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 7년 동안 50개국을 홀로 여행하며 깨달은 것들
카트린 지타 지음, 박성원 옮김 / 걷는나무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탐구하라.다른 누군가가 당신의 길을 대신 만들도록 허락하지 마라.이 길은 당신의 길이자 당신 혼자서 가야 하는 길이다.다른 이와 함께 걸을 수는 있으나,어느 누구도 당신을 대신하여 걸어 줄 수는 없다." - 인디언 윤리 규범 -

 

 한국인의 전통적인 관습 굴레에서 보면 상기와 같은 말은 정(情)이 없게 들린다.부모가 자식을 낳고 길러 성장시켜 주는 것도 모자라 결혼 이후까지 부모의 음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부류가 꽤 많다.부모가 자식 뒷바라지하고 지원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언제까지 감싸고 보호할 수 없기에 좀 냉정하지만 부모는 일찍부터 자식을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해 가도록 가이드 역할을 해 주는 것이 이상적인 자식 농사가 아닐런지.

 

한국과는 달리 서양에선 부모가 일찍부터 자식들이 자주적,독립적으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계도하고 있다고 한다.즉 자신이 태어난 지역과 나라를 벗어나 다양한 역사,문화가 살아 숨쉬는 외국여행을 권장한다는 것이다.물론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여건이 충분히 갖춰져야 떠나는 사람에게 몸과 마음이 여행지를 향해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차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체험의 양이 많아지고 이를 기록으로 남겨 자신의 삶의 힘,에너지 충전에 일조가 되어 주리라.

 

 여행의 목적은 다양하다.견학,휴식,답사,기록,연구 등이 있을 것이다.여럿이 여행하는 케이스도 있고 오붓하게 2,3명이 동행하는 경우도 있다.친밀성과 낭만성을 위해서는 2,3명이 적합하겠지만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기울이고 세상의 변화를 스스로 체득하기 위해서라면 혼자 떠나는 여행이 적합하지 않겠는가.자국도 아닌 낯선 외국을 혼자서 여행한다는 것은 쉽게 (마음이)허락하지 않겠지만 도전과 용기를 내어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 순종하면서 자신의 잠재력,성향,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자신이 태어나 성장하고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동안 진정 자신의 잠재력과 성향을 얼마만큼 발휘할 수 있을까.주어진 환경,지극히 현실적인 삶 속에서 헤쳐 나가야 할 임무와 부담,무변화의 삶은 개인의 능력,재능을 사장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회심리 코치로서 개개인의 잠재 능력을 찾아 주고 재능을 극대화시키는 일을 하는 카트린 지타 작가는 7년 간 50개국을 혼자 여행하면서 깨달은 바를 이 글에 모조리 담았다.사람은 모두 개성과 취향이 다르듯 여행지,여행하는 목적도 다르기에 자신이 가장 가고 싶은 곳에 대한 예비지식을 담아 여행지에서 기록으로 담아내야 할 것들을 구상하여 기록으로 남겨 놓을 준비를 해야 한다.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필수품 위주로 준비하여 짐을 최대한 가볍게 하고,해당 지역의 예비지식(다양한 루트를 통해) 이를테면 정정(政情),치안,기후,위생시설 등을 감안하여 대처해야 한다.젊고 패기가 있다면 2,3명이 한 조가 되는 베낭여행도 좋고 사교성과 붙임성,언어 구사가 가능하다면 북쩍북쩍하는 대도회지보다 소도시,농촌 지역 등을 탐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그곳에서 노다지와 같은 색다른 선물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다양한 계기가 있을 것이다.내 경우엔 혈관 질환으로 대수술을 받으면서 철저한 건강관리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늘 신경 쓰고 있다.아울러 마음의 병이 될 수 있는 갈등과 고민거리 등을 최대한 내려 놓기를 하기로 했다.마음 속에 부정적,공격적인 요소가 쌓이고 쌓이면 돌이킬 수 없는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통감했다.늘 긍정의 힘으로 삶에 충실하려고 한다.이에 홀로 떠나 세파 속에 둥둥 떠있는 자신을 상상하면서 삶의 방향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를 궁리해 보는 시간은 삶에 커다란 의미와 가치를 안겨 주리라.홀로 여행에 대한 나의 생각은 긍정적이다.삶을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해 나갈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되고,보이지 않던 내 잠재력과 상상력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이다.자신이 구상하는 여행 테마를 결정하여 목적 달성이 가능하도록 시간과 자금,건강,여유,적극성과 붙임성으로 나아간다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여행에서 깨닫는 소중한 시간을 불교의 지혜를 빌리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나고,잃어버리기 위해 소유하며,떠나보내기 위해 만난다." -P110

