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위 - 꿈에서 달아나다
온다 리쿠 지음, 양윤옥 옮김 / 노블마인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물질문명,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류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로워졌다.이와 병행하여 교육수준,교양,의식수준도 제고되었다.인간은 과학과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이성에 의해 사리판단을 한다.반면 인간의 내면은 불안하고 여리기 일쑤이다.완전하지 않은 불안전한 존재이고 삶이 유한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그래서 삶이 안정되고 영혼이 맑아지기를 기대하는 의미에서 종교에 귀의하기도 한다.때로는 무속신앙과 같은 토착신앙을 믿기도 한다.토착신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적인 존재를 향해 무탈과 안녕,행운을 비는 의식작용이다.

 

 나 역시 정해진 종교는 없는 무교인이다.자주 사찰에는 예불을 하러 가지는 않지만 불교색채에 가까운 윤회사상을 믿는 편이어서 불교 서적 및 스님들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일상과 삶에 대해 조용히 관조하고 겸허하게 살아가는 편이다.그런데 종교인이든 종교가 없는 일반인이든 우리 내면에는 무의식이 도사리고 있다.즉 백일몽과 같은 개꿈도 있고 접신을 하여 신기가 있는 사람도 있는데,이는 욕구와 욕망이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채 뇌리에 저장되어 이리 저리 흩어져 있다 어느 날 밤 꿈으로 나타나게 된다.꿈의 내용은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가 자신과 인연을 맺었던 사람,가까이 가고 싶은데 가까워지지 못하는 애절한 상사병 또는 평소 갈등과 대립이 잦았던 사람들이 마음 속에 품었던 존재들이 각인되어 꿈으로 나타나는 법이다.  

 

 몽위관음(夢違觀音),이는 불길한 꿈을 꾸었을 때 이 관음보살님께 기원을 올리면 좋은 꿈으로 바꿔 준다는 민간 신앙에 따라 서민들 사이에서 불리는 이름이다. -P495

 

 백주에 유령을 보았다는 주인공 히로아키의 이야기가 마음이 허약한 사람에게는 으시시한 분위기 속으로 휩쓸려 가리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백주에 육교에서 한 여자를 보았던 히로아키는 도서관 복도를 따라 유령을 쫓으려 하지만 실루엣만 어른거릴 뿐 얼굴 윤곽은 안개처럼 묘연하기만 하다.유령의 정체는 이미 고인이 된 여자 친구로서 고토 유이코이다.히로아키가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내내 그의 마음 한켠에 사라지지 않았기에 백주에 나타나 그의 마음을 이리 저리 흔들었던 것일까.고토 유이코는 예지몽(預知夢)으로 인정받은 일본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G(아마 기후현이 아닐까?)현 산기슭 초등학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하고 학생들이 대거 행방불명이 되는 사건이 터지면서 히로아키는 유령인 고토 유이코를 연상하게 된다.집단 식중독 발생과 억측이 난무하는 유이코의 불길한 꿈과 연계를 시켜야 하는 것일까.히로아키의 형의 약혼자이기도 했던 고토 유이코가 생전 히로아키와 가까워지면서 유이코의 정령이 히로아키에게 전해졌던 것은 아닐까.특히 히로아키는 꿈 해석사로서 고토 유이코의 주박(呪縛)을 뒤에 달고 다니기에 그 앞에 유이코가 유령으로 우뚝 나타났다 사라졌던 것은 아닐까 한다.또한 히로아키는 꿈 해석사로서 데이터 영상을 통해 꿈을 해석하는 몽찰(夢察)을 보게 된다.히로아키 자신이 꾸었던 꿈과 집단 식중독에 걸린 어린이들이 꾸었던 꿈이 일치하는 현상과 유이코가 남긴 초자연적인 현상,안개,음악,향기 등이 신기롭게도 맞물린다.히로아키는 유이코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다."나는 이곳에 없어"라고.또한 집단 식중독을 조사하던 가마타,이와시미즈는 히로아키와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는데 가마타는 히로아키와 유이코와의 애틋한 멜로 설정을 하는 반면,이와시미즈는 끔찍한 재앙을 초래하는 '빅 브러더 식'으로 몰아가려 한다.

 

 몽위는 온라 리쿠의 작품으로서 내게는 처녀작품이다.미스터리 작가로서 일본에서는 꽤 유명세를 날리고 있는데 이제야 이 작품을 만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또한 옮긴이 양윤옥의 꼼꼼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간결한 번역이 내게는 크게 와 닿았다.실제 몽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고가이기에 대중화되지는 않은 것 같다.

 

 화재사고로 죽은 유이코의 신출귀몰하는 초인적인 행각에 수사관을 비롯하여 히로아키는 발길을 나라현 요시노 산자락에 자리잡은 긴뿌센사,와카쿠사산 등으로 옮긴다.나라지방 길가에서 식중독으로 행방불명되었던 어린 학생들 모습이 나타났다든지,유이코 친척의 얘기를 통해 알게 된 유이코 집안이 궁사였다는 얘기 등을 종합하면 유이코는 신기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을까 라고 추측해 본다.얼마 전에 우치다 야스오 작가의 <덴가와 전설 살인사건>의 공간배경이 나라현 요시노 지역을 그리고 있었던 만큼 나라현 요시노 지역은 미스터리 공간의 소재로 자주 활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인간은 자신이 원망(願望)하고 생각하는 사물,사람이 꿈 속에 나타나기도 하고,거꾸로 내가 타자의 꿈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서양식 정신분석 이론(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 들어오면서 꿈이란 억압된 심리나 욕망이 나타난 것이라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면서 꿈은 무의식의 투영이다.뭔가를 원하기 때문에 꿈에 보이는 것이다 라는 점은 누구든 꾸어 보았을 법한 것이고 그렇게들 생각하기 마련이다.또한 집단 식중독에 걸린 어린 아이들이 유이코의 유령이 나타나 유령의 의도에 따라 집단의식을 표출(칼 융의 집단무의식)하기도 한다.

 

 결국 온라 리쿠는 히로아키와 유이코와의 애절한 만남을 성사시켜 준다.일본 나라현 호류지(法隆寺)의 몽전이 있는 사당에서 극적인 해후를 하게 된다.비록 얼굴은 뚜렷하지 않은 환상이었지만 유이코가 좋아했던 감미롭고 달콤한 꽃향기가 한 줄기 바람과 함께 정원을 빠져 나갔다.누구나 평범한 꿈을 꾸면서 다음 날 일진을 점치기도 한다.불길한 악몽일 경우에는 다음 날 최대한 조심과 근신을 하는 것이 후회가 없을 것이다.나도 할머니께서 작고하신 뒤 며칠 지나지 않은 여름날 자취집에서 문을 열어 놓고 설핏하게 눈썹이 아래로 처질 때 할머니의 유령이 방문을 열고 들어 오는 것을 감지하고 화들짝 놀란 적이 있었다.당시 내가 할머니 생각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지만 할머니께서 혼자 밥끓여 먹고 회사에 다니는 손주가 안스러워 나를 찾아 온 것은 아니었는지 나름대로 꿈 해석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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