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쉬는 날이라 일기를 쓰고 침대에 누워 꿈벅꿈벅 아무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오늘은 아무 계획도 세우지 말아야지. 밑반찬을 만든다든가, 청소를 한다든가, 식빵을 사러 간다든가, 소파에 누워 하루종일 책을 읽는다든가 그런 마음조차 먹지 말아야지. 일요일에 주문한 세탁기가 오늘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20분 후 도착. 세수할 틈도 없이.


파란색 10kg짜리 삼성 통돌이 세탁기를 17년쯤 썼다. 몇 달 전부터 빨래에 먼지나 물때가 조금씩 묻어 나오더니 며칠 전 드디어 급수 구멍이 막혔다. AS를 불러도 되겠지만 난 무이자 할부 3개월 찬스를 쓰겠어! 세탁기의 기술이 그동안 얼마나 발전했는지 함 보자고. 용량이 4kg이나 큰 데도 크기는 훨씬 더 작아졌다. 지금은 한창 비 내릴 때라 정작 빨래는 다음 주나 되어야 해보겠지만 쌀 한 가마니쯤 곳간에 들여 놓은 듯한 포만감과 여유로 마음이 몹시 뿌듯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좀 야박하다. 1년에 한 번꼴로 이사 다니는 나를 따라 참 고생도 많았는데 사진 한 장 찍어 주지 않고 보내다니. 굳이 변명하자면 순식간이었다. 낡고 덩치 큰 파란색 세탁기가 가볍고 산뜻한 최신형 드럼세탁기로 바뀌는 데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 세탁기 아래가 더러워 보이는 건 집이 낡아서예요. 물청소해서 깨끗한 게 저 정도^^;;;





그리고 올 여름의 주식. 양상추와 깻잎을 씻어 두었다가 게맛살 한두 개 찢어 넣고 이탈리안 드레싱을 뿌려 샌드위치와 먹었다. 식빵 한 조각을 구워 반으로 자른 다음, 한쪽에는 머스터드 버터, 한쪽에는 딸기잼을 바르고 치즈, 달걀 프라이, 피클을 넣으면 한 끼 적당한 샌드위치가 된다. 원래 잘 먹는 것은 양상추랑 피클이랑 게맛살이랑 넣는 건데 양상추를 좀 더 많이 먹고 달걀이나 치즈로 단백질을 보충하고 싶어서 나온 결론. 참고로 게맛살은 대림 크라비아가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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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5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ule 2017-08-26 08:35   좋아요 0 | URL
제가 기초대사량이 어마어마하게 적어요. 후각도 좀 발달한 편이고요. 그래서 뭐랄까 코끼리 같달까, 거대한 초식동물 같음 ㅋㅋㅋ 아 말해 놓고 보니까 너무 웃기다 ㅋㅋㅋ 암튼 움직임이 적어서 그런가 암튼 저렇게 몇 달을 먹어도 살이 안 빠짐 ㅋㅋ(아 눈물나고 웃겨)

올여름 저는 양상추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먹고 살았어요. 해마다 여름마다 주식이 달라져요. 올여름 제가 저 자신에 대해 확인하게 된 한 가지가 있다면 나는 참 ‘밥‘을 안 좋아하고 안 맞는 것 같다는 점. 옛날부터 눈치는 채고 있었는데 이번에 아주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제가요 한 달 동안 ‘밥‘을 안 먹고도 살 수 있더라고요!
 
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진로 선택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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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해부 - 어떤 사람은 범죄자로 태어난다
에이드리언 레인 지음, 이윤호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폭력성을 뇌과학 측면에서 접근한 읽을 만한 내용. 그러나 번역은 게으르고 교정은 없다. 번역자는 직역만 하고 다시 읽지 않았으며, 출판사의 누구 한 사람 원고를 읽지 않았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오탈자가 발견되며 맞춤법과 문장도 엉망이다. 책을 이따위로 만들어 놓고 책임은 누가 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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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 님이 댓글에서 오리엔탈 드레싱에 국수 비벼 드신다는 말씀 듣고 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어 마침 오리엔탈 드레싱 레시피 이것저것 시도하던 중에 저도 함 만들어 비벼 먹어 봤습니다. 결론은 고추장으로 비빈 것보다 더 맛있어요! 저는 이제 오리엔탈 드레싱으로만 비벼 먹을 것 같아요. 얼마나 상큼하고 입맛에 꼭 맞는지 식당에서 팔면 사 먹을 것 같은 맛이에요. 저는 82쿡 김혜경 선생님 레시피로 만들었는데 특히 국수 비벼 먹기 좋은 것 같습니다.





