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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일회 一期一會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법정스님은 이미 우리 곁은 떠나셨지만 남겨 놓은 그의 불자 정신,수행정신은 시대를 초월하여 남아 있는 중생에게 커다란 귀감과 지침서가 되고 있다.시골에서 태어난 그가 속가를 떠나 스님의 길을 가기로 결정한 이후 탁발과 수행,가난하고 굶주리며 의탁할 수 없는 중생들에게 보시한 실천적인 행동은 언제 어디서나 사표가 되기에 또한 충분하다.그의 저서를 대하고 있으면 늘 어수선하고 정리되지 않은 심신을 원상태로 되돌려 놓고 그간 내 자신이 과욕과 욕망,허세,신음하는 경쟁 속에 갇혀 인간성마저 상실한 것은 아닌지 자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2003년 5월 8일부터 2009년 4월 19일까지의 정기 법회를 모은 '일기일회'는 매 법문 하나 하나가 귀중하고 들뜨고 괴로운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마력을 갖고 있다.물론 현실 생활과 괴리가 없지는 않지만 혼탁하고 인간성이 상실되며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붕괴되고 있는 현대 사회를 하나 하나 꼬집어 전하는 말씀은 눈으로 봐도 귀로 들어도 시복과 청복을 듬뿍 선사하고도 남는다.또한 스님은 생전에 혼자서도 살아보고 사색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있으신 보기 드문 실천적인 수행자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야 하기에 상대를 죽여야 하며 내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기 위해 유치원때부터 피튀기는 출혈 경쟁에 돌입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어떻게 인간성과 순수한 마음을 논할 수 있겠는가,가식적인 만남,인사,불안한 미래,미움의 증폭이 갈수록 심화되어 가고 심신은 지칠대로 지치고 고갈되며 한국 사회의 여건상 일등주의,서열주의가 팽창되어 있어 어떻게든 사회가 그려 놓은 잣대와 구조에 맞추어 나가는 기계적이고 수동적인 인간 사회에는 환멸 뿐이고 없는 자는 늘 원망과 분노를 삭여 나가야만 하는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고 본다.
우리는 늘 마음을 채우려 하고 경쟁을 통하여 실적을 높이려 하고 있다.그래야 생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고 생계를 이어가며 삶을 꾸려 나갈 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문제는 물력과 권력을 갖은 자가 사회의 90%이상을 차지하고 한 번 손 안에 들어온 이상 쥐고 펴지를 않는다는 것이다.힘없는 자에게 베푸는 사회가 아니고 흡혈귀마냥 계속 착취하고 빈사상태에 빠지게 하는 악순환의 연장일 뿐이다.오죽 했으면 GDP는 세계 10위권이지만 낙태율과 자살율은 백중지세라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그러니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돈에 걸신 들고 돈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맹신하니 갖은 사회적 문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행복지수는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형국이 아니겠는가?
스님의 법문은 2,500년전 인도의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좋은 만남으로 이루어진 수수작용의 결과라고 하는데 말을 많이 하고 늘어 놓은 장광설이 아닌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지면서 만남과 존재 자체를 향유하며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데 있다고 한다.그것이 경전으로 결집되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또한 부처님은 독단적으로 말하고 경전을 만든 것이 아니고 대중들과 주고 받으면서 이야기를 풀어 갔다고 한다.이점은 크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맺힌 것을 풀고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며 인간의 이기적인 본능으로 인해 지구가 오염되고 대기가 뿌옇게 변해 가고 있는 현대의 책임은 누구 하나가 빚어낸 것이 아니고 모두의 책임이고 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인간은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난다.돈이 많고 권력이 강해도 언젠가는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아둥바둥 살거 같지만 언젠가는 소멸되고 잊혀져 가는게 인간사라고 생각이 든다.책을 많이 읽으며 사색과 마음의 치유를 구하고 멋진 경치를 한 번이라도 더 관조하며 내 마음을 다 보여 줄 벗이 있어 모든 것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으면 한다.우리 세대의 뒤를 이어갈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조가 되는 것도 책임이고 의무가 아닐까 깊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