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잭의 고백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복창교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요즘에는 '묻지마 살인'을 비롯한 연쇄 살인 및 끔찍한 살인 소식이 자주 귀에 들어오다 보니,이러한 엽기적 행각을 처음 들었을 때의 전율감과 공포심은 다소 누그러진 듯 크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이렇게 관심이 희미해져 가는 이유는 아마 현실적인 개인적 삶과 미래가 더 절실하고 중요하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단순히 누군가를 죽여야 속이 시원해지면서 욕구불만을 채울 수 있는지 아니면 어떠한 목적을 치밀하게 노리고 사람을 죽여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한 인간으로서 인간이 저지르는 야수적인 행각에 분노를 삭이기가 힘들다.더욱 파렴치한 사실은 사회적 신분과 경제적 지위가 보장된 계층들이 이러한 문제로 매체에 등장하면서 사회적 물의와 논쟁거리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

 

 19세기 말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엽기적이고 잔혹하게 매춘부들은 연쇄살인한 살인마 잭의 원형(原型)을 본뜨기라도 한듯 도서의 제목이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다섯 편의 사연들이 담겨진 이 글은 첫 편부터 혀들 내두를 정도의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살인 장면이 등장한다.마라토너 고쇼가 공원 길을 달리다 발견한 처참한 시체의 몰골이다.죽은 시체의 몸통을 Y자의 형태로 장기가 모두 적출된 상태이고,두 번째 시신 역시 목졸라 살해 당하고 복부의 장기가 모두 텅 비어 있는 상태이다.세 번째 사고는 장기 이식수술을 받은 자가 퇴원하여 경마에 손을 대고,경마장에서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고 장기가 모두 적출되어 있는 상태이다.이러한 끔찍한 사고.사건을 접수 받은 현경과 합동수사부는 분주하게 움직이는데,살해된 자들의 공통점이 모두 교살되고 장기가 모두 적출되어 있는 상태인 점이다.이에 착안하여 수사가 진행되고,TV의 속성상 엽기적인 행각을 두고 신속하고 선정성 있는 보도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도 한다.

 

 개인의 프로파일링 등을 조사.점검하면서 살해 당한 자들이 모두 장기이식을 받았던 장기수혜자라는 점이 공통점이었다.사체의 복부를 절개하여 장기를 적출하는 의사 그리고 필요한 장기를 기다리는 환자와의 거래에 대해 중점 수사가 이루어진다.한국에서도 아직 뇌사를 사망으로 보느냐를 두고 도덕적,인륜적인 잣대를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역시 뇌사문제에 대해 결정이 안된 상태이다.게다가 이누카이 수사관의 딸이 신장이식 문제로 비용과 기증자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장기이식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고비용과 향후 후유증이 큰 문제이기에 장기이식을 할 경우에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어찌되었든 살인마 잭과 같은 연쇄 장기적출자는 과연 누구일까로 쏠리는데 그 장본인은 전혀 예상치 않은 사람이기에 놀라움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던 장기이식자,장기매매와 관련하여 장기 코디네이터라는 직업명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살인을 하려면 동기,열정,잡히지 않기 위한 계산이 필요한데 이 글의 살인마는 세 번째 잡히지 않기 위한 계산이 빠져 있다.사리사욕을 위해서만 일하는 공무원,천벌을 받아 마땅한 종교가,사람을 구할 생각 없는(수임료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변호사,민심을 모르는 정치가,물리학자를 표방하는 사기꾼,그리고 이식추진을 놓고 정당성과 현실성을 주장하는 일부 의사들 모두가 '중이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반증이다.돈과 물질이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지배하고 있는 세상에서 사람을 죽인 것도 모자라 장기마저 정밀하고 치밀하게 도려내고 끄집어 내어 누군가에게 팔아 넘기려는 작태 앞에서 인륜,도덕을 부르짖는다는 것이 공염불에 지나지는 않는가 라고 허탈한 마음 뿐이다.현사회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는 사회성 소설로서 모두가 꼭 읽어 봤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 빛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5
이누이 루카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녹음방초의 계절로 알려진 여름이 내게 주는 이미지는 두 가지로 나뉜다.썰물마냥 일시에 밀려 나간 도회지의 고적하도록 텅빈 아스팔트가 내뿜는 이글거리는 아지랑이,그리고 한가롭고 느림이 묻어 나는 농촌과 어촌의 싱그러운 자연의 내음이다.도회지의 여름이 단조롭고 고독하게만 다가오는 반면 농촌과 어촌의 여름은 천혜의 자연이 안겨 주는 흙,바람,물,공기 모두가 태고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산촌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여름날은 산과 들,내로 쏘다니면서 심신을 키우던 시절이었다. 《여름 빛이 안겨 주는 이미지는 따사롭게 내리 비치는 태양의 물결과 거무스름하게 탄 구리빛 살결이 천진난만하게 성장하던 과정이기도 했다.

