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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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더글라스 케네디 작가 작품은 남과 여 간의 사랑과 이별,상처와 고통,기쁨과 슬픔이 아로새겨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특히 중년 독자를 타겟으로 하고 있어 결혼생활이 어느 정도 무르익어 가는 계층들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에 묘한 끌림과 공감을 갖지 않을까 한다.나 역시 중년으로서 20여 년을 아내와 함께 살다 보니 이런 저런 일들이 참으로 많다.생각과 감정도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디테일한 부분에 이를수록 사람과 사물에 대한 대처법과 해결법이 확연하게 달라서 때로는 티격태격 때로는 알아도 모르는 체를 반복한다.그런데 감정처리가 잘 안되는 부분은 오래된 일에 대해 불쑥 끄집어 내어 자신의 감정을 현재 기분에 대입시키면서 오장육부를 들쑤시는 경우이다.예를 들어 명절 때 시댁과 친정 어른들께 선물과 용돈은 공평하게 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정해 놓는데,때와 상황에 따라 안될 때가 많았다.자존심과 체면상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는 편인데 어른들께 주고 안주고에 대해 생각날 때마다 끄집어 내어 마음을 상하게 할 때가 있다.

 

 이번 더글라스 케니디 작품은 2세대 간의 간극을 종횡무진하듯 서사적이고 감정적인 필치로 독자들을 끌어 당기고 있다.주인공 한나를 중심으로 아버지 래덤 교수,화가이며 커리어 우먼인 어머니,변호사 아들 제프리,뮤추얼펀드 메니저 딸 리지가 홈 드라마와 같이 다채롭게 이야기를 엮어 가고 있다.북베트남 통깅만에서 미군과 베트남 간에 해상전투가 기화가 되어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면서 1966∼1973년까지 베트남 전쟁이 이어지게 된다.한국도 미국과의 경제적 지원 등을 위해 한국의 젊은이들을 베트남으로 내몰게 되지만 수많은 인명피해를 보게 된다.특히 고엽제의 피해로 후유증을 안고 있는 상이용사들의 운명은 안타깝기만 하다.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1세대를 넘긴 2003년 시점을 중심으로 한나의 가족사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물살을 타게 된다.언제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긴장감은 더해 갔다.

 

 교수이면서 베트남 전쟁에 대해 반전운동의 중심에 섰던 한나의 아버지 래덤 교수와 화가이면서 강한 자존감에 자식들에겐 전형적인 방임형 교육을 시키는 어머니는 부부싸움이 잦았던 탓인지 한나는 남자로부터 사랑이 목말랐던 것으로 보인다.대학시절 알게 되었던 의학도 댄 버컨과 결혼을 하게 된 한나는 시아버지의 질병 그리고 엄마의 자살 소동 등을 겪게 된다.남편인 댄 버컨이 시아버지 간병 및 정형외과의 병원생활로 집을 비운 사이 반전운동에 섰던 토비어스 저슨은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자신의 집에 유숙시킨다.그런데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가 한지붕 아래 있는 자체가 스캔들을 일으키지 않을 수가 없는 법.갓 태어난 아들 제프리를 옆에 두고 달아오르는 스킨십,열정적인 섹스를 나누는데,저슨은 미연방수사국(FBI)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찍혀 검거대상이다.이제 저슨은 더 이상 미국땅에 있을 수가 없어 유부녀인 한나에게 캐나다로 데려다 줄 것을 종용하게 된다.협박 반 회유 반에 못이긴 한나는 저슨을 밤중에 캐나다까지 데려다 주고 다시  미국땅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제 1세대를 훌쪽 넘긴 한나와 댄은 50대 부부로서 자수성가를 했다.그리고 부모는 삶의 후반을 달린다.한나의 아들 제프리는 변호사로,딸 리지는 뮤추얼펀드 메니저로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는데 여느 집과 비슷하게 풍파가 일어나고 만다.딸 리지가 유부남인 피부과 의사 마크와 사귀다 행방불명되고,한나가 젊은 시절 반전운동가였던 저슨이 자신의 이념을 전향한 대가로 활발한 방송과 글쓰기를 한다.저슨은 자신이 펴낸 글 속에 한나와의 관계를 그럴듯하게 각색하는데 한나를 잘 알고 있는 마지,빌리가 봤을 때 이것은 저슨이 아전인수격으로 자신을 미화했기에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지만 실상은 저슨에게 볼이 넘어갔다.1973년 당시 미 연방법을 어기면서까지 사상범인 저슨을 캐나다로 도피시킨 행위는 독자들의 들끓는 여론을 무마하기엔 쉽지가 않다.한나 혼자의 힘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남편 댄에게 당시의 상황을 이실직고한다.또한 한나의 절친인 마지를 비롯하여 방송국에선 당시의 상황에 대해 한나와 저슨이 방송국에 나와 진실게임을 하게 된다.승리의 여신은 당연 한나에게 돌아간다.사필귀정이다.게다가 한나의 딸 리지의 행방이 갈수록 미궁에 빠진다.생사를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행방이 묘연하던 딸 리지는 엄마에게 자신의 행방을 알리면서 집안의 근심거리는 줄어들게 된다.

