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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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3일 중 이틀을 가위를 눌렸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은 시간은 새벽 3시 45분. 완전한 몰입. 미궁에 빠진 완전 범죄를 추적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본 느낌이기도 했다. 중간 중간 특정 사건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애써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았다. 신유나를 뺀 나머지 주변 인물들이 화자가 되어 다각도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점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작가의 의도였다. 그렇지. 신유나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없이 정황과 의심으로 충분히 읽는 사람마다 상상력을 증폭시키며 어떤 이는 냄새를 통해, 어떤 이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어떤 이는 특정 사건을 통해 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었다. 그래서 범죄/스릴러/공포에 취약한 나는 가위에 눌린 것이다.



책을 읽으면 책 제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이 만든 기준으로 행복을 추구하고, 그 기준을 벗어나는 사람은 강압, 폭력, 살인으로 억누른다. 읽는 내내 싸이코, 범죄자, 악인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작가의 말에서 ‘나르시시스트‘란 용어가 새롭게 다가왔다.



흔히 자아도취형 인간을 나르시시스트라 부르지만, 병리적인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는 의미가 좀 다르다. 통념적인 자기애나 자존감과는 거리가 있다. 덧붙이자면 모든 나르시시스트가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모든 사이코패스는 기본적으로 나르시시스트다.

520쪽

덧붙여 ‘너는 특별한 존재‘라고 우쭈쭈하는 최근 트렌드가 위험한 나르시시스트를 낳을 수 있다는 점까지 언급한다. ‘위험한 나르시시스트‘라는 건 범죄자와 같은 극단적인 모습이 아니어도 정말 많이 봤다. 자기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나타나는 독특한 말과 행동. 그럴 때 차마 입 밖으로 말하진 못했지만, 언젠가는 좀 알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속으로 외쳤다.



- 넌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야. 하지만 너만큼 다른 사람들도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야.



그저 관종의 시대로만 여겼던 경험이 ‘나르시시스트‘란 용어로 정리가 되었다. 자존감을 높이는 교육과 트렌드도 중요하지만 주제파악을 할 줄 아는 자기객관화능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타인을 바라보듯 나를 바라보는 것. 그래서 신유나의 모습에서 혹시 나의 모습이 있는지 점검했다. 신유나로 인해 주변인들이 느꼈을 불편함이 혹시 내가 누군가에게 보였을 모습이 아니었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내가 추구하는 행복이 타인도 동의하는 행복인지, 행복이라는 단어를 ‘가치‘로 바꿔서도 체크했다. 혹시 나의 사회 생활 중 내 생각이 내 의도와 달리 누군가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는지 범위를 넓혀갔다.



불쾌한 것을 마주했고, 소름끼쳤고, 악몽을 꾸었다. 그것만으로 이 소설의 느낌을 마무리하기엔 내가 몰입했던 시간이 아까워서 생각을 확장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었기에 내가 몰입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다만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

5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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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05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도 아니고 이틀 동안이나 가위에 눌릴 정도라면 정유정 작가 필력이 무섭! 오늘 지유님이 마주 한 하늘 저도 보면서 감탄중! 이토록 좋은 날씨에 공포 소설보다 차분한 에세이 추천 합니다 !!

지유 2021-09-05 17:37   좋아요 1 | URL
차분한 에세이 ㅋㅋㅋ 안그래도 미술책 읽고 있습니다~^^ 남은 주말 편안히 보내세요. /(^p^)/

오거서 2021-09-08 2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유정 작가님을 좋아하는 분 같아요. 누구나 자기 맘에 드는 작품을 만나면 밤을 세우기도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소설을 읽을 때 그렇지요. 오호, 가위에 눌릴 정도라니 정유정 작가를 다시 봐야겠어요.

지유 2021-09-10 16:41   좋아요 0 | URL
정유정 작가 책은 처음인데요, 내용이나 글이 임팩트가 있었던 것 같아요. ㅎㅎ
 
인플레이션 이야기 -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우리의 돈을 훔쳐가는가
신환종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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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화폐 이야기로 시작하는 전반부는 술술 읽다가 본격적인 경제 이야기로 넘어가자 책장이 넘어가질 않았다. 그것은 책이 아닌 나의 문제.



- 저 그래서 투자를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계속 책에게 말을 걸었다.



- 그럼 부록을 보세요.


나같은 사람을 위해 부록이 있었나 보다.



부록은 본책보다 친근했다. 하지만 여전히 확실한 답은 모르겠다.



경제에 눈을 뜨려면?



결론 : 그냥 공부. 판단은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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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철학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37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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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게 통할 수 있는 철학 이야기면 조금은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책.



이러이러한 철학자가 있어. 정도로 소개하는데 그친 느낌이다. 인생과 세상을 바라보는데는 이러한 관점이 있는데 너는 어떠니? 당장 답을 할 수는 없겠지만(어른인 나도 어려운) 끊임없이 삶 속에서 사유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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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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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철학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37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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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이 보여주듯이 자유주의는 자신과 다른 사회, 다른 문화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미성숙‘ 상태로 낙인찍지요.
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이 미개인이라고 규정한 사람들을 문명화해야한다는 ‘도덕적 의무감’마저 가집니다. 하지만 영국의 침략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1700년대 초반의 인도는 섬유·해운·조선·철강 주요 산업 분야에서 영국을 능가했습니다.
영국은 인도에 각종 세금을 부과하며 무역을 규제했습니다. 심지어 숙련공의 손가락까지 잘라 인도의 제조업을 붕괴시켰지요. 약탈한 원자재로는 자국의 산업을 키웠습니다.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세계 제조업에서 인도의 수출 비중은 18세기 초 27퍼센트였는데요. 20세기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무렵에는 2퍼센트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인도는 근대적 경제 체제를 발전시킬 기회를 완벽히 빼앗긴 거죠.
그래서 영국에 의한 인도의 근대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오히려 영국의 산업 혁명이 번영을 구가하던 인도 제조업의 파괴 위에서 이루어 진것으로 보아야 현실에 가깝습니다.
물론 자유주의가 곧 제국주의는 아닙니다. 그러나 제국주의가 종종 자유주의라는 가면을 쓰는 것은 분명합니다. 밀은 영국이 인도를 통치하며 "인류가 이제까지 보아 왔던 것 중에서 가장 유익한 정책을 폈다"고 호언했습니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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