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를 타고 5주간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12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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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저 2만리》,《80일간의 세계일주》의 작가인 쥘 베른의 색다른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경이로운 탐험여행에 공상적 과학의 요소를 잘 살려 내고 있는 쥘 베른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미개지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 그리고 미개지를 탐험하려는 도전정신을 잘 그려내고 있다.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그다지 신선한 충격이라고 여겨지지 않은 일이지만 19세기 후반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공중을 나는 기구(氣球)를 타고 대륙을 종횡무진하는 모습에서 쥘 베른 작가는 탐험정신의 진수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쥘 베른의 탐험여행은 일종의 SF소설로 간주되고 독자에게는 나름대로 재미와 흥미,상상력을 고취하고 있는 것이다.

 

 

  3인 1조가 된 기구팀은 잔지바르섬에서 출발하여 남하하여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경유,모국인 영국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삼고 있다.일종의 여행 견문록으로서 여정과 여정간의 기구에 탄 탐험가들이 접한 다양한 에피소드는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어서인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감과 몰입을 더해 주었다.새뮤얼 퍼거슨 박사를 대장으로 친구 케네디 그리고 충직한 하인 조가 기구에 동승하여 검은 대륙 상공을 날면서 아프리카 대륙의 기후,토양,동.식물들의 생태계가 어느 정도 감지하게 되었다. 기구를 타고 공중을 나는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에 촉각을 세우며 읽어 내려 갔다.

 

 

 아프리카는 자연생태계의 특이한 곳으로서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기구를 바라보는 아프리카인의 눈에는 기구가 이양선과 같은 꼴이었을 것이다.추장을 중심하는 하는 집단 공동체 생활에 익숙한 그들은 외지에서 온 그들을 적개심으로 대하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지만 퍼거슨,케네디,조는 침착하고도 지혜롭게 대처해 나간다.그러나 가스의 힘과 풍력에 의해 이동하는 기구는 험난한 산맥,강,호수,맹수,조난,폭풍우에 맞서 나가야 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퍼거슨 박사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탐험에 나서기 위해 준비한 물품은 천막,모포를 비롯하여 엽총,화약,탄환 등 2톤 가량의 중량이 나갔다.과연 그들은 기구 속에서 5주간을 잘 버텨낼 수가 있을까.

 

 부친이 선장인 퍼거슨,사냥 실력이 출중한 케네디 그리고 수영 실력이 으뜸인 조는 각각의 장점을 살려 아프리카 상공을 무난히 활공하는 줄 알았는데 도중에 조가 호수에 떨어지면서 생사가 불투명해지면서 분위기는 일순 가라앉게 되었다.그러나 이것도 기우에 불과했다.조는 생환하여 퍼거슨,케네디와 다시 합류하게 된다.기구명은 '빅토리아 호'로서 위풍당당하기만 하다.게다가 쥘 베른의 글에 삽화로 그려진 동판화는 기구에 탄 이들의 5주간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재현하고 있다.또한 기구팀이 아프리카를 탐험하게 된 목적은 나일강의 발원지를 찾을 목적이었는데 그만 탐험여정은 예상을 뒤엎는 순탄하지 않게 되었다.예상치 않은 위기,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기구팀 일행은 절대신에게 기도로 의지하는 것이 최대의 정신적 구원이었다.

 

 기구팀은 세네갈 생루이에 도착하면서 5주간의 기구 여행을 마치게 된다.해협,호수,산맥,(아프리카 특유의)풍토병,맹수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고국인 영국으로 돌아가게 된다.기구 여행을 통해 박사인 퍼거슨과 하인 조는 어느새 친구 사이로 바뀌게 되었다.험난한 미개지 탐험을 통해 정신적 우의가 발현하게 되었던 것 같다.과학적 탐험정신과 미개지 문명을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하는 쥘 베른의 역작이라 할 《기구를 타고 5주간》은 19세기 아프리카의 문명과 생태까지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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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5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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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에 맛을 들여 가고 있는 가운데 색다른 추리소설을 접하게 되었다.추리소설의 전형적인 공식이 무엇인가는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건.사고가 터지면서 인물과 배경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경찰과 탐정의 파편적인 흩어진 단서들을 조합시키는 가운데 색다른 반전이 등장하면서 독자들을 미궁(迷宮)으로 집어 넣는 묘미 그리고 범인의 윤곽도 오리무중인 경우 추리소설의 궁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스위스 작가에 의한 추리소설은 처음 접한 셈이다.작가는 프리드리히 뒤렌마트로서 스위스에서는 국민작가로 칭송이 자자하다고 한다.특히 그가 남긴 《사고事故》는 전후 독일어권 최고 작품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뒤렌마트 작가의 색다른 추리소설이란 아슬아슬하고 환상적인 이야기의 서사가 아닌 이야기의 서사가 약간은 지루하면서 평범한 느낌마저 안기고 있다는 점에서 추리의 본령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는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나름 신선한 추리의 맛을 느낄 수가 있고 공간적,시대적 배경이 스위스라는 독특한 공간이 나를 매료시키기도 했다.