 

 한나는 댄과 30여 년을 살았지만 알콩달콩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다만 댄을 잃을까봐 프랑스에 가지 못하고,혼자가 된다는 두려움에 결혼생활을 지속시켜야 했으며,직장(학교 교사)에서나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했던 한나는 친구 마지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남편 댄과의 혼인도 댄의 강고한 의지에 따라 종지부를 찍게 된다.저슨이 쓴 《도망 중의 사랑》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고 남편 댄과의 이별 등 가슴 아픈 사연이 이어지지만 한나에게는 반전의 기회가 찾아 온다.유급휴가를 받아 완전 자유인이 되어 프랑스로 떠나게 된다.프랑스에게 삶의 재충전을 맘껏 하고 돌아올 한나는 아이들을 가르키는 일이 천직이기에 삶을 더 멋지게 꾸려가리라 생각한다.혹 댄이 다시 한나와 결합할 확률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남과 여의 관계는 퍼즐과 같이 복잡하기만 하다.인생은 찰라와 같이 짧기만 하다.어떻게 살아가고 순간 순간을 잘 대처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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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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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으로 남존여비 사상을 띠고 여성의 사회생활이 크게 제한을 받았던 조선시대에 여성에 의한 활동은 무슨 구경거리라도 생긴냥 떠들썩하게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곤 했다봉건적이고 유교적인 가부장제하에서 여성이 밖에서 행세해서는 안될 일이 조정에 전해지기라도 하면 가차없이 의금부의 재판을 받아야만 했다.이것은 여성의 지체의 고하,집안배경을 떠나 엄격했다.비록 여자로 태어났지만 특별하게 세인들에게 오르내리는 여성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춤과 노래,시 등을 짓는 기생출신이 대부분이었다.그녀들도 남성 못지 않게 뛰어난 두뇌와 발빠른 판단력,고관직 및 사대부 남성에게 총아와 신뢰를 받던 여성도 있었다.이러한 여성들은 '가물에 콩 나듯'했다.

 

 김별아 작가는 조선시대 여성으로서 금기시되었던 여성들의 모험을 뛰어 넘을 정도로 겁도 없이 행동했던 여성들이 있었다.일명 '금지된 사랑'으로 조선 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여성들이 있었으니 바로 순빈 봉씨,유씨 그리고 어우동(於宇同)이다.김별아 작가가 구분지었듯 순빈 봉씨와 유씨는 동생애와 간통이라는 폐쇄와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존형'이었다면 어우동이 십여 명의 간부(姦夫)들과 농탕질을 한 것은 희대의 탕녀와 음부로 각인되지 않을 수가 없다.왕족출신이면서 시인,서예가,작가,기생,무희 등 요즘말로 하면 다양한 명함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어우동 그녀는 사랑을 받은 적이 없는 외로운 아이로 성장하면서 세상에 대한 불신과 혐오,환멸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을 치고,사랑하는 대상도 신분과 지위의 고하가 없었다.왕족,노비,문신과,무신 가릴 것이 없었다.좋게 말하면 야하면서도 쾌락주의자이고 다른게 표현하면 사랑에 굶어 닥치는대로 욕망을 불살랐던 희대의 음탕녀라고 볼 수가 있다.

