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가게 - 당신을 꽃피우는 10통의 편지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나계영 옮김 / 살림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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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는 태아 교육부터 대입수능까지는 말그대로 사교육으로 온 나라가 치마바람과 사회 구조적인 분위기가 남보다 한 발 앞서 나가기 위해,영어 단어,문장 하나 더 알기 위해,내신을 높히고 성적을 높혀 좋은 대학,일류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생의 최대의 관문으로 여기고 모두들 100미터 달리기 스타트 라인에서 초조하고도 긴박하게 긴장의 숨통을 놓치지 않고 있다.좋은 부모 만나서 경제적인 뒷받침을 받고 학생은 오로지 온실의 화초마냥 주는 물과 영양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볼때 안타깝기도 하고 그들의 미래는 과연 보장이나 받는 것인지는 의구심이 많다.

 내가 지내온 20대 초반 역시 입시와 취업의 관문을 뚫기 위해 필사의 힘을 다했던 기억도 어제같지만 지금처럼 사교육 열풍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다만 공통점이라면 주입식교육에 1등주의로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한 세대가 지나고 두 세대가 지날지라도 입시지옥은 언제 해결되려는지 알 수 없는 상황임을 인지할때 인성적이고 보다 자립적으로 먼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고 다져가는 주인의식을 젊은이들이 몸과 마음으로 체득해 나가기를 바라고,그러한 주인 의식이 결국은 한 나라의 미래를 건강하게 하고 풍요롭게 하리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학 졸업반의 주인공 료타는 자신의 인생 진로에 관하여 서락을 운영하고 있는 와카씨와 편지 10통을 주고 받으면서 당면한 취업문제,삶을 바라보는 법,성공하는 인생등을 주고 받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내가 성공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것이다.제 자신이 성공을 거둔 인간이 아니기에 뭐라고 할 계제는 아니지만 자신의 꿈과 이상을 최대한 펼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고도 객관적인 시각에서 점검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일단 어떠한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미친 듯이 열정을 가지고 일을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누구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일을 찾으려 발을 벗고 나설 때에는 온갖 장애물과 시험대가 눈 앞에 도사리고 있는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가 필수요건이라고 생각한다.성공한 사람들 역시 같은 조건하에서 시작하고 도중에 생각지 않은 난관이 있었을지라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감수하며 투지와 끈기로 극복하려 노력했던 점이 성공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의 차이가 아닌가 한다.'고진감래'라고 하지 않았던가.하고 싶은 일에 미치고 필사적으로 몸과 마음을 기울인다면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또한 사회에 나가기 위해 첫 발을 잘 디디며 한 단계 한 단계 자신을 업그레이드 할려면 자신의 인생을 살찌우고 행복하게 만들려면 자신을 이끌어 줄 마음의 스승을 늘 곁에 모시는 것도 중요하리라 판단이 든다.역사 이래 수많은 위인,명사들을 보면 미지의 세계,행복한 삶을 위해 부단히 책과 함께 메마른 삶을 풍요롭게 이끈 분들이 많음을 알게 되는데 책은 정직하고도 불후한 존재이기도 하기에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도 않고 무궁무진하게 지식과 지혜를 동시에 안겨 주며 사유의 힘을 증강시켜 주기도 한다.

 료타와 와카가 주고 받은 10통의 편지는 가슴 훈훈한 사연들로 가득차다.잔잔하면서도 뼈가 있는 조언들이 젊은이에게 꿈과 희망,당당한 용기로 세파를 이끌어 가도록 든든한 후원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간파하게 되는데 직장을 잃고 고향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던 료타의 형이 료타의 편지 내용을 회신하게 되는데 풋풋하지만 사회적 경험이 미숙한 동생에게 건네는 인생 선배의 역할은 형제애와 아울러 따뜻한 인간애마저 느끼게 한다.젊은이들이 바르고 건전하며 사회적 우등생으로 거듭 나기를 바라고 그들의 성공을 울타리 넘어 먼 곳에 모인 관객들이 따스한 시각으로 점수를 매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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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 백년의 고독, 천년의 사랑
이사강.김태환.유쥬쥬 지음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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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족,다언어,다종교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어가며 살고 세계 4대문명의 발상지중 하나인 인도를 생각하면 기나긴 영국의 피통치와 간디의 무저항,비폭력 독립운동,갠지스강에서 목욕과 빨래를 하면서 그언저리에서 주검을 화장하여 골분을 강가에 뿌리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인도는 확실히 인간이 태어나 죽음의 과정을 자연과 일치시키고 인연이라는 윤회라는 말이 번뜩 떠오른다.인구 7억가량의 세계 2위를 자랑하고 IT산업의 총아로 급부상하고 경제도약을 꿈꾸며 용트림을 하려는 인도는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인도 정부 및 관료,지식인들이 무엇을 어떻게 가닥을 잡고 실천해 나갈지가 주목된다.2020년엔 중국과 인도가 쌍두마차로 아시아의 경제를 이끈다고 예측하니 경제 비전문인 나도 새삼 인도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고 자극 또한 받게 된다.