 

 여행를 떠나 삶 전체가 이러한 순환을 이어나간다고 생각한다.홀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성향에 맞추되 살아온 삶의 길이에 맞춰 여행 목적을 세우는 것도 의미가 있다.청소년기,청년기,중.장년기 등 삶의 단계에 따른 여행의 유형은 개개인에게 삶의 무늬를 더욱 짙게 아로새기고 다가오는 삶의 힘과 에너지가 되어 줄 것이다.여행을 통해 내면 세계가 더욱 튼실해지고 사회 생활의 폭과 성장성도 증폭되어 간다면 여행에 담긴 의미는 매우 소중하고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생초 밥상
이상권 지음, 이영균 사진 / 다산책방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을 감으면 시골 집 풍경이 선연하게 떠오른다.초가집 전후,좌우가 산으로 둘러 싸인 분지와 같은 산골 마을이었다.사계에 따라 산과 들에 피어 나는 각종 초목들은 일상의 벗이 되어 지친 심신을 달래 주기도 했다.산과 들에 자라나는 갖가지 야생초들 역시 눈에 밟힐 정도로 흔하디 흔한 먹을거리였다.야생초들을 뽑고 자르고 따고 꺾어서 데치고 말리고 삶고 끓여 밥상에 올려 놓았다.그 역할은 주로 할머니 몫이었다.할머니께서는 어린 시절 선대에게 물려 받은 음식 솜씨를 그대로 재구성하는데 맛은 음식점 요리사가 일정하게 내놓는 것처럼 변함이 없었다.그래서 어린 시절 내 혀에 오래도록 달라 붙은 할머니표 음식은 혀와 뇌에 화석과 같이 눌러 붙어 떠나지를 않는다.

 

 

  한국인의 밥상이 간편하고 쉽게 조리할 수 있는 것들로 바뀐지가 꽤 오래 되었다.맞벌이 부부가 늘다 보니 전업주부는 옛말이 되었다.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집에 와서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들 육아,교육까지 챙기기란 쉽지 않다.경제력 여건이 허락된다면야 돈으로 뭐든 해결할 수 있겠지만,아이들에겐 엄마가 직접 식재료를 준비해서 다듬고 데치고 볶고 끓여 낸 음식 맛이 인성과 정서 발달에도 커다란 효과가 있지 않겠는가.비근한 예로 우리 집은 인스턴트와는 담을 쌓고 있다.대신 몸에 좋은 제철 식재료를 구입하여 직접 손질,칼질하여 원하는 조리 방식으로 음식을 담아 놓으면 식구들 모두가 잘 먹는다.