 

 이루이 루카작가는 일본 신예작가로서 2006년여름 빛》》으로 올요미모노 신인상을 수상했다.일본 미스터리 평론가 가야마후미로(香山二三郞) 작품평에서 밝혔듯이 무적국풍에 여왕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기대해도 괜찮은 작품일지 반신반의였는데 기대 이상의 걸작(傑作)이었다고 평하고 있다.나 역시 여섯 편의 소설을 읽어 가면서 전반적으로 느끼는 점은 등장하는 인물들이 세상과 사물,기성세대와 부딪히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감정,돌파구 등을 잔잔하게 그려 내고 있다.여섯 편의 소설들이 시.공간은 다르지만 괴기하고 소름이 돋아나게 하고 애잔한 슬픔이 잔뜩 묻어 나고 있다.읽다 보면 '풋'하고 폭소가 나오는가 싶으면 또 다시 괴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생리가 시작되는 어린소녀들이 밀매단에 팔려와 장기매매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사회고발성 르포형식을 띠는 작품도 섞여 있다.

 

 1부와 2부로 나뉘어진 이 작품은 각부의 제목은 신체부위로 정했다.제1부는 눈.입.귀,제2부는 이.귀.코이다.인간의 신체부위에 따라 보고 먹고 듣고 (냄새)맡으며 그 상황에서 느끼는 온갖 감정과 표현을 잘 담아내고 있다.이누이 루카작가가 여성이다 보니 내용이 더욱 섬세하고 치밀하게 그리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어렵게 얽혀 있는 내용은 없지만 인간의 심리,정념,회한 등을 그리고 있기에 음미하면서 읽는 것이 전체적인 내용과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가 있다.1부는 일본 다이쇼(大正)시대,패전 직전의 시대를 그리고 있으며,2부는 현대사회에서 꾸물거리고 이야기거리가 될 수 있는 것들을 그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막마지 일본이 미군의 공습에 의해 도회지인들을 시골로 소개(疎開)를 보내면서 주인공 데쓰히코가 바닷가 친척집으로 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못생기고 잘딸막한 다카시 그리고 패거리인 다니카와가 나온다.다니카와는 다카시를 두고 "너희 엄마가 상쾡이(돌고래의 한 종류)를 먹고 너를 낳아 저주를 받았다,그래서 네 엄마가 신의 저주를 받고 일찍 죽고 너 역시 못생기고 키도 작을 수 밖에 없다"고 놀리고 때리기도 한다.그런데 데쓰히코에겐 다카시가 둘도 없는 사이로 변한다.미군의 공습으로 집,건물이 폐허가 된 고향의 엄마를 만나러 둘은 무임승차로 기차에 몸을 싣고 괴기한 바다마을을 떠난다.(여름 빛) 질병에 걸린 대학생 이시쿠로는 담임교수의 지인인 구와다 댁에서 저렴하게 하숙하면서 요양을 하게 되는데,구와타의 죽은 딸이 그에게 환생하여 유령으로 나타난다.구와타 식구들에겐 보이지 않으나 이시쿠로의 눈에 보이고 서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눈다.이시쿠로는 아키코 소녀를 소묘로 그려내어 그녀에게 전하고 그녀는 글씨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마음이 애잔하기만 하다.몽매에도 못잊던 딸이 하숙생에게 나타났다는 말을 들은 구와타 부인은 불길한 새의 상징인 쏙독새를 죽여 버리고 만다.(쏙독새의 아침) 자신보다 더 예쁘고 화사하게 보이는 동생 마치에 대해 격렬한 질투와 증오심을 느끼게 된다.기미가 불행한 원흉(原凶)은 여동생에게 있다고 보고 액갚음을 시작한다.백 개의 양초를 모두 태우는 것이다.그런데 집안이 화마에 휩싸이면서 동생 마치가 중화상을 입게 되면사 액갚음은 자신의 의도는 아니고 모양새는 좋지 않지만 이루어지게 되고 만다.(백 개의 불꽃)

