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 버섯 능어리, 추어탕 짝꿍 잰피
곡성장
김창헌 기자  
 
 


▲ 꽃보자기를 든 할머니. 오래된 장옥만큼이나 정겨운 장날의 모
습을 곳곳에서 만난다.
ⓒ 김창헌 기자

“아이고 환장허겄네.”
좌판도 제대로 못 차렸는데 손님들이 몰렸다.
“언능 기(게) 폴아. 폴 거여, 말 거여.” “조구(조기) 내노라는 소리가 십년은 됐겄네.” 손님들 성화가 이만저만 아니다.
혜성상회 최복순(63) 할머니는 물건을 떼러 여수까지 갔다오느라 ‘좀’ 늦었다. 그 ‘좀’에 이 사태가 났다.

단골이 많은 가게다. 곡성장에서 40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 아버지 때부터 꾸려 온 생선가게. 명태국 좋아하는 집인지, 갈치조림 잘 해먹는 집인지 다 안다. 뉘 집 며느리 버르장머리, 뉘 집 시엄씨 성깔까지  다 안다.
손님들이 다 이무럽다. 조기 한 궤짝 바닥에 내팽개치고 “주슴서(주우면서) 골라. 고를 것도 없이 존(좋은) 조구여.”

12년 단골이라는 한 아주머니는 미더덕 수리미(오징어) 정리를 돕는다. 아예 장사를 한다. “기가 맥힌 깔치(갈치), 검정것으로 사야제. 더 비싸도 더 맛나. 딴 것 안 가져가. 지져야지 꾸믄(구으면) 아까운 깔치여.” 검정것이란  ‘먹갈치’. “여기는 수입것이다 국산이다 다 말하고 팔아. 믿고 사. 내가 생선장수 다 됐네.”

70여 채의 오래된 슬레이트 장옥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곡성장(3·8일). 그 너머 하천부지에도 장이 성성하다.
“여가 질(제일)로 복잡한 디여. 댕길라믄 옹삭스라.” 사람들 밀려 ‘갑시다!’ 소리치는 곳이 있다. 무쇠솥에 설설 끓는 국밥이 이름나 밥때가 되면 사람들 찾아든다.


▲ “요것을 너믄 돼지고기가 소고기로 변해 불어.” 능이. 추어탕 오리탕에도 이것이 들어가야
개운한 맛이 난다. 잰피. 다 늙은 오이, 삐뚤어진 호박도 알아보는 눈길이 있다. “남원에서는 요
것 나왔다고 좋아라 한디, 곡성은 잘 모르고만.” 양하.
ⓒ 김창헌 기자


“내야 내놓으믄 지비는 한나도 못 폴았네. 운 좋구만”

곡성장 재미는 채소전이다. 신문지나 비료포대나 책보 따위 깔아놓고 다 늙은 오이 세 개, 삐뚤어진 호박, 대접으로 파는 청량고추 같은 것을 늘어놓은 좌판들. 

“내가 장사가니. 요것 해 갖고 전기세나 내제” 하는 할머니들의 고만고만한 좌판이 줄줄이 이어져 없는 게 없다. 반찬거리 입맛 다실 요기거리가 바글바글, 시장바구니 들고 나온 아주머니는 “푸져 갖고 뭘 해묵어야 헐지를 모르겄네” 한다.
곡성장은 채소전이 터주대감처럼 넓게 따로 자리하고 있다. 원래는 장옥 안에 있다가 하천부지 공사를 해서 새로 살림을 나온 것.

“(채소전이) 장 안에 있을 때는 보도사도 못해. 구랭이 한 마리 못 지내 댕겨. 곡성이 뭐 안 난 것 없이 많이 난게 곡성장에 채소가 싸. 압록 사람들이 채소 살라믄 곡성장 오고 생선 살라믄 구례장 가고 그려. 곡성장 채소가 싼게 장사꾼들이 여그서 고치(고추) 콩 폿(팥) 사다가 광주 남원 구례에 내고 그려. 곡성 고치가 유명하잖애.” 동막떡(59)은 깻잎 오이고추 얼가리배추 집된장을 팔고 있다.

가을 채소전에는 새로 생겨난 전(煎)이 여럿이다. 밤전이 크고 단감도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대추 무화과가 탐스럽다. 모양새나 양으로 보나 하나하나 손수 따온 것들. 한 할머니는 “무화과가 잘 나가네. 우리집 무화과가 더 큰디, 나도 갖고 올건디…. 내야 내놓으믄 지비는 한나(하나)도 못 폴았네. 운 좋구만” 한다.