 

 

 

 

 시골집에서 문 밖 담장 밑에 피어 나던 이름 모를 냉이,고들빼기부터 돌담 사이로 조밀하게 피어 나던 돌나물,밭두둑에 자라던 쑥,달래,부추,원추리,야생팥, 그리고 산 속에는 고사리,취,두릅 등은 내가 보았던 야생초들이다.봄날 할머니께서 일찌감치 허리에 두르는 책보와 큰 보자기,호미 등을 준비하여 산으로 올라간다.그리고 점심 무렵이 되면 산에서 캐고 꺾은 산나물들을 머리에 이고 집으로 들어 오신다.마루에 보자기를 풀고 펼쳐 놓으면 산의 정기인 향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고사리와 두릅,취,알 수도 없는 잡다한 야생초까지 할머니 손으로 꺾어 오신 것이다.할머니께선 점심도 먹을 겨를이 없이 기꺼이 산채들을 하나 하나 분류하여 가마솥에다 물과 함께 집어 넣고 푹 끓이신다.김이 오르고 산채들이 익는 냄새가 나면 큰 국자로 익힌 산채들을 떠서 소쿠리,멍석(덕석)에 깔아 햇빛에 말린다.말린 산채들은 명절에 사용하기도 하고 심심할 때 조물조물 묻혀 내기도 한다.할머니께서 해 주신 야생초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할머니표 1등 음식은 고사리국이다.막 따 온 고사리를 된장,조기를 함께 넣고 끓이다 소금,간장,다대기,다진 마늘을 넣어 만든 고사리국은 얼큰하면서 자연의 향이 살아 있어 즐겨 먹었다.할머니표 고사리국은 이젠 먹을 수가 없어 아쉽기만 하다.

 

 식생활 패턴이 변화하면서 야채,제철 음식보다는 육류,가공 식품,구운 음식,인스턴트,편의점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또한 달고 짜고 매운 음식을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히다 보니 소아와 관련한 질병부터 성인병(대사성)에 이르기까지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적 문제로 크게 부상하고 있어 식습관,생활 습관 등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인체는 한 가지 영양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골고루 먹는 것이 최상이다.여건상 어렵겠지만 탄수화물,단백질,지방질,칼슘,칼륨,아연,비타민 등의 영양소의 적당한 배합이 중요하다.흙의 정기를 머금고 자라 나는 야생초에는 비료,농약,인공 첨가물 등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아 인체에 유익할 뿐이다.비록 화려하지도 풍성하지도 않은 야생초이지만 야생초로 빚은 음식은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된다는 증표이기도 하다.먹고 살기 힘들었던 선대들은 야생초를 이용하여 다양한 먹거리를 구사했다.지금은 잊혀져 기억 속에만 가물가물한 야생초들의 고향은 내가 돌아 갈 본향이기도 하다.봄부터 겨울까지 선대들이 즐겨 찾고 먹었던 야생초 음식들,이 도서에 잘 실려져 있다.처음 보는 야생초도 있고 식재료로 사용하지 않고 버렸던 야생초도 있으며 진귀한 야생초(민물김국)도 있다.돌아 가신 할머니 생각이 가장 많이 났다.자연과 함께 살다 자연으로 돌아가신 할머니는 지금도 산과 들로 야생초를 찾으러 나가셨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헤밍웨이의 작가 수업 - 키웨스트와 아바나에서의 일 년
아널드 새뮤얼슨 지음, 백정국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헤밍웨이 작가의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어 가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노인과 바다》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헤밍웨이 작가는 불행하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지만,그가 남긴 작품은 불후(不朽)의 명작들이어 읽을 가치가 크다.1차 세계 대전의 포화 속에서 군의관과 간호사의 사랑을 그린 『무기여 잘 있거라』도 헤밍웨이 작품의 백미라고 생각한다.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노인과 바다》는 노인과 소년이 쿠바 아바나 근해에서 청새치 잡이 이야기는 노인의 삶에 대한 애착과 집요함에서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노인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청새치 잡이에 몰두했던 노력치고는 별반 소득은 없었지만 청새치 잡이에 임하는 노인의 의지와 자세는 숭고하기만 하다.

