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는 진심, 내가 모르는 본심 - 무엇이 내 행복을 훼방놓는가?
매릴린 케이건 & 닐 아인번드 지음, 서영조 옮김 / 전나무숲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내가 말하는 진심 내가 모르는 본심](매릴린 케이건, 닐 아인번드/서영조 옮김, 전나무숲)

오랜만에 전공서적(?)을 읽어보았다. 요즘 다시 전공서적을 읽고 있다. 물론 이 책은 전공서적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가벼운 책이다. 방어기제에 대한 책인데, 5년 전에 샀다가 (나에게 해당하는) 몇 파트만 읽고 책꽂이에 다시 얌전히 꽂혀있던 책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읽었던 부분도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롭긴 했지만.
이 책은 방어기제 열 가지에 대해 사례 중심으로 실려 있다. 부정, 투사, 합리화, 지성화, 유머, 전치, 승화, 지연행동, 이타주의, 소극적 공격성이다. 방어기제라는 말의 늬앙스 때문인지 방어기제를 나쁘게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방어기제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으며 잘 활용할 수도 있다라는 것, 그리고 마냥 좋을 것만 같았던 승화나 이타주의에도 단점은 존재한다는 것.
부정은 워낙 (나에게)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투사나 합리화도 그런 경향이 있긴 하지만) 매우 이해가 잘 되었다.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나 지금이나 투사는 왜 이렇게 어렵다고 여겨지는지 모르겠다. 나도 투사를 꽤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드는데, 투사에 대해 따로 더 공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투사 파트에서 감정 차트가 나오는데, 책에서는 최근 6개월간 주로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체크하라고 했지만 나는 한 가지를 고르는 게 어려웠다. 주로 느꼈던 감정이 없는데 뭘 골라야 하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신랑은 주로 무엇을 느꼈을까, 하고 체크해 보았다. 그리고나서 신랑에게 내 주감정이 무엇이었던 것 같냐고 묻자, 다 한 번씩 느껴본 것 같다면서 주감정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내가 느끼지 않았음직한 감정은 ‘희망에 차다‘인 것 같다고 했다. 맞는 말이라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신랑의 주감정은 무엇이었는지 묻자, 신랑은 ‘자신감 있다‘라고 말했다. 평소에 신랑이 불만 사항을 말할 때가 종종 있어서 나는 신랑의 주감정이 ‘불만스럽다‘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결과였다. 그렇게 말하자 신랑은 이야기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극대화시킨 것이라며 정말 불만스럽고 화가 나는 상황은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랑은 나의 감정을 잘 알고 있는데 나는 신랑의 감정을 잘 몰랐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정말 감정적인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투사 파트에서 생각하게 하는 구절, 찔리는 구절이 하나씩 있었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인생을 더 의미 있게 만들려면 자신의 가장 어두운 부분과 마주해야 한다.(68쪽)

나의 가장 어두운 부분은 무엇일까? 확실히 대학원에서 내 인생의 가장 어두운 부분이라고 생각하던 부분과 맞닥뜨리니 삶을 조금 더 능동적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드러내는 동안에는 너무 너무 힘들었지만 말이다.

자신을 잘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식하는 것이다.(73쪽)

나는 다른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일까? 투사를 하찮게 만들려면 공감능력을 길러야 한다(78쪽)고 한다. 역시 내가 상담할 때 초기에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은 괜한 느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자신에게 친절할 필요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책에 나오는 투사의 내용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더 공부하고 싶다.
이전에는 내가 사용하는 방어기제가 지성화와 승화, 지연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책을 읽어보니 (세월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어서일 수도 있지만) 지성화와 승화는 내가 감정을 억압하면서 쓰게 된 방어기제인 것 같고, 조금 자유로워진 지금은 투사, 지연행동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성화에 대한 공감이 매우 적어진 걸 보면 아무래도 내가 주로 쓰는 방어기제는 아닌 모양이다. 또, 이전에는 엄마가 내 감정을 억압했다고 생각했는데, 감정을 억압한 주체는 나이지 엄마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는 내 감정에 대해서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감정 억압의 주체는 결국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성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감정과 거리를 두며 살다 보니 마음 밑바닥에 우울감이 깔려 있다. 그런 사람들의 감정을 흔들어 깨우는 데는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 효과적이다.(131쪽)

아, 그렇구나, 했던 부분이다. 하긴 지성화를 사용하는 동안 좀 많이 우울했던 것 같다. 감정을 억압당한다고 느꼈고,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없음이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이었다. 감정을 드러내고 사는 지금은 좀 살 것 같달까. 가끔 우울감이 들기도 하지만, 예전보다는 우울감에 빠져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내가 많이 쓰는 지연행동의 원인은 완벽주의였다(216쪽). 완벽주의 성향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연행동의 원인이 된다고까지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일 때문에 지연행동을 하는 것이라면 완벽주의 때문이었나 보다. 지금은 지연행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 육아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 이런 것일까?
그리고 이 지연행동으로 이끄는 완벽주의는 두려움에 기초한 것이다(225쪽). 개인적으로, 나는 굉장히 두려움이 많은 편이다. 이 책에 나오는 대로 두려움에 직면하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생각만 할까봐 두렵기도 하다.).
소극적 공격성도 조금 쓰는 편이긴 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조금이 아니라 많이 쓴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방어기제 열 가지 중에서 안 쓰는 방어기제는 없는 것 같다. 주로 쓰는 것이 무엇인지 차이가 있는 것 같고,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어기제를 쓰는지 알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 같다. 이제 다시 상담 공부할 마음이 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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