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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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작가에 의한 추리,스릴물이 한국에서 번역되면 날개가 돋힌 듯이 잘 팔려 나간다.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인에 의해 쓰여진 모든 장르들이 한국인의 정서와 기호에 부합하는지 출간대는 데로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몇몇 지명도가 높은 일본작가의 작품은 공전절후의 대히트를 치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국내작가들도 독자들에게 보다 신선하고 흡인력 있는(추리,스릴물) 작품이 출간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런데 지명도가 그리 높지 않고 본명이 아닌 필명으로 추리소설을 내놓은 가와이간지는 일본추리계의 거장인 요코미조 세이시가 제정한 제18회 미스터리대상 수상작으로 <데드맨>이 선정되었다.충격이라고 할 만한 소재와 생동감 있는 묘사,입체적인 캐릭터,치밀하고 절묘한 플롯,긴장감과 스릴을 더해 가는 문체로 인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고 쉽고 빠르게 읽혀 가는 것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왜 데드맨일까.죽은 사람을 의미하는 이 글의 제목이 심상치가 않다.

 

 현대사회에서 저질러지는 살인사건의 행태를 보면 처참하고 몸서리가 칠 정도이다.사람을 죽이는 것도 수법이 다양하고 극악무도하며 철면피를 달고 다니는 범죄자들이 많다.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건만 가와이작가는 신인답지 않게 대범하게 글을 써 내려가고 희생자들은 복수심에 가득차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여섯 차례의 연쇄살인사건은 매우 끔찍하기만 하다.두부,몸통,손과 발이 하나씩 없는 채로 싸늘한 시신으로 남게 되는데 데드맨의 정체는 절단난 신체 일부들이 모여서 새롭게 인간화하여 자신을 죽인 가해자를 찾아 꼭 복수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짙게 깔려 있다.

 

 경시청 소속 형사직원인 가부라기,히메노,마사키 등이 연쇄살인사건에 대해 프로파일링 작성,미아타리 수사(범인의 얼굴 형상만 기억하여 거리에서 그와 비슷한 사람을 불심 조사하는 것),현장 반복 확인을 이어가는데 유력한 용의자는 의사로 좁혀진다.그것은 사람을 죽일 때 사용했던 라텍스 장갑에 장기보존액,수면제와 메스가 나왔기 때문이다.이를 기초로 수사를 전개하면서 이번 연쇄살인사건이 43년 전의 의사에 의한 의료사고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캐취하면서 수사는 급진전하게 된다.시체를 모아 만든 데드맨의 정체도 무척 궁금증이 일어났다.

 

 데드맨은 병원에 입원하면서 요양차 온 시즈라는 10대 소녀,다카사카 의사,가부라는 간병 원숭이 등이 그가 쓴 일기 및 편지,이메일이 수사에 활기를 안겨 주었다.의료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이 일본 정치권력을 주름잡는 사람이 되었고 공소시효가 끝났기에 유족들이 법에 호소를 했건만 효과는 제로.데드맨은 알고 보니 전(前) 경시청 수사과 형사로 밝혀졌다.가와이작가는 치밀하게 짜놓은 각본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또한 법치국가이지만 힘과 권력이 치외법권 및 정치역학에 의해 힘없는 중생은 의지가지할 데가 없는 속수무책이라는 비애감만이 감돌았다.

 

 쉽고 빠르게 읽히면서 스릴과 추리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데드맨을 통해 가와이작가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오싹하게 전율감을 느끼게 하는 토막시체라는 잔인함과 살인자를 찾아 복수하려는 기묘한 형태의 데드맨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참 멋진 추리소설이다'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경시청 소속 형사 캐릭터도 비슷비슷한 경력에 호흡도 척척 맞아 떨어져 시원시원한 느낌까지 안겨 주어 근래 보기 드문 추리소설이 아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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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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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은 <상실의 시대>로서 잘 알려져 있다.무라카미 하루키의 명성을 정상에 올려 준 노르웨이의 숲은 남과 여의 사랑과 실연의 관계를 잘 해부해 주고 있어 읽는 이들로 하여금(나이를 떠나)애잔함과 그리움,상처와 실연,환희와 재기 등을 생각하게 하고도 남는다.36개국 이상 번역 출간되어 전 세계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 작품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명성을 한층 더 높여주기에 족하다.상실의 시대를 오래 전에 읽고 개정판인 이 글을 새롭게 읽어 가다 보니 남과 여의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마음 아닌 가슴을 훑어 내리는 느낌마저 안겨 준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노르웨이의 숲은 불완전한 인간,나약하고 완벽한 존재가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로 만나 잊을 수 없는 운명을 되찾아 가는 여정에서 순수한 욕망과 격한 정신적 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그 주인공이 기찻길 옆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의 밀어를 나누었던 와타나베와 나오코가 바로 장본인들이다.와타나베는 실연의 기억을 새삶이라는 현실 속에 묻어 두고 기자생활을 하는 삼십대 중반의 남성으로 노르웨이로 향하던 기내 속에서 흘러 나오던 노르웨이의 숲의 멜로디를 들으면서 이십대의 나오코와의 정념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을 무라카미 하루키만의 독특한 필체로 그려 가고 있다.