레시피는 여기에.


저는 고춧가루는 안 넣었어요. 드레싱은 막 만들었을 때보다 하루쯤 숙성해야 더 맛있다는 건 다들 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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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7-06-15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리엔탈 소스 비빔면은 농심인가 시판되는 라면밖엔 안 먹어봤네요^^; Joule님 요리도 잘 하시죠! 저는 비빔면이라면 초고추장 베이스를 제일로 아는 옛스러운 입맛이에요 ㅎㅎㅜㅜ;

Joule 2017-06-15 19:12   좋아요 0 | URL
예전에 요리책 사니까 사은품으로 딸려와서 먹어 봤어요 농심 드레싱 누들. 그냥 저냥 먹을 만은 하더라고요. 그러나 맛있어서 또 먹고 싶다,는 아니었고요. 저는 요리 고자예요 ㅠㅠ 정말로 요리를 못하거든요. 엄마도 요리를 너무너무 못했었고요. 요리를 하는 시간이 1이라면 요리책 쌓아 놓고 연구하는 시간은 한 100? ㅋㅋ 그래서 요리는 못하는 자칭 요리연구가예요^^;;; 저 레시피는 한번 만들어서 꼭 국수 비벼 먹어 보세요. 오, 맛있어!하실 거예요. 요즘은 소면 말고 칼국수 면같이 두꺼운 면으로도 많이 비벼 먹나 봐요. 저도 다음엔 두꺼운 면 사보려고요.
 








Life has a gap in it. it just does. You don't go crazy trying to fill it like some lunatic.
인생엔 당연히 빈틈이 있게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다 메우고 살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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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6-12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좋지요!!

Joule 2017-06-12 13:25   좋아요 0 | URL
네! 과연 여성 감독이 찍으니까 체모까지 드러나는 여성의 전라가 그냥 귀여운 몸으로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더군요. 남성 감독들이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짐짓 예술인 양 영화로 포장하곤 하는 행태가 다시금 떠올라 문득 씁쓸해지는 지점이기도 했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hanicare 2017-06-12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빈틈이 없으면 삶도 없을 거예요.
빈틈이 없다면 사람이든 일이든,띄어쓰기 안 된 글처럼 숨막혀 죽을지도 모르겠네요.

전 어릴 때 어린 왕자를 읽으며 매우 기분이 나빴댔어요.
다들 입을 모아 어린 왕자를 예찬하는데 난 꺼림칙하기만 했거든요.
안 그래도 매사 삐뚤삐뚤 불만투성이인 애였으므로 말해봤자 좋은 소리 들을 일이 없어서
언제부턴가 느낀 것이든 뭐든 걍 속에 쳐박아놓고만 있었어요.
부조리,억울함, 숨어있는 아름다움 같은 걸 표현하거나
이 촌스럽고 폭력적인 세상을 바꾸거나 하는 건 제 능력 밖이었구요.

어린 왕자에서 맛본 불쾌함의 정체는 남자들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여자에 대한 판단이었어요.

글쎄, 그러나 여자들도 멍청하긴 이루 말할 수가 없고!

Joule 2017-06-12 23:57   좋아요 0 | URL
음... 이런 빈틈요.

영문과씩이나 나왔음에도 (고집스럽게) 토익 점수 없이, 용케 들어간 회사에서 꽤 워커홀릭이었던 제가 어느 날 문득 창밖에 떠가는 구름을 보다가, 근데 나 여기서 뭐 하고 있지?...

점착력이 약해서 잘 붙지 않는 스티커처럼요. 나는 막 일상에 삶에 찰싹 달라붙고 싶은데 부유하는 기름처럼 끈기 없는 스티커처럼 자꾸만 나 혼자 부유하고 겉도는.

이 사람을 아주 사랑은 하는데, 이 일상이 얼마나 완벽하고 소중하고 놓치면 후회할 만큼 가치 있는 줄은 알겠는데 그냥 나 혼자 숨이 막혀,

저 20대에 사람 보는 제1기준이었어요, 가장 감명 깊게 본 책으로 ‘어린왕자‘를 꼽는 사람 제외!
어린왕자와 장미의 비정상적인 관계가 저는 좀 속이 메슥거렸어요. 이유는 물론 생각해보면 알겠지만 생각해보고 싶지 않다,고요 지금도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