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작은 새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고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조이스 캐럴 오츠 작품은 처음 접했지만 명성만큼이나 탄탄한 주제의식(엑소시즘)과 촘촘한 인물심리 묘사와 사건전개의 독특한 문체 등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흔히 사람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희생을 당한 집안끼리는 얼굴도 안보고 말도 걸지 않을거 같은데 이 글의 주인공 크리스타 딜과 애런 크럴러는 10대 청소년으로서 부모로 인해 빚어진 잘못된 기억을 내쫓기라도 하듯 둘은 미래를 기약하는 연인관계로까지 발전한다.유럽계 소설과는 달리 미국 소설은 공간적 배경과 인물 심리묘사가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즉 스케일이 크고 사건과 그 해결과정이 다양하며 범인을 추적하는듯 하다가 희생자와 혐의자의 자녀들이 글의 주인공으로 바뀌어 가는 점이 스릴러를 맛보는 듯한 반전과 스토리의 빠른 전개력에 흡인력은 가중되고 재미와 흥미까지 생겨 읽는 내내 지루하지를 않았다.

 살해사건의 혐의를 받고 있는 크리스타 딜의 아버지는 목수이고 애런 크럴러의 아버지는 자동차 카센터 정도의 일을 하며 죽은 크럴러는 밤무대 가수에 창녀로서 생을 살아간다.어찌되었든 애런의 어머니는 변사체로 발견되고 크리스타 아버지 에디 딜은 크럴러와 서로 정담을 나누고 가까운 사이였던 만큼 용의자는 당연 에디 딜로 쏠리는데 에디 딜은 자신이 무죄임을 백방으로 알리려 하지만 방송국,경찰,검사,저널지는 서로가 한 통속이 되어 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에 급급하다.살인사건이 일어난 당일의 알리바이도 맞아 떨어지지 않으며 평소 난폭하고 성격이 급한 앨런의 아버지 역시 사건담당자들에게 혐의 및 심증은 가지만 물증 등이 없어 앨런의 아버지는 혐의망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결국 식지 않은 혐의를 안고 크리스타 딜의 아버지는 경찰과의 추격전 끝에 불행하게 삶을 마감하게 되고 앨런 크럴러 아버지 역시 혐의자라는 딱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불안불안한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앨런 역시 성정이 그리 좋지는 않다.학창시절 학업에 전념하지 않고 말썽을 피우다보니 퇴학을 당하게 된다.크리스타 딜은 아버지의 사랑만큼 죽은 앨런의 어머니마저 사랑하게 되며 어찌된 일인지 앨런과의 관계가 깊어만 가고 둘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일 만큼 급진전하게 된다.이는 작가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좋지 않은 기억을 밀쳐내고 불식시키려고 의도적으로 엑소시즘을 끼워 넣었던거 같다.삶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오늘의 적이 내일의 아군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감수성이 한창 민감하던 시기에 크리스타 딜은 아버지가 살인 누명으로 결국 생을 마감하고 애런의 어머니 조이클러러는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서 크리스타 딜과 조이 클러러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신적 충격과 상처를 딛고 화해와 재결합의 묘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개인적으론 크리스타 딜의 아버지는 내연 관계에 있었던 조이 크럴러를 죽이지는 않았다고 본다.모든 정황과 그의 행동반경으로 봤을때 그러한 마음이 든다.희생자 조이 크럴러는 말이 없고 정범(正犯)은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의 전말과 범인에 대한 예측은 독자의 몫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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