 

 백정국 옮긴이는 모래 속에서 진주를 캔 것과 같이 《헤밍웨이의 작가 수업》이라는 도서를 중고서점에서 발견했다고 한다.특별한 것은 헤밍웨이의 인생에 대한 얘기가 여과 없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 가치 있는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절판이 되었다는 것은 보물을 사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헤밍웨이가 작가로 명성과 인지도가 높을 때 작가의 삶을 꿈꾸던 아널드 새뮤얼슨은 이 글의 저자이면서 헤밍웨이의 제자이기도 하다.1930년대 초반 키웨스트에 거주하던 헤밍웨이를 만나러 무작정 길을 나섰던 아널드 새뮤얼슨은 예상치 않게 헤밍웨이와 인생의 전반에 대해 소통과 대화를 나눈다.

 

 이 글에서는 미국 키웨스트 거주지 및 쿠바 아바나 시내 및 근해에서 청새치 잡이를 하던 1년 여의 삶을 엿볼 수가 있다.아널드 새뮤얼슨 저자는 글쓰기에 대한 전반적인 것에 호기심과 질문을 이어 나가는 한편,청새치 잡이를 통해서는 여행,배움,글쓰기,낚시,바다,자연,사람을 넘어 인생의 궁극을 체득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털털하고 스케일이 큰 이미지의 헤밍웨이는 전용 보트에 올라 청새치 잡이의 노련미를 잘 보여 주고 있다.낚시줄과 릴,미끼,청새치 등 물고기를 낚아 채는 법에 대해선 도통이다.헤밍웨이는 새뮤얼슨에게 글쓰기의 중요한 교훈을 다음과 같이 전해 준다.

 

 "절대로 한 번에 너무 많이 쓰지 말라는 걸세," "절대 샘이 마를 때까지 자기를 펌프질 해서는 안돼.내일을 위해 조금은 남겨둬야 하네.멈춰야 하는 시점을 하는 게 핵심이야." -P31

 

 글쓰기에 대한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요체는 글쓰기는 꾸준하게 쓰는 것이다.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작업이기에 지독하게 고된 일일 수도 있다.헤밍웨이 자신은 단 편 열개 써서 하나 정도만 쓸 만하고 나머지는 휴지통에 쳐박히고 만다고 한다.이야기를 바꿔 아바나 근해로 돌아 가게 되면,산호초 위 잔잔한 푸른 바다 미끄러지듯 내달리는 보트,조타를 잡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아내 폴린,요리사 후안,선장 카를로스 등이 청새치 잡이에서 실제 인물로 등장하면서 바다와 자연,인간과 해양 생물,풍랑의 흐름이 미끄러져 간다.그러면서 헤밍웨이는 처음 세상에 자신의 글이 발표된 것이 하나의 문체가 되고 세인들에게 각인되므로 글쓰기는 수고스럽지만 절차탁마를 달게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자네가 아는 사람을 하나 골라 그의 나이와 전력을 바꾸고 그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나라로 그를 옮겨놓게.그래도 그는 실존 인물인 거야.그를 재미있는 상황(또는 흥미로운)에 던져 놓고 액션을 만들어내.꾸며내는 요령만 터득하면 소설은 얼마든지 쓸 수 있다네. -P115

 