 이 글은 3인 3색이라고 하면 딱 어울리는 말인거 같다.3인이 제각각 직업과 생각,가치관이 다른 입장에서 인도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때로는 그들을 낭만적이고 목가적으로 풀어낸 것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한국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로 2시간 남짓하면 도착하지만 인도는 보통 열차로 몇 일을 걸려야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가 있고 기차가 연착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여서 인도인들은 관성에 젖어 있어 불평을 늘어 놓지 않는다고 한다.또한 인도인과의 약속은 정해진 시간보다 1시간 이상은 늦을줄 알고 대처해야지 안그러면 성질 급한 한국인의 수명이 짧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뿌옇게 먼지가 피어오르고 살짝 오염된 냇가에서 머리를 감고 빨래를 하는 그들은 위생관념은 철저하지 못한거 같다.그들의 빈부격차 또한 한국보다도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는다고 본다.

 인도는 결혼식에 초대받는 것을 축복으로 여긴다고 하며 본결혼식이 있을때까지는 몇 일이나 예비 리허설 같은 축제가 있는거 같다.친구와 동료들이 한데 모여 어울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데 한국같은 술마시고 고성방가하는 풍습은 없다고 하니 한 수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사진 한 컷 한 컷마다 이국적이고 정겨운 인도의 모습이 흡사 한국의 1960년대의 간이 주막,간이 이발관 앞을 훔쳐본 듯하다.그들도 자본주의가 깊게 침투하고 돈이 제일이라고 의식된다면 지금보다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질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적인 모습은 깍쟁이로 변신하고 모든 것을 돈으로 생각하고 돈으로 해결하려는 물질만능주의화가 되어 인도 역시 정신적,물질적 혼란과 정체를 빚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여행을 좋아하고 동경한다.인도는 터키와 함께 제일 맨마지막 여행지로 삼으라고 할만큼 역사와 문화,진귀한 풍물,유적이 산재해 있는 다민족,다언어 국가이다.외국인을 만나면 신기하리만큼 눈요기를 하려 하고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고 한다.불교의 성지,타지마할 묘,문명의 발상지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는 이젠 긴 잠에서 깨어나 활짝 기지개를 켜고 2020년을 향하여 도약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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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33 - 세상을 울린 칠레 광부 33인의 위대한 희망
조나단 프랭클린 지음, 이원경 옮김, 유영만 해설 / 월드김영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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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부 33명,지하 700미터,매몰 69일,이 숫자 앞에서 평범한 사람은 당연히 어안이 벙벙할테고 광부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체념할 수 밖에 없다.그러나 그들은 모두 살아 돌아왔고 생환의 현장을 10억인의 지구인의 기대와 초조함,축복과 환희 속에서 삶의 경건함과 신비로움을 새삼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던거 같다.이 매몰,생환의 현장을 취재하는데 한국의 기자도 포함되어 있어 기록적인 매몰 시간과 기적적인 생환은 사상 유례가 없었고 저자가 르포타쥬 형식으로 생생하게 인터뷰,조사한 결과를 전해주므로 산호세 광산의 지질,광부들의 처참한 매몰 생활,칠레 당국의 발빠른 인도주의 정신,세계 각지의 첨단 장비 동원,가족들의 애끓는 생환 기원등이 어우러져 슬픔과 기대,환희를 자아내게 했다.

