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는 진심, 내가 모르는 본심 - 무엇이 내 행복을 훼방놓는가?
매릴린 케이건 & 닐 아인번드 지음, 서영조 옮김 / 전나무숲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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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말하는 진심 내가 모르는 본심](매릴린 케이건, 닐 아인번드/서영조 옮김, 전나무숲)

오랜만에 전공서적(?)을 읽어보았다. 요즘 다시 전공서적을 읽고 있다. 물론 이 책은 전공서적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가벼운 책이다. 방어기제에 대한 책인데, 5년 전에 샀다가 (나에게 해당하는) 몇 파트만 읽고 책꽂이에 다시 얌전히 꽂혀있던 책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읽었던 부분도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롭긴 했지만.
이 책은 방어기제 열 가지에 대해 사례 중심으로 실려 있다. 부정, 투사, 합리화, 지성화, 유머, 전치, 승화, 지연행동, 이타주의, 소극적 공격성이다. 방어기제라는 말의 늬앙스 때문인지 방어기제를 나쁘게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방어기제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으며 잘 활용할 수도 있다라는 것, 그리고 마냥 좋을 것만 같았던 승화나 이타주의에도 단점은 존재한다는 것.
부정은 워낙 (나에게)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투사나 합리화도 그런 경향이 있긴 하지만) 매우 이해가 잘 되었다.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나 지금이나 투사는 왜 이렇게 어렵다고 여겨지는지 모르겠다. 나도 투사를 꽤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드는데, 투사에 대해 따로 더 공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투사 파트에서 감정 차트가 나오는데, 책에서는 최근 6개월간 주로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체크하라고 했지만 나는 한 가지를 고르는 게 어려웠다. 주로 느꼈던 감정이 없는데 뭘 골라야 하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신랑은 주로 무엇을 느꼈을까, 하고 체크해 보았다. 그리고나서 신랑에게 내 주감정이 무엇이었던 것 같냐고 묻자, 다 한 번씩 느껴본 것 같다면서 주감정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내가 느끼지 않았음직한 감정은 ‘희망에 차다‘인 것 같다고 했다. 맞는 말이라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신랑의 주감정은 무엇이었는지 묻자, 신랑은 ‘자신감 있다‘라고 말했다. 평소에 신랑이 불만 사항을 말할 때가 종종 있어서 나는 신랑의 주감정이 ‘불만스럽다‘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결과였다. 그렇게 말하자 신랑은 이야기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극대화시킨 것이라며 정말 불만스럽고 화가 나는 상황은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랑은 나의 감정을 잘 알고 있는데 나는 신랑의 감정을 잘 몰랐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정말 감정적인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투사 파트에서 생각하게 하는 구절, 찔리는 구절이 하나씩 있었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인생을 더 의미 있게 만들려면 자신의 가장 어두운 부분과 마주해야 한다.(68쪽)

나의 가장 어두운 부분은 무엇일까? 확실히 대학원에서 내 인생의 가장 어두운 부분이라고 생각하던 부분과 맞닥뜨리니 삶을 조금 더 능동적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드러내는 동안에는 너무 너무 힘들었지만 말이다.

자신을 잘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식하는 것이다.(73쪽)

나는 다른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일까? 투사를 하찮게 만들려면 공감능력을 길러야 한다(78쪽)고 한다. 역시 내가 상담할 때 초기에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은 괜한 느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자신에게 친절할 필요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책에 나오는 투사의 내용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더 공부하고 싶다.
이전에는 내가 사용하는 방어기제가 지성화와 승화, 지연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책을 읽어보니 (세월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어서일 수도 있지만) 지성화와 승화는 내가 감정을 억압하면서 쓰게 된 방어기제인 것 같고, 조금 자유로워진 지금은 투사, 지연행동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성화에 대한 공감이 매우 적어진 걸 보면 아무래도 내가 주로 쓰는 방어기제는 아닌 모양이다. 또, 이전에는 엄마가 내 감정을 억압했다고 생각했는데, 감정을 억압한 주체는 나이지 엄마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는 내 감정에 대해서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감정 억압의 주체는 결국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성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감정과 거리를 두며 살다 보니 마음 밑바닥에 우울감이 깔려 있다. 그런 사람들의 감정을 흔들어 깨우는 데는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 효과적이다.(131쪽)