 

 초여름 냄새가 났다.비리록 서늘한,사내 냄새였다. -P7

 

 이 글은 첫문장부터 성욕을 치르고 난 직후의 광경을 공감각적 효과를 살리고 있다.계집을 다룰 줄 아는 사내와 사내의 성격을 알고 꽃뱀처럼 요사하고 농염한 자태로 홀리는 여성이 어우러지면 장작불과 같이 활활 타오르리라.어우동은 고관대작과 세족출신의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성향은 화냥년끼가 있는 어머니를 닮은 것 같다.아비는 성불구자,오빠는 미친놈이었으니 어우동은 정신적 결핍 집안에서 자랐던 것 같다.관아의 아전를 비롯하여 태종의 아들,세종의 중형,백부의 제자 등과 얽히고설키며 세조,예종 양대 재사(才士)에 이르기까지 어우동의 음담,탕녀로서의 행각은 식을 줄을 몰랐다.그런데 어우동은 이렇게 지칠줄 모르는 사랑의 행각이 남자 쪽에서 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어우동 자신이 스스로 사서 저지르는 한바탕 치르는 질펀한 사랑이었다.어우동의 전생은 색(色)을 낚았던 모양이다.태강수의 아내로서 왕족의 종친들을 간통하는 바람에 그녀의 행각이 발각된다.성종은 사회기강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그녀를 교형에 처한다.유부녀로서 바람을 피웠으니 할 말은 없을 것이다.그녀의 죄질은 풍기문란죄 정도이지만 교형에 처해졌던 것은 어우동이 광기적인 음탕녀로서 소문이 꼬리를 물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크게 번질 것을 염려하여 아예 싹부터 잘랐던 것으로 보인다.어우동이 색녀의 대명사이다 보니 김별아 작가 역시 성애와 관련한 표현이 전에 없이 농도가 짙기만 하다.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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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기담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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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기이하지만 마음 한켠 쓸쓸함이 묻어나는 기담집을 접하게 되었다.온몸이 오싹할 정도로 소름이 돋아나는 괴기스러운 이야기는 납량 시리즈로도 그만이다.지금과 같은 겨울철에는 이불 푹 둘러쓰고 기담에 눈과 귀를 기울이면서 공포와 전율감을 느낄때마다 따뜻한 기운으로 이를 중화시켜도 좋을 것이다.종래에는 무라카미 작가의 작품이 거의가 남녀간의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한 스토리가 위주였는데,이번 기담에는 어떠한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는지 그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 기담집총 5편으로 되어 있다.1993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 케임브리지에서 거주했던 무라카미 작가는 초청작가 자격으로 머무르고 있었다.장편소설을 쓰는 한편 그가 좋아하는 재즈클럽을 들락달락하면서 뭔가 마음 속에 와닿았던 신기하고 기이한 경험을 그리고 있다.작가가 말한대로 소소한지만 자신의 인생을 바꾼 신기한 일로서 누구든 살아가면서 '참 묘하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그 연장선상에서 상상해 보는 것도 나타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더욱 선명해지리라 생각한다.

 

 피아노 조율사이면서 게이라는 정체성을 갖은 남자가 서점 카페에서 우연히 연상의 여인을 만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면서 여인과 만남과 대화를 거듭해 나간다.여인은 피아노 조율사를 마음으로 가까워지려 하지만 남자는 성 정체성에 의해 마음을 열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간다.그러는 가운데 여인이 유방암에 걸리면서 남자는 여인의 마음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우연히 만난 사람처럼 매우 간결한 사이로.우연의 여행자의 이야기이다.

 

 하와이 하나레이 해변에서 상어의 습격을 받고 죽은 아들의 장례식을 치르러 사고현장으로 떠나면서 그곳에서 일본인 청년 서퍼를 만나면서 아들을 잃은 상실감에서 차차 벗어난다.그런데 사치는 귀국을 하지 않고 피아노를 치면서 생계를 꾸려 나가는데 그만 체류기간이 지나 불법으로 몰려 강제귀국을 하게 된다.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피아노 치는 것 밖에는 없지만,혼자가 된 몸으로 더욱 재즈바에서 피아노로 생계를 이어나가고,우연인지 하와이에서 만났던 청년 서퍼를 다시 만난다.청년들은 여자와 잘 지내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주고 받다 다시 사치 아줌마와 상어에 대한 얘기,아들이 상어의 습격을 받고 익사했던 얘기,남편이 심장발작으로 심장마비사했던 음울한 과거 등이 사치의 마음을 어수선하게 만든다.사치에게는 오로지 현재에만 충실해야 하는 당위성 밖에 없는 (약간)쓸쓸함이 배여 있는 하나레이 해변 이야기.