▲ “나왔는가.” 채소전에서 만난 웃음.
ⓒ 김창헌 기자

오곡면 봉조리에서 온 할머니는 ‘최고밤’ ‘고급밤’만을 팔고 있다. 재미난 호객 행위로 주위 할머니들을 웃게 만든다. “내야(내것)만 최고밤. 쩌 밤은 못난이밤. 산에서 주숴(주워) 온 내야만 고급밤. 알밤은 널친(떨어진) 놈이 맛있어. 내야가 널친 밤.” 멧돼지 너구리 다 먹기 전에 부지런히 가서 주워 온 알밤이다. “내 밤 못 사믄 밤잠 못 자.”

밤이 잘 나간다. 막 따온 햇밤들. 알이 통통하다. 만지작거리다 “담아주쇼” 하게 된다. 한 할아버지는 알밤 펼쳐놓고 가만히 앉아 있다. 아무 말 없이 담배 태우고 있다. “보믄 알아…. 알아서 가져가.” 그 말이 맞았다. 점심때 되자 밤 싸온 보자기를 홀가분하게 털고 담배 한대 태우고 있다.

시방 채소전 사람들은 너나 나나 도시락이다. 자장면 값도 오르고 비료값도 올랐다. 시장 식당밥도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랐다. 식당밥 먹던 사람들도 도시락으로 돌렸다. “장사하는 사람들이라 차비라도 빼야겄다는 생각이 먼저 들제. 식당 언니 서운해한게 한번썩은 묵어줘야 한디….” 옥과에서 온 전춘연(58)씨.
어디서 “박 떨어졌네” 하는 소리가 들린다. 둥근 박 하나가 좌판에서 떨어져 굴러가고 있다.


▲ 머리를 봐라! 햇빛을 가리고 흘러내리는 땀을 막는 방법도 여러 가지.
ⓒ 김창헌 기자


▲ 장옥에 자리한 3천 원하는 백반집.
ⓒ 김창헌 기자

나락이 많이 죽은 해 많이 나는 고마운 버섯, 능어리

눈길 끄는 것들이 있다. 가을이라야 낯을 내미는 것들이다.
별스럽게 생긴 능어리(능이버섯)는 나온 양이 적지 않다. 봉조리2구 정옥자(53)씨는 “곡성장 아니믄 나오가니” 한다.

‘일 능이, 이 표고, 삼 송이’라고도 하고 ‘일 능이, 이 송이, 삼 표고’, ‘일 능이, 이 석이, 삼 송이, 사 표고’라고도 한다. 이러나 저러나 능이는 일등이다. 버섯 가운데 제일. 값이 만만치 않다. 손님도 “아따 좋소! 비싸지라 잉” 하고 지나간다. 신문지 반쪽에 올려놓은 능이 값이 십만 원. 1㎏에 5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는 날씨가 가물어 갖고 능어리가 크지도 않고 많이 안 났어. 비가 자근자근 와야 몽신몽신 나거든. 근게 이것이 나락이 많이 죽은 해에 많이 나고, 나락이 잘 되는 해에는 없고 그려.”
태풍에 농사 망친 해, 능이는 어느 해보다 많이 나와 애들 차비도 학비도 마련해 준다. 밀린 비료값, 농약값도 대주는 버섯이다.

“딱 9월 한 달간 능어리가 나. 많이 난 해는 이백(200만 원)도 되고 삼백도 돼. 돈 나갈 일은 많고 농사는 안 되고 갑갑해 죽겄다가 그 돈 쥐어지믄 한시름 놓제. 근디 올해같이 안 나믄 백도 안 되야.”

능어리밭 발견했을 때는 반갑고 고마워서 가슴이 애릴 정도다. “몬당(정상) 7∼8부 능선 북풍받이에서 능어리가 나. 한 포기씩 있기도 하고 어떤 데는 줄로 조르르 나 있기도 하고. 요 몬차(먼저)는 작년에 난 디도 가보고 능선 너머로도 갔는디 하나가 없네. 해 떨어진게 내려온디 뫼똥 가상에 쪼르르르 보여. 시상에 시상에 내 생각고 니가 있었구나 했제.” 