 

 대학 시절 친구인 구마노미도의 퇴원 기념으로 회와 해물탕을 먹으러 구마노미도의 집으로 간 하세가와는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는 듯 풍성하고 다채로운 해물요리를 내 놓는다.그런데 금붕어 낚기 달인인 구마노미도가 괴물 금붕어에게 당한 일화를 들려 주면서 튼튼한 이로 금붕어의 뼈까지 오도독 씹으면서 정신적 희열을 느끼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회와 해물탕,낚시에 관련한 이야기는 관심과 흥미,입맛을 다시게 하고도 남았다.(이) 마술사로 유명세를 날리던 다쿠의 가족은 아버지가 무대 위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마술협회로부터 잘리면서 다쿠는 시골로 전학을 온다.온몸에 상처투성이의 다쿠이지만 반친구들이 마술에 대해 호기심과 흥미를 갖는 것에 대해 함께 어울리려 한다.트릭과 속임수와 관련하여 친구들에게 들려 주는 얘기도 소소하지만 흥미롭기만 하다.마코토는 영뚱한 대모험으로 낮은 산의 철탑 꼭대기에 올라 푸른 창공의 내음과 파일럿의 꿈을 그려 가는데,다음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다쿠가 아버지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뉴스가 실린다.마코토의 꿈을 잘 이해하고 들어주었던 다쿠를 잃은 마코토는 실의에 빠지지만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은 여름날의 광채 만큼 빛났다.(Out of This World),개호복지사로 일하는 아야코는 소녀시절 동남아에서 끌려온 여자아이들을 포주에게 넘길 때까지 감금하는 일을 친아버지와 함께 하면서 크메르 출신 츠마를 만나게 된다.츠마는 인신매매 브로커가 시킨 주문을 늘 큰소리로 읊어야 했다.아엔(너),슬람(죽는다),롯밧(도망치다),문반(~할 수 없다)이라고.츠마는 인신매매단에 넘겨지기 보다는 죽음을 앞두고 장기매매의 대상으로 점찍혀져 있다.그러한 가운데 주인공 아야코는 같은 10대 소녀로서 느낀 감상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나는 눈에 비치는 그런 광경들을 바라보면서 역시 나는 이렇게 내내 살아가는 걸까.제대로 된 인생에 등을 돌린 채 흐느끼는 울음소리를 들으며 가솔린 냄새를 맡으면서 평생을 보낼까.막연하게 생각했다. -P288

 

 그리고 아야코는 자신의 아버지가 츠마를 이식용 인재로 삼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아버지의 정수리를 삽으로 내리치고 만다.무능하고 무책임한 아버지와 함께 사느니 야수와 같은 아버지를 척살하여 자신만의 삶을 살고자 했던 아야코는 아버지의 주검을 숲속에 버리고,실신한 츠마를 자신의 잠자리에 재우고 회생하기만을 기원했다.그리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몸과 마음으로 갈망했던 것이다.(바람,레몬,겨울의 끝)

 

 이루이 루카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지만 과거의 여름날,요즘의 여름날을 신체의 부위가 보고 듣고 먹고 맡는 감각을 통하여 일상과 세상은 슬프고 괴기할 정도로 공포스러운 면을 다채롭게 잘 그려 내고 있다.1부에서의 상쾡이와 쏙독새가 일본인에게 저주와 불길함의 상징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일본인의 의식을 다소나마 이해할 수가 있었다.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누이 루카작가는 신인작가이지만 기발한 소재, 날카로운 통찰력과 상상력이 한층 돋보일 만큼 그 노력의 흔적이 요소 요소 잘 배여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곱 번째 아들 4 - 악마의 부활 일곱 번째 아들 4
조셉 딜레이니 지음, 김옥수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장르 소설 중에서 판타지는 쫓고 쫓기는 액션과 서스펜스가 일미이다.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숨가쁘게 전개되고 같은 무리일 줄 알았는데,기회를 노려 탈선을 하면서 배신의 극치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온몸이 오싹할 정도로 소름돋는 장면이나 흡혈귀와 같이 인간의 살을 발라낸다든지 피를 뽑아 생명을 유지하는 흡혈귀 및 악마와 같은 괴물들의 등장은 스토리의 전개를 박진감 있게 내몰고 있어,흥미를 더 해 준다.