 

 이 글은 『약속』과 『사건 』이라는 두 편을  싣고 있다.추리소설 창작 기술에 관한  강연을 맡은 작가가 강연장에 당도하니 청중들의 숫자는 파리 날리듯 한산하기만 하여 흥이 나지를 않는 참에 취리히 주 경찰국장을 역임한 화자(話者) H박사를 만나게 되면서 약속의 이야기가 전개된다.경찰국장을 역임한 H박사가 약속의 화자가 되는데 10대 소녀만을 골라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 살인마를 수사하는 이야기이다.소녀가 인적이 드문 산간 숲속에서 누군가에 의해 칼에 찔려 죽게 되는데 동일한 살해사건이 터진다.희생자에게서 나온 초콜릿 봉봉과 같은 것이 단서가 되면서 또 다른 희생자의 단서가 될 공통분모를 찾아 나선다.그런데 연쇄살인 사건을 맡은 수사관은 마태로서 경찰국장을 역임한 H의 부하이기도 했다.공교롭게도 연쇄 살인범은 행상(行商)으로 마태의 오랜 단골이었으며 수사 실적,평가가 좋지 않은 마태는 수사관의 거취 문제를 고려하여 외국으로 나가려다 살인사건 수사를 위해 주저 앉았던 수사관 마태,그는 결국 수사관직에서 해제되고 주유소 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로이다.극히 평범하기만 한 추리소설이다.희생자는 성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유력한 용의자는 자신의 결백을 시종일관 주장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두 번째 『사건』은 자신에 관해 털어놓기를 거부하는 작가,자신의 자아를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방식으로 보편화하려 하지 않으며,자신의 희망,이나 좌절에 대해,여자들 곁에 눕는 자신의 버릇에 대해 시시콜콜 털어놓아야 할 의무감을 아예 느끼지 못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이런 작가의 경우,창작은 한결 힘들어지고 외로워지며 또한 무의미해지기 마련이라고 뒤렌마트 작가는 말하고 있다.직물판매 총책임자였던 트랍스라는 사람이 숙박비를 받지 않는 인심 좋은 여관 주인을 만나게 되낟.여관 주인은 여관에 묵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한 무리에 들어간 트랍스는 재판 놀이를 하게 된다.트랍스가 피고인이 되어 사건.사고의 상황을 재현하는 것이다.지난날 판사,검사,변호사를 역임했던 사람들은 법조계의 경험과 이력이 몸에 배여 있지만 트랍스는 직물 판매만을 했던 사람으로 법에 관해서는 신출내기티가 물씬 풍긴다.역사상 유명한 재판들을 즐겨 찾고 재미있게 재판 놀이를 한다는 『사고』는 법에 문외한인 나도 직접 원고.피고가 되어 역사상 유명한 인물들의 이력을 비틀어서 재판에 회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재판,판결은 시대와 사회의 여론에 따라 유.무죄가 되는 가변적 요소가 크기에 실제로 재판 놀이를 해 보면 재판의 현장에 몰입하여 생생한 소재,서바이벌 게임이라는 흥미로운 상황을 연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또한 뒤렌마트 작가는 일반 독자들이 생각하는 추리소설의 통념 구조를 깨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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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백작부인
레베카 존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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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설공주를 숲으로 데려가거라. 저 애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저 애를 죽이고 그 증거로 허파와 간을 가져오너라." - 프롤로그 -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인 팩션물은 나름 흥미를 배가시킨다.역사적 사건을 다루되 가공할 만한 희대(稀代)의 엽기적인 살인행각은 당대에서는 시대,사회적 상황에 의해 베일에 가려져 있다가 기록물이 기관 및 인물에 의해 파헤쳐져 세인들의 관심을 자아내게 할 것이다.한국 역사 속에서도 범상치 않았던 각종 사건과 사고가 현대 작가들에 의해 각색되면서 해당물은 소리 소문없이 발빠르게 번져갈 것이다.젊은 처녀의 피를 좋아했던 17세기 헝가리 백작부인의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레베카 존스 작가에 의해 천하에 공개되었다.물론 이 도서가 나오기 전에도 드라큘라물로서 영화로 상영되었다고 하니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당대 백작부인의 개인를 둘러싼 여러 정황들과 사회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폴란드 왕을 사촌으로 두었던 에르체베트 바토리 백작부인은 남편 페렌츠 나더슈디가 있었지만 헝가리와 터키와의 끊이지 않은 전쟁으로 젊은 남정네들은 전쟁터로 향하면서 아내는 살아 있는 과부 노릇을 해야만 했다.바토리 백작부인 나이 40세에 남편이 전사(戰死)하자 정신 분열증이 발발하게 되는데 역사학자들은 바토리 백작부인이 왕족 출신으로서 왕족간에 근친상간이 빈번해지면서 그녀에게도 나쁜 유전자가 뒤섞인 것으로 보고 있다.젊은 나이에 남편을 여의고 홀로 살아가는 백작부인에게는 하녀를 노예 다루듯 채찍질하고 죽음을 보아야 속이 풀리는 기이한 성정을 갖고 있었다.엄격한 시어머니와 당시 흑사병으로 자신의 딸이 죽어가는 것을 목도하면서 그녀의 정신 분열증은 한층 심화되어 갔다.