▲ “요것이 장사가니. 전기세나 낼라고 하는 것이제.”
ⓒ 김창헌 기자

▲ 시장 대장간은 장터의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 김창헌 기자

능이는 한약 냄새가 난다. 그러나 먹다 보면 그 맛과 냄새에 빠져든다. “독해. 비올 때 따믄 살이 까져 불어. 묵는 디는 지장없어. 한약보다 더 좋은 게 능어리여. 애 낳고 속배 아픈 데 이만한 것이 없제. 청양고추 넣고 능이로 돼지고기 호박찌개 하믄 그렇게 맛있어. 돼지고기 맛이 소고기 맛으로 변해 불어.”

능이는 머리에 쓰고 다녀도 될 정도로 큰 것도 있지만 음식으로 해 먹기에는 주먹만한 것들이 뭉쳐 있는 것이 좋다. 가지에 ‘수염(잔 털)’이 나 있는 것보다 손으로 만졌을 때 단단한 것이 좋다. 수염 난 능이는 늙은 능이다.      

“우리는 잰피 있어야 추어탕 오리탕을 낄여”
나룻배로 강 건너 장에 나온 이들은 섬진강변 호곡마을 사람들. 나루터 건너로 줄 끄집는 줄배 타고 건너다니는데, 시방 그 줄이 끊어졌다. ‘작질’로, 긴 대나무로 물 속 짚어가며 물을 건너왔다.
호곡마을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팔고 있는 것은 잰피. 대야에 신문지 위에 스뎅(스테인레스 스틸) 밥그릇에 작고 붉은 열매가 예쁘기만 하다.

신백동(76) 할머니가 잰피 열매 하나를 건넨다. “한번 깨물어 묵어 봐.” 무슨 맛일까, 궁금했다. 하지만 얼른 뱉어내고 말았다. 입안이 얼얼하다. 할머니는 “참말로 맛있는 거여” 한다.
“우리는 요것 있어야 추어탕 오리탕을 낄여(끓여). 잰피 없으믄 안 묵고 말어. 요것 들어가야 향이 팍 남시롱 얼큰하니 맛나. 안 들어가믄 기심심허니 개운한 맛이 없어. 배추짐치 무시 싱건지 겉절이 담글 때도 요것 넣야 맛이 나제, 안 들가믄 심심해서 못 묵어. 요것을 꾸준히 여 먹으믄 회충이 없어. 호곡 사람들은 당아 회충약 안묵고 살어.”

잰피와 비슷하게 생긴 산초는 껍질을 버리고 열매를 먹지만 잰피는 열매를 버리고 껍질을 갈아서 먹는다. “이것을 널어 노믄 까만 씨가 톡톡 터져 나와. 딱 말려놨다가 새복 꼼꼼(깜깜)할 직에 다시 내놔. 이슬에 촉촉할 때, 아침에 비비믄 (안 빠지던 열매가) 딱 빠져 불어. 껍데기만 해 묵을 수 있제.”

잰피는 “큰 공들여서 따온 것”. 앞산에는 없고 깊은 산에 들어가야 있다. “야차운 산에 없어. 요놈 따러 가다보믄 멧돼지도 있고 산삼도 있고 다 있어. 같이 댕겨야제 무솨서(무서워서) 혼자 못 댕겨.”

잰피는 겨울에 홑옷을 입어도 추위를 모르게 된다고 할 정도로 약용으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곡성장에는 산호처럼 생긴 싸리버섯과 영지버섯도 많다. 영지버섯은 매화나무에서 난 것인지 참나무, 감나무에서 난 것인지 따진다. 자두나무에서 난 영지를 가장 높게 치고 있다.


▲ 장바닥에서 술 한잔 걸치는 재미.
ⓒ 김창헌 기자


▲ “우리는 도매라 싸요. 깎을 것도 없어요.” 추석 대목 곡성장 풍경.
ⓒ 김창헌 기자

일제에 항거, 가장 늦게까지 엽전 사용한 장
대장간에 든다. 16살 때부터 장사를 해오고 있는 임금택(65)씨. 장선리 문철호(77) 할아버지가 마실 나와 있다.
“장이 원래는 지금의 매일시장 자리에 있었제. 쫍아 갖고 이쪽으로 나왔어. 조순희씨가 국회의원 할 땐게 50년대 중반에 이쪽으로 왔을 거여.”

