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도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3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3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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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마이클 코넬리 작가의 해리보슈 시리즈 열 세번째가 되는 셈이다.<블랙 에코>를 필두로 해리보슈 시리즈가 출간될 때마다 <뉴욕 타임스>베스트 셀러가 되고 있으니,독자들을 사로잡는 흡인력은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작가의 인지도가 높기는 하지만 나는 고작 한 권 밖에 읽지를 못했던 바,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는 누구보다 컸다.

 

 마이클 코넬리 작가는 주로 스릴러물이 위주가 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사고에 대한 수사를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빠른 템포와 수사를 맡은 수사관들의 직업의식이 두드러진다.1992년 <블랙 에코>에서 해리보슈 형사가 등장하면서 어느덧 만 22년이 흘렀다.블랙 에코를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해리보슈 형사도 세월과 경륜이 쌓이면서 코넬리 작가는 해리보슈의 역할과 임무도 가일층 선이 굵고 심지가 굳은 인물로 재탄생했다.시리즈물에서 동일한 인물이 고정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스토리의 연속성과 독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고,스릴러물에 열광하는 독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마음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미국 LA는 동경과 관심지역이다.캘리포니아 해양성 기후는 지중해의 온난한 기후와 비슷하여 각종 곡물과 과일이 풍부한 곳으로,인구가 밀집하고 다양한 인종이 혼재되어 살아가는 곳이기도 하다.한인을 비롯하여 다양한 민족이 살아가지만 종종 총기사건 및 인종편견에 따른 살인,방화 사건이 터지는 곳이기도 하다.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도 산업화와 도시화의 상징인 LA시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해리 보슈가 당연 등장하고 카운터 파트너로서 FBI 요원인 레이철 윌링의 만남이 세 번째이다.<시인의 계곡>,<에코 파크>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 재회하게 된 셈이다.

 

 화학물리학자 스탠리 켄트가 산마루에서 총탄에 맞아 살해된 사건으로부터 이 글은 시작된다.그런데 스탠리 켄트는 우라늄과 플루타늄의 화합물인 세슘을 다루는 물리학자로서 세슘이 발암물질을 억제하기에 병원출입도 잦았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발생한 방사능 유출사건도 세슘의 치명적인 영향력으로 인해 이웃 나라인 한국사회는 일본 여행,해산물 수입 등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세슘은 자궁경부암 등을 치료하는 발암억제물이기도 하다.세인트 켄트는 왜,누구에 의해 두부를 총에 맞고 죽었을까? 이에 대해 해리 보슈와 레이철 윌리의 접근법은 매우 상이하기만 하다.해리 보슈는 LA 특수살인사건 전담반 소속이고,레이철 윌링은 FBI 특수요원이다 보니 사건.사고를 처리하는 접근법이 상이하기만 한데,그것은 경찰국과 수사연방국의 속성의 차이이기도 하다.해리 보슈는 스탠리 켄트를 죽인 진범을 찾는 것이 목표이고,FBI는 세슘의 향방을 찾는 것이 목표이다.

 

