 나는 아이에게 내 직업을 얘기하든말든 신경쓰지 않을 작정이다. 말해서 불편하면 다음부터 안 할 거고, 괜찮으면 계속 하겠지. 다만, 선생님이 물어보기 전까지는 직업을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누군가가 방과 후 사냥꾼을 모집하고, 그 사냥꾼들은 1차 모임에서 그 동물을 죽이는 목적이 무엇인지 설명해야 했다. 주인공인 지오는 그 사냥꾼이 되는 데 어떤 목적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더 강한 자극이 필요했던 것 같다. 방과 후 사냥꾼으로 모인 사람들은 그나마 각자 죽이려는 목적이 분명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안 되고 해만 끼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기억에 남는다. 해를 끼친다고 해서 죽이는 게 바람직한지는 2차적 문제이긴 하지만.

지오는 병든 너구리를 발견했고, 너구리를 사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너구리를 사냥해야 하는 특별한 목적도 없다. 폼나는 무언가를 사냥해야겠는데, 눈에 띄는 것이 너구리였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너구리를 사냥하기 위해 너구리를 치료하고, 먹인다. 너구리를 치료하기 위한 약, 먹이가 부족하니 동생의 돈에도 손을 댄다. 동생은 심증만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너구리를 최종 사냥하기 위한 무기를 찾는다. 마침 친구가 적당한 무기를 갖고 있다. 친구가 곱게 빌려주지 않으니 훔치기까지 한다. 결국 선생님께 들키고, 지오의 엄마도 그 사실을 알게 된다. 과연 지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면 오백원.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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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여중생들의 진실게임 - 청소년 성장소설 십대들의 힐링캠프, 폭력(사이버폭력) 십대들의 힐링캠프 24
이선이 지음 / 행복한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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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여중생들의 진실 게임](이선이, 행복한나무)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이선이 선생님의 책을 다 읽었다. 읽은 세 권 중에서는 이 책이 제일 와닿았다. 아마, 이 책 안에 내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이 책은 [죽이고 싶은 아이], [소희의 방]처럼 등장인물들이 한 명씩 자기 관점에서 보는 상황을 서술하고 있다.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기의 특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예쁘다는 말을 늘 듣고 살던 내가 그 말을 못 들으니 정체성이 흔들렸다. 자존감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즐거운 일도 없고 매사가 귀찮아졌다. 뽀얗고 하얀 피부 덕분에 화장을 안 해도 되었지만, 친구들의 세상에 섞이고 예쁘다는 말을 듣기 위해 화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친구들은 더 이상 나에게 예쁘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그 말은 모두 상희에게만 향할 뿐이었다.(27쪽)

우리 집에서 하는 것처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던 시기라고 해야 할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보고 그대로 따라 했다. 우리 집은 잘 나가지 않아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아이들은 이미 경험했다. 나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정체성이 흔들렸던 것 같다. 지금도 처음 하는 일은, 굉장히 부담스러워한다. 누군가 먼저 시작해야만, 나도 그걸 보고 생각을 해서 진행해야 안전하다고 느낀다.

갑자기 빨라지는 심장박동 소리를 들킬까 봐 두려웠다. 동호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 당당하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겐 그럴 만한 용기가 없다.(47쪽)

나도 그랬다. 좋아하는 감정은 철저히 숨기고 살았다. 연예인이든, 또래 남자아이든. 그게 들켰을 때 겪을 부끄러움 내지 수치심이 너무 싫었다. 수치심이 좋아하는 감정을 이겼다. 왜 그때는, 그게 그렇게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일이었을까. 지금도, 그 감정들은 남아 있다.

세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아무도 나를 놀리지 않을 거라고 본능적으로 느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한마디를 하면 열 마디로 돌려줬고, 한 번 놀림을 당하면 그 아이가 질려서 도망갈 때까지 욕까지 보태서 갚아줘야만 직성이 풀렸다. 언제부턴가 말투도 바뀌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말하면 아이들이 내 말을 듣는 척도 하지 않았기에 내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커졌고, 말투는 거칠어졌다.(54쪽)

교사가 되고 많이 바뀌었다. 고소를 당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많이 바뀌었다. 계속 스스로를 방어하려고 한다. 내가 나를 보호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임에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거부한다. 아직도,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죽고 주는 사셔야 하는데.

친구들은 내가 강한 줄 알고 있지만 사실 나는 그렇게 강한 아이가 아니다. 친구들의 사소한 말도 그냥 잊지 못한다. 무슨 뜻이었을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곱씹고 또 곱씹는다. 숱한 말들이 머릿속에서 닳아 없어질 때까지 오랫동안 괴로워한다. 하지만 애들이 그걸 알 턱이 없다. 귀를 막고 싶다.(104쪽)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엔 곱씹고 또 곱씹었다. 스스로를 과거에 가두는 행동을 많이 했다. 과거를 되짚어보고 복기했다. 지금은 그때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했을까, 를 고민하지만, 그땐 내가 잘못 행동했다는 것 자체에 집중했다. <인사이드 아웃2>에 나오는 것처럼, 불안이가 계속 머릿속을 휩쓸었다. ‘나는 부족해‘라고 계속 되뇌었다. 누군가에게는 감정이 통합되는 시기가 30대 이후가 될 수도 있다. 영화라서 그런 건지, 라일리는 매우 빨리 통합의 지점을 찾았지만.

