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할머니가 말했다.
"불쌍한 노아! 방주 안에서 어떻게 40일 동안이나 가족들을 참아냈는지 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구나."
- P128

왕할머니는 밖으로 뛰어나가는 레이첼의 뒷모습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밖으로 나간 레이첼은 커다란 돌멩이를 집어 들었지만 뜻밖에도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슬며시 집 안으로 들어왔다.
할머니는 도도하게 말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
바로 그 순간, 미사일같이 생긴 돌을 조심스럽게 찾아낸 피비는돌을 들고 돌아서서 부엌 유리창을 향해 던졌다. 돌멩이는 유리창한복판에 깨끗하고 커다란 구멍을 냈다.
나오미가 한마디 했다.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 그리고 아주 멋진 한 방이었어."
반대편에서 자기가 저지른 일을 살피러 안으로 들어온 피비가 겸손하게 말했다.
"별거 아니야."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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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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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알베르 카뮈/김화영 옮김, 민음사)
-feat. 고질독 25기

📚질문 만들기
1. 작가 조사
2. 감정과 기분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요?
3. 다른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는 이유가 있다면?
4. 뫼르소가 포기하게 된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요?
5. 트리거가 있나요?
6. 다른 사람이 내 감정을 물어볼 때 기분이 어떠세요?
7. 생각나는 벌이 있나요?
8. 사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까요?
9. 과거와 미래, 내 관심은 어디에 있나요?
10. 뫼르소는 왜 사제에게 자신의 마음을 쏟아부었을까요?

다른 사람과 나와의 관계를 주제로 많이 생각했나보다. 타인이 보는 나와,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나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소감
[이방인]은 작년에 처음 읽고, 이번이 재독이다. 처음 읽을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처음 읽을 때는 뫼르소가 전혀 이해가지 않았다면, 이번에는 어느 정도 이해가는 부분이 있었다.-이상한 노릇이다. 살인자에게 이해가는 부분이 있다니. 독서모임 때 이야기한 ‘부조리‘를 바탕으로 다시 읽으면 또 달라질 것 같다.

📚독서모임

🔑부조리
📌참고 영상: https://youtu.be/FVGSZqUuo34?si=n2qczsEU3SGpr7rs
까뮈의 ‘부조리‘는 우리가 흔히 아는 ‘부조리‘가 아니다. 까뮈가 의미하는 부조리는 ‘시지프 신화‘에서 출발한다. 이 세상을 살면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는 무의미한 삶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부조리이다. 삶의 의미를 계속 찾으며 살려고 하지만,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때(무의미함만 느낄 때) 느껴지는 감정. 그렇다고 까뮈는 의미 없는 인생에서도 살아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살아야 할 이유도 없지만, 죽어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부조리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삶의 모든 요소들이 무의미하므로(사소하므로) 오히려 자유로워진다. 부조리함을 느끼면 느낄수록, 더 자유로워진다. 이것이 바로 까뮈가 말하는 ‘반항‘이다. [시지프 신화]를 읽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부조리‘를 이해하고 보면 또 달라질 것 같다. 이 사상을 듣고보니, 자연히 니체가 떠오른다. 니체의 사상을 발전시켰다고 해야 할까. 독서모임을 할 때는 ‘키치‘가 떠오른다고 했는데, 키치는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는 것 같다.
삶이 무의미하다는 까뮈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전도서를 쓴 솔로몬이 ‘헛되다‘고 했던 게 까뮈가 말한 삶의 무의미함과 통하는 것 같다. 그 지점에서 솔로몬은 창조주를 생각하라고 했고, 까뮈는 무의미함을 통해 자유로워지라고 했다. 까뮈의 사상에서 [싯다르타]가 떠오르기도 한다.

🔑인물탐구
📌뫼르소: 죽음을 통해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사람
뫼르소는 이 책에서 세 가지 죽음을 경험한다(또는 경험할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자연사), 아랍인의 죽음(살인), 자신의 죽음(사형). 이 세 가지 죽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뫼르소는 이 죽음을 통해서(감옥 안에서)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는다.

🔑질문픽
📌뫼르소는 왜 사제에게 자신의 마음을 쏟아부었을까요?
내가 픽한 건 아니고(집회 참석 후라서 정신이 없었음), 윤주님이 픽해주셨다. 이 질문에 대한 한 줄 요약은, ‘너네의 틀에 나를 가두려고 하지 마!‘라는 반항의 표현이라는 생각이다. 원글을 옮겨온다.