 

 하녀의 피로 목욕을 해야 신체가 건강해진다는 착각 속에 빠지면서 바토리 백작부인은 농부들의 딸을 납치하기를 서슴치 않는다.물론 하녀들을 시켜 체이테(Csejthe)성으로 납치한다.하녀들 역시 무고한 처녀들을 짐승 다루듯 하는 것에 이골이 났을 것인데,가공스럽고 잔인한 것은 철의 처녀,철의 새장이라는 도구로 농부의 딸들의 목숨이 끊어지는 것을 지켜 보면서 뚝뚝 떨어진 선혈에 자신의 몸을 담갔던 것이다.희생된 처녀수는 족히 600여 명을 넘는다고 한다.그런데 이러한 엽기적인 행각이 교구 신부에게 알려지게 되지만 그녀가 왕족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감금형에 처해지고 3년 뒤에 감옥에서 옥사하게 된다.

 

 레베카 존스 작가는 팩션물답게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담담한 어조로 기술하고 있다.1611년 1.1∼1614.8.20일 사이에 일어났던 바토리 백작부인의 행적을 사실과 상상력을 교합시켜 그리고 있다.편지글과 같은 수기형식의 글로서 바토리 백작부인의 아들 팔 나더슈디에게 자신의 살아 온 날들에 대한 회한과 심경을 고백하고 있는 셈이다.부인을 소 닭 보듯하던 남편 페렌츠 나더슈디가 생전 백작부인에게 관심과 애정을 더 쏟았더라면 과연 희대의 엽기적 행각을 벌였을까.관심과 애정에 목말랐던 바토리 백작부인은 돌이킬 수 없는 잔인의 극치를 보여 주고 말았다.모든 잘못은 꼬리가 길면 잡히게 마련이다.바토리 백작부인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교구 신부에 의해 체포 지시가 떨어지면서 그녀는 불명예스럽지만 옥사하고 말았던 것이다.현대사회에서도 신분이 높은 사회 지도층의 비리.의혹은 법과 정의,상식을 뛰어 넘는 비정상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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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작은 새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고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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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조이스 캐럴 오츠 작품은 처음 접했지만 명성만큼이나 탄탄한 주제의식(엑소시즘)과 촘촘한 인물심리 묘사와 사건전개의 독특한 문체 등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흔히 사람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희생을 당한 집안끼리는 얼굴도 안보고 말도 걸지 않을거 같은데 이 글의 주인공 크리스타 딜과 애런 크럴러는 10대 청소년으로서 부모로 인해 빚어진 잘못된 기억을 내쫓기라도 하듯 둘은 미래를 기약하는 연인관계로까지 발전한다.유럽계 소설과는 달리 미국 소설은 공간적 배경과 인물 심리묘사가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즉 스케일이 크고 사건과 그 해결과정이 다양하며 범인을 추적하는듯 하다가 희생자와 혐의자의 자녀들이 글의 주인공으로 바뀌어 가는 점이 스릴러를 맛보는 듯한 반전과 스토리의 빠른 전개력에 흡인력은 가중되고 재미와 흥미까지 생겨 읽는 내내 지루하지를 않았다.