˝맞아, 세라 걔도 알 건 알아야지.˝
˝그래, 상처 주는 사람은 받는 사람이 얼마나 아픈지도 모르잖아.˝
˝이번 기회에 좀 알아야지.˝
˝맞아 맞아.˝
우리는 서로 맞장구치며 정체 모를 불안감을 달랬다.(110쪽)

내가 이 책 안에 있는 등장인물 중 한 명이었다면, 세라의 친구였다면, 이 친구들처럼 행동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아마 똑같이 행동했을 거다. 감싸지 못했을 거고,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성인이 되어서도 험담을 한다. 관리자나 학부모나 내가 기준이 되어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들을 향해.

˝뭐랄까, 눈에 독기가 가득한 게 예쁘장하긴 한데 섬뜩하더라고요. 이 아이 환경은 어떤가요?˝
˝어머님, 아이의 환경은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구요. 이 아이도 장점이 많은 친구인데 뭔가 마음이 서로 맞지 않아 일이 이렇게까지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어느 시점부터 친하던 관계가 어긋났는지 그 부분을 찾아서 이해하게 하고 서로 화해하고 관계를 회복시키는 게 먼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일이 시작된 지 하루 이틀 사이에 상황이 많이 깊어진 상태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어머님 생각은 어떠세요?˝(151쪽)

나는 학부모에게 이렇게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밑줄을 그었다. 다른 집 아이를 향한 학부모의 시선이 곱지 않을 때가 있다. 올해도 있었고. 교사는 교육을 목적으로 있는 사람인데, 학부모님 중에 그 사실을 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상처받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교사의 말 기술]에 나오는 것처럼 말하려고, 요즘은 상담 전에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아직까진 다른 사람의 입장보다는 내 상처가 더 크게 느껴질 나이다. 어른이라고 모두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만 있는가? 어른도 아이 같은 어른들이 수두룩한데 아이들이야 오죽할까. 가슴 한가운데가 빼근하게 저려왔다.(155쪽)

내가 싫어하는 책 중 하나이긴 한데, [내 마음 속에 울고 있는 내가 있어요]를 (책 제목만) 꺼내본다. 제목과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지만, 성숙하지 못한 성인에게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있다. 자라지 못한 것 같은, 어떨 땐 초등학생 같은. 그런 아이들을 수용해야 자아도 죽일 수 있는 게 아닐까.

이 책으로 나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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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억할 거야 사계절 웃는 코끼리 24
유은실 지음, 김유대 그림 / 사계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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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억할 거야](유은실, 사계절)

이 책은, 끝말잇기로 시작한다. 흔히 하는 장난이 등장한다. 원소 이름으로 다음 낱말 시작하지 못하게 하는 장난이다. 동생이랑 가끔 그러고 놀았던 게 생각났다. 결국 이 놀이는 싸움으로 번지고, 엄마의 개입으로 평화로워진다. 그리고 새로운 ‘디‘ 말놀이로 평화로워진다. ‘디‘ 말놀이 부분을 보니 ‘밤양갱‘ 노래가 절로 떠오른다. 장기하가 이 책을 읽고 가사를 쓴 건 아니겠지.ㅋㅋㅋㅋㅋㅋㅋㅋ

두 번째 사건은 첫사랑이다. 오빠는 성공하는 중인데, 주인공 정이는 실패했다. 첫사랑 상대가 정이를 못 알아본 것이다. 이 마음을 말놀이로 표현했다.

내 첫사랑은 예의가 없다. 실패한 첫사랑이다.
˝드디어 인생의 쓴맛을 보는구나.˝
엄마가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속상하다.
오빠는 인생의 단맛을 보고 있다. 나는 쓴맛을 본다.(50쪽)

˝괜찮아, 정이는 세 살 때부터 쓴맛을
알았잖아.˝
아빠가 말했다. 나는 안 괜찮다. 씀바귀 쓴맛은 맛있다. 아주아주 괜찮다. 인생의 쓴맛은 안 괜찮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 그냥 쓰디쓰다. 나는 인생의 쓴맛을 몰랐던 거다.(52-53쪽)

네 명 가족 중 첫사랑에 실패한 사람이 셋이다. 첫사랑으로 결혼까지 간 사람은 얼마나 될까.

첫사랑에 실패했어도, 정이는 첫사랑을 기억하기로 결심한다.