 

 무슨 일이 생기면 메모지에 간략하게나마 핵심 내용을 정리하는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는 스님으로서 술에 취해 전차에 치여 예순 여덟에 세상을 떠난 한 여자는 고층건물에 살고 있었다.24층에 시어머니,26층에 젊은 부부가 살았는데 남편은 건강을 챙기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던 바,어느 날 남편이 24층과 26층 사이에서 행방불명이 된다.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해야 마나 하는 상황에서 남편을 찾아 달라고 같은 동 아래층에 사는 사람에게 의뢰한다.어떻게 된 영문인지 남편은 도쿄를 떠나 동북방면인 센다이에서 발견되고 만다.쥐도 새도 모르게 아파트 맨션을 떠나 20여일 간 타지역으로 왜 떠나고 무엇을 했을까.과연 남편의 뇌리엔 지난 시간의 기억이 남아 있을까.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 이야기

 

 쥰페이라는 젊은 남자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친구와 같이 가까운 사이가 아닌 단지 어렵게 느껴지는 엄한 아버지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단 아버지가 "남자에게는 일생에 의미있는 여자가 세 명이 있다"고 했다.소설을 쓰는 쥰페이는 기리에라는 여인을 만나 그녀의 마음을 사게 되고 그녀와의 관계에서 소설의 모티브를 발견하고 소설을 탈고하고 여인을 기다리지만 그녀와 재회하지를 못한다.쥰페이는 의미있는 여자 둘을 잃고 마지막 한 명을 기다리는데 마음을 홀가분할 뿐이다.초조함,공포심도 이제는 남아 있지 않다.날마다 이동하는 콩팥 모양의 돌 이야기

 

 자동차 매장에서 일하는 오자키 여성이 제약회사에 다니는 남자와 결혼하여 도쿄 시나가와구의 신축 맨션을 사들이면서 시작되는 시나가와(品川) 원숭이 이야기.오자키 여성은 시나가와 주민인 사카키 데츠코 여성과의 인생 이야기를 나누던 중 대학시절 기숙사대표로 있었던 오자키에게 마쓰나카라는 후배가 찾아왔다.학부생 가운데 가장 미모이면서 부유한 재력가인 집안이지만 조용하고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내향적인 인상인 학생인데 그녀는 질투의 감정에 대해 많은 상처를 입고 속앓이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친척 장례식에 참석해야 한다고 자리를 뜬 마쓰나카는 어찌된 일인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질투의 감정이 그녀에게 작은 지옥을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하루 하루가 지옥이었을 것이다.생전 마쓰나카가 이름표만은 부재중에 원숭이에게 빼앗기는 일이 없기를 바랬는데 그만 원숭이에게 오자키와 마쓰나카의 이름표를 빼앗기고 사카키 남편이 이름표를 찾아 온 것이다.그래서 오자키는 자신의 이름표와 마쓰나카의 이름표를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한다.시나가와 원숭이 이야기

 