뫼르소는 자신이 무엇에 관심 있는지 확신할 수 없어도, 무엇에 관심이 없는지는 확신할 수 있다고 했다. 뫼르소는 종교도 관심이 없는 것이었다.
사제는 뫼르소를 전도하기 위해 무척 애썼지만(이것을 전도로 볼 수 있을까?) 뫼르소는 도덕적, 사법적 죄인이라는 것도 겨우 받아들인 상황에서, 영적 죄인이라는 것을 생각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그마저도 사람들의 시선 속에 죄인이라는 것을 깨달은 터라, 자발적이진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제는 뫼르소를 도덕적으로 설득하려고 하고, 도덕적 감수성이 현저하게 낮은 뫼르소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냥 내가 느끼기에는, 이제 그만 좀 말하라니까 왜 자꾸 옆에서 시비를 거느냐, 는 게 폭발적으로 나온 느낌이다. 귀찮았지만 듣고 있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종교에 뫼르소를 끼워 넣으려 하니 제발 그 틀에 가두지 말라는 외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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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팡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3
블레즈 파스칼 지음, 이환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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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세](블레즈 파스칼/이환 옮김, 민음사)
-feat. 다북다복 2nd

📚파스칼
파스칼은 39세의 나이로 작고하면서 많은 저서를 남겼다. 개인적으로 파스칼, 하면 기압 단위 ‘헥토파스칼‘이 생각난다. 수학자로서의 명성도 알고(?) 있다. 일찍 죽지 않았다면 모르긴 해도 업적이 어마어마했을 거다.

📚팡세
제목만 알고 처음 읽었다. 팡세가 이런 내용인 줄도 몰랐다. 팡세는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는데, 1부는 신을 믿게 되는 과정을 증명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2부는 거의 수기로 기록되며 부록 같은 느낌이 들었다. 1부 읽으면서 루이스가 생각났는데, 개인적으로는 루이스보다 더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다. 2부 5편에도 루이스의 [기적]이 생각나는 부분이 있었다.
1부는 인간 이성으로 신을 어떻게 믿게 되는지 설명하는데, 인간 이성으로는 초월적 존재를 알 수 없으나, 이성의 한계를 아는 이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성이 아니라 심정으로 하나님을 느낄 수 있으며, 의지(습관)를 굴복시킴으로써 믿음을 공고하게 한다(고 나는 정리했다.).
2부는 수기들이 기록되어 있는데, 은총, 기적, 예수회와의 논쟁(장세니스트 옹호)에 대한 개인적 경험이 수록되어 있다.
제일 흥미로운 부분은 예수회와의 논쟁이었다. 이것이 이단을 대하는 교회의 자세가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서였던 것 같다. 얀센이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책을 썼고, 예수회는 그 책에서 5개 명제를 뽑아내어 이단으로 규정한다. 그걸 신학교수 아르노가 반격하면서 파스칼이 이들을 옹호하는 것이 ‘프로뱅시알‘(2부 4편)이다.

835-[949] 국가에 있어서 평화는 백성들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것같이, 교회의 평화는 교회의 재산인 진리와 교회의 마음이 깃들어 있는 보배로운 것을 보호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다. 한 국가 안에 적이 침범하여 약탈하는 것을 보고도 평안을 어지럽힐까 두려워 이에 대항하지 않는다면 도리어 평화를 거역하는 일이 되는 것같이(평화란 오로지 재산의 안전을 위해 정당하고 유익한 것이므로 일단 평화가 재산의 상실을 방임할 때는 부당하고 유해한 것이 되며, 오히려 이것을 지킬 수 있는 전쟁이 정당하고 필요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교회에 있어서도 진리가 원수에 의해 공격당하고 신도들의 마음에서 진리를 앗아가 오류가 그들의 마음을 지배하게 한다면, 이때 평화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은 과연 교회에 봉사하는 일인가, 교회를 배반하는 일인가? 교회를 지키는 일인가, 파멸시키는 일인가? 진리가 다스리는 평화를 어지럽히는 것이 죄라면, 진리가 파괴될 때 평화 속에 머물러 있는 것도 죄라는 것은 명백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평화가 정당한 때가 있고, 평화가 부당한 때가 있다. 그렇기에 ‘평화의 때가 있고 전쟁의 때가 있다’고 적혀 있으며, 이것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바로 진리의 이익이다. 결코 진리의 때와 오류의 때가 있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하느님의 진리는 영원하리라’고 적혀 있다. 그렇기에 예수 그리스도는 평화를 가지고 왔다고 말하면서 한편 전쟁을 가지고 왔다고 말한다. 결코 진리와 허위를 가지고 왔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진리는 사물의 제일 원리이고 궁극의 목표이다.

하나님을 믿기 위해 이 책이 추천하지 않겠다는 분도 있었지만, 나는 나 같은 성향이라면 추천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겨우겨우 읽었다. 재독하지 않을 것 같지만, 재독을 하면서 숲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읽었으면 절대 끝까지 못 읽었을 거다.