 스탠리 켄트와 가장 가까운 아내인 알리샤 켄트에게 사건.사고가 일어난 날의 정황을 청취하러 그녀의 집에 도착한 요원과 수사관은 알몸으로 손발이 묶인 알리샤 켄트를 발견하면서 남편 켄트의 죽음과 관련하여 단서를 하나 둘씩 찾아내기 시작한다.스탠리 켄트가 총탄에 맞아 살해되던 날,(날이 어둡지만) 산마루 근처에서 총성과 총알에서 뿜어져 나오는 섬광을 보았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비롯하여 용의자들이 수사선상에 오르는데,아이러니하게도 스탠리 켄트의 죽음은 아내 알리샤 켄트가 자작한 사건으로 비화가 되면서 스토리는 절정을 향해 간다.살인 용의자는 알라 신을 믿는 이슬람권 인물로서 세슘을 대량확보하여 미국 사회를 테러로 물들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스토리의 기저에 짙게 깔려 있다.2001년 9.11 알카에다 세력에 의해 무고한 인명이 무참히 희생을 당하면서 향후 대미 테러에 대한 환기와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스탠리 부인 알리샤 켄트는 남편의 죽음에 연루되어 자책감과 죄의식에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고,남편을 죽인 일당은 행방이 묘연해진 채 수사는 말끔하게 종결을 짓지를 못했다.그리고 아내를 인질로 삼으려 하고 세슘을 요구한 테러범들에게 순수하게 갖다 바친 스탠리 켄트를 테러범들은 죽였을까? 1,500만명에 육박하는 LA시가 방사능에 노출된다면 이는 상상하기조차 끔직한 세계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마저 생겼다.이 글은 처음 예상했던 롤러코스터를 타는 빠른 템포의 스릴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방사능 물질인 세슘과 테러에 대한 위협과 긴장의식을 환기시켜 주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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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극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를 잘 그린 <현기증>은 인간의 조건에 관한 깊은 고찰이 두드러지게 묘사되고 있습니다.부모의 훈육,교우관계가 성장과정에서 개인의 인성을 어떻게 미쳤는가는 사회인이 되어서도 무의식 감정으로 깊게 내재되기 마련입니다.프랑크 틸리에 작가의 인간과 짐승 사이의 경계는 마치 종이 한 장 차이와 같이 인간의 악마적이고 광기적인 내면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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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경제학
글렌 허버드 & 팀 케인 지음, 김태훈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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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팍스 아메리카 시대의 막이 내릴 것 같은 세계경제는 오래도록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이를 기회로 중국은 팍스 차이나 시대의 막을 열려고 다부진 '중국 꿈'을 수립하여 착착 그 계획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시진핑 시대는 대국굴기(大國堀起) 즉 큰 나라로 우뚝 선다는 기조하에 미국과는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유지해 나가자고 후진타오는 미.중경제회의 대화에서 밝혔다.즉 양국 공동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21세기의 기회와 도전에 대처해 나가기 위해 상호 존중과 이익에 기초한 '협력적 파트너십'을 형성해 나가기로 선언했던 것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전세계를 쓰나미로 뒤덮고 말았는데 설상가상 EU유로존마저 재정위기로 그 존재감이 희색되고 있다.그리스,스페인 등 남유럽의 재정위기는 그보다 나은 국가들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며,시장자본주의가 온통 신자유주의로 치닫고 있어 국가별 소득불균형,양극화 사태는 갈수록 심화되어 일부에서는 현실이 이렇다 보니 시장경제가 과연 이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는가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소득불균형,양극화 문제의 해소에 대해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이는 경제소득 상위계층인 기득권층과 복지문제에 대해 적극적 태도를 보이는 진보층과의 이익 상충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이기도 하다.하지만 이러한 사회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개인과 국가의 앞날은 암울하기만 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경제대국을 자임했던 나라들이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회오리 바람에 의해 거품경제는 푹 꺼지고 금리는 바닥에 있다.실물경제 즉 생산,판매,소비활동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정부에서는 경제부양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일반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내수시장의 활성화에 대한 밝은 전조는 아직은 보이지를 않는다.자신의 소득에 맞게 아끼고 절약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체념이 앞선다.

