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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배 교수의 술나라 이야기
정헌배 지음 / 예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경영학자이시면서 '명주와 주도'우리 술 테마파크를 갖기도 하는등 우리 술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경기도 안성에 6만여평의 부지에 정헌배인삼주가를 설립하여 한국의 술을 연구하고 증류,발효,숙성등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는 저자의 열정과 노력이 숨겨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요근래 일본에선 니고리자케(탁주)라면서 한국의 전통 술인 막걸리를그럴듯하게 모방하고 재창조하면서 탁주 붐을 일으키면서 역수출하고 본고장의 탁주를 자기네 것인양 의기양양하게 뽐내는 일본의 탁주 업자와 홍보 전략이 한국의 탁주 위상을 앞질러 가는 것은 아닌지 내심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한국의 탁주 업계가 이해타산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이전투구하는 모습도 볼쌍사납기도 하다.다행히 탁주업계가 전국적인 네트워크망을 넓혀 가면서 님비현상은 벗어났지만 나름대로 몇 대가 장인정신으로 탁주를 만들어 오면서 공과 업적을 착실히 쌓아온 점은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다만 탁주 영세업자에겐 구멍가게 같은 자존심과 자긍심이 대기업체의 주류업계로 진출하면서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애주가는 아니다.다만 어린 시절 시골에서 어머니께서 고이 만드신 틉틉한 막걸리 한 잔이 상큼하기도 하고 씁쓸한 맛이 가미된 살얼음이 살짝 동동 떠있던 조롱박 속의 요구르트 빛깔을 띤 기억이 선연하고 할아버지 생전에 가끔 막걸리 심부름을 다녔던 기억과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몸이 움직이면 막걸리가 샐까봐 주전자 뚜껑에 입을 대고 무슨 맛일까 먼 산을 응시하면서 한 두모금 몰래 마셨던 기억도 있다.술은 담그기가 쉽다고 하는데 발효,증류,숙성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발효는 자연에 새 생명을 불어 넣고,증류는 삶의 추억과 사랑을 담그며,숙성은 천사들과 나누어 마시는 자연의 선물이라고 한다.
작가는 프랑스 유학 중에 주류 시장에 관한 연구를 이론적인 것에서 나아가 시장이나 산업 현실을 본격적으로 이해하고 연구하며 실용화하여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독보적인 체계를 갖추었는데 그가 생각하고 고집하는 것은 최고급 탁주,최고급 증류주,최고급 약주를 주문 생산하는 방식이라고 한다.그런데 아직까지는 정헌배인삼주가는 널리 알려져 있지도 않고 시장 점유율도 높지 않은듯 하지만 그의 한국 전통주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대단하다 못해 신이 들린듯 하다.
한국의 술 문화는 다양하지만 한국의 술을 전세계에 알리고 시장성으로 연결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그저 자신이 먹을 술을 담그는 것에 만족해 왔던데 기인한다.프랑스의 '로마네콩티'나 '코냑'처럼 술이라는 음용의 차원을 넘어서 술을 담그는 장인의 정신으로 오랜 세월 오크통에 담겨져 숙성되어 가고 세상에 나올 때엔 술이 아니라 예술 작품으로 승화되도록 기울인 정성과 노력의 산실이 아닌가 싶다.
작가는 양질의 쌀에다 6년근 인삼을 넣어 잘 버무려 발효시키고 첨가물 없이도 맛과 향의 균형감이 생긴다고 한다.인삼주의 성격상 오크통보다는 전통 옹기 속에서 세월을 두고 익히면 색상과 향마저 감미로워진다고 하는데 고려 인삼이 세계인의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에도 크게 작용하리라 믿어진다.
인삼주가 명품주가 될 수 있는 근거는 첫째,태양의 정기를 머금은 쌀과 땅의 정기를 머금은 인삼을 사람이 버무려 빚어낸 음양의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고 둘째는 살아있는 물과 불의 성격을 지닌 술이 전통 누룩을 매개로 한데 어우려져 조화로운 맛과 향,색상을 지닌 술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이며 셋째는 쓴맛을 지닌 인삼의 사포닌과 단맛이 우러나는 쌀과의 조화때문이라고 한다.
약주,탁주,증류주,인삼주까지 천지인,물과 불의 조화,단맛과 쓴맛이 어우러져 깊은 맛이 애주가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특히 세계의 정치,경제를 이끄는 석학,리더자들에게 한국의 전통주가 그들이 회합을 하고 만남의 자리에서 '쨍'하고 울리는 그라스 잔 소리가 그윽하고도 심미안을 담은 술로 그들의 목울대를 살포시 넘어가 주기를 바래본다.그리고 우리 술에 대한 정헌배인삼주가의 포부와 기대,열정과 애정이 전지구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작가의 뜻이 펼쳐지기를 바라고 국위선양이 이루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