그래도 잊기는 싫다.
나는 기억할 거다. 오하를 좋아했으니까.
내 마음은 행복했으니까.(57쪽)

인생의 쓴맛을 기억하기로 결심한 정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인생의 쓴맛에 녹아 있는 쓴맛만 기억하고 기억을 지우면서 행복한 맛까지 잊어버리는데, 정이는 행복한 기억을 갖겠다고 다짐하는 게 대견하다. 우리가 사는 인생에서 쓴맛을 느껴야 할 때, 행복한 기억도 잘 찾아내면 좋겠다. 그리고 그 기억을 잘 간직하면 좋겠다.

📌내가 읽은 유은실 작가님 책
✔️일수의 탄생
✔️순례 주택
✔️까먹어도 될까요
✔️나는 기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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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먹어도 될까요 첫 읽기책 16
유은실 지음, 경혜원 그림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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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먹어도 될까요](유은실, 창비)

[까먹어도 될까요]와 [나는 기억할 거야]는 믿고 보는 유은실 작가님 책이다. 어떤 건 까먹고, 어떤 건 기억해야 할까. 아이러니한 제목이 한데 꽂혀 있어서 재밌어서 두 권을 선택했다. 얇은 책인데도 불구하고 밑줄친 부분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까먹어도 될까요]가 더 좋았다.

내가 심은 만큼 수확하겠다는 마음. 나쁜 마음은 아니지만, 나누지 못하는 마음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마음이고. 모든 MZ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요즘 그런 모습을 많이 본다. 물론 나도 갖고 있는 마음인데, 요즘 20-30대는 그런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고 해야 할까.

줄무늬는 아까웠어. 아무도 못 찾는 도토리는 그냥 썩을 수도 있거든.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거나.
줄무늬는 억울했어. 줄무늬는 도토리를 빨리 빨리 많이 묻었거든. 그럼 빨리빨리 많이 찾아 먹어야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지.(7쪽)

줄무늬는 할머니를 만난다.

‘까먹어도 되는 건, 까먹어도 괜찮으니까.‘
줄무늬는 할머니 말을 곱씹었어. 아무리 생각해도 틀린 말 같았지.
‘까먹어도 된다고 생각해서, 계속 멍청한 다람쥐로 사는 거야!‘(13쪽)

손해보는 거라고 생각하고, 잃는다고 생각한다. 까먹어야 도토리에서 싹이 나서 나무로 자라 도토리가 열린다는 걸, 아직 깨닫지 못한다. 그런데, 이 다람쥐들도 까먹지 않는 게 있다.

˝이장님, 근데 이장님이 이장님인 건 안 까먹으세요?˝
˝예, 안 까먹습니다.˝
˝어떻게 그건 안 까먹으세요?˝
˝우리 다람쥐들은 자기가 누구인지 절대 까먹지 않으니까요.˝(28~29쪽)

자신의 정체성이다. 내 정체성은 무엇일까. 교사, 엄마, 기독교인.. 역할로만 살고, 정체성으로 살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런 점에서는 [일수의 탄생]이 생각나기도 한다.

줄무늬는 까먹지 않는 데 성공한다. 심지어, 자신의 아이들도 안 까먹게 만들기 위해 이름도 ‘정신‘과 ‘차려‘라고 짓고, 자기가 쓴 방법을 전수하려 한다. 성공하지는 못하지만. 줄무늬의 성공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아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깨달았으니 좋은 결과를 갖고왔다고 해야 하나?

줄무늬는 한숨을 쉬었어. 중요한 걸 안 까먹으려고 그렇게 애썼는데, 도토리를 못 까먹게 되었잖아.(55쪽)
이장 말에 줄무니는 또 한숨을 쉬었어. 위험을 피하려고 튼튼한 집을 지었는데, 집에 깔려서 죽을 뻔했잖아.(56쪽)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중요한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유비무환이라고 하지만, 그게 늘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고생을 해야 귀한 줄 안다. 줄무늬는 시간을 아끼고 고생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몸으로 겪어낸 후에야 비로소 다람쥐의 정체성을 알게 되었다.

˝할머니. 쫑긋이도 약초 일을 하겠다고 했어요?˝
˝그럼.˝
˝고생하는 거 알면서요?
˝그럼. 천재를 만들 때 마음도 만드는 것 같다. 기꺼이 고생하는 마음.˝(64~65쪽)

진짜 기억해야 할 것은 은혜다.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

˝줄무늬, 우리가 제일 잘 까먹는 게 뭔 줄 아나? 누군가를 도와준 거다. 도토리 묻은 곳보다 더 잘 까먹는다. 나도 자네한테 뭘 해 준 것 같기는 한데...˝(68쪽)
˝사랑하는 정신 차려, 우리 다람쥐는 멋진 것 같다. 도움받은 걸 까먹지 않으니까. 도와준 건 잘 까먹으니까.˝(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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