📚내가 픽한 문장
225-(278) 신을 느끼는 것은 심정이지 이성이 아니다. 이것이 곧 신앙이다. 이성이 아니라 심정에 느껴지는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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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칼의 노래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4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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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김훈, 문학동네)
-feat. 책가방 8기 마지막 책

📚소감
백의종군 이후부터 노량해전에서의 죽음까지, 이순신의 입장에서 쓴 소설이다. 술술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다. 어느 부분은 술술 넘어가는데, 어느 부분은 넘어가는 게 힘들었다. 내 상황이 책 읽기 여의치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선조의 정치질(!)과 일본군이 총알받이로 쓰는 조선 백성을 생각하게 됐다. 임금의 칼이 왜 이순신을 향하게 됐는지 상상해볼 수 있었고, 일본군의 맨 앞에 도열해야만 했던 조선 백성의 상황이 처참하게 느껴졌다. 전쟁의 참상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이순신이 처한 상황과 지금 교사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했다. 벼랑 끝까지 내몰리는 교사와, 임금의 칼도, 적의 칼도 자기를 향하고 있으니 결국은 전쟁에서 죽는 것이 자연사가 되는 이순신의 입장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이순신이 전쟁을 대하는 태도가 왠지 굉장히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디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하며 나아갈 길을 향해 나아간다. 때로는 최선을 다할 힘이 없을 때도 있다. ‘새로운 싸움(학년)을 시작할 때마다 그 싸움(학년)이 나에게는 모두 첫 번째 싸움(학년)이었다.‘
무기력하지만 나아갈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이순신이 교사와 닮았다는 생각으로 이끌었다. ‘이 끝없는 전쟁은 결국 무의미한 장난이며, 이 세계도 마침내 무의미한 곳인가.‘ 무기력은 무의미와 연결된다. 무의미는 죽음과 연결된다. ‘죽여야 할 것들을 다 죽여서, 세상이 스스로 세상일 수 있게 된 연후에 나는 나 자신의 한없는 무기력 속에서 죽고 싶었다.‘

📚왜 ‘칼의 노래‘일까?
이 부분이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지점이다. 첫 파트 이름이 ‘칼의 울음‘, 마지막 파트 이름이 ‘들리지 않는 사랑 노래‘다. 첫 파트의 처음 낱말과 마지막 파트의 마지막 낱말을 합하면 이 책의 제목 ‘칼의 노래‘가 된다. 결국 칼의 울음과 들리지 않는 사랑 노래는 같은 말일까, 작가가 인클루지오를 염두에 두었나 생각했는데, 역시나 잘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 책에서는 책 제목을 ‘칼의 울음‘으로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칼이 운다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임금도 울고, 장졸도 울고, 백성도 울고, 칼도 울고. 그럼에도 ‘노래‘라고 쓰고 있다. 왜일까?
마지막 파트의 ‘들리지 않는 사랑 노래‘도 사실은 이렇게 제목을 붙인 이유를 모르겠다. 다만, 죽기 직전에 면의 젖냄새, 함경도의 새벽안개 냄새, 여진의 몸냄새를 떠올리는 것으로 보아, 이 냄새들이 노래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무공이 사랑했던 것은 이 냄새들이 아닐까(이렇게 보면 여진과의 관계를 소설 속에 넣어야 했던 이유가 어렴풋하게나마 설명되는 것 같다.). 죽어가는 와중에 생각나는 이 냄새들이, 충무공 자신이 사랑한 노래였던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 ‘칼‘은 결국 충무공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자신과 칼을 일치시켰다. 죽어가니 더 이상은 사랑 노래가 들리지 않는다.
울음이 노래로 끝날 수 있는 것은, 이회영에게서 답을 찾았다.
서른 살 청년 이회영이 물었다.
˝한 번의 젊은 나이를 어찌할 것인가˝
눈을 감는 순간 예순여섯 노인 이회영이 답했다.
예순여섯의 ‘일생‘으로 답했다.
-[역사의 쓸모](최태성, 다산초당)

📚픽한 문장
‘헛것은 칼을 받지 않는다. 헛것은 베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문제라고 보는 것들이 사실은 ‘헛것‘이 아닌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그 문제가 ‘헛것‘이라면,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목숨을 벨 수는 있지만 죽음을 벨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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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피아빛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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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이사벨 아옌데/조영실 옮김, 민음사)

📚질문 만들기(feat. 고질독 24기)
0. 작가조사
1. 무엇을 가장 추하게 여기나요?
2. 시 좋아하세요?
3. 아침에 어떻게 일어나나요?
4. 나의 도피처는 무엇인가요?
5. 한 사람의 영혼, 한 사건의 감동 또는 한 사물의 생동하는 본질을 만나는 일은 무엇일까요?
6. 내가 일어설 수 있도록 해주는 자극제는 무엇인가요?
7. 지나친 장난에 적응하게 된 적 있나요?
8. 어디서 왔는지가 중요한가요?
9. 이거 관용 맞나요?
10. 신조가 있나요?
11. 허영심으로 느껴지나요?
12. 독서 철학이 있다면?
13. 열정, 집중력, 인내심
14.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는 방법은?
15. 제일 안 좋은 기억이 있다면?