“소전도 크고 돼아지전도 크고. 남원 금지면 주생면, 남원 대강면 사람들도 오고, 곡성 4개면 전북 3개면 사람들이 장보러 왔제. 시방도 오고. 금지면 사람들이 생강 들고 많이 왔제. 걸어댕길 땐게 아침에 왔다가 해름참에 가는디 신작로에 주막집이 쌨어. 한잔씩 먹고 가는 거제. 안 글믄 못 들어가.”

곡성장에 이름난 순대국밥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옛날에는 순대를 ‘피창’이라 했다. “서울에서도 피창을 묵으러 와. 젊은 사람들은 ‘똥국’이라고 하던마. 지금이사 순대국밥을 쉽게 사묵는디 우리 살 때는 비참했는게 돈깨나 있는 사람이 사 묵고 그랬어. 실가리죽도 제법 논두렁이나 짓는 사람이 묵고. 100환이믄 백반이 진수성찬일 때제. 국시 한 투가리(그릇)에 5원 할 땐가 50원 할 땐가, 그것 사묵기도 쉽지 않았제.”

생선은 여수와 순천에 가서 가져왔다. 곡성에서 여수 가는 기차가 다녔지만 차비가 비싸 장사꾼들이 걸어서 가져왔다. “17번 도로 따라 가 갖고 지게로 지고 와. 대구 생명태 철따라 지고 옴시롱 폴고, 곡성에 다 가져와 갖고는 썩어서 버려 불고 했어. 근게 가오리를 많이 가져왔제. 시방이니까 홍어라고 한디, 그때는 가오리라고 했어. 써금써금 썩은 채로 팔아도 맛이 좋은게.”
조남녀(81) 할머니는 “옛날에는 가을이면 곡성장이 ‘감장’이었다”고 말한다.


▲ “보믄 알아…. 알아서 가져가.” 통통한 알밤, 호객 행위가 필요 없다.
ⓒ 김창헌 기자

“곡성이 감 고장이었어. 감이 많이 나온게 사 간 사람도 많고. 내가 명산서 살았는디 하루장에 두 번을 감을 여다 폴았는게. 학독(확돌)에다 소금 넣고 감잎싹 넣고 우려갖고 폴고 논 가상에 떨어진 놈은 논바닥에 파묻어 놨다가 폴고.”  

문헌으로 보면, 곡성장은 1770년 편찬된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에 처음으로 나타난다. 석곡장(5) 옥과장(4·8) 흥복장(1, 겸방면 원동장)과 함께 곡성장은 3일 끝나는 날짜에 서는 십일장이었다. 1830년대 쯤에 3·8일에 장이 서는 오일장으로 발전한다.

곡성장은 가장 늦게까지 조선조 엽전이 사용된 장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이후 새로운 화폐가 나와 엽전은 한낱 쇠붙이가 되고 마는데 곡성장에서만큼은 전라선이 개통될 무렵인 1932년까지 무려 10년 넘게 화폐 구실을 해냈다. 전국의 엽전이 곡성장에 몰려 시장경제를 이끌었다.
‘삼성삼평’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일제에 의해 악의적으로 비춰진 곳 중 하나인 곡성. 곡성장의 엽전 사용은 일제의 강제적인 경제수탈에 반대하는 항일운동에 다름 아니었다.


▲ 채소전 한쪽에 있는 팥죽집.
ⓒ 김창헌 기자

▲ 친구 엄마 과일가게에 총출동해 장사를 거든 곡성중 학생들. 왼쪽부터 최동운 강성국(아들)
최종화 정영재 학생.
ⓒ 김창헌 기자

“제일 먹음직스러운 걸로 고르세요”

도로에서 장사하는 신명순(43)씨 과일가게에는 중학생들이 대거 출동해 물건을 팔고 있다. 아들 강성국(곡성중 1년)군이 친구인 최동운 최종화 정영재군을 데리고 온 것. 친한 친구 사이라 일당은 없다. 누가 제일 많이 파나 내기를 했다.

정영재군은 “재밌을 줄만 알았는데 막상 나와보니 엄청 떨려요. 말 한마디가 안 나왔어요. 나 때문에 장사 안 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니 말이 나왔어요”한다.