 이 글이 1930년대 초반에 일어났던 이야기로서 쿠바의 정정(政情)과 아바나 시내 사창가 풍경도 습하고 더운 여름 날씨만큼 끈적끈적하고 눅룩한 분위기에 휩싸이게 만든다.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 라는 역작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계기와 동력은 바로 아바다 근해를 벗삼아 바다와 풍랑,청새치와 상어들과의 사투를 벌여 가며 즐겼던 낚시 인생에서 나왔다고 확신한다.그리고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청새치 잡이를 마치고 귀가하던 모습과 아바나를 떠나면서 헤밍웨이와 새뮤얼슨이헤어지던 순간들이 교차되었다.이 글을 통해 헤밍웨이의 젊은 시절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또한《노인과 바다》가 역작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다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
강레오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특히나 한국 사회 구조상 자신이 좋아하는 일보다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직업의 상.하,신분의 고하,경제적 수입 등을 규정해 놓다 보니 설령 자신이 사회의 제도권 안의 직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자의반 타의반에 의해 그 직업 속으로 들어 가려 안간 힘을 쓰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고 지배적인 의식 구조이다.사회 제도권 속의 직업군에는 권력과 명예,안정과 수입 등이 골고루 담겨져 있어 일단 들어가고 보면 다양하고 부수적인 것들이 따라 오기에 몇 년,몇 전 몇 기를 거쳐서라도 열정과 의지를 불사르는가 보다.세상에는 이런 저런 직업이 분포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해서 파고 드는 일이라면 산도 옮길 정도의 우직함마저 엿볼 수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주위의 시선,체면에 이끌려 가는 것은 후일 후회와 미련이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지는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TV 오락 채널에선 요리와 관련한 프로그램이 자주 등장한다.맛집 순례를 비롯하여 달관한 요리사들의 즉석 요리 대결,가정 요리 등이 대표적인 요리 프로그램이다.음식을 잘 만들지는 못하지만 오랜 기간 자취(自炊) 생활과 군대에서 길지 않은 취사병으로 근무했던 적이 있어 음식 만들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애정(?)을 품고 있다.특히 나이가 들면서 각종 영양소별 식재료 선별과 건강 식품을 고려하면서 신선하고 건강에 유익하며 행복의 샘물을 마시는 것과 같은 요리는 보는 자체가 아깝기만 하다.요리사라고 하면 반드시 식품 영양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되는가 보다.각종 영양소에 대한 해박한 지식,정보와 다년간 쌓아 온 요리 경력이 진정한 요리사라고 생각을 했는데,실제 요리사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의 이력을 보면 혹독하고 눈물겨운 도제(徒弟)생활을 거쳐 요리계의 거목으로 우뚝 나는가 보다.

 

 이제 음식 만드는 일이 비단 여성의 몫은 아니다.다년간의 요리 경험과 손재주,직관력만 있다면 요리가 요리를 낳게 되는 법이다.<마스터 셰프 코리아> 심사위원 강레오 셰프 역시 혹독하고 눈물겨웠던 요리계 밑바닥 생활을 거쳐 요리사의 최고봉인 셰프를 이어가고 있으며,현재는 전통 궁중요리도 사사받고 있다고 한다.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0여 년을 영국에서 요리 경력을 쌓아 온 강레오 셰프는 음식의 국적보다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요리사만의 개성과 장신 정신을 접시 위에 담아내는 것을 최고로 여긴다.그는 요리사로서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식재료 본연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원하는 맛을 이끌어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군대 초년병 시절 취사병으로 근무를 한 적이 있는데,장교 후보생들의 식사 준비부터 식사 조달,배식,설겆이에 이르기까지 일분 일초가 전쟁터와 같았다.장교 후보생들이 식당에 들어 오고 나가는 시간이 절대적이었기에 일개 취사병은 다리에 바퀴가 달린 것처럼 뛰고 또 뛰면서 고참병의 비위,후보생들의 식사 준비 및 배식,설겆이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 했다.기억하건대 내가 만든 음식 가운데 가장 맛이 있었던 요리는 군대식 닭볶음 요리였다.하루 일과가 끝날 무렵 취사병들끼리 벌이는 닭볶음 요리는 천상의 꿀맛이었다.그리고 자취 생활 가운데 스스로 터득한 간단한 요리는 입맛을 되살려 주면서 건강까지 챙겨 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가 없다.그리고 요리를 어깨 너머로 배웠던 것은 할머니의 손끝으로 만든 음식들이었다.일일이 열거하기는 어렵지만 산과 들에서 채취하고 넘새밭에서 키운 식재료는 천연 유기농법이었고,다년간 익혀 온 할머니의 손끝에서 빚어 내는 음식들은 잘 숙성된 와인과 같이 맛과 향이 몸 전체로 퍼져 나갔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 프로그램은 본 적은 없다.다만 강례오 셰프의 요리 인생 이야기를 읽다 보니 대충대충이 아닌 까다롭고 엄격하게 만든 음식이야말로 식재료의 특성과 맛이 하나로 어우러져 자신만의 독특한 요리법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영국에서 엄혹했던 요리 수련과정은 자신을 더 없는 요리사로서 담금질하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한다.화려한 입신 영달보다는 요리라는 길을 더없이 멋지고 아름답게 포장하기 위해 강레오 셰프는 음식 만들기의 원리.원칙을 고수했던 것으로 보인다.음식에 대한 편견과 고정 관념을 떠나 그 음식을 먹으려 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려는 의지와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한국 음식이 한국에서는 최고라고 여길지라도 해외에 나가게 되면 해외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게 새롭게 각색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처사일 것이다.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나도 지금부터 요리를 체계적으로 배운다면 늦지 않을까'.색,향,맛이 삼위일체가 된 그런 요리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국기행 - 깨달음이 있는 여행은 행복하다
정찬주 지음, 유동영.아일선 사진 / 작가정신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종교를 갖고 있는 않은 무종교인이다.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나온 삶을 성찰하고 다가올 삶에 대한 방향타를 어떻게 진행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할 때가 왕왕 있다.10,20대 시절에는 모든 일이 생각대로 이루어질 것 같았지만 실상은 나보다 더 똑똑하고 능력있으며 치열한 경쟁의 굴레에서 등용(登龍)의 기세를 몰아 입신출세하는 부류들을 보면서 내 생각이 참으로 오만하고 안일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되었다.지나간 버린 삶을 거울로 삼아 현재와 미래의 삶만큼은 깨달음과 지혜로 가득차기를 바라고 있다.삶은 시시각각 몰려드는 우연찮은 일들로 가득차 있다.경험과 직관에 의해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일도 있지만,갈등과 고민의 경계선상에서 헤매는 경우도 왕왕 있다.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은 꼬여 있는 실타래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이다.