 지반이 약해 늘 붕괴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던 산호세 광산의 몰골 처참한 광경과 붕괴가 시작되던 순간 땅과 바위의 굉음 소리와 함께 광부33인은 붕괴의 조짐과 진동을 알아차리고 긴급 대피소로 피난을 하게 되고 이제 어두컴컴한 암흑 속에서 그들은 생존의 법칙을 지혜를 모아 긴 시간,삶을 저버리지 않는 끈질긴 애착과 동료,선후배 광부들의 일치단결하는 의연한 모습과 돈독한 관계 잇기가 삶과 죽음의 중간 지점 연옥의 17일간을 고온 다습,불결한 환경,숨쉬기조차 힘들고 먹을 것이 없어 비치했던 물, 참치 3~4캔으로 33명이 포크 한 점씩으로 연명을 했다고 한다.

 열악한 광산을 경영하던 산호세 광산 경영자들의 소극적인 저자세와는 대조적으로 피녜라 칠레 대통령의 인도주의적인 적극적 대처 자세로 매몰된 광부들의 구출 작전은 시시각각으로 들어오는 소식으로 포기와 기대를 번갈아 가면서 구출 작전이 시작되고 드릴로 땅을 뚫고 첨단 장비인 탈출 캡슐을 사용하여 매몰된 광부 한 명 한 명을 땅 위로 들어올렸던 것이다.이 극적인 구출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전세계에 타전하려는 언론 기자들의 열띤 취재 현장도 볼만했지만 일부에선 그들이 17일간 처참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시시콜콜 캐물어 가면서 혹시라도 있었을지도 모르는 동성애 및 비정상적인 사연들을 황색신문들은 상업적으로 이용하려하고 기본적으로 알 권리인 교육,정보제공을 뒷전으로 치는거 같다.또한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칠레 당국의 의도도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식의 학비를 벌기 위해 이웃 볼리비아에서 온 마마니를 비롯하여 나머지 광부들도 1일 3교대로 8시간씩 광산에서 일을 하면서 받은 수당으로 도박과 섹스,유흥으로 탕진하는 부류들도 많지만 대개는 사랑하는 가족의 생계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힘들고 고되며 육체적인 힘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갱 안에서 그들은 삶을 이어가려다 재난을 당했던 것이다.극단적인 감금 생활에서 극적인 구조가 이루어졌지만 그들은 가족과 재회하는 것은 사고후 65일만에 이루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반죽음 속에서 겨우 연명으로 이어졌던 악몽과 몽환 속에서 그들이 겪었을 외상후 트라우마와 정신 질환을 치유하고 평정심으로 되돌아 오기까지에는 치료가 필요했던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행복이고 기쁨인거 같다.만일 최첨단 장비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운명이 지하 700미터 안에서 다했더라면 한낱 잊혀지고 마는 미제 사건이었겠지만 그들은 살아서 돌아왔고 살아 있는 자에겐 삶의 희망과 환희를 던져준 감격적이고 감동적인 서사극을 보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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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1-03-10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

우보 2011-03-10 23:11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멋진 시간 보내세요~~
 
일기일회 一期一會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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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스님은 이미 우리 곁은 떠나셨지만 남겨 놓은  그의 불자 정신,수행정신은 시대를 초월하여 남아 있는 중생에게 커다란 귀감과 지침서가 되고 있다.시골에서 태어난 그가 속가를 떠나 스님의 길을 가기로 결정한 이후 탁발과 수행,가난하고 굶주리며 의탁할 수 없는 중생들에게 보시한 실천적인 행동은 언제 어디서나 사표가 되기에 또한 충분하다.그의 저서를 대하고 있으면 늘 어수선하고 정리되지 않은 심신을 원상태로 되돌려 놓고 그간 내 자신이 과욕과 욕망,허세,신음하는 경쟁 속에 갇혀 인간성마저 상실한 것은 아닌지 자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2003년 5월 8일부터 2009년 4월 19일까지의 정기 법회를 모은 '일기일회'는 매 법문 하나 하나가 귀중하고 들뜨고 괴로운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마력을 갖고 있다.물론 현실 생활과 괴리가 없지는 않지만 혼탁하고 인간성이 상실되며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붕괴되고 있는 현대 사회를 하나 하나 꼬집어 전하는 말씀은 눈으로 봐도 귀로 들어도 시복과 청복을 듬뿍 선사하고도 남는다.또한 스님은 생전에 혼자서도 살아보고 사색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있으신 보기 드문 실천적인 수행자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야 하기에 상대를 죽여야 하며 내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기 위해 유치원때부터 피튀기는 출혈 경쟁에 돌입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어떻게 인간성과 순수한 마음을 논할 수 있겠는가,가식적인 만남,인사,불안한 미래,미움의 증폭이 갈수록 심화되어 가고 심신은 지칠대로 지치고 고갈되며 한국 사회의 여건상 일등주의,서열주의가 팽창되어 있어 어떻게든 사회가 그려 놓은 잣대와 구조에 맞추어 나가는 기계적이고 수동적인 인간 사회에는 환멸 뿐이고 없는 자는 늘 원망과 분노를 삭여 나가야만 하는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고 본다.