 살해사건의 혐의를 받고 있는 크리스타 딜의 아버지는 목수이고 애런 크럴러의 아버지는 자동차 카센터 정도의 일을 하며 죽은 크럴러는 밤무대 가수에 창녀로서 생을 살아간다.어찌되었든 애런의 어머니는 변사체로 발견되고 크리스타 아버지 에디 딜은 크럴러와 서로 정담을 나누고 가까운 사이였던 만큼 용의자는 당연 에디 딜로 쏠리는데 에디 딜은 자신이 무죄임을 백방으로 알리려 하지만 방송국,경찰,검사,저널지는 서로가 한 통속이 되어 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에 급급하다.살인사건이 일어난 당일의 알리바이도 맞아 떨어지지 않으며 평소 난폭하고 성격이 급한 앨런의 아버지 역시 사건담당자들에게 혐의 및 심증은 가지만 물증 등이 없어 앨런의 아버지는 혐의망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결국 식지 않은 혐의를 안고 크리스타 딜의 아버지는 경찰과의 추격전 끝에 불행하게 삶을 마감하게 되고 앨런 크럴러 아버지 역시 혐의자라는 딱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불안불안한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앨런 역시 성정이 그리 좋지는 않다.학창시절 학업에 전념하지 않고 말썽을 피우다보니 퇴학을 당하게 된다.크리스타 딜은 아버지의 사랑만큼 죽은 앨런의 어머니마저 사랑하게 되며 어찌된 일인지 앨런과의 관계가 깊어만 가고 둘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일 만큼 급진전하게 된다.이는 작가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좋지 않은 기억을 밀쳐내고 불식시키려고 의도적으로 엑소시즘을 끼워 넣었던거 같다.삶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오늘의 적이 내일의 아군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감수성이 한창 민감하던 시기에 크리스타 딜은 아버지가 살인 누명으로 결국 생을 마감하고 애런의 어머니 조이클러러는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서 크리스타 딜과 조이 클러러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신적 충격과 상처를 딛고 화해와 재결합의 묘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개인적으론 크리스타 딜의 아버지는 내연 관계에 있었던 조이 크럴러를 죽이지는 않았다고 본다.모든 정황과 그의 행동반경으로 봤을때 그러한 마음이 든다.희생자 조이 크럴러는 말이 없고 정범(正犯)은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의 전말과 범인에 대한 예측은 독자의 몫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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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두리 없는 거울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박현미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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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부터 땅거미가 질 때 귀신과 만난다고들 하잖아요.귀신을 보는 때는 한밤중이 아니라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는 저녁과 밤의 경계에요." -P37

 