아, 그렇구나, 했던 부분이다. 하긴 지성화를 사용하는 동안 좀 많이 우울했던 것 같다. 감정을 억압당한다고 느꼈고,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없음이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이었다. 감정을 드러내고 사는 지금은 좀 살 것 같달까. 가끔 우울감이 들기도 하지만, 예전보다는 우울감에 빠져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내가 많이 쓰는 지연행동의 원인은 완벽주의였다(216쪽). 완벽주의 성향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연행동의 원인이 된다고까지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일 때문에 지연행동을 하는 것이라면 완벽주의 때문이었나 보다. 지금은 지연행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 육아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 이런 것일까?
그리고 이 지연행동으로 이끄는 완벽주의는 두려움에 기초한 것이다(225쪽). 개인적으로, 나는 굉장히 두려움이 많은 편이다. 이 책에 나오는 대로 두려움에 직면하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생각만 할까봐 두렵기도 하다.).
소극적 공격성도 조금 쓰는 편이긴 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조금이 아니라 많이 쓴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방어기제 열 가지 중에서 안 쓰는 방어기제는 없는 것 같다. 주로 쓰는 것이 무엇인지 차이가 있는 것 같고,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어기제를 쓰는지 알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 같다. 이제 다시 상담 공부할 마음이 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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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꾸리는 법 - 골고루 읽고 다르게 생각하기 위하여 땅콩문고
원하나 지음 / 유유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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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꾸리는 법](원하나, 유유)

11월부터 독서모임을 하기로 했다. 독서모임을 추진하신 선생님께서 독서모임 시작 전에 이 책을 선물로 주셨다. 작가의 사인, 선생님의 손쪽지(?)와 함께(정작 본인 책에는 작가의 사인을 못 받으신 것 같지만). 그것만으로도 무척 감동이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책이 매우 얇아서 빨리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분명 손에 잡고 있는 책이 있었는데, 놓고 이 책을 먼저 읽었다(이런 식으로 다 못 읽혀지고 책꽂이로 향하게 된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물론 두어 시간 걸리긴 했지만 한달음에 다 읽었다. 아마, 11월부터 시작되는 독서모임이 무척 기대가 되었던 모양이다. 독서모임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대충의 윤곽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사례 중심으로 적혀서인지 매우 쉽게 술술 읽혔다(아무래도 나는 이야기를 매우 좋아하는 것 같다.). 독서모임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하여 운영하는 일련의 과정이 잘 드러나있다. 세부적인 내용까지 엄청 꼼꼼하게 적혀 있다.
예전에 독서모임을 매우 부러워했던 적이 있다. 그때가 출산 전이었나, 출산 후였나? 출산 전이라면 학교 업무와 수업 준비만으로도 빠듯하고 거리도 만만치 않아서 한 켠에 제껴두었던 것 같고, 출산 후였다면 양육의 핑계를 댔던 것 같다. 독서모임을 정말 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더 열심을 내지 않았을까? 내가 대학원까지 편도 7시간을 달려간 것처럼 말이다.
나는 왜 독서모임을 하고 싶을까? 소통하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같은 책을 읽고 소통하는 것처럼 매력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던 거제요회 시절이 있긴 했다. 그때는 미리 읽어오는 것이 아니어서 깊이 있는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시간도 짧고 아이들도 많았다.) 늘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독서모임을 적극적으로 찾았던가, 하는 생각에 조금 부끄러워졌다. 내가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수고와 노력에 얹혀 가려고 했던 것 같다(물론 지금은 여건이..). 거기에다 기독교서적 위주의 모임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없을 거라고 단정지어 생각했다. 주변에 글쓰기 모임은 있는 것 같은데, 회비가 (생각했던 것보다) 비싸고 시간적으로 맞지 않아서 포기하기도 했었다.
제일 궁금했던 것은 모임이 어떤 순서로 이루어질까, 하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보니 책에 대한 발제를 준비한다. 발제를 준비하는 방법도 나와 있어서 실제 독서모임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감상 - 발제- 기억에 남는 구절 공유로 진행한다고 한다. 독서모임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감이 온다. 재미있겠다!
독서모임을 위한 최소한의 규칙도 적혀 있었는데, 학교의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있었다. 바로 ‘책을 읽지 않는 회원(학생)‘. 언제나 늘 고민이었다. 내가 책을 읽어줘야 할까, 고학년의 경우에는 책 길이가 너무 길어 읽기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읽어오라고 하는 게 나을까, 개인적으로 같이 읽는 시간이 나을까, 지금도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자율적인 독서모임이다보니 책을 읽어오라고 강조(권유)하는 수밖에 없다고 해서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 학교의 상황이 아닌걸 어떡하나.
모임 운영을 위해 운영자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는지도 알았다. 더 활기찬 모임을 위해 장소를 물색하고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와,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센스가 없는 나는 못할 것 같다.
독서모임 테마 정하기 부분이 재미있었는데 ‘내 인생 최고의 책‘ 부분에서는 내 인생에 최고라고 불릴 만한 책이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인생책은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성경도 인생책이라고 느낄 만큼 깊이 파지 못한 것 같고, 여러 책을 생각해 봤지만 추천하기 괜찮은 책은 있어도 흠뻑 빠져들 만큼의 책은 없었다(물론 소설을 읽으면 과몰입해서 읽는 경향이 있지만 인생책이라고 보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독서모임하면서 인생책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롯이 책만 읽는 시간이라든지, 특정작가 책을 읽는다든지(지금까지는 C.S.루이스, 필립 얀시, 이용규 선교사님, 권일한 선생님 책들을 읽어왔는데 한 작가의 책들을 읽는다는 건 참 매력적인 일이다.), 시대별/지역별 작품을 읽는다든지(이 부분은 와, 정말 재미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꼭 해보고 싶다.) 하는 테마별 독서모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부록(?)으로 실려있는 도움이 될 만한 다른 책들 중에서도 사고 싶은 책이 있고, 땅콩문고(검색해보니 땅콩문고는 문을 닫았고 다른 이름으로 열었다.)의 책들(?)도 보고 싶은 책들이 많았다. 이를 테면 저자가 본문에서 소개한 [책 먹는 법]이라든지, [박물관 보는 법]이라든지, [작은 책방 꾸미는 법]이라든지.. 아, 읽고 싶다. 세상에 읽을 책이 왜 이렇게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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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답을 바꾼다 - 탁월한 질문을 가진 사람의 힘
앤드루 소벨 & 제럴드 파나스 지음, 안진환 옮김 / 어크로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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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질문이 답을 바꾼다](앤드루 소벨, 제럴드 파나스/안진환 옮김, 어크로스)