 

 이 글은 경제대국을 자처했던 미국을 비롯하여 일본,영국,유로존,중국,오스만,로마의 경제적 흥망성쇠를 반추하면서 해당 국가들의 미래경제를 예측해 보는 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국가경제는 정치,군사의 영향을 받는다.정치 주류 이데올로기가 어느 방향으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거시적,미시적 경제가 정해지기 마련인데,미국과 같은 경우에는 2차 세계대전 후 달러 본위로 정해지면서 전세계의 경제 나침반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미국이 어떠한 경제정책,이웃 경제국과의 관계를 맺어나가느냐에 따라 경제개발도상국들은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종속관계로 이어져 나왔던 것이다.어느 나라든 경제현상은 굴곡을 타게 마련이고,경제정책을 어떻게 기획하고 전개하는가에 따라 개인의 살림,국가의 재정은 정해지기 마련이다.또한 국가 구성원의 국가에 대한 신뢰도와 삶의 질도 판이하게 달라지는 법이다.영원한 경제대국도 영원한 경제소국도 없는 법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다만 국가 GDP대비 군사비 지출을 과하게 지출하고 경제정책은 뒷전으로 한다면 국가 구성원의 삶은 늘 밑바닥에서 신음하고 있을게 뻔하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는다.

 

 특히 미국은 금융위기 직전 금융사기 등 도덕적 해이(解弛)가 미국을 뒤흔들 정도였다.또한 기업가와 정부 지도자 간의 이익 상충관계를 놓고 벌이는 과다한 비생산적 활동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대외군사비 지출이 천문학적이었다.게다가 레이거노믹스에 따라 신자유주의가 천착되면서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가중되었다.한국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그래서인지 미국은 자국의 경제회생을 위해 중국을 제치고 경제동맹띠를 형성하려 애를 쓰고 있다.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동남아 진출과 동북아에서 일본과 다시 손을 잡는 제스처를 쓰기도 했다.이러한 가운데 한국정부는 미.중.일 가운데에 놓여 등거리 외교를 해야 할지 힘의 역학에 따라 강대국 편에 설지 진지하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즉 실리외교,실용정책을 펴는 것이 구한말의 역사와 같은 전철(前轍)을 밟지 않을 것이다.

 

