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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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은 <상실의 시대>로서 잘 알려져 있다.무라카미 하루키의 명성을 정상에 올려 준 노르웨이의 숲은 남과 여의 사랑과 실연의 관계를 잘 해부해 주고 있어 읽는 이들로 하여금(나이를 떠나)애잔함과 그리움,상처와 실연,환희와 재기 등을 생각하게 하고도 남는다.36개국 이상 번역 출간되어 전 세계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 작품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명성을 한층 더 높여주기에 족하다.상실의 시대를 오래 전에 읽고 개정판인 이 글을 새롭게 읽어 가다 보니 남과 여의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마음 아닌 가슴을 훑어 내리는 느낌마저 안겨 준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노르웨이의 숲은 불완전한 인간,나약하고 완벽한 존재가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로 만나 잊을 수 없는 운명을 되찾아 가는 여정에서 순수한 욕망과 격한 정신적 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그 주인공이 기찻길 옆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의 밀어를 나누었던 와타나베와 나오코가 바로 장본인들이다.와타나베는 실연의 기억을 새삶이라는 현실 속에 묻어 두고 기자생활을 하는 삼십대 중반의 남성으로 노르웨이로 향하던 기내 속에서 흘러 나오던 노르웨이의 숲의 멜로디를 들으면서 이십대의 나오코와의 정념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을 무라카미 하루키만의 독특한 필체로 그려 가고 있다.

 

 와타나베가 나오코로부터 들은 들판의 우물의 존재를 반추하면서 둘 사이는 가까워질 듯 말듯 하다 나오코의 연인이 운명을 달리하면서 나오코는 깊은 산중 요양소로 들어 가게 되고 와타나베는 물어 물어 나오코의 은신처를 어렵사리 찾아 내게 된다.나오코는 연인을 잃어 버려 정신적으로 상실되어 마음을 추스리면서 새로운 삶을 꿈꿔 가는데 와타나베를 보는 순간 둘은 아직은 사랑이 식지 않았다는 것을 말과 몸으로 꿈틀거리면서 반응의 속도가 커져만 간다.나오코의 옆에는 보모와 같이 위로하고 격려해 주는 레이코씨가 있다.그녀는 악기도 잘 다루고 입심도 좋은 중년의 여성이다.와타나베아 나오코의 관계를 잘 알고 있고 레이코는 남편과의 어그러진 지난 세월을 묻어 두고 요양소에 와 있는 상황으로 와타나베와 나오코의 마음을 잘 읽고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이제 요양소를 떠나야만 한 와타나베는 도쿄에 돌아와서도 나오코가 어떻게 지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그러던 중 나오코의 애인(기즈키)이 자살을 하게 되면서 나오코의 심경은 검게 타들어 가면서 상실된 마음을 더 이상 추스르고 극복할 수 없었던지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와타나베는 나오코 외에 잠깐 카즈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 대학시절의 친구 미도리와도 좋은 관계를 갖고 있었기에 자주는 아니지만 미도리에게도 마음이 쏠린다.와타나베의 텅빈 가슴을 위무해 줄 사람은 바로 중년 여성 레이코씨이다.나오코의 죽음을 애도하고 명복을 빌기 위해 둘만의 조촐한 준비를 통해 와타나베는 나오코에 대한 연정과 상실을 대신하기도 하면서 그녀와의 지난 시절을 정리하고 사회생활로 들어 가게 된다.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우리 삶 속에 잠겨 있다' - 본문 -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말이 이제 세인들의 귀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사랑 또한 영원하지도 않다.다만 함께 했던 봄날과 같이 따스하고 낭만적이었던 그 시간,그 순간의 기억과 추억이 가슴 깊은 곳에 아롱지져 때때로 가슴을 후비고 지나가는 것이다.노르웨이로 떠나던 시간의 기내 안에서 들려 오던 <노르웨이의 숲>은 와타나베도 나오코 모두가 좋아했던 노래이고 멜로디이다.게다가 레이코씨가 퉁퉁 퉁겨 쥐던 기타의 소리도 와타나베에겐 한층 더 나오코를 못잊게 하는 가슴 시린 기억이 되었다고 생각한다.청춘 남녀의 순수하고도 불길과 같이 타오르는 사랑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조금씩 그 기억이 퇴색되어 가지만 마음 깊은 곳,뇌리에 저장되어 있는 잊을 길 없는 시간은 언제 어느 곳에서 되살아 날 지 모른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다.상실과 실연을 맛 본 이들에게는 이 작품이 더 없는 위안과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한다.그래서 사랑은 달콤한 것이 아닌 아프고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새삼 이즈음에 깨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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