 

 예전에는 종교에 대해서 무조건 등을 돌리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데올로기와 같은 것으로 치부하고 말았는데,삶의 등반이 숨이 찰 정도로 가파른 비탈진 경사길을 허우적 거리며 기어오를 때 마음 깊은 곳에 진토(塵土)만도 못한 것들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 나가가는 삶에 있어 무의미하고 공허롭기 짝이 없다는 것을 셀 수 없이 느낀다.내가 비록 어느 종교에 귀의하여 독실하게 믿음을 이어 나가지는 않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불교라는 종교를 접하면서 불교의 정신인 해탈과 구원,자비심에 대해 오래도록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게다가 작금 중대 질병으로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는 한편 사후 세계까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불교가 갖는 마음의 수행과 무소유의 정신이 삶을 삶답게 유지시켜 나가는 비결이 아닐까 하는 각성을 하게 되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삼국시대(고구려,백제,가야)에 중국 북방과 남방의 불교 문화를 전수하면서 한국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한정된 출가자만의 해탈을 얻는 소승 불교가 서남 아시아권에서 번창했다면,동북 아시아권은 모든 사람들의 구원을 지향하는 대승 불교가 주를 이루고 있다.중생에 대한 자비심이 대승 불교의 요체가 아닌가 한다.

 

 근래 테마가 있는 종교 기행과 관련한 도서들이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가운데,정찬주 작가의 《불국 기행》은 마음으로 귀의하고 싶었던 종교인지라 관심을 갖고 순례 및 답사길에 간접 동참하게 되었다.불교의 성지 인도 북동부 지역의 부탄과 네팔을 거쳐 인도 남부와 스리랑카 그리고 베이징 근교의 오대산 지역의 불교 유적지 및 사찰을 보여 주고 있다.순례지는 부탄,스리랑카,중국 오대산이고 답사는 남인도와 네팔로 분류하고 있다.정찬주 작가는 법정 스님과의 만남과 인연을 실은 《무소유》를 읽었기에 작가가 불교의 정신이 세속인들에게 전하려는 취지와 지향점이 무엇인가를 이번 불국 기행에서도 유감없이 들려 주고 있다.정찬주 작가는 법정 스님이 말씀하신 삼소(三少)를 상기하면서 삼소야 말로 무념무상의 극치이면서 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말씀인 것 같다.