  폴 케네디의 <국가의 흥망성쇠>의 내용을 거론하기도 하면서 침체된 경제의 회생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또한 특징이라면 각국의 역사적 경제상황을 서술하면서 맨후반부에 해당국의 경제 쇠퇴 과정을 잘 요약해 놓고 있어 매우 소중한 교훈을 안겨 주고 있다.사실과 비유,비교,경제이론 등을 적시적소에 축약해 놓아 이해력을 한층 더해 주고 있다.미국의 미래는 결국 미국 내부의 문제로 귀결됨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미국 경제를 좀먹는 요인들 이를테면 권한의 집중,개인적 자유의 약화,창조적 파괴를 저해하는 지대 추구(Rent seeking)집단의 득세가 계속되면서 납세자의 노동과 자본을 더 많이 집어삼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또한 불필요한 예산낭비로 인한 예산 적자가 미국 경제를 휘청거리게 하고 있는 큰 요인이다.첨언으로 미국 정부 형태는 성경 속의 모세의 지혜에서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로마법,유럽의 왕국과 그에 대한 프랑스와 영국의 지적 반란을 거쳐 형성된 다민족,다언어 집단국으로 요약되며,그리스의 합리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이 경제 자유도에 대한 국제적 척도는 자유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점 상실해 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경제개혁,제도개혁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이를 통해 변신에 성공한 국가들로부터 경제성공의 롤모델을 찾아 벤치마킹하려는 의지와 실행이 매우 중요하다.또한 국가의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는 것은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찾아야 마땅하다.비생산적인 요소,예산 적자와 같은 요소들을 일소해야 한다.또한 경제회생을 위해 이익 상충관계가 첨예한 파벌 문제 해소,손실 회피는 혁신을 위협한다는 것,과소 팽창이 과다 팽창보다 위험하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현 한국정부가 내세웠던 사회통합,경제민주화,복지실현 문제도 과연 내부적 반발세력에 의해 지켜질지 지켜볼 일이다.그 어느 때보다 경제회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마당에 이 도서는 경제의 흥망성쇠를 거울로 들여다 보는 듯한 생생하고 값진 교훈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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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마야 안젤루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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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등평등,여권신장이 커다란 진전을 보이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갈등과 반목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이것은 정치적 역학,민족적 우월성,종교적 이념 대립에 기인하는 현상이라고 본다.전세계는 글로벌을 앞세우면서 가까운 척 하지만 내막은 강국의 힘의 역학에 의한 냉정하고 치밀한 계략이 숨겨져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이것이 현실이니 힘을 길러 약소국에서 강대국으로 가는 길 밖에는 없지 않은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차별과 편견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수없이 해본다.한국과 같은 좁디 좁은 나라 안에서도 어느 지역 출신,어느 학교 출신,가방끈의 길이에 따라 개인의 신상을 재단한다.나아가 돈과 물질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부유하고 신분이 높은 집안에서 태어나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고 성장과 삶이 보장되었다는 반증이다.소위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일부 계층들은 기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좁은 울타리 속으로 진입할 수가 있다.반면 일반인의 경우에는 부모의 고단한 노력에 의한 경제적 수입을 초과하는 교육투자가 있어도 이미 정해 놓은 고위층 자녀들과는 출발선부터 격차가 난다.하물며 미국과 같이 다민족이 섞여 사는 곳에서는 인종,민족,종교문제가 얼마나 크겠는가.차별을 하고 차별을 당하는 당사자 간에는 수면 위에 둥둥 뜬 기름과 같이 서로 융합할 수 없는 비극의 연속이 아닐 수가 없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여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재주와 능력을 발휘했던 고(故)마야 안젤라 여사의 에세이이면서 소설과 같은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 지 나는 아네>는 바로 마야 안젤라 여사 자신을 말하고 있다.1928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부모의 이혼으로 오빠 베일과 함께 남부 아칸소 주 할머니 밑에서 성장을 하게 되고,8살 때 뭇남자로부터 강간을 당해 실어증을 걸리기도 했다.그녀는 열여섯에 흑인여성 최초로 차장을 했으며 동년 미혼모가 되어 자식을 키워야 하는 파란만장한 삶을 솔직담백하게 그려 내고 있다.그런데 에세이와 같이 그녀의 삶의 이력을 나이대별,사건별로 술회하면서도 읽다 보면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이는 안젤라 작가의 수준 높은 문학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것이기에 안젤라 작가의 청소년기를 접하면서(1930년대부터 1940년대 초반까지) 미국사회상과 그녀가 겪었던 인종차별,성차별 등이 두드러지게 전해지고 있다.

 

 그녀가 새장 속에 갇혔다고 하는데,새장은 우리 눈에 보이는 투명한 새장이 아니다.어두컴컴하게 베일에 가려진 몇 곂으로 가려진 새장 속이다.인종차별,성차별,교육기회의 차별 등이 안젤라 작가에게는 커다란 상처를 남겼던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젤라 작가는 인종차별의 벽을 뚫고 그녀가 하고 싶은 것을 당당히 해 나가는 의지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다양한 이력을 겸비하게 되었던 것이다.가수,작곡가,연극배우,극작가,영ㅇ화배우,영화감독,영화제작자,여성운동가,흑인 인권 운동가,저널리스트,역사학자,대학교수,교육가,강연가 등 그녀의 감투는 신이 내린 축복과 같이 미국사회의 영향력 있는 인물임에 틀림없다.또한 오바마 현직 대통령과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그녀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내내 할머니 곁에서 성장하다 잠깐 친부,친모를 만나기도 하고 친부와 함께 멕시코 땅을 밟기도 하며,친모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카드 놀이,도박장에서 포커 게임 딜러 일을 하기도 하지만 안젤라는 그에 기죽지 않고 샌프란시스토에서 흑인여성 최초로 차장도 해보고,우연히 만난 남자와 만나 아이를 갖게 되지만 미혼모로서 그녀가 겪어야 했던 마음 고생은 컸으리라 짐작이 간다.그리고 소녀 시절에 책을 탐닉했던 것이 후일 작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자유와 평화를 국가의 이념으로 삼는 미국이지만 미국 내면에는 아직도 인종차별,성차별,민족차별 등이 엄연히 도사리고 있다.특히 유색인종인 흑인,황인종에 대한 멸시와 차별은 미국 사회가 대국적인 면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닐 수가 없다.안젤라 작가의 솔직담백하고 인간미 넘치는 자전적 성장담은 한 인간의 삶을 이해할 수도 있지만,미국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다시 되짚어 보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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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위 - 꿈에서 달아나다
온다 리쿠 지음, 양윤옥 옮김 / 노블마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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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질문명,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류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로워졌다.이와 병행하여 교육수준,교양,의식수준도 제고되었다.인간은 과학과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이성에 의해 사리판단을 한다.반면 인간의 내면은 불안하고 여리기 일쑤이다.완전하지 않은 불안전한 존재이고 삶이 유한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그래서 삶이 안정되고 영혼이 맑아지기를 기대하는 의미에서 종교에 귀의하기도 한다.때로는 무속신앙과 같은 토착신앙을 믿기도 한다.토착신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적인 존재를 향해 무탈과 안녕,행운을 비는 의식작용이다.