 

 와타나베가 나오코로부터 들은 들판의 우물의 존재를 반추하면서 둘 사이는 가까워질 듯 말듯 하다 나오코의 연인이 운명을 달리하면서 나오코는 깊은 산중 요양소로 들어 가게 되고 와타나베는 물어 물어 나오코의 은신처를 어렵사리 찾아 내게 된다.나오코는 연인을 잃어 버려 정신적으로 상실되어 마음을 추스리면서 새로운 삶을 꿈꿔 가는데 와타나베를 보는 순간 둘은 아직은 사랑이 식지 않았다는 것을 말과 몸으로 꿈틀거리면서 반응의 속도가 커져만 간다.나오코의 옆에는 보모와 같이 위로하고 격려해 주는 레이코씨가 있다.그녀는 악기도 잘 다루고 입심도 좋은 중년의 여성이다.와타나베아 나오코의 관계를 잘 알고 있고 레이코는 남편과의 어그러진 지난 세월을 묻어 두고 요양소에 와 있는 상황으로 와타나베와 나오코의 마음을 잘 읽고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이제 요양소를 떠나야만 한 와타나베는 도쿄에 돌아와서도 나오코가 어떻게 지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그러던 중 나오코의 애인(기즈키)이 자살을 하게 되면서 나오코의 심경은 검게 타들어 가면서 상실된 마음을 더 이상 추스르고 극복할 수 없었던지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와타나베는 나오코 외에 잠깐 카즈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 대학시절의 친구 미도리와도 좋은 관계를 갖고 있었기에 자주는 아니지만 미도리에게도 마음이 쏠린다.와타나베의 텅빈 가슴을 위무해 줄 사람은 바로 중년 여성 레이코씨이다.나오코의 죽음을 애도하고 명복을 빌기 위해 둘만의 조촐한 준비를 통해 와타나베는 나오코에 대한 연정과 상실을 대신하기도 하면서 그녀와의 지난 시절을 정리하고 사회생활로 들어 가게 된다.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우리 삶 속에 잠겨 있다' - 본문 -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말이 이제 세인들의 귀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사랑 또한 영원하지도 않다.다만 함께 했던 봄날과 같이 따스하고 낭만적이었던 그 시간,그 순간의 기억과 추억이 가슴 깊은 곳에 아롱지져 때때로 가슴을 후비고 지나가는 것이다.노르웨이로 떠나던 시간의 기내 안에서 들려 오던 <노르웨이의 숲>은 와타나베도 나오코 모두가 좋아했던 노래이고 멜로디이다.게다가 레이코씨가 퉁퉁 퉁겨 쥐던 기타의 소리도 와타나베에겐 한층 더 나오코를 못잊게 하는 가슴 시린 기억이 되었다고 생각한다.청춘 남녀의 순수하고도 불길과 같이 타오르는 사랑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조금씩 그 기억이 퇴색되어 가지만 마음 깊은 곳,뇌리에 저장되어 있는 잊을 길 없는 시간은 언제 어느 곳에서 되살아 날 지 모른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다.상실과 실연을 맛 본 이들에게는 이 작품이 더 없는 위안과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한다.그래서 사랑은 달콤한 것이 아닌 아프고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새삼 이즈음에 깨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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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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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공간은 서재실에서 대부분 이루어진다.위엄 있고 아늑한 분위기에 잔잔한 멜로디가 샘물처럼 흘러가는 분위기라면 글쓰기에 대한 영감과 속도는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손과 마음이 부산날 것이다.영혼이 맑으니 구상했던 전체적인 윤곽이 그려지고 인물,사건,배경을 주제에 어울리게 탄탄하게 그려갈 것이다.글을 쓰는 작가의 작업실은 작가만의 내밀한 공간이고 삶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속칭 맨땅에서 꽃피우기와 같은 글쓰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나가는 고난의 작업인 만큼 한 치의 거슬림과 장애물,그리고 번민과 고뇌가 섞여서는 아니 될 신성한 작업이 아닐 수가 없다고 본다.