“제일 먹음직스러운 걸로 고르세요” “드셔보시면 후회 없어요” 곧잘 호객 행위를 한다. 값을 깎아주라는 주문에 “저도 깎아주고 싶은데 과일값이 너무 올라서요” 한다.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인사만큼은 백점이다. 큰 목소리로 정중히 허리를 굽힌다. 사주시는 것이 감사하다.
신명순씨가 손에 쥐어주는 귤을 내려놓고 바나나를 까서 먹는다. “귤은 세 개에 2천원 하잖아요.” 오일장에서 만난 상큼한 풍경. 바글바글 곡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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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출력  2008-10-27 09: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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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고갈시대’ 청소년출판엔 기회
 
 
 
한겨레  
 








 

»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전교 1등 하는 아이를 둔 대치동 엄마가 유명 여성잡지에 소개된 화보는 지금까지 내가 본 어떤 성인잡지의 센터폴드(성인잡지 가운데에 몇 장에 걸쳐 삽입되는 누드모델의 화보)보다 미성년자에게 해롭다.”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임원이었던 이현정이 <대한민국 진화론>(동아일보사)에서 던진 뼈아픈 지적이다.

하지만 대치동 엄마의 ‘성공담’은 베스트셀러다. 왜냐고? “자신의 인생이라는 창작극에서 각본, 연출, 주연을 다 맡아도 시원치 않을” 아이들을 소품처럼 밀어놓고 엄마가 직접 나서서 피나는 전투를 수행해 아이를 명문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사고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그렇게 해서 아이를 대학에 보내고 나면 그래도 고생 끝이었다. 나이 18살에 어느 대학에 들어가는가에 따라 인생의 밑그림이 판정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혼을 팔아서라도 직장을 갖고 싶다”는 아우성이 넘치고, 명문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3분의 2가 고시원에 틀어박혀 국가고시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세상이다 보니 이 땅의 엄마들은 더 바빠졌다. 자녀가 대학생이 된 뒤에는 함께 성적관리도 해야 하고 아르바이트, 공모전, 봉사활동, 인턴, 자격증 같은 취업 5종 세트를 갖추는 것도 도와야 한다. 자식을 ‘위장취업’시켜 줄 능력이 없는 엄마들은 취업전선에 함께 뛰어들고 결국 성공적인 결혼까지 책임지려 한다. 그야말로 이 땅의 엄마들은 “평생 애프터서비스의 총관리자”를 자처하고 있다.

요즘 나는 종종 대한민국 엄마들은 자식을 장례 치를 때까지 절대로 자식보다 먼저 죽어서는 안 된다고 농담을 던진다. 그리고 이런 농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새 정부 정책입안자들은 한술 떠 뜬다.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겠다거나 교육인적자원부의 기능을 축소하고 시도단위 교육위원회의 자율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겠단다. 대학을 그저 취업을 위한 지식이나 조건을 마련하는 통과의례 장소로밖에 여기지 않는 신자유주의적 개발주의자들의 논리가 더욱 득세할 것이니,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과정은 대학을 가기 위한 장기간의 입시학원 수준으로 전락해갈 것이다. 교과서로도 부족해 모든 아이들이 교양서마저 똑같은 책을 읽게 하고 그런 과정을 살펴 대학입시에 활용하겠다는 독서이력철이나 독서능력검정시험 같은 기괴한 발상이 어느새 학교현장에서는 현실화됐다.

이런 이유로 현실을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21세기 지식사회에서는 더는 획일적 가치관이 통하지 않음을 자각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근본적 능력을 갖추는 것만이 이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고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는 그 동안 당위로만 여겨지던 청소년 출판이 올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5년 동안 아동출판으로 입지를 확보한 출판사들 가운데 청소년 출판에 뛰어든 곳도 늘어났다. 이제 자식에게 책을 읽혀 창의력을 키우게 하려는 부모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것만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인문서는 안 된다고 한탄을 하지만, 천재들의 발상법을 다룬 <생각의 탄생>(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에코의서재) 같은 책이 10만 부 돌파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에서 나는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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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중학생이 읽으면 좋은 책들
 
 
 
한겨레  
 








 
커버스토리 /


독서를 통한 ‘선행학습’의 장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갈팡질팡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예비중고등학생들을 위해 각 교과 교사들이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골랐다. 겨울방학, ‘책’을 읽으면서 교과 관련 ‘지식’ 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한 ‘지혜’까지 덤으로 얻어보자.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푸른숲·9800원


중학생이 되어 ‘공부’에 치이고 ‘줄서기’에 매이다보면 어느새 꿈과 미래는 딴사람 얘기가 돼 버린다. 중학생이 되면서 좀 더 깊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주변까지 보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통해 나보다 더 힘든 이를 위해 나누는 이가 ‘성공’한 어른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 <국어시간에 수필읽기1> 윤영선 엮음/나라말·6500원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만나는 문학작품을 그저 공부할 대상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한 편의 문학작품에서 자신의 삶에 위로와 희망을 얻은 경험이 있다면 국어시간이 마냥 지겹지만은 않을 것이다. 문학적으로 완성도를 지니고 있으되 삶을 재미있게 담아 낸 이 책이라면 가능하다. 시읽기와 소설읽기도 있다.