 

 "입안에는 말이 적어야 하고,마음에는 생각이 적어야 하고,배 속에는 밥이 적어야 한다." -법정 스님-

 

 행복지수 세계 1위인 나라,부탄은 왕조의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고,교육비,병원비가 한푼도 들지 않은 나라로서 스님의 될 수 있는 요건은 20여 년 동안 경(經)을 외워야 한다는 것이다.특별하게 다가오는 점은 '불타는 벼락'으로 불리는 드룩과 쿤리 스님의 남근상은 부탄인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또한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내려놓고 오체투지로 기도하는 수행자와 신자들의 신심은 가슴 뭉클하기만 하다.힌두교도와 불교도가 섞여 종교의 공존을 이뤄가고 있는 네팔은 히말라야 산맥의 정기를 이어 받은 축복받은 땅이다.엊그제 네팔 대지진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있어 마음으로 심심한 조의(弔意)를 표한다.그들에게 삶과 죽음은 하나인 '생사일여'의 깨달음을 얻게 한다.다만 힌두교의 카스트 제도가 남아 있어 죽어 화장(火葬)할 때 일반인과 왕족의 시신의 방향이 다르다고 한다.또한 『삼국유사』의 기록에 삼국시대 왕들이 아소카왕을 모델로 삼고 싶어 했다는 기록이 흥미롭기만 하다.

 

 신라 여섯 씨족장과 석탈해(昔脫解)가 떠난 땅,남인도는 힌두교인들이 절대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불교 사찰이 잘 보존되어 있다.기원전 3세기경 아소카왕이 남긴 흔적을 찾는 것이 작가의 주목적이었는데,아소카왕의 전법사가 활동했던 사원터에는 상반신 한쪽이 훼손된 좌불만이 휑뎅그렁하다.석양을 등지고 참배하는 것이 규칙인가 보다.인상적인 부분은 남인도에서 석탈해와 신라 6촌장을 만나게 되는데,석탈해의 고향일 수도 있다는 근거들이 현지인들의 탐문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남인도를 떠나 남아시아의 진주,스리랑카의 불교 신자들은 연꽃을 들고 절을 찾는다고 한다.근.현대 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에 의한 식민 통치로 인해 스리랑카 불교 사찰들이 심하게 훼손되었지만 사원과 대탑(大塔)을 참배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어가고 있다.불교문화를 융성시킨 불교 지도자들의 입상,불상,열반상,아난존자는 스리랑카 불교 문화의 유구함을 반증하고 있으며,살아 있는 불교 산실이기도 하다.

 

 불국 기해의 마지막 여정,중국 오대산은 의상대사와 혜초가 순례한 불국토로 널리 알려져 있다.중국도 이젠 종교의 개방과 자유가 이루어져 몇 십년 간 잊혀졌던 불교의 사찰도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중국인은 극락세계를 청량성경(淸凉聖境)으로 여기고 있다.대승불교국답게 반야경,화엄경,법화경,금강승 등의 경전을 중심으로 사상적 기반을 확립했다.찬란했던 중국 불교 문화의 유산은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데,운강 석굴,돈황의 막고굴,낙양의 용문 석굴이 중국 3대 석굴이다.그 위용이 너무 웅대하고 근엄하여 참배객들로 하여금 불교의 가르침의 의미와 가치에 압도 당하고 만다.내세와 영혼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지이지만 인간의 마음 속에 깊이 침잠되어 있는 무겁고 불필요한 욕망의 탈을 벗어 던지면서 맑고 깨끗한 영혼의 세계를 향해 마음으로 수행해 가는 열린 마음이야말로 지금 내가 깨달은 불교의 정신이 아닐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