 

 20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캐나다인 앨리스 먼로대표작인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모두 15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첫 소설이 작업실로서 글쓰기를 갈망하는 한 여인이 글쓰기 공간을 물색하던 중 둘레를 금테로 장식한 중년 남자의 초상화를 응시하면서 글쓰기 공간으로 낙점을 찍으려 하는데 사물실 공간 주인 남자를 만나고 건물 화장실에 난잡하게 그려진 성적 묘사를 보면서 작업실로 마음이 갔던 순간들이 오싹하게 느껴지면서 사물실 주인에 대한 좋은 감정도 사라지면서 새로운 작업실을 또 다시 알아봐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앨리스 먼로작가는 아날로그 작가인듯 타자기로 '또닥 또닥' 한 자 한 자 쳐 나가면서 그녀의 글쓰기 인생을 선보이고 있다.1950년부터 15년 간 써 내려갔던 소설들이 1968년 <행복한 그림자의 춤>으로 탈고하여 지명도가 높은 갖가지 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캐나다의 <총독문학상>을 비롯하여 <길러 상>,<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오 헨리 상>,<맨 부커상> 등 수상이력이 다채롭기만 하다.

 

 15편의 글을 전체적으로 평가하기에는 내 능력과 수준이 미치지 못하지만 글의 전반적인 흐름과 분위기는 앨리스 먼로가 보고 듣고 체험했던 생의 전반적인 것들을 들려 주고 있다.시대가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의 여파가 몰아치면서 실직자가 줄줄이 밖으로 내몰리면서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의 사고팔고(四苦八苦)에 가까운 삶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 그리고 이 도서의 표제인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전자는 작가의 고향인 휴런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탄탄한 자동차 회사에서 실직 당한 가장(벤 조던)이 모회사 외판원으로 나서면서 식구들의 생계를 이어가는데 그의 딸인 소녀가 아빠의 외판원의 풍경을 수채화처럼 그대로 전해 주고 있다.불경기가 계속되다 보니 도시의 모습은 맥수지탄 꼴이 되면서 허름한 창고,자질구레한 고물상들이 비포장 모랫길을 중고 자동차로 누비며 간난한 생활을 이끌어 가는 장면이 무척 가슴을 후빈다.이유인즉 시대와 인물의 얘기는 다르지만 내 선친도 1970년대 리어카 한 대로 시골 5일장을 매일 누비면서 양은그릇을 팔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남부여대의 모습이 그대로 오버랩되어서이다.

 

 마살레스가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는 피아노 수업 풍경을 다루고 있는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훈훈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아니다.마살레스 선생님은 피아노 수업을 마치면 선물로 도서를 아이들에게 주기도 한다.그런데 피아노 수업을 받는 아이들의 엄마들이 마살레스 선생님이 건네 주는 도서선물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는 것이다.10년 동안 교습비를 딱 한 번 밖에 인상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선물 비용을 마련했을까라는 것이다.이를 두고 이러쿵 저렁쿵 갖은 추측이 난무하게 된다.나아가 마살레스 언니가 퇴직을 하고 불어,독어 과외로 벌어 들인 돈으로 선물을 사지는 않았을까라고 궁색한 추리를 하기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살레스 선생님으로부터 살가운 애정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외부에서 데려 온 여자애의 피아노 연주에만 잔뜩 기대를 하고 그 결과에 대한 기쁨으로 충만해 있다는 점이다.그러니 선물과 파티 따위에 대해서 진정한 감사와 감동이 설 자리가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피아노 연주,파티가 끝나고 귀가하면서 아이들은 왜 딱한 마살레스 선생님이라고 말하지 못한 걸까라고 뒤늦게 감정을 추스른다.

 

 여자로서 여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앨리스 먼로작가는 수많은 인생 경험을 했을 것이다.여자아이로서 세상의 모든 부조리와 불만,성에 차지 않은 감정 등을 잔잔하지만 우주와 같은 품넓은 세계를 당당하게 묘사하고 있다.속삭이듯 고충을 털어 놓듯 살아오면서 다 하지 못한 사연들을 15편의 소설 속에 응축해 놓았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80이 넘은 지금도 현역작가로 왕성하게 글을 쓰고 있다는 앨리스 먼로작가는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세인들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으리라 생각한다.참고로 앨리스 먼로작가는 고(故)박완서작가와 동갑내기라는 것을 작가 소개를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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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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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깊어지면 슬픔도 깊어지기 마련인가 보다.종교의 교리에 따라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가야 하는 천주교,불교의 사제,수도사,스님도 인간의 피가 흐르기에 세인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면서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신앙이 아무리 독실해도 스스로 속으로 삼키고 억압하고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이지 왜 사랑하고 그립고 만나고 싶은 감정이 없겠는가.종교가 신성하고 신심이 두텁다 해도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끌리고 홀리고 떨리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면 이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야 할 것인가.