/ 양평 양일중 이수정








 



 


■ <딱 한번 읽고 끝내는 기적같은 영문법> 김영훈 지음/기탄출판·9800원


중학교 때는 영어 문장도 길어지고 복잡해지며 단어의 수도 많아진다. 길어진 문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또한 문장을 영작하려면 문법 실력이 필수적이다. 이 책은 중학교 과정에 꼭 필요한 문법용어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놨다. 만화로 구성돼 친근감있게 다가온다.


■ <영어동화 100편> 김은아 지음/애플비·1만4500원


영어의 기본적인 문장 구성 원리를 파악하고 있다면 이제 단어 싸움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단어장은 이제 갓 중학생이 된 학생들에게는 너무나 ‘지겹다.’ 이 책을 통해 독해도 하면서 거기에 나오는 단어들을 정리해서 외우는 방법을 추천한다. / 안산 성안중 이현주








 



 


■ <수학귀신> H.엔첸스베르거 지음/비룡소·1만4000원


수학귀신과 로베르트의 모험속에서 계산위주가 아닌 원리 위주로 문제해결을 하고 교과서 밖의 수학 상식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두세 번 반복해서 읽으면 좋을 듯 싶다. 동화처럼 구성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 특히, 수학관련 도서를 처음 접할 때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 <중학생이 되기전에 꼭 읽어야 할 만화 수학 교과서> 고윤곤 지음/스콜라·1만1000원


중1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들을 단원 순서대로 구성하고 기본개념들을 알기 쉽게 써 놓은 책이다. 단원의 이야기가 끝날 때 한 페이지에 내용을 정리해 놓고 문제를 조금 접할 수 있게 해주어서 중1수학을 부담 없이 예습할 수 있다. 전국수학교사모임 수학독서반운영팀 (구리 삼육중 윤다정, 부천 부흥중 지미연, 서울 화곡중 이정아)








 



 


■ <아하, 그래서 유명하구나> 박정애 지음/북멘토·8000원


‘사회과목 = 암기과목’ 이런 공식의 편견이 있다면 사회는 어렵고 지루한 과목이 될 뿐이다. 중학교 지리는 여러 지역과 새로운 개념들로 꽉 차 외우는데 한계에 달한다. 이 책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을 관련짓는 지혜와 지리교과에 대한 체계적 접근법을 익힐 수 있다.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 재미있는 지리학회 지음/북스토리·8000원


세계지도 보기를 즐겨하는 학생들은 지리 교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그만큼 ‘지도’는 지리 공부에 중요한 도구다. 국경, 지명, 지형, 명소에 관한 100여가지의 소주제를 통해 다양한 지리 지식과 정보를 주는 이 책을 통해 지도와 친해보자. / 안양 연현중 이영실








 



 


■ <과학사의 뒷얘기1> 섯크리프 지음/전파과학사·5000원


영국의 한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알게 된 과학과 기술의 역사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 속에는 물질의 변화를 다룬 화학분야 22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과학은 지극히 일상적일 수 있는 곳에서 싹트고 핀다는 걸 알 수 있는 책이다.


■ <친절할 과학사> 박성래 지음/문예춘추·9800원


우리나라 원로 과학사가인 박성래 교수님이 쓴 과학사이다. 43가지의 주제에 따라 과학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동양의 과학사를 일부 포함하여 과학사를 엮은 덕에 서양 과학기술에 치우친 시각을 바로잡아 주고 우리나라나 동양의 과학에 대한 학습 의욕을 높일 수 있다. / 서울 대성중 곽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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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고등학생이 읽으면 좋은 책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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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통한 ‘선행학습’의 장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갈팡질팡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예비중고등학생들을 위해 각 교과 교사들이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골랐다. 겨울방학, ‘책’을 읽으면서 교과 관련 ‘지식’ 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한 ‘지혜’까지 덤으로 얻어보자.