 

 조셉 딜레이너작가에 의해 쓰여진 《일곱 번째 아들》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는 주인공 톰과 마녀단 출신 앨리스 그리고 유령 사냥꾼 그레고리 영감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유령 사냥꾼의 집을 중심으로 앞에는 대로,대성당 마을이 자리를 잡고,뒤로는 오밀 조밀하게 뻗어 있는 산봉우리들 그리고 오솔길과 숲,작은 강이 공간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마치 중세시대에서 나올 법한 마녀 사냥꾼의 이야기를 담기라도 하듯 배경설정이 음산한 긴장감과 불안감을 예고하고 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형제,조카를 마녀들에 의해 체포되어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톰은 유령 사냥꾼 그레고리 영감의 도제 훈련을 받게 된다.둘 다 일곱 번째 아들로서 유령,괴물,마녀들과 맞서 악함을 물리치는데 앞장 선다.톰은 어머니가 남긴 상자와 트렁크를 찾기 위해 앨리스와 길을 떠나는데,도중에 앨리스의 행방이 묘연해진다.마녀이면서 점쟁이인 마브를 만나면서 마브는 톰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간파하고 그를 교묘하게 이용하려 하면서 톰이 찾고자 하는 것을 방해하고,리드 저택에서 만난 워말드 아주머니마저 마녀출신으로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게다가 예언자이면서 괴물인 티브까지 등장하면서 톰은 사면초가의 입장에 서게 된다.앨리스를 과연 만나 그녀의 도움으로 상자와 트렁크를 찾아 유령 사냥꾼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그리고 오래도록 그리던 가족을 만날 수 있을지의 대목에 이르러서 톰은 그레고리 영감과 조우하게 된다.그의 조언은 톰에게 삶의 버팀목이 되고 희망을 안겨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녀들이 일반인들과 싸우다 희생 당한 '마녀 협곡'은 그녀들의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우여곡절 끝에 트렁크를 찾고 가족들과도 해후하게 되면서 스토리는 급반전하게 된다.악마였던 마녀단,괴물 티브,마브,워말드 등의 세력이 약해져 가면서 톰 쪽의 세력이 커져 간다.앞서 워말드에 의해 살해된 스톡스 신부 이에 본때라도 보여 주기라도 하듯 그레고리 영감이 티브를 멋지게 죽여 준다.나아가 앨리스는 마녀들에 의해 지하실에 감금되지만 톰에 의해 구출된다.그녀가 그간 톰에 대해 한 행적에 대해 후회를 하면서 톰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음을 스스로 밝힌다.

 

 펜들에서 온 마너들의 습격을 받은 유령 사냥꾼 그레고리 영감을 비롯해 톰과 앨리스가 전개해 가면서 극적인 서스펜스,액션의 장면을 눈 앞에서 목도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주인공 톰과 앨리스의 관계는 친구로 남을지 아니면 더 발전하여 연인으로 갈 지 궁금하기만 하다.악이 선을 이겼으니 둘은 좋은 관계를 계속 이어가 주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풍아송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 지식인의 비겁성과 무기력성

 

  현대 중국문학사에서 중국사회의 부조리와 모순,부패,음산함을 밖으로 꺼내 작품화하는 작가들이 몇 몇 있는 것으로 안다.대표적인 작가가 모옌,리루이,한샤오꿍,짱웨이,옌롄커,위화 등이 아닐까 한다.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중국정부가 사회비판적,내부고발적인 작가들에 의한 작품은 마냥 달갑지만은 아닐 것이다.특히 경제적으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정치 민주화 면에서는 56개의 소수민족과 의식수준이 높은 지식인의 행보가 중국사회가 안정되어 나갈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중국 지도부는 촉각을 내세우고 있는 것인 바,이번 옌롄커에 의에 쓰여진 《풍.아.송은 중국 사회전체를 뒤흔들 정도의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특히 자존심과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습성상 지식인(지식분자)들의 무기력,적당한 타협,권력욕의 베일을 적나라하게 들춰 냈다는 점에서 약간의 수치심과 불명예,모멸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시경(詩經)의 일부 