 

 공지영작가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우상과 같은 문학의 아이콘이 아닐까 한다.그녀의 작품이 출간되면 어김없이 '베스트셀러'라는 방점을 찍어 가는데 공지영작가 나름대로의 특유의 문체와 입담이 독자들을 사로잡는 흡인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솔직,담백,사회참여적인 작가라는 인상이 내게는 무엇보다 공지영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늘 생각하는데,이번 <높고 푸른 사다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문제를 그리고 있어 관심을 모으기에 족했다.그것도 일반인의 사랑의 관계가 아닌 천주교 수사와 (아빠스 조카)소희와의 대담하고 외도성에 가까운 염문이 한차례 '호랑이가 장가가는' 세찬 소나기에 비유할 수 있는 슬프고 아프고 아련한 사랑의 이야기이다.그 주인공이 바로 천주교 수사인 정요한이다.

 

 정요한 수사는 경북 W(왜관)시 수도원에서 아빠스 비서수사로 봉직하고 있는 29살의 젊은이이다.그러한 가운데 아빠스의 조카 소희가 미국에서 W시 수도원으로 오면서 둘은 누가 시키지도 않은데 쉽게 통성명을 하고 말을 놓는 가까운 사이로 바뀌어 간다.연녹색의 이파리에 하이얀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날의 이화(梨花)와 같은 소희의 자태가 요한의 마음을 뒤흔들었을 것이다.요한은 사랑을 해보지 못한 쑥맥이고 숫기가 없는듯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의 소희의 이끔에 무념무상으로 따라만 간다.요한에겐 첫사랑이 될지도 모르는데 요한은 소희를 어딘가에서 많이 보았을 것 같은 기시감에 사로잡혀 그녀와의 셀 수도 없는 데이트가 무르 익어가면서 영원히 그녀를 사랑하겠노라고 마음으로 다짐하지만 결국 그녀의 애인과의 해결해야 할 사정과 정리되지 않은 그녀의 감정으로 둘은 기약없는 이별을 고하고 만다.

 

 이 글에는 천주교와 한국전쟁이라는 두 가지의 비극과 통한의 서사가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다.선교를 목적으로 독일에서 한국에 들어 온 토마스 신부와 요한이 한국전쟁 와중에 겪었던 종교적 박해와 희생,고초는 필설로는 형언키 어려울 정도이다.게다가 몇 날 며칠을 해도 끝이 없을 할머니가 겪은 사연을 통해 명분없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다시 한 번 통감할 수가 있었다.하해와 같은 하느님의 깊고 숭고한 사랑에 감읍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사제,수사,신부 등이 힘없고 소외된 계층들에게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는 종교가 없는 내게도 커다란 감동을 안겨 주었다.요한의 할머니는 한국전쟁 중 피난길에서 선박의 선장실에서 아버지를 낳았다는 어렵사리 낳았다면서 오로지 믿는 천주님을 생각하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 낸다.

 

 아빠스님의 지시에 의해 미국 뉴튼 수도원 인수건이 불거지면서 한국전쟁 당시 마리너스 수사와 이사악 신부님,L변호사를 접견하게 된다.W시 수도원이 방대한 면적의 뉴튼 수도원을 인수하는 데에는 미리너스 수사의 힘이 컸던 것으로 보여진다.마리너스 수사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길에서 할머니와의 조우를 요한에게 들려 주는데 사랑의 인연은 참으로 고귀하고 영원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요한과 소희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 갔지만 요한의 마음 속에는 높고 푸른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이 소희에게 전하고 있음에 틀림없다.우연히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요한에게 찾아 온 봄날과 같은 사랑의 속삭임은 육욕을 떠나 모든 보답 없는 것에 대한 사랑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삶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다." -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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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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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입담꾼 위화가 쓴 <제7일>은 자본주의 시대에 접어든 중국사회 역시 돈과 물질을 앞세운 나머지 가족공동체,인간성 상실이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이러한 중국사회의 골목길,폐부를 은유적으로 잘 그려낸 역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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