어린시절 뒤에서 누군가 나를 쫓아 달려오는 귀신이나 악몽을 많이 겪지는 않았다.무서움을 타는 것도 부모의 기지를 닮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무서움을 많이 타셨다고 한다.발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무서워서 밖으로 나가기 싫을 때 또는 가위에 눌려 꼼짝을 할 수 없을 때가 가끔 있었다.시골의 겨울은 찬공기와 함께 맑게 시리도록 창공에 떠있는 달은 대지를 비추기는 하지만 낮만큼 밝지는 않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한 달밤엔 나무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정도로 달밤의 정취는 고요한 만큼 소리없이 누군가 내 뒤를 미행하는 것만 같았다.안채와 측간이 떨어져 있는 만큼 소변은 오강이으로 해결하지만 대변은 방문을 열고 측간까지 가야 하기에 급한 경우가 아니면 참다가 날이 새면 가곤 했다.다급해진 경우 용기를 내어 측간에 가곤 했는데 그것도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를 믿고 갔던 것이다.볼 일을 마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달려 방문을 열고 들어가 잠을 청하기도 했다.그런데 이러한 무서움증이 어린시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할아버지,할머니 등 식구가 죽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측간이나 화장실을 갈 때에는 으례 대문간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돌아가신 어르신이 귀신이 되어 대문간을 열고 뚜벅뚜벅 들어오지는 않나 하고 마음이 쪼그라들곤했다.아마 나와 오랫동안 정을 나누면서 한지붕 아래에서 살았던 기억과 추억이 마음 속에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당연 대문간을 바라보는 습관과 산사람이 아닌 죽은 귀신으로 나를 덮친다고 생각하니 무서움증,전율감이 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학창시절 워낙 책과는 담을 쌓았던 만큼 독서이력도 일천하기만 하다.아니 거의 읽지 않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만시지탄이라고 했던가.늦깍이로 책을 접하게 되면서 다양한 장르를 누비는 셈인데 학창시절엔 변변한 도서관도 없었고 책을 사야 할 경제적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던 것도 환경적 이유가 될 것이다.다만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과 내지 문제집을 구입하여 시험에 나올 부분은 연필,색연필로 밑줄 짝 그으면서 핵심 부분을 달달달 외우고 시험에 임했다.주지하다시피 논술도 아닌 사지 선다형인 객관식이 대부분인데 교사에 따라서는 시험에 나올 만한 것들에 대해 힌트를 바겐세일과 같이 선심을 쓰기도 했다.아무튼 학창시절 괴담,추리,스릴과 같은 무서움을 유발하는 책을 많이 접하지를 못해서인지 어른이 되어 그러한 장르를 접하고서도 감정과 정서가 무디어 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주 제목 《테두리 없는 거울》을 포함하여 다섯 편의 소설집 이 글은 츠지무라 미즈키 작가의 어린시절 신사(神社) 주위에서 친구들과 놀다 들어가지 말라는 곳에 들어가 마음으로 겪었던 갑작스런 당황과 무서움증에 사로 잡혔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다.사람은 '어떠한 징조에 사로잡힌다'는 말이 있듯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리를 떠나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 민담에 바탕을 둔 괴담은 대대로 후손들에게 전해지면서 하나의 괴담의 틀을 이루고 일반인들의 내면에 깊게 천착하게 된다.'삼인성호'라는 성어(成語)가 있다.없는 것도 여러 사람이 모여 작당을 꾸미게 되면 뭔 모르는 사람들은 이를 곧이 곧대로 믿게 된다는 것이다.

 

 학교의 계단에 산다는 하나코의 이야기(일곱 가지 불가사의 이야기)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야 저주와 형벌이 오지 않는다는 계단의 하나코,한 사람의 죽음의 원인을 놓고 저주냐 분노냐로 설왕설래하는 그네를 타는 다리,죽었다던 소녀가 개집에서 발견되면서 벽 장,세면대 아래에서 시체가 나귕구는 소름 끼치는 섬뜩한 이야기,거울 속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테두리 없는 거울,거울 속의 자신의 미래가 현실에 존재하는 자신에게 피범벅인 손을 내밀고 거울에 비친 미래를 삭제하려는 이야기,누군가를 마음 속에 데려와 분신으로 삼지만 정작 눈에는 보이지 않는 친구 이야기 등이 (사람마다 경험의 차이는 있겠지만) 괴기스러운 공포증을 한 두번쯤은 겪었으리라 생각한다.이 다섯 편의 이야기는 순서별로 도시 전설,분신사바(귀신을 불러내는 놀이),주문,점(占),비가시적인 친구로 정리할 수가 있다.과연 인간의 내면에는 유령,정령,귀신이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걸까.특히 생각하기 싫은 악몽이라고 꾸고 나면 몸에 식은땀이 흥건히 배인다.사람은 독한 생물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나약하기 그지 없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번데기가 껍질을 벗고 성충이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듯 무서움증 마음먹기에 따라 삶의 통과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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