 우리는 늘 마음을 채우려 하고 경쟁을 통하여 실적을 높이려 하고 있다.그래야 생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고 생계를 이어가며 삶을 꾸려 나갈 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문제는 물력과 권력을 갖은 자가 사회의 90%이상을 차지하고 한 번 손 안에 들어온 이상 쥐고 펴지를 않는다는 것이다.힘없는 자에게 베푸는 사회가 아니고 흡혈귀마냥 계속 착취하고 빈사상태에 빠지게 하는 악순환의 연장일 뿐이다.오죽 했으면 GDP는 세계 10위권이지만 낙태율과 자살율은 백중지세라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그러니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돈에 걸신 들고 돈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맹신하니 갖은 사회적 문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행복지수는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형국이 아니겠는가?

 스님의 법문은 2,500년전 인도의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좋은 만남으로 이루어진 수수작용의 결과라고 하는데 말을 많이 하고 늘어 놓은 장광설이 아닌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지면서 만남과 존재 자체를 향유하며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데 있다고 한다.그것이 경전으로 결집되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또한 부처님은 독단적으로 말하고 경전을 만든 것이 아니고 대중들과 주고 받으면서 이야기를 풀어 갔다고 한다.이점은 크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맺힌 것을 풀고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며 인간의 이기적인 본능으로 인해 지구가 오염되고 대기가 뿌옇게 변해 가고 있는 현대의 책임은 누구 하나가 빚어낸 것이 아니고 모두의 책임이고 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인간은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난다.돈이 많고 권력이 강해도 언젠가는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아둥바둥 살거 같지만 언젠가는 소멸되고 잊혀져 가는게 인간사라고 생각이 든다.책을 많이 읽으며 사색과 마음의 치유를 구하고 멋진 경치를 한 번이라도 더 관조하며 내 마음을 다 보여 줄 벗이 있어 모든 것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으면 한다.우리 세대의 뒤를 이어갈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조가 되는 것도 책임이고 의무가 아닐까 깊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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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처네 (양장) - 목성균 수필전집
목성균 지음 / 연암서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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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고 살기 힘들었던 우리네 부모님 이상 세대들의 지난한 가난과 설움,농경 사회 속에서 그나마 산과 물을 대하여 자급자족하려 했던 순박한 인심들,가부장제도 아래에서 어머니와 며느리들의 머슴같이 순종해야 했던 시절 속에 창호지 문틈 사이로 솔솔 풍겨져 올듯한 군고구마와 옛 얘기가 도란도란 들려올듯한 이야기가 <누비처네>는 들려주고도 남음이 있다.

 목성균 수필은 이름도 처음 듣지만 아무런 선입견이 없었기에 걸러질 것도 없고 더할 것도 없는 상태에서 읽어갈 수가 있었다.서라벌 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지만 집안 사정에 의해 중퇴하고 도회지에서 직장 생활을 잠깐 하다 군에 입대하고 제대하면서 작가는 산림청 산림계에서 25년 이상 봉직하다 퇴직하면서 그의 가슴에 묻혀 두었던 수필 쓰기에 몰두했다고 한다.소위 늦깎이로 시작한 수필이 세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잘 모르지만 그가 그린 진솔하고도 상상력 풍부하며 훈훈한 지난 시절의 고백은 순수한 진솔과 사람이 그리운 요즘 시대에 더욱 가슴을 파고 드는 추억과 회한마저 밀려 들게함을 자아내게 한다.