 

 나 역시 정해진 종교는 없는 무교인이다.자주 사찰에는 예불을 하러 가지는 않지만 불교색채에 가까운 윤회사상을 믿는 편이어서 불교 서적 및 스님들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일상과 삶에 대해 조용히 관조하고 겸허하게 살아가는 편이다.그런데 종교인이든 종교가 없는 일반인이든 우리 내면에는 무의식이 도사리고 있다.즉 백일몽과 같은 개꿈도 있고 접신을 하여 신기가 있는 사람도 있는데,이는 욕구와 욕망이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채 뇌리에 저장되어 이리 저리 흩어져 있다 어느 날 밤 꿈으로 나타나게 된다.꿈의 내용은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가 자신과 인연을 맺었던 사람,가까이 가고 싶은데 가까워지지 못하는 애절한 상사병 또는 평소 갈등과 대립이 잦았던 사람들이 마음 속에 품었던 존재들이 각인되어 꿈으로 나타나는 법이다.  

 

 몽위관음(夢違觀音),이는 불길한 꿈을 꾸었을 때 이 관음보살님께 기원을 올리면 좋은 꿈으로 바꿔 준다는 민간 신앙에 따라 서민들 사이에서 불리는 이름이다. -P495

 

 백주에 유령을 보았다는 주인공 히로아키의 이야기가 마음이 허약한 사람에게는 으시시한 분위기 속으로 휩쓸려 가리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백주에 육교에서 한 여자를 보았던 히로아키는 도서관 복도를 따라 유령을 쫓으려 하지만 실루엣만 어른거릴 뿐 얼굴 윤곽은 안개처럼 묘연하기만 하다.유령의 정체는 이미 고인이 된 여자 친구로서 고토 유이코이다.히로아키가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내내 그의 마음 한켠에 사라지지 않았기에 백주에 나타나 그의 마음을 이리 저리 흔들었던 것일까.고토 유이코는 예지몽(預知夢)으로 인정받은 일본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G(아마 기후현이 아닐까?)현 산기슭 초등학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하고 학생들이 대거 행방불명이 되는 사건이 터지면서 히로아키는 유령인 고토 유이코를 연상하게 된다.집단 식중독 발생과 억측이 난무하는 유이코의 불길한 꿈과 연계를 시켜야 하는 것일까.히로아키의 형의 약혼자이기도 했던 고토 유이코가 생전 히로아키와 가까워지면서 유이코의 정령이 히로아키에게 전해졌던 것은 아닐까.특히 히로아키는 꿈 해석사로서 고토 유이코의 주박(呪縛)을 뒤에 달고 다니기에 그 앞에 유이코가 유령으로 우뚝 나타났다 사라졌던 것은 아닐까 한다.또한 히로아키는 꿈 해석사로서 데이터 영상을 통해 꿈을 해석하는 몽찰(夢察)을 보게 된다.히로아키 자신이 꾸었던 꿈과 집단 식중독에 걸린 어린이들이 꾸었던 꿈이 일치하는 현상과 유이코가 남긴 초자연적인 현상,안개,음악,향기 등이 신기롭게도 맞물린다.히로아키는 유이코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다."나는 이곳에 없어"라고.또한 집단 식중독을 조사하던 가마타,이와시미즈는 히로아키와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는데 가마타는 히로아키와 유이코와의 애틋한 멜로 설정을 하는 반면,이와시미즈는 끔찍한 재앙을 초래하는 '빅 브러더 식'으로 몰아가려 한다.