 총 5편의 기담(奇譚)여행을 마치고 이제 나가야 할 때이다.무섭다,전율감을 느낀다라기 보다는 주인공의 말과 행동에서 사람과 사물을 잃은 것에 대한 공허함과 혼란스러움 그리고 홀로서 세파를 견뎌 나가야 하는 현실이 어우러져 읽는 내내 착잡함을 숨길 수가 없었다.이야기들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들린다.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일상도 그리 밝지만은 않은 어둡고 음산하며 결핍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성격의 소유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임에 틀림없다.인간은 장미빛 인생이 아닌 결핍과 상처의 연속이다.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잘 포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확고하게 선택.결정을 잘하는 사람이 때로는 멋진 삶을 살아갈 수가 있다.고지식하게 융통성 없는 라이프 스타일은 격변하는 시대에서는 부합하지 않은 것 같다.무라카미 작가의 기담을 접하면서 삶은 수수께끼에 둘러싸이고 산산조각난 퍼즐조각과 같다는 이미지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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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7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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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생활을 장교생을 배출하는 곳에서 근무했다.군입대하기 전에 행정병으로 가기 위해 한타3급을 취득했지만 입대후 행정병 TO가 부족하여 잠시 취사병으로 근무하다 원하던 타자병으로 근무하게 되었다.그런데 타자병으로 근무하다 장교후보생들을 지원할 경우에는 장교후보생들을 측면지원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장교후보생의 경우 6개월만 훈련받으면 민간인이 되기에 군과 국방에 대한 애착이 그다지 높지는 않았던 반면 학사장교 후보생 및 (전문대졸)일반장교 후보생의 경우에는 직업군인으로 빠지려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나름 엄격한 규율과 훈련도 일사분란하게 감수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군인이든 경찰이든 규율과 훈련이 엄격한 것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데,경찰후보생에 대한 에피소드는 많이 접하지를 못했다.겨우 경찰간부 후보생을 양성하는 경찰대학과 일반경찰관을 양성하는 경찰학교가 대부분이다.경찰후보생은 경찰관이 되려는 동기와 목적은 어찌되었든 치안과 민생을 위해 분연히 뛸 각오를 해야 한다.멋진 제복,괜찮은 보수 등 외관적인 이미지에 치우쳐 경찰학교를 노크한다면 아예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그러한 정신,근성으로는 단 1주일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경찰학교에서는 후보생들을 호락호락 먹여주고 입혀 주지 않는 의무와 규율이 많다.외우고 체험하면서 서서히 민간인에서 경찰관으로 때깔을 바꿔 타야 하고,짧은 시간(6개월 남짓)안에 정해진 경찰학교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기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낙오되기 십상이다.

 

 경찰관(觀)이 뚜렷하고 사명감에 넘치는 경찰관도 많다.소리없이 오로지 경찰관이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고 여기고 자신의 몸을 던지고 세상(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려는 진정한 파수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이러한 관점에서 경찰후보생으로서 첫단추를 잘 잠궈야 비로소 말단 경찰관이 되어서도 몸에 배인 (경찰관으로서의)지식과 규율,치안관리를 잘해나갈 것이다.교장(敎場) 즉 경찰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고발하고 있는 것처럼 정중동의 모습이 시시각각으로 연상된다.내무반 생활부터 이론과 실습을 위한 학과 및 현장(권총술,체포,유도 등)학습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그런데 경찰후보생 모두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수료가 되고 말단 경찰관으로 임지에 부임하는 것이 아니다.경찰학교 규율을 어긴다든지 성적 불량인 경우 퇴학을 종용당하는 경우도 많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이론과 실습이 병행되는 경찰후보생의 일지를 그린 교장은 경찰후보생 미야사카,아리타 후보생이 등장하고 담임 교관 우에마쓰가 나오는가 싶더니 우에마쓰 교관이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대타로 가자마 계장이 담임 교관으로 부임하게 된다.백발의 남자로서 경찰학교의 산증인이면서 능구렁이 교관이다.그만큼 가자마 교관은 후보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의 허점을 쪽집개처럼 잘 꼬집어 낸다.그에게 허점,실수를 조금이라도 보이게 되면 경찰학교 졸업은 미지수이다.하늘에 운을 맡겨야 할 정도이다.98기가 수료하고 99기를 잠시 쉬고 100기 경찰후보생 담임 교관을 맡은 가자마는 후보생의 성실도,실습(불심검문 등),학점 등에서 규정에 미달하고 눈에 벗어나게 되면 응분의 대가를 받게 된다.또한 가자마에게는 스파이와 같은 이가 있었다.후보생이 동료 후보생의 잘못을 가자마 교관에게 고해 바치는 경찰의 비밀이 담겨져 있다.또한 성적을 올리는 길은 인맥과 정보가 든든하면 된다는 것이다.경찰후보생으로서 의무와 규율이 엄하한 극한 서바이벌게임이지만 정예요원을 양성하기 위해 후보생이 후보생을 감시하고 고발하는 세태가 경찰학교에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바로 이것이 교장에서 일어나는 관행일지도 모른다.