 

■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 지음/효형출판·9500원


이 책은 재미와 유익이란 두 마리 토끼를 갖췄다. 최재천 교수는 낯선 생물학을 왜 남성이 연상에 여인에 끌리는지, 원앙이 과연 잉꼬부부인지, 뻐꾸기가 왜 시계에 들어갔는지 등 일상 속 소재로 쉽게 풀어간다. 고등학교 국어교과서 첫 장에 실린 글이 수록된 책이다.





■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지음/솔·1만8000원


좋은 책을 선정하라면 어디서도 빠지지 않는 책 중 하나다. 조선의 명화가 김홍도가 그림에서 손을 거꾸로 그렸다면 그것은 실수일까, 의도된 것일까? 김홍도의 유명한 그림 ‘씨름’은 시합 중반일까, 막바지일까.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고 근처 미술관에 간다면 더욱 빛을 발하는 책이다. / 서울 대광고 조주희








 



 


Baum, L. Frank 지음/Oxford U.K·5900원


고전이라고 하면 느껴지는 딱딱함과 무거움에서 벗어나 주인공인 도로시(Dorothy)와 다른 주인공들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떠난다는 느낌으로 읽으면 원서라는 부담을 떨칠 수 있다. 대화체의 문장들과 쉬운 어휘들 덕에 처음으로 완독해보는 첫 영어책으로 손색이 없다.


Keller, H. 지음/Bantam·6960원


실제 인물의 실제이야기를 마치 옆에서 듣는 것 같은 생생함과 삶에 필요한 교훈을 얻는 맛이 크다. 영어로 다른 문화,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의 생각과 사상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 동국대 사범대학 부속고 이동현








 



 


■ <편의점에서 배우는 수학> 구로자와 도시아키 외 지음/명진출판·8900원


주인공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기는 수학적인 의문을 찾아내고, 생각하고 해결해나가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상적인 것에서 수학적인 사고를 유도해 내는 과정을 통해 추론능력, 문제해결능력을 기를 수 있게 만든 책이다. 수리논술을 대비에도 좋다.


■ <명화 속 신기한 수학 이야기> 이명옥·김흥규 지음/시공사·1만3000원


이 책은 수학이라는 학문을 감성적인 명화에 연결시켜 거부감 없이 수학적인 개념을 받아들일 수 있게 쓰여져 있다. 한 권의 책으로 역사, 문화, 예술, 수학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을 쌓을 수 있는 통합교과적 교양서이다.

/ 전국수학교사모임 수학독서반운영팀 (인천 작전고 정소이·이지연, 인천 예일고 김선희, 서울 경영정보고 오미영)








 



 


■ <세계사 편력-청소년판> J. 네루 지음/일빛·1만2800원


고교 세계사 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자칫 개별적인 사건의 암기에만 치우치거나 서구 중심적인 역사관에 빠지기 쉽다. 이에 고교 입학 전 이 책을 통해 동양을 포함한 전체적인 세계사 흐름과 균형 있는 역사관을 만들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 <내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유시민 지음/푸른나무·8800원


그동안 파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시대적 맥락과 역사적 주체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작업이 눈에 띈다. 학생들이 비교적 읽기 쉬운 이 책은, 제목처럼 역사를 ‘내 머리’로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역사적 사고력을 키우는데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 서울 성심여고 이충근








 



 


■ <어떻게 하면 과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까?> 하이먼 러치리스 지음/에코 리브르·8800원


이 책은 중학교의 과학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용을 쉽고 단순한 문체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과학을 하면서 흔히 지나치기 쉬운 “관찰”을 강조하면서 옛 과학자들이 어떤 과학적 사고 방법을 거쳤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과학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유익한 책이다.


■ <과학사 속의 대논쟁 10> 핼 헬먼 지음/가람기획·1만원


이 책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진리는 수많은 반대파들의 비판을 인내하고 심지어 목숨을 건 주장 후에 얻은 성취임을 알게 해주고 있다. 특히 갈릴레이의 태양중심설, 다윈의 진화론 등은 피상적인 내용을 넘어 과학자의 삶과 갈등을 알게 해 주고 있다. / 서울 대성중 곽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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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독서로 공부 밑천 쌓자
예비 중·고생, 책으로 선행학습하기
 
 
한겨레  
 








 

» 학원의 예비 중·고교반이 붐비는 요즘, 교과관련 책을 읽는 것도 훌륭한 선행학습이 된다. 교과서가 생략하고 있는 네용을 미리 알면 교과 학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예비 중학생과 예비 고등학생이 맞는 겨울방학은 특별하다. 흔히 이 시기에 하는 ‘선행학습’이 상급학교 생활의 성패를 가른다고 믿는다. 6개월, 1년 선행학습을 위해 개설된 학원의 ‘예비 중고교반’이 붐비는 이유다.