 

 

시경 간요(簡要)

 

 이 글은 중국 시경(詩經) 305편에 나오는 풍(風,165편),아(雅,100편),송(頌,40편)의 주요 내용을 발췌하여 중국사회의 현상과 인물들의 역할 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시경은 황허강(허난성 뤄양부근) 유역을 공간배경으로 주초(周初)~춘추초기에 이르기까지의 민요로서 리듬감이 느껴지는 시모음이다.남.녀간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 풍(風),공식 연회에서의 의식가인 아(雅),국가 종묘제사에 쓰이는 악시(樂詩)인 송(頌)로 나뉘어져 있는데,상고인(上古人)의 유유한 생활,현실정치 풍자,학정에 대한 원망이 도드라지게 나타나 있다.후일 정현(鄭玄)이 주해를 붙인 후에 모전으로 남게 되면서 모시(毛詩)로 불리고 있으며,당대에 이르러 오경정의(五經正義)로 자리매김되면서 경전시하고 있다.이 작품은 2008년 2월에 발표되고 중국 당국의 통제.검열에 의해 민감한 부분이 많이 삭제가 되었지만 원작이 그대로 살아있는 타이완의 작품이 그대로 번역되어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점에서 의미와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작품의 줄거리

 

 우선 이 작품이 중국 최고의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겨냥한 지식인의 무기력함,야합,권력에의 아부 등을 초현실주의에 입각하여 리얼하게 그려 내고 있다.글 속에서는 칭옌(淸燕)대가 학문의 전당 배경으로 나오고,주인공 양커와 부인 자오루핑 그리고 내연남 리광즈가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다.글의 첫 부분부터 심상치가 아닌 듯,벌건 대낮에 양커의 침실에서는 부인과 리광즈가 알몸으로 한바탕 정사에 한창인 것을 쳐다볼 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양이 앞에 쥐와 같은 꼴'을 보여 주고 만다.첫장면부터 교수라고 하는 지식인들의 무기력함,비열함,불쌍함,나약함의 전초전이 될 줄이야.이것은 현대사회인들이 돈과 물질,명예,권력의 속성에 깊게 휘말리면서 적당히 타협하고 아부하면서 돈과 물질,권력,명예,성의 유희를 즐기면서 삶을 허비하는 나약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주인공 양커는 중국 고전문학인 시경을 연구,고찰하는 대가이고,아내 자오루핑은 영화영상학과 교수이며,리광즈는 칭옌대의 부총장으로 있다.그런데 왜 루핑은 남편 양커를 '소 닭 보듯' 할까? 그리고 양커는 왜 아내가 외간 남자와 목불인견의 꼴을 보고도 저자세로 나와야만 할까?

 