 증조부 밑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할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셔서 뵙지를 못했지만 할머니와 어머니,아버지,형제들과의 추억,성장 과정,군대,직장 이야기,자식,며느리,손주들 이야기로 작가의 일생을 진솔하고도 서정적이며 인간과 인간의 돈독함을 느끼게 해주는 훈훈한 얘기는 읽어도 지루하지 않고 잃어 버렸던 인간 상실을 되찾아 주기에도 충분하다.

 군대 시절 아버지께서 맺어준 여인과의 신혼 생활이 여유스럽지는 않았나 보다.20대 초반의 작가는 처가에 가려 하지만 집안 살림과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작가의 아버지는 편지와 소액환으로 누비 포대기를 사라고 하신다.누비 포대기 속에 묻힌 자식은 검붉은 저녁의 시골 하늘 위에 떠 있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깔깔 거리고 젊은 남편은 아내의 손을 꼭 잡아 주며 걸었다고 회상한다.그것이 변치않는 사랑의 증표라고 회상하며 깊게 숙성되어 가는 술과도 같은 돈독함의 표상이기도 하리라.또 하나 에피소드는 군대에서 중대장 부인이 산후 조리를 위해 위생병으로 재직하던 저자에게 링거를 구해오라 해서 소금물이 담긴 통을 그 아픈 아내에게 처치를 하니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난듯 생기를 되찾으며 고마움의 댓가로 다정하게 겸상을 했다고 하는데 희고 가냘픈 중대장 아내의 모습이 마치 함께 사는 부인의 용모와 마음씨가 동일할 정도로 애틋한 사랑을 느꼈던거 같다.

 강원도 평창 산골 근무지에서 추운 겨울이면 출출하기도 하여 가끔씩 차부거리에서 팔고 있는 군고구마를 사먹곤 하는데 마음씨 고운 군고구마 장수는 저자가 늦은 밤에 지나가므로 늘 저자가 나타날때까지 기다리곤 했다고 한다.그게 그만 군고구마 장수가 감기도 몸져 눕게 될줄 누게 알았겠는가.오늘도 그 훈훈한 인심과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고 말이라도 건네 보려했던 저자는 그만 어린 꼬맹이가 군고구마를 팔고 있다고 한다.꼬맹이 왈,"아저씨 때문에 저희 엄마가 감기 걸리셨다"고 투덜거려 꼬맹이에게 미안함을 표하고 빨리 병이 낫길를 바랐다고 한다.

 총9부로 이루어진 수많은 글들은 흰 광목저고리와 광목 바지 차림의 산골 마을의 농부들의 모습에서 회색 아파트 단지가 우거진 현대적인 모습 속에서 작가는 그가 살아온 시절을 담담하고도 진솔하며 그 시대 그 사람들과의 관계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순수함의 극치가 녹아져 있고 다시는 볼 수 없을거 같았던 할머니,할아버지의 자애로운 모습과 참된 인생 살이를 가르쳐 주시던 모습들이 어제의 일마냥 되살아 남을 느끼게 한다.특히 그가 살아 왔던 연풍 지역이라는 벽지의 모습과 내가 어린 시절 살았던 시골의 모습들이 흡사하게 다가와서인지 더욱 감동과 추억,애잔함,불편했지만 훈훈했던 인정들이 현실과 대조적으로 다가왔다.

 목성균 작가는 세상에 계실 때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수필작가였지만 <누비처네>라는 수필집을 읽고 보니 불편했던 지난 시절의 생활이 느리고 더디며 사람의 손과 발을 움직여야만 했던 억척스러운 살림들의 모습이 편안하게 돈으로만 해결하려 하는 요즘 사람들과의 대조적인 생각과 가치관을 다시 한 번 느껴보게 하며 잊었던 할아버지,할머니의 투박하고도 자애로운 모습을 다시 마주치니 가슴이 저려옴을 느끼게 하며 때로는 눈시울마저 붉혀져 옴을 느끼게 한다.그가 쓴 수필은 금과옥조라고 해야 어울릴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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