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칼의 노래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4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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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김훈, 문학동네)
-feat. 책가방 8기 마지막 책

📚소감
백의종군 이후부터 노량해전에서의 죽음까지, 이순신의 입장에서 쓴 소설이다. 술술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다. 어느 부분은 술술 넘어가는데, 어느 부분은 넘어가는 게 힘들었다. 내 상황이 책 읽기 여의치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선조의 정치질(!)과 일본군이 총알받이로 쓰는 조선 백성을 생각하게 됐다. 임금의 칼이 왜 이순신을 향하게 됐는지 상상해볼 수 있었고, 일본군의 맨 앞에 도열해야만 했던 조선 백성의 상황이 처참하게 느껴졌다. 전쟁의 참상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이순신이 처한 상황과 지금 교사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했다. 벼랑 끝까지 내몰리는 교사와, 임금의 칼도, 적의 칼도 자기를 향하고 있으니 결국은 전쟁에서 죽는 것이 자연사가 되는 이순신의 입장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이순신이 전쟁을 대하는 태도가 왠지 굉장히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디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하며 나아갈 길을 향해 나아간다. 때로는 최선을 다할 힘이 없을 때도 있다. ‘새로운 싸움(학년)을 시작할 때마다 그 싸움(학년)이 나에게는 모두 첫 번째 싸움(학년)이었다.‘
무기력하지만 나아갈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이순신이 교사와 닮았다는 생각으로 이끌었다. ‘이 끝없는 전쟁은 결국 무의미한 장난이며, 이 세계도 마침내 무의미한 곳인가.‘ 무기력은 무의미와 연결된다. 무의미는 죽음과 연결된다. ‘죽여야 할 것들을 다 죽여서, 세상이 스스로 세상일 수 있게 된 연후에 나는 나 자신의 한없는 무기력 속에서 죽고 싶었다.‘

📚왜 ‘칼의 노래‘일까?
이 부분이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지점이다. 첫 파트 이름이 ‘칼의 울음‘, 마지막 파트 이름이 ‘들리지 않는 사랑 노래‘다. 첫 파트의 처음 낱말과 마지막 파트의 마지막 낱말을 합하면 이 책의 제목 ‘칼의 노래‘가 된다. 결국 칼의 울음과 들리지 않는 사랑 노래는 같은 말일까, 작가가 인클루지오를 염두에 두었나 생각했는데, 역시나 잘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 책에서는 책 제목을 ‘칼의 울음‘으로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칼이 운다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임금도 울고, 장졸도 울고, 백성도 울고, 칼도 울고. 그럼에도 ‘노래‘라고 쓰고 있다. 왜일까?
마지막 파트의 ‘들리지 않는 사랑 노래‘도 사실은 이렇게 제목을 붙인 이유를 모르겠다. 다만, 죽기 직전에 면의 젖냄새, 함경도의 새벽안개 냄새, 여진의 몸냄새를 떠올리는 것으로 보아, 이 냄새들이 노래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무공이 사랑했던 것은 이 냄새들이 아닐까(이렇게 보면 여진과의 관계를 소설 속에 넣어야 했던 이유가 어렴풋하게나마 설명되는 것 같다.). 죽어가는 와중에 생각나는 이 냄새들이, 충무공 자신이 사랑한 노래였던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 ‘칼‘은 결국 충무공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자신과 칼을 일치시켰다. 죽어가니 더 이상은 사랑 노래가 들리지 않는다.
울음이 노래로 끝날 수 있는 것은, 이회영에게서 답을 찾았다.
서른 살 청년 이회영이 물었다.
˝한 번의 젊은 나이를 어찌할 것인가˝
눈을 감는 순간 예순여섯 노인 이회영이 답했다.
예순여섯의 ‘일생‘으로 답했다.
-[역사의 쓸모](최태성, 다산초당)

📚픽한 문장
‘헛것은 칼을 받지 않는다. 헛것은 베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문제라고 보는 것들이 사실은 ‘헛것‘이 아닌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그 문제가 ‘헛것‘이라면,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목숨을 벨 수는 있지만 죽음을 벨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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