 어느 나라이든 문학,사학,철학이 대접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듯 중국 사회도 마찬가지이다.다행히 양커는 고전문학을 숭상하는 인물로서 고대 중국 시가인 시경의 본류를 찾아 탐사,발굴하려는 자아의식이 깊고,그것에서 자아존재를 찾으려 한다.교내에서 제자들과 고비사막에서 불어 오는 모래폭풍을 인간띠로 만들어 막아 보자는 의도하에 퍼포먼스를 발휘하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6월 4일(1989년 6월 4일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천안문사태)에 이러한 행위를 보이면서 대학 총장의 귀에 이 사실이 들어가고 만다. 양커는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된다.양커는 정신병원 생활을 길게 하지 못하고 탈옥을 하면서 자신이 그리던 시경 연구를 위해 자신의 고향 쳰스촌 쪽으로 내려 간다.하지만 그는 고향 근처의 천당(天堂:하늘)거리에서 사창가의 처녀들을 만나면서 그녀들에게 다른 길을 찾아 가라고 강력 권유를 하는 한편,오래 전에 약혼했던 양쩐을 만나면서 못다한 회한을 나누기도 한다.링쩐은 생활욕이 강하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망이 높은 아녀자이다.첫째 남편이 남긴 빚을 갚기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나이 많고 돈많은 남편을 만나 운좋게 재산을 상속 받으면서 재산을 늘려 나가지만 결국 어찌된 일인지 비극적인 자살로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한국의 작은 읍과 같은 규모의 공간배경 속에서 누군가 죽게 되면 향장의 주관하에 전통 장례식이 예식에 따라 치뤄지게 된다.중국 전통 장례식의 절차,인습,풍경을 인식하고 이해하기에 충분하다.그런데 한겨울 날 링쩐의 관 위로 나비들이 날아 오면서 링쩐이 생전 못다한 못잊도록 그리운 사랑의 메시지라도 되는냥 살포시 관 위로 날아 왔다 날아 갔다를 반복한다.이 광경을 두고 양산백(梁山伯)과 축영대(祝英臺) 화신이라고도 한다.가슴 뭉클한 감동이 아닐 수가 없다.또한 링쩐은 자신의 관 속에 양커의 옷,신발,책 등을 함께 묻어 달라고 유언으로 남긴다.양커는 이 내막을 알게 되면서 기꺼이 자신이 입고 쓰던 것들을 양쩐의 관 속에 넣어 준다.그런데 양커는 링쩐의 딸 샤오민에 대해 불타는 욕정과 사랑이 싹트지만 샤오민이 목수 리씨와 결혼을 하게 되버리자 그는 미친듯 목수 리씨를 목졸라 죽인다. 오랫동안 집을 비우고 새해가 되어 집으로 연락을 하지만 리광즈의 목소리를 듣고 그만 자신의 고향에서 지내기로 한다.천당에서 만났던 어린 아가씨들이 알몸이 되어 양커에게 새배를 올리고 양커는 두둑하게  세뱃돈을 준다.그리고 마음을 다잡아 숙사로 돌아가는 양커 앞에 루핑과 리광즈는 성행위를 하고 난 뒤였고,루핑은 양커에게 이혼을 요구한다.루핑은 리광즈 덕분에 신분상승이 되어 돈과 명예를 거머쥐어 부러울 것이 없다는 듯 양커를 남의 집 강아지 취급을 한다.

 

 자아존재를 찾아가는 양커

 

 이렇게 양커는 자신의 집에서든 교내에서든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보지도 못한 채 다시 시경의 기원을 찾는다는 일념하에 천당에서 만났던 아가씨들과 교수들이 합심하여 글자가 새겨진 돌을 찾기도 한다.그러한 것이 양커의 삶의 목표이고 자아존재를 찾아가는 길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황허 유역, 특히 바러우(耙楼)산맥을 어머니 품으로 삼고 있는 허난성 가장 서쪽 변방에 《시경》의 기원을 찾으면서 양커는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존엄이 가득하다고,아무도 남을 속이지 않는다는 진정한 천당을 만나고 몸과 마음으로 체현했을 것이다.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환형 관람석 앞 무대 위에서 양커를 비롯한 교수들과 아가씨들이 누가 멀리 오줌을 갈기는지 내기를 하는 장면이었다.양커는 이러한 고성(古城)의 신생활 속에서 모든 사랑과 자유,과학과 진리,존엄과 공정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먹고 자고 일하는 것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변했다고,모든 문제와 갈등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꽃향기를 풍기며 아름답게 변해갔다고 자위를 했다.

 

 흑탄과 황탄이 교차하는 중국 사회의 지식인

 

 시경이 탄생한 허난성 황허 유역을 따라 양커는 자아존재를 제대로 찾았다.그는 교수로서 대학에서 찾지 못했던 사랑과 자유,과학과 진리,존엄과 공정을 모든 면에서 찾을 수가 있었다.무기력하고 비겁하고 집안 통제도 못했던 양커는 광기 서린 주구(走狗)와 같고 점잖은 양반과 같은 학자의 모습을 보여 준다.옌롄커작가가 말했듯 현대 중국 지식인의 나약하고 비겁하고 권력에 영합하려는 속물근성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거무스름한 가래(黑炭),누런 가래(黃炭)이 뒤섞인 중국 엘리트 사회의 속성을 누군가 언젠가는 고발할 것이지만,옌롄커작가는 용기와 담대함으로 초현실주의에 입각하여 사실에 가깝게 묘사하고 있음에 틀림없다.양커,자오루핑,리광즈가 비겁하고 무기력한 지식인이라면 양커의 첫사랑 링쩐의 삶과 그에 대한 변치않는 연모의 정은 가슴 훈훈하기만 하다.나아가 옌롄커는 향토성 짙은 소재와 배경,인물들의 언행,전통 관습을 수채화처럼 농담을 적절하게 그리고 있는 점이 매우 인상 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중간한 밀실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추리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에 따라 집중과 몰입을 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가벼운 듯 조각난 퍼즐을 맞춰갈 수 있는 내용 설정을 할 때도 있다.개인적으로는 추리소설 즉 동.서양의 고전 추리소설부터 현대 추리소설에 이르기까지 아직은 다양하게 읽지를 못했기에 추리 소설계의 유파를 나눈다든지 작가의 문체와 내용 전개는 대략 어떠할 것이다 라고 분석을 할 수 있는 힘은 아직은 없다.그런데 트릭과 추리가 담긴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작가의 성향 및 능력을 어느 정도는 발견할 수가 있어 스토리의 전개 방향을 예측할 수 있고,내가 예측하고 상상했던 것과 거의 흡사하다든지 동일하게 흘러가면 작가와 내가 하나가 된 듯한 뿌듯함과 즐거운 착각을 누려 보기도 한다.