하지만 이 시기에 학원에서 하는 선행학습의 수명은 기껏해야 한학기 또는 1년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교과 학습과 관련된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3년, 6년의 ‘장수하는’ 교과 지식을 쌓을 수 있다.


■ 교과 지식은 ‘책’으로 완성된다=상급학교로 갈수록 교과서는 점점 더 ‘불친절’해진다. 작전고 정소이 교사(수학)는 “중학교까지는 도형을 직접 그려보는 등 직관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배우지만 고교에서는 공식으로 계산하고 증명하는 추상적인 내용이 많다”며 “단순한 계산력보다 수학적인 사고력이 점차 요구된다”고 했다. 수학적인 사고력을 기르는 방법은 교과서에 나와있지 않다. 예비 중고등학생들이 수학 관련 교양서적을 통해 메워야 하는 교과서의 ‘공백’이다.


이처럼 교과서만으로는 교과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대성중 곽효길 교사(과학)는 “교과서는 지동설이 옳다고만 가르칠 뿐, 천년 넘게 천동설이 진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시행착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다”며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학생들이 과학을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교과서가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비약적으로 서술돼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교과서는 어려운 법칙과 복잡한 원리를 설명하면서 무수한 ‘뒷이야기’들을 행간에 생략하고 있다. ‘나무’만을 가리키는 학교 수업에서는 ‘숲’을 보는 지식을 가진 학생이 유리하다. 예비 중고등학생들의 책을 통한 ‘선행학습’은 ‘숲’을 미리 조망하는 작업이다.





■ 책을 통해 교과에 대한 ‘흥미’를=중학교부터는 학사일정이 정기적으로 치르는 내신시험에 맞춰진다. 고교에 진학하면 수능 모의고사까지 더해져 학생들은 거의 매달 시험의 압박에 시달려야 한다. ‘시험’이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인 것처럼 돼버린 현실에서 학생들은 교과 공부에 ‘흥미’를 잃기 쉽다. 동국대사범대학부속고 이동현 교사(영어)는 “시험 때문에 영어가 싫다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며 “교과서에 실린 내용만으로 영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예비 고등학생들은 미리 영어 원서를 읽는 습관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 원서를 읽는 것은 영문법이나 영어단어를 공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활동이기 때문에 중학교까지 쌓아온 영어 실력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사회 교과 가운데 지리과목과 역사과목은 ‘암기과목’이라는 편견때문에 ‘새내기’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연현중 이영실 교사(지리)는 “중학교 1학년은 제일 처음 지리를 배우게 되는데 생소한 개념이 많아 무작정 외우려고 하다보면 쉽게 질릴 수 있다”며 “지리교과 관련 책을 미리 읽으면서 흥미를 느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낯선 수업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수학은 책을 통해 ‘흥미’을 불러일으키기에 좋다. 정소이 교사는 “수학을 가르치다 보면 종종 ‘실생활에서도 쓰이지 않는 복잡한 공식을 왜 배워야 하는 거냐’는 아이들의 반발(?)에 부닥치곤 한다”며 “수학의 실용적인 쓰임을 설명하려면 수학 관련 교양서가 필수적이다”고 했다.


■ 수능과 논술을 위한 ‘투자’=교과 관련 독서는 좁은 의미에서 ‘입시’와도 맞닿아 있다. 내신은 교과서를 바탕으로 이뤄진 학교 수업에서 출제되지만 수능과 논술은 그렇지 않다.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고 수준높은 사고력을 요구한다. 정소이 교사는 “수능 수리영역의 문제는 계산이 복잡하지 않다. 다만 그 계산식을 도출해내는 사고의 과정이 복잡할 뿐이다”며 “수학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며 따라서 문제집을 푸는 것 못지 않게 수학 관련 서적을 읽고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대성고 조주희 교사(국어)는 “고교 시절 가장 더디 점수가 오르는 게 언어영역이다”며 “고교 과정이 요구하는 어휘력과 독해력이 없으면 언어영역은 물론이고 다른 교과의 학습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특히 예비 고등학생들은 긴 지문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끈기있게 독서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교과서에 실린 지문이 수록된 책을 찾아 완독하면 교과 내용에 대한 훌륭한 ‘선행학습’이 된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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