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 되돌아보고 나를 찾다
김용택.박완서.이순원 외 지음 / 더숲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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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되돌아 보고 새로운 나를 찾아 나서는 진정한 반성이라는 무엇인지 늘 생각을 한다.말처럼 쉽게 지나간 시간을 반성하고 깊게 깨닫고 살아 가기가 왠지 실천으로 옮겨지지를 않는다.아마도 나의 알량한 자존심과 상처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을 살면서 부모,형제,가족,친구들과 오랫동안 우의와 사랑을 나누면서도 무덤덤하기도 하고 마냥 받는 것으로만 착각하다 보니 정작 내가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아 주어야 할 정신적,물질적인 보답은 뒷전에 밀릴 때도 수없이 많다.삶이 버겁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 눈 앞에 놓인 이해관계에 매달리다 보니 챙겨야만 할 대상에게 소홀히 함으로써 뒤늦게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구나라는 자책감과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 옴도 느낀다.완벽하지 않은  삶이기에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내 욕심과 자존심을 버리고 진심으로 내 주위를 돌아보고 가까운 이웃,친지,가족에게 혹시 상처는 주지 않았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하여 참다운 인간으로 거듭나고 싶기도 하다.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는 내게 많은 기대와 신망을 갖으셨다.물론 아버지의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의식으로 인한 것이었지만 집안에서 맏이인 내게 거든 기대가 컸던 것이다.시골 농부가 농사 지으며 외지로 나가 장사를 하면서 대가족의 부양하시고 가계를 꾸려 오시면서도 늘 일꾼처럼 부지런하게 이른 아침이면 일어나시고 조반을 드시자마자 출타하는 아버지가 형제자매들에겐 잔 정을 쏟을 시간은 없으셨다.집에 들어 오시면 꼬랑내 나는 발냄새를 씻어 내려고 늘 대야에 물을 담아 발을 씻고 저녁을 드시자마자 노곤했던 탓인지 금세 눈을 감고 피로를 푸시는 모습이 엊그제 같다.

 그나마 내 경우엔 반듯한 학교 생활과 교우 관계,괜찮은 학업을 이루어 가고 있었기에 나름대로 자부심과 함께 동네 어른들의 칭찬을 받으며 긍정과 희망을 씨앗을 마음 속에 심어 나갔던 것이다.이에 아버지는 내가 필요한 학비,용돈을 덤으로도 주시면서 꼭 좋은 대학,좋은 직장 꾸려 동생들에게 끈나풀이 되어 달라고 갈망하셨던거 같다.사람 일이생각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고교 시절 학업보다는 친구들과 휩쓸려 놀러 다니는 시절이 있었는데 그게 학업 성적이 떨어지는 원인이 되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도 못가고  아버지에게 큰 원망만 듣게 되었던 것이다.돈이 많은 부자도 아닌 평범하게 살아왔던 내게도 서울이라는 사립대학의 등록금과 생활비,자취(할머니와 함께)와 관련하여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대신 이를 악물고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고 책을 펴고 사전을 뒤져가면서 공부를 하려 해도 고교시절 놀았던 탓인지 기초가 부족했던 탓인지 기초 개념과 상황 논리,사고력에서 동료들에게 뒤쳐지는 것을 깨닫고 죽기 살기로 도서관에 쳐박혀 도콕이 되었던 덕에 아버지에게 모처럼 기쁨을 안겨 줬던 적도 있다.

 문제는 그렇게도 서울로 대학을 보내고 뒷바라지를 했으면 앞가림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취직도 못하고 빌빌 거린다며 공부를 제대로 해 놨더라면 남들 다 들어가는 공무원 자리 하나라도 얻어 돈은 크게 벌지 못하지만 평생을 보장할 수가 있는데 시간만 흘러 가고 어쩌려고 그러느냐며 책망을 하시곤 했었다.물론 첫직장이 나의 전공과 무관하고 발등에 떨어진 불똥을 끄기 위해 들어갔는데 늘 매일,매주,매달의 실적과 연관되다 보니 실적이 아닌 가실적까지 올려 놓아야 하는 부담과 자괴감마저 들게 되다 보니 그만 사직을 하고 또 다른 직장을 찾기 위해 고전하던 시간이 꽤 또 흘렀던 것이다.설상가상으로 나이가 드신 아버지께서 아파트 경비를 서시다 늦가을 찬바람을 맞고 그만 중풍으로 쓰러 지셨다.종합병원 중환자실만도 3번 이상이나 다니시고 요양을 했던 것이다.찾아 가서 인사를 하고 병간호를 해드릴 때면 내가 너무도 미웠는지 고개를 외면하시곤 했다."왜 내가 널 그렇게 잘 키우고 좋은 사람 되라고 기대하고 뒷바라지 했는데 지금 모양이 우습게 되었다"고 하시면서 인사을 찌푸리면서 동생들은 너보다 좋은 대학을 못나왔어도 앞가림 잘하고 당당하게 사는데 남 부끄러워 못살겠다던 말씀이 귓전에 맴돈다.

 병생활 11년 만에 운명을 달리하시고 임종도 못했다.아버지는 매장을 하여 어느 시골 뒷동산에 계신다.추석 명절에 인사를 하러 갈때마다 옛일이 떠오른다.아버지의 바램과 기대를 저버리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아버지의 소원을 저버린 자식이 되어 버린 불효자가 되어 버려 살아 생전엔 야속하게만 느껴졌던 아버지가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고 농부라는 시골뜨기에서 버젓한 사회 우등생을 원하셨던 아버지의 의도를 늦게나마 깨닫게 된다.이젠 어른이 되어 자식을 낳고 기르는 부모 입장이 되어 아버지의 뜻과 생각을 되새겨 보니 무릇 아버지가 자식에 거는  기대와 넓은 사랑은 값지어서 돈과도 바꿀 수가 없는 존재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살아 생전에 기대에 어긋나게 행동했던 철없던 시절 진정으로 반성하는 자식이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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