 

 히가시가와도쿠야(東川篤哉)작가에 의해 쓰여진 이야기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여기에 시체를 버리지 마세요》,웬수같은 이웃집 탐정을 읽었는데,글의 제목이 호기심을 부풀게 한다.구체적인 내용은 전부 기억을 하지 못하지만 분명 독특한 소재와 내용 전개와 탐정의 추리력이 돋보인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얼마 전에 읽었던 《웬수같은 이웃집 탐정》의 경우는 소설집으로서 일본인의 민간신앙과 전설,제의가 담겨져 있어 일본 민속을 이해하는 단초가 되어 주었고,히가시가와작가의 독특한 스토리 전개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글의 전개를 따라가다 보니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뒤늦은 감탄을 자아내어 기억에 남는 작가가 아닐 수가 없다.

 

 이번 어중간한 밀실은 다섯 편의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앞서 읽었던 얘기들과는 글의 소재 및 무게감,추리의 정도,트릭 등은 빠져 나간 썰물과 같은 휑한 양상이고,등장인물들 역시 극히 평범한 인물 중심이어서인지 내용이 밋밋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소설집이다보니 글의 길이가 짧은 탓도 있고 소재의 진부함마저 느끼게 되어서인지 기대한 만큼의 몰입과 집중은 덜 들었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이다.다섯 편의 이야기를 읽어 가다 보니 나름대로 생각과 상상,추리를 하기도 하면서 개연성도 들지만 약간은 오바(Over)했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검은 복면을 쓰고 성범죄,성폭행 사건과 테니스 코트에서 부동산 회사 사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갑론을박하는 어중간한 밀실,오봉을 맞이하여 남쪽지방으로 여행을 떠난 주인공이 우연찮게 남자의 전라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남쪽 섬의 살인,고서점에 갔다 그곳에서 발견한 '대나무 위에서 목매단 노파의 시체 발견'이라는 표제가 붙은 대나무와 시체,화백이 10년 전에 아틀리에에서의 죽음을 두고 자살이냐 타살이냐로 설왕설래하는 10년의 밀실.10분의 소실,경마를 관람하려던 중 누군가가 후두부를 가격하고 도망쳐 진범을 찾으려는 아리마 기념 경주의 모험,이렇게 다섯 편이 나온다.앞의 네 편은 대학생 또래들이 사건.사고를 둘러 싸고 추리를 해 나가고,마지막 경마장에서의 사건은 경찰이 동원되는 상황으로 엮어져 있다.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10년의 밀실.10분의 소실과 같이 유산을 노리고 자살을 가장한 타살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또한 이중인격자들이 많다 보니 백주에는 사업을 하고 야간에는 복면을 쓴 폭행범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추리를 접하다 보니 돈과 물질,한탕을 노린 사고가 많다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그중에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대나무와 시체 부분이다 노파가 대나무에 목을 매고 죽은 사건과 관련하여 대나무의 생장 과정과 노파의 시체를 매단 대나무의 성장에 관련한 이야기이다.미소가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형식과 내용이 묵직하지는 않지만 간결하고도 즐거운 추리를 읽어 갈 수가 있었다.이것이 히가시가와 도쿠야작가만의 글의 구성이고 특징이 아닐 수가 없다.개인적으로는 히가시가와작가의 장편소설도 선을 보였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