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
강레오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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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특히나 한국 사회 구조상 자신이 좋아하는 일보다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직업의 상.하,신분의 고하,경제적 수입 등을 규정해 놓다 보니 설령 자신이 사회의 제도권 안의 직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자의반 타의반에 의해 그 직업 속으로 들어 가려 안간 힘을 쓰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고 지배적인 의식 구조이다.사회 제도권 속의 직업군에는 권력과 명예,안정과 수입 등이 골고루 담겨져 있어 일단 들어가고 보면 다양하고 부수적인 것들이 따라 오기에 몇 년,몇 전 몇 기를 거쳐서라도 열정과 의지를 불사르는가 보다.세상에는 이런 저런 직업이 분포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해서 파고 드는 일이라면 산도 옮길 정도의 우직함마저 엿볼 수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주위의 시선,체면에 이끌려 가는 것은 후일 후회와 미련이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지는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TV 오락 채널에선 요리와 관련한 프로그램이 자주 등장한다.맛집 순례를 비롯하여 달관한 요리사들의 즉석 요리 대결,가정 요리 등이 대표적인 요리 프로그램이다.음식을 잘 만들지는 못하지만 오랜 기간 자취(自炊) 생활과 군대에서 길지 않은 취사병으로 근무했던 적이 있어 음식 만들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애정(?)을 품고 있다.특히 나이가 들면서 각종 영양소별 식재료 선별과 건강 식품을 고려하면서 신선하고 건강에 유익하며 행복의 샘물을 마시는 것과 같은 요리는 보는 자체가 아깝기만 하다.요리사라고 하면 반드시 식품 영양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되는가 보다.각종 영양소에 대한 해박한 지식,정보와 다년간 쌓아 온 요리 경력이 진정한 요리사라고 생각을 했는데,실제 요리사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의 이력을 보면 혹독하고 눈물겨운 도제(徒弟)생활을 거쳐 요리계의 거목으로 우뚝 나는가 보다.

 

 이제 음식 만드는 일이 비단 여성의 몫은 아니다.다년간의 요리 경험과 손재주,직관력만 있다면 요리가 요리를 낳게 되는 법이다.<마스터 셰프 코리아> 심사위원 강레오 셰프 역시 혹독하고 눈물겨웠던 요리계 밑바닥 생활을 거쳐 요리사의 최고봉인 셰프를 이어가고 있으며,현재는 전통 궁중요리도 사사받고 있다고 한다.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0여 년을 영국에서 요리 경력을 쌓아 온 강레오 셰프는 음식의 국적보다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요리사만의 개성과 장신 정신을 접시 위에 담아내는 것을 최고로 여긴다.그는 요리사로서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식재료 본연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원하는 맛을 이끌어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군대 초년병 시절 취사병으로 근무를 한 적이 있는데,장교 후보생들의 식사 준비부터 식사 조달,배식,설겆이에 이르기까지 일분 일초가 전쟁터와 같았다.장교 후보생들이 식당에 들어 오고 나가는 시간이 절대적이었기에 일개 취사병은 다리에 바퀴가 달린 것처럼 뛰고 또 뛰면서 고참병의 비위,후보생들의 식사 준비 및 배식,설겆이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 했다.기억하건대 내가 만든 음식 가운데 가장 맛이 있었던 요리는 군대식 닭볶음 요리였다.하루 일과가 끝날 무렵 취사병들끼리 벌이는 닭볶음 요리는 천상의 꿀맛이었다.그리고 자취 생활 가운데 스스로 터득한 간단한 요리는 입맛을 되살려 주면서 건강까지 챙겨 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가 없다.그리고 요리를 어깨 너머로 배웠던 것은 할머니의 손끝으로 만든 음식들이었다.일일이 열거하기는 어렵지만 산과 들에서 채취하고 넘새밭에서 키운 식재료는 천연 유기농법이었고,다년간 익혀 온 할머니의 손끝에서 빚어 내는 음식들은 잘 숙성된 와인과 같이 맛과 향이 몸 전체로 퍼져 나갔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 프로그램은 본 적은 없다.다만 강례오 셰프의 요리 인생 이야기를 읽다 보니 대충대충이 아닌 까다롭고 엄격하게 만든 음식이야말로 식재료의 특성과 맛이 하나로 어우러져 자신만의 독특한 요리법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영국에서 엄혹했던 요리 수련과정은 자신을 더 없는 요리사로서 담금질하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한다.화려한 입신 영달보다는 요리라는 길을 더없이 멋지고 아름답게 포장하기 위해 강레오 셰프는 음식 만들기의 원리.원칙을 고수했던 것으로 보인다.음식에 대한 편견과 고정 관념을 떠나 그 음식을 먹으려 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려는 의지와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한국 음식이 한국에서는 최고라고 여길지라도 해외에 나가게 되면 해외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게 새롭게 각색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처사일 것이다.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나도 지금부터 요리를 체계적으로 배운다면 늦지 않을까'.색,향,맛이 삼위일체가 된 그런 요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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