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비처네 (양장) - 목성균 수필전집
목성균 지음 / 연암서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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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고 살기 힘들었던 우리네 부모님 이상 세대들의 지난한 가난과 설움,농경 사회 속에서 그나마 산과 물을 대하여 자급자족하려 했던 순박한 인심들,가부장제도 아래에서 어머니와 며느리들의 머슴같이 순종해야 했던 시절 속에 창호지 문틈 사이로 솔솔 풍겨져 올듯한 군고구마와 옛 얘기가 도란도란 들려올듯한 이야기가 <누비처네>는 들려주고도 남음이 있다.

 목성균 수필은 이름도 처음 듣지만 아무런 선입견이 없었기에 걸러질 것도 없고 더할 것도 없는 상태에서 읽어갈 수가 있었다.서라벌 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지만 집안 사정에 의해 중퇴하고 도회지에서 직장 생활을 잠깐 하다 군에 입대하고 제대하면서 작가는 산림청 산림계에서 25년 이상 봉직하다 퇴직하면서 그의 가슴에 묻혀 두었던 수필 쓰기에 몰두했다고 한다.소위 늦깎이로 시작한 수필이 세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잘 모르지만 그가 그린 진솔하고도 상상력 풍부하며 훈훈한 지난 시절의 고백은 순수한 진솔과 사람이 그리운 요즘 시대에 더욱 가슴을 파고 드는 추억과 회한마저 밀려 들게함을 자아내게 한다.

 증조부 밑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할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셔서 뵙지를 못했지만 할머니와 어머니,아버지,형제들과의 추억,성장 과정,군대,직장 이야기,자식,며느리,손주들 이야기로 작가의 일생을 진솔하고도 서정적이며 인간과 인간의 돈독함을 느끼게 해주는 훈훈한 얘기는 읽어도 지루하지 않고 잃어 버렸던 인간 상실을 되찾아 주기에도 충분하다.

 군대 시절 아버지께서 맺어준 여인과의 신혼 생활이 여유스럽지는 않았나 보다.20대 초반의 작가는 처가에 가려 하지만 집안 살림과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작가의 아버지는 편지와 소액환으로 누비 포대기를 사라고 하신다.누비 포대기 속에 묻힌 자식은 검붉은 저녁의 시골 하늘 위에 떠 있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깔깔 거리고 젊은 남편은 아내의 손을 꼭 잡아 주며 걸었다고 회상한다.그것이 변치않는 사랑의 증표라고 회상하며 깊게 숙성되어 가는 술과도 같은 돈독함의 표상이기도 하리라.또 하나 에피소드는 군대에서 중대장 부인이 산후 조리를 위해 위생병으로 재직하던 저자에게 링거를 구해오라 해서 소금물이 담긴 통을 그 아픈 아내에게 처치를 하니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난듯 생기를 되찾으며 고마움의 댓가로 다정하게 겸상을 했다고 하는데 희고 가냘픈 중대장 아내의 모습이 마치 함께 사는 부인의 용모와 마음씨가 동일할 정도로 애틋한 사랑을 느꼈던거 같다.

 강원도 평창 산골 근무지에서 추운 겨울이면 출출하기도 하여 가끔씩 차부거리에서 팔고 있는 군고구마를 사먹곤 하는데 마음씨 고운 군고구마 장수는 저자가 늦은 밤에 지나가므로 늘 저자가 나타날때까지 기다리곤 했다고 한다.그게 그만 군고구마 장수가 감기도 몸져 눕게 될줄 누게 알았겠는가.오늘도 그 훈훈한 인심과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고 말이라도 건네 보려했던 저자는 그만 어린 꼬맹이가 군고구마를 팔고 있다고 한다.꼬맹이 왈,"아저씨 때문에 저희 엄마가 감기 걸리셨다"고 투덜거려 꼬맹이에게 미안함을 표하고 빨리 병이 낫길를 바랐다고 한다.

 총9부로 이루어진 수많은 글들은 흰 광목저고리와 광목 바지 차림의 산골 마을의 농부들의 모습에서 회색 아파트 단지가 우거진 현대적인 모습 속에서 작가는 그가 살아온 시절을 담담하고도 진솔하며 그 시대 그 사람들과의 관계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순수함의 극치가 녹아져 있고 다시는 볼 수 없을거 같았던 할머니,할아버지의 자애로운 모습과 참된 인생 살이를 가르쳐 주시던 모습들이 어제의 일마냥 되살아 남을 느끼게 한다.특히 그가 살아 왔던 연풍 지역이라는 벽지의 모습과 내가 어린 시절 살았던 시골의 모습들이 흡사하게 다가와서인지 더욱 감동과 추억,애잔함,불편했지만 훈훈했던 인정들이 현실과 대조적으로 다가왔다.

 목성균 작가는 세상에 계실 때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수필작가였지만 <누비처네>라는 수필집을 읽고 보니 불편했던 지난 시절의 생활이 느리고 더디며 사람의 손과 발을 움직여야만 했던 억척스러운 살림들의 모습이 편안하게 돈으로만 해결하려 하는 요즘 사람들과의 대조적인 생각과 가치관을 다시 한 번 느껴보게 하며 잊었던 할아버지,할머니의 투박하고도 자애로운 모습을 다시 마주치니 가슴이 저려옴을 느끼게 하며 때로는 눈시울마저 붉혀져 옴을 느끼게 한다.그가 쓴 수필은 금과옥조라고 해야 어울릴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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