 

 경찰후보생으로 결격사유없이 잘 수료하면 파출소와 같은 일선경찰관으로 경찰경력을 쌓게 된다.경찰학교에서 배우고 익혔던 지식과 경험을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부딪힐 것인가에 대해 선배 경관을 따라 배우고 익히면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요즘과 같이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높지 않은 시대에 경찰은 본연의 임무인 치안과 민생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사건.사고가 터지면 경찰과 검찰의 미묘하고 말끔하지 않은 업무관계가 떠오르게 되었다.경찰과 검찰의 업무 공조,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업무적)선긋기가 형성되어 잡음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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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산장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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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장 또는 별장은 흔히 밀실의 대명사로 불리워진다.좁지만 공간배경으로는 손색이 전혀 없다.게다가 일본인의 의식구조는 옹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협소한 공간에서 지지고 볶으면서 살아가는 생활 패턴이 강하기에 산장 또는 별장이 안겨 주는 분위기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앞마당쯤 되는 스케일의 공간이 아닐 수가 없다.과연 산장이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소재 발굴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시대의 추리,스릴계의 재주꾼이며,이야기가 밋밋하게 흘러가는 단선적이인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는다.이를테면 일상적인 소재와 내용이 초.중반전에 깔아 놓다 보니 독자는 그만 일상적인 흐름과 분위기에 압도되어(마술에 홀린듯) 넋을 놓고 마음을 내려 놓다 후반전에 그만 넉다운되고 만다.이번 작품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의도적으로 노리고 글의 전개를 기획한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 강렬했다.

 

 우선 이야기의 주인공과 전반적인 흐름이 다반사 같다는 느낌이 강했다.물론 사람의 목숨을 놓고 총부리를 겨누는 범인들의 행각이 일순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어 앞을 한치도 내다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이야기가 종반을 치달을 무렵에는 허를 찌르기라도 하듯 '과연 이럴 수가'라는 조소와 연민의 마음까지 일었다.이 글의 주인공 다카유키는 도모미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데 도모미가 차를 몰고 귀가하던 중 핸들을 잘못 조종하는 바람에 절벽에 추락하여 운명을 달리하면서 이야기는 서서히 달구어져 간다.

 

 식장으로 예정되었던 교회에서 누군가와 미팅을 하고 귀가하던 도모미가 도로 가드레일을 받고 절벽에 추락하니 약혼남인 다카유키를 비롯하여 처가가 될 집안 식구들은 딸을 잃고 얼마나 낙담과 절망을 했을까.그런데 장인될 사람인 도사아키는 사업가로서 재산도 많고 사람을 리드하는 수완까지 있었던 바,가족과 지인들을 산장으로 초대를 하여 파티라도 할 즈음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도 쳐들어 온듯 은행털이범 2인조가 경찰에 쫓겨 산장으로 은신해 왔던 것이다.또한 그 즈음 약혼녀였던 도모미의 죽음이 단순 추락사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는 추측이 재기되면서 이야기 갈래는 점점 곁가지가 늘어나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산장에 초대된 사람과 은행털이범간 주객이 전도되어 은행털이범이 산장 식구들을 손발을 묶어 인질로 삼으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양상이 공포감을 안겨 주는 한편 강도범들의 소행이 단순하다 못해 코믹적이기까지 했다.

 

 이야기의 후반부에 이르러 일행이었던 유키에까지 죽게 되고 다카유키의 약혼녀였던 도모미의 알리바이까지 점점 드러나게 되는데...산장에 초대한,장인될 도시아키는 딸 도모미의 죽음과 관련하여 전반적인 개요를 머리에 꽉 차고 있었다.딸 도모미는 추락사한 것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었는데 그 장본인이 산장에 초대받은 사람 중에 있었던 것이다.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도시아키를 내세워 흐트러짐없이 알차게 산장 연극을 기획하고 조종해 나가려 했던 것이다.범인이 누군가를 알고 나니 어이가 없어 연민의 정까지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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