수업 중 질문, 발문에 관심이 있었다. 발문 관련 연수도 들었지만 나아지지는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몇 년 전에 이 책을 샀던 것 같다(신랑이 이 책 요즘 페북에 많이 보인다며 최근에 산 건지 물어보았다.). 물론 이 책 말고 교육 관련 발문 책도 두어 권 더 있는데 책꽂이에 꽂혀 있다. 읽고 싶을 때 읽게 되겠지.

이 책은 사례 중심으로 서술된 책으로 컨설턴트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해본다는 전제 하에서다.
처음 부분 읽을 때에는 학부모를 떠올렸다. 내가 말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학부모 상담할 때 어떻게 질문을 던져야 할지, 대화를 이끌어가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은데 학부모의 교육관이 어떠한지, 자녀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 등등 질문을 어떻게 던질지 조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중간에 ‘이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입니까?‘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그 질문은 이제 듣기가 싫었다. 나는 좀 지나치게 최선을 다하는 경향이 있는데(물론 주변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언제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인지, 쉬어서는 안 되는 건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최선이냐는 말이 너무 듣기 싫다. 물론 이 책에서도 자주 사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실패했을 때 무엇을 배웠는지 묻는 질문을 생각해 보았다. 이 책에 나오는 제임스라는 사람은 정말 질문을 잘 던지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 되는 거구나, 라고 감탄할 만큼이었는데, 제임스가 책을 쓴 건 아니라서 좀 아쉽다(?). 실패했을 때 실패했구나, 로 넘어갈 때가 많아서 내년에 복직하면 실패에 대한 기록을 남기려고 했는데, 어떻게 남겨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무엇을 배웠나, 라는 질문으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수업할 때 학습정리 단계에서 ˝무엇을 배웠나요?˝라고 물을 때가 가끔 있는데, 내가 그렇게 질문을 던졌던 건 아이들이 무엇을 배웠는지 정말 궁금해서 던진 것이었을까, 아니면 수업 중 일부이기 때문에 당연한 질문이라고 생각해서 질문을 던진 것이었을까. 무엇을 바라고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이었을까.
26챕터에서 나오는 다섯 가지 질문 중 첫 번째. ‘사명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록에는 본문의 질문들을 포함해서 293가지의 질문이 더 실려있다. 사업에 대한 질문이 많지만, 개인에 대한 질문들도 있다.
상담할 때 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읽기도 했는데, 상담에 어울리는 질문들은 아니었다.
나는 대개 질문은 던지지만, 질문에 대한 답은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빨리 넘어가고 싶어한다. 모든 경우에 다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상담을 공부할 때는 한 가지 문제를 골몰히 파기도 했다. 내가 빨리 넘어가고 싶어하는(대답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 질문들과 파는 질문들의 차이는 무엇인지 아직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 내가 요즘 질문을 잘 하지 않는 데 있는 것 같다.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책을 읽으면서 질문을 던지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던져놓고 넘어가고 던져놓고 넘어가고, 그러다보니 했던 질문을 또 하고 까먹고 다시 하는 일도 생겼다. 이 책에 나오는 개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답을 적어가는 과정만 거쳐도 복직 준비에 알찬 하루가 될 것 같다(복직뿐 아니라 인생 전체에도). 복직이 당장 내년 3월이라, 아직 4개월이나 남았지만 왠지 시간이 없다고 느껴지고 마음도 조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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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 이야기 - 아이들과 함께하는 두근두근 독서 교실
권일한 지음 / 우리교육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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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 이야기(권일한, 우리교육)