요즘 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질문들이 어디에 에너지를 배분할 것인지 묻고 있는 것 같다. 독서모임을 위해 질문을 골라야 했는데, 이번에는 픽하지 않았다. 서평을 쓰는 지금 질문을 고르라면, ‘신조가 있나요?‘로 픽하고 싶다.

📚소감
칠레 역사를 다룬 소설(깊이 다루지는 않지만)이라서 그런지 느낌이 새로웠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느낌도 있었다. 이디스 워튼 느낌도 조금 났는데, 그건 여성 특유의 묘사력(여성의 문학적 특성이라고 봐도 될지 모르겠지만) 때문인 것 같다. 워튼의 소설은 우아하고 고상한 느낌이 드는 데 반해, 이 소설은 여성들의 강인한 모습을 다루고 있다. 가족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펄 벅의 [대지] 느낌도 조금 났다. [영혼의 집]과 [운명의 딸]이 이 소설과 이어진다고 하는데,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하지만.. 읽을 책이 너무 많다.ㅠㅠ

📚독서모임

🔑왜 [세피아빛 초상]일까요?
‘기억‘의 느낌이 세피아빛 같다. 우리의 삶이 기억으로 완성되는 것 같아 세피아빛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우로라는 자신의 삶에서 빛나는 순간이 없어서 그렇다고 했지만, 본인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 같다.

🔑인물탐구
📌파울리나: 화려하게 살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했던, 사업적 수완이 좋은 여성.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어하지 않았다. 여성이 하대, 천대받던 그 시절에, 남편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사업적 감각을 마음껏 발휘했다는 점에서 박수받을 만하다. 화려한 침대를 꼭 들여와야 했고, 집안 곳곳을 화려하게 다듬었다. 말년에는 소박하게 지냈지만.
📌엘리사 소머스: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중요시했던, 딸과 손녀를 사랑했지만 타오 치엔을 가장 사랑했던 여성.
파울리나와의 약속도, 타오 치엔과의 약속도 어김없이 지켰다. 자신만의 신념이 있었던 것 같아서 멋지게 보였다. 타오 치엔이 죽을 때도 옆에 있었고, 타오 치엔이 죽은 후에도 홍콩에서 장례를 치르기 위해 백인 여성의 모습으로 출국했다. 그리고 파울리나가 죽은 후에는 아우로라에게 자신의 말을 전해주기 위해 칠레까지 들어온다.
📌아우로라: 글쓰기와 사진을 바탕으로 기억을 더듬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 나가면서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인물.
📌윌리엄스: 카멜레온 같은 사람. 자신의 역할에 따라 그때까지의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새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던 사람.
영국인 집사도 되었다가, 파울리나의 남편도 되었다가, 아우로라의 아버지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했다. 죽을 고비를 넘겨서 그런지, 자신의 위치와 할 일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모습이었다. 통찰력은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니베아, 세베로, 타오 치엔, 리베로 등 매력적인 인물이 참 많다.

🔑내가 고른 문장
사실 좋은 문장이 정말 많았다. 빨리 고르느라 대충 고른(?) 느낌이 있는데, 좋았던 글은 카드뉴스로 만들어 봐야지 싶다.
아우로라의 카메라 스승이었던 리베로의 말에서 좋은 말이 많았다.

˝(중략) 좋은 사진에는 하나의 이야기가 들어 있어서 하나의 장소, 하나의 사건, 하나의 감정을 드러내지. 그래서 수십 장의 글보다 더 강력하단다.”

🔑내가 제일 성장했던 순간은?
2년 전 작은책 쓰기를 하면서 6주간 글쓰기에만 전념했다. 출판사 계약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은 아니었지만(그래도 분량이 꽤 되었다.), 그 순간을 통해 글쓰기에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몰입의 순간을 거치면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다른 고질독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이기도, 아직 성장 중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색깔은?
쨍한 노랑. 독서모임을 통해 밝은 에너지를 주고 받는 그때가, 독서를 통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요즘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밝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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