 

 몽위는 온라 리쿠의 작품으로서 내게는 처녀작품이다.미스터리 작가로서 일본에서는 꽤 유명세를 날리고 있는데 이제야 이 작품을 만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또한 옮긴이 양윤옥의 꼼꼼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간결한 번역이 내게는 크게 와 닿았다.실제 몽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고가이기에 대중화되지는 않은 것 같다.

 

 화재사고로 죽은 유이코의 신출귀몰하는 초인적인 행각에 수사관을 비롯하여 히로아키는 발길을 나라현 요시노 산자락에 자리잡은 긴뿌센사,와카쿠사산 등으로 옮긴다.나라지방 길가에서 식중독으로 행방불명되었던 어린 학생들 모습이 나타났다든지,유이코 친척의 얘기를 통해 알게 된 유이코 집안이 궁사였다는 얘기 등을 종합하면 유이코는 신기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을까 라고 추측해 본다.얼마 전에 우치다 야스오 작가의 <덴가와 전설 살인사건>의 공간배경이 나라현 요시노 지역을 그리고 있었던 만큼 나라현 요시노 지역은 미스터리 공간의 소재로 자주 활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인간은 자신이 원망(願望)하고 생각하는 사물,사람이 꿈 속에 나타나기도 하고,거꾸로 내가 타자의 꿈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서양식 정신분석 이론(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 들어오면서 꿈이란 억압된 심리나 욕망이 나타난 것이라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면서 꿈은 무의식의 투영이다.뭔가를 원하기 때문에 꿈에 보이는 것이다 라는 점은 누구든 꾸어 보았을 법한 것이고 그렇게들 생각하기 마련이다.또한 집단 식중독에 걸린 어린 아이들이 유이코의 유령이 나타나 유령의 의도에 따라 집단의식을 표출(칼 융의 집단무의식)하기도 한다.

 

 결국 온라 리쿠는 히로아키와 유이코와의 애절한 만남을 성사시켜 준다.일본 나라현 호류지(法隆寺)의 몽전이 있는 사당에서 극적인 해후를 하게 된다.비록 얼굴은 뚜렷하지 않은 환상이었지만 유이코가 좋아했던 감미롭고 달콤한 꽃향기가 한 줄기 바람과 함께 정원을 빠져 나갔다.누구나 평범한 꿈을 꾸면서 다음 날 일진을 점치기도 한다.불길한 악몽일 경우에는 다음 날 최대한 조심과 근신을 하는 것이 후회가 없을 것이다.나도 할머니께서 작고하신 뒤 며칠 지나지 않은 여름날 자취집에서 문을 열어 놓고 설핏하게 눈썹이 아래로 처질 때 할머니의 유령이 방문을 열고 들어 오는 것을 감지하고 화들짝 놀란 적이 있었다.당시 내가 할머니 생각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지만 할머니께서 혼자 밥끓여 먹고 회사에 다니는 손주가 안스러워 나를 찾아 온 것은 아니었는지 나름대로 꿈 해석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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