2014 기독교사대회에서 샀던 책이다. 호기롭게(?) 저자 사인까지 받아두고, 어째서인지 1/3 정도만 읽고 책꽂이에 얌전히 꽂혀 있었다. 어디를 읽어도 재미있는 부분이라 쉽게 그 내용에 빠질 수 있는 책인데 이상한 노릇이다.
이 책은 그동안 내가 궁금했던 내용들에 대해 속 시원하게 답변을 해주고 있고, 읽으면서 새로 깨달은 내용도 많았다. 부록까지 버릴 것 없는 책이었다. 책에 대한 준비 자세(?)부터 책 읽기와 독서토론, 독서 감상문, 추천도서와 참고도서에 이르기까지 선생님의 책 철학(?!)이 물씬 드러나는 책이었다.

어릴 때 나는 ‘책벌레‘라는 말을 듣는 것을 좋아했다.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책벌레라는 별명이 붙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사람처럼 나도 책벌레가 되고 싶었다. 위인전 시리즈(친정에 지금도 이 책들이 꽂혀 있는데 어느 출판사인지 확인해봐야겠다.) 중 한 권이었던 것 같은데, 그 위인 중 한 명이 책을 읽고 있으면 다른 형제들이 옆에서 아무리 이야기해도, 큰 소리를 내어도 책에 집중하느라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책을 읽고 어디 갈 때마다 책을 가져갔다. 그래서인지 차를 타고 가면서도 책을 읽고 갈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내 책 사랑은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니 ‘내가 책을 정말 좋아하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선생님은 책에서 손을 놓을 때를 가리켜 숨 고르기를 한다고 하셨는데, 나는 숨 고르기 시간이 꽤 길었었다. 고2 때 도서관에서 [개미]를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한데, 어느 순간 책을 손에서 놓았고, 그게 대학교 2학년 교양으로 들었던 동화 수업(정확한 강의명은 기억나지 않는다.)을 들을 때까지 이어졌다. 동화 수업을 계기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잘 읽었던 것 같은데 글로 남기지 않았던 책들은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공부를 하는 동안 전공 서적을 너무 많이 봐서인지 졸업하고서는 한동안 책을 거의 보지 않았었다. 찾아보니 대학원 졸업하고 9개월 후에 해리포터 시리즈 5, 6, 7권, [교사역할훈련], [아름다운 가족]을 읽은 흔적이 있는데, 지금 보니 이때 책을 봤던 게 신기하다. 책을 읽긴 읽었구나, 하는 생각에서. 그리고 물 흐르듯이 흐르는 결혼과 임신과 출산과 육아로 책을 놓았다가 다시 보기 시작한 것이 최근. 책을 볼려면 볼 수 있었음에도 책을 보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고, 그때가 숨 고르기의 시간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떤 책을 권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활동 시간에 독서를 하게 하지만, 흔적을 강요하다보니 아이들이 읽었던 책, 쉬운 책을 골라서 쓰는 폐단이 있었는데, 내가 아이들 수준에 맞는 책을 권하지 않았었고, ‘해야 한다‘에 갇혀서 아이들이 좋아하지도 않는 책을 억지로 읽게 하여 책과 더 멀어지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책을 권한다고 해도 읽은 책이 많지 않고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은 더더욱 잘 읽지 않았던 터라 잘 권해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선생님 책을 보면서 점차 나아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스라엘 도서관은 웅성거린다는 부분을 읽고 아무런 가치 판단 없이 ‘도서관에서는 조용해야 한다‘는 생각만 갖고 있다가 ‘도서관에서는 조용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렇다고 당장 도서관에서 토론을 시켜봐야겠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때까지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것이 무분별하게 수용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하니 씁쓸해졌다.
선생님은 독서 관련 책으로 정을병, 안상헌을 읽는다고 하셨는데, 부록에 나오는 정을병, 안상헌 책 중에 골라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읽을 책은 점점 많아지고 할 일도 많고 복직 준비가 어렵다 싶다.
독서 감상문 쓰는 방법 중 주제 독서 감상문과 독서토론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첫 술에 배부르기는 힘들 것이고, 실패의 기록을 잘 남겨서 꼭 성공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챕터와 챕터 사이에 선생님이 쓰신 글 중 ‘읽은 책을 어떻게 정리할까?‘ 코너는 내가 정리하는 방식과 흡사해서 깜짝 놀랐다. 물론 1, 4, 6번은 안 하고 있긴 하지만(4번은 몇 권 책만 해보았다.) 책을 읽어서 정리하는 건 사람마다 비슷한 방법을 사용한다는 게 신기했다.
복직하면 두고 두고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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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 -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 그리고 잘 보내는 일에 대하여
김경환 외 지음 / 검둥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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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김경환 외/검둥소)

