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먹어도 될까요 첫 읽기책 16
유은실 지음, 경혜원 그림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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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먹어도 될까요](유은실, 창비)

[까먹어도 될까요]와 [나는 기억할 거야]는 믿고 보는 유은실 작가님 책이다. 어떤 건 까먹고, 어떤 건 기억해야 할까. 아이러니한 제목이 한데 꽂혀 있어서 재밌어서 두 권을 선택했다. 얇은 책인데도 불구하고 밑줄친 부분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까먹어도 될까요]가 더 좋았다.

내가 심은 만큼 수확하겠다는 마음. 나쁜 마음은 아니지만, 나누지 못하는 마음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마음이고. 모든 MZ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요즘 그런 모습을 많이 본다. 물론 나도 갖고 있는 마음인데, 요즘 20-30대는 그런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고 해야 할까.

줄무늬는 아까웠어. 아무도 못 찾는 도토리는 그냥 썩을 수도 있거든.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거나.
줄무늬는 억울했어. 줄무늬는 도토리를 빨리 빨리 많이 묻었거든. 그럼 빨리빨리 많이 찾아 먹어야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지.(7쪽)

줄무늬는 할머니를 만난다.

‘까먹어도 되는 건, 까먹어도 괜찮으니까.‘
줄무늬는 할머니 말을 곱씹었어. 아무리 생각해도 틀린 말 같았지.
‘까먹어도 된다고 생각해서, 계속 멍청한 다람쥐로 사는 거야!‘(13쪽)

손해보는 거라고 생각하고, 잃는다고 생각한다. 까먹어야 도토리에서 싹이 나서 나무로 자라 도토리가 열린다는 걸, 아직 깨닫지 못한다. 그런데, 이 다람쥐들도 까먹지 않는 게 있다.

˝이장님, 근데 이장님이 이장님인 건 안 까먹으세요?˝
˝예, 안 까먹습니다.˝
˝어떻게 그건 안 까먹으세요?˝
˝우리 다람쥐들은 자기가 누구인지 절대 까먹지 않으니까요.˝(28~29쪽)

자신의 정체성이다. 내 정체성은 무엇일까. 교사, 엄마, 기독교인.. 역할로만 살고, 정체성으로 살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런 점에서는 [일수의 탄생]이 생각나기도 한다.

줄무늬는 까먹지 않는 데 성공한다. 심지어, 자신의 아이들도 안 까먹게 만들기 위해 이름도 ‘정신‘과 ‘차려‘라고 짓고, 자기가 쓴 방법을 전수하려 한다. 성공하지는 못하지만. 줄무늬의 성공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아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깨달았으니 좋은 결과를 갖고왔다고 해야 하나?

줄무늬는 한숨을 쉬었어. 중요한 걸 안 까먹으려고 그렇게 애썼는데, 도토리를 못 까먹게 되었잖아.(55쪽)
이장 말에 줄무니는 또 한숨을 쉬었어. 위험을 피하려고 튼튼한 집을 지었는데, 집에 깔려서 죽을 뻔했잖아.(56쪽)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중요한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유비무환이라고 하지만, 그게 늘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고생을 해야 귀한 줄 안다. 줄무늬는 시간을 아끼고 고생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몸으로 겪어낸 후에야 비로소 다람쥐의 정체성을 알게 되었다.

˝할머니. 쫑긋이도 약초 일을 하겠다고 했어요?˝
˝그럼.˝
˝고생하는 거 알면서요?
˝그럼. 천재를 만들 때 마음도 만드는 것 같다. 기꺼이 고생하는 마음.˝(64~65쪽)

진짜 기억해야 할 것은 은혜다.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

˝줄무늬, 우리가 제일 잘 까먹는 게 뭔 줄 아나? 누군가를 도와준 거다. 도토리 묻은 곳보다 더 잘 까먹는다. 나도 자네한테 뭘 해 준 것 같기는 한데...˝(68쪽)
˝사랑하는 정신 차려, 우리 다람쥐는 멋진 것 같다. 도움받은 걸 까먹지 않으니까. 도와준 건 잘 까먹으니까.˝(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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