권일한 선생님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죽음은 옆에 있으면서도 내 일은 아니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며 마주하고 싶지 않은 주제인데, 인생을 살면서 언젠가는 부딪혀야 할, 직면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그렇다고 죽음에 대해 아예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상황에 과한 몰입을 하는 경향이 있어서 뉴스에서 접하는 죽음과 관련한 소식에는 언제나 나를 대입해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기도한다. 부모님보다 내가 먼저 하나님께 가지 않아서 부모님 가슴에 나를 묻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 그리고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기도.

이 책의 부제가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 그리고 잘 보내는 일에 대하여‘라는 사실을 책을 다 읽은 지금 알았다. 마음에 와 닿았던 문구가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 사이에 ‘잘 보내는 일‘이 있다.‘였기 때문에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그 문구가 마침 표지에 있을 줄이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라고 한다면 2006년 할머니(초임 때였다.), 2008년 할아버지, 2009년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일이 있었다. 4년 사이에 세 분이 다 돌아가신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호상이라고 했지만, 나는 참 슬펐다. 특히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게 된 이후로 가족 중 처음 장례를 치르는 것이었기에 더욱 슬펐다. 교사가 된 후로 할머니를 찾아뵙지 못했었는데,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보내시지 못하며 슬퍼하시는 모습에 계속 눈물이 났다. 다른 친척들은 니가 왜 우냐고 했는데, 나는 그 말을 듣는 게 싫었다. 천국 가면 만날 텐데 왜 우냐고 하며 우는 사람을 타박하는 게 온당한가.-(타박 때문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모습 때문에) 지금도 눈물이 난다.

주변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따로 글을 써야겠다. 쓸 말이 매우 매우 많아질 것 같다. 죽음에 관해 글을 쓰다보면, 자연히 죽음에 대해 마주하는 힘이 길러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 책은 (맨 뒤 의사선생님이 쓰신 글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장례지도사님들이 쓰신 글이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장례를 병원에서 치르지 않고 집에서 치르면서 하나의 이벤트화(?!)한 내용에서는 나는 내 장례식이 어떠하기를 바라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고, 전에 부모님이 수목장 얘기를 흘러가며 하셨는데 나는 어떻게 장례되기를 바라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글이었던 장례도 자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한탄하는 글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주변 친지 분들이 한 분씩 돌아가시거나 한 분씩 암에 걸리셨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착잡해진다. 유리멘탈인 나는 결혼, 출산의 경험처럼 죽음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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