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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창] 공정택 교육감님께 / 박범신
삶의창
 
 
한겨레  
 








 

» 박범신/작가·명지대 교수
 
파면과 해임으로 쫓겨난 선생님들이 학교 교문 앞에서 울고 있는 걸 텔레비전으로 보았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에 나갔으니 선생님은 죄가 없다’고 울부짖는 아이들과 학부형들도 보았습니다. 수업 시작 종이 울리자 ‘너희는 그래도 공부해야 한다’며 울부짖는 아이들을 억지로 학교에 들여보내는 선생님의 모습은 솔직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참된 교육은 사랑과 감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교육감님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교육감님, 저는 그 순간 알아차렸습니다. 이 전근대적인 ‘싸움’에서 최종적으로 어느 쪽이 이길 것인지를요. 사랑과 감동보다 더 진실한 것도 없고 또 그것보다 더 전염성이 강한 것도 없으니까요.

어디 사랑과 감동뿐이겠습니까. 교육의 주체는 말할 것도 없이 학생과 선생님들입니다. 헌법도 이를 전제로 교육의 자율성과 정치적인 중립을 근원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징계를 받은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일제고사냐 체험학습이냐, 그 선택권을 그들에게 부여했습니다. 성적에 따른 폭력적인 서열주의가 교육현장을 황폐화시켰음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체를 경쟁제일주의의 반인간화로 내몬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선생님들이 보여준 선택은 그런 점에서 최소한의 것으로서, 그야말로 ‘소심한 자율권의 행사’로 제 눈엔 비쳤습니다. 그런데 상습 성추행 교사나 금품수수 교사는 제쳐두고 유독 ‘소심한 자율권’을 행사한 극소수의 선생님들에게 파면이라니요. 파면은 퇴직금조차 제대로 다 받지 못하는 죽음의 선고입니다.

교육감님.

오래전 유신시대, 저는 어느 시골 중학교에 근무했습니다. 그때의 교장선생님은 전근대적 이념으로 무장한 분이었고, 모든 학교행정을 오로지 유아독존적인 당신의 뜻에 따라 행사했습니다. 선생님들에게 당연히 지급하도록 돼 있는 자습비(공식 이름은 기억 안 납니다)조차 당신 마음대로 전횡했으나 ‘소심한 선생님’들은 누구 한 사람 감히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젊었던 저는 선생님들의 울분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침 직원회의에서 그 점을 정식으로 지적했지요. 파장은 컸습니다. 제가 지적한 문제들은 차후에 개선됐으나 그 후유증으로 저는 자의 반 타의 반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그때 제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폭압적인 교장의 전횡보다 사달이 시작된 이후 모든 동료 선생님들이 보여준 ‘비겁한 침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변했습니다. 우리는 고단한 역사 속을 역동적으로 관통하며 놀라운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해임당한 선생님 곁에서 함께 피켓을 들고 선 학생들과 학부형들, 여기에 동참하는 다른 선생님들이 바로 새 시대의 징표입니다. ‘비겁한 침묵’은 오래가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과 감동’에다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주체로서의 ‘자율성’이라는 명분까지 보탰으니 저들이 만들어내는 의미 있는 파장은 도미노처럼 퍼져갈 게 확실하다고 봅니다. ‘밖’에 있는 제 눈엔 ‘싸움’의 결말이 환히 보이는데, 저보다 인생도 선배시고, 선생님들 중의 큰 선생님이신 교육감님이 그 ‘안’에서 이번 파장의 출구를 보지 못하시다니요.

징계를 철회하십시오, 교육감님. 이는 사필귀정이니, 다른 누가 아니라 교육감님 스스로 용기를 갖고 명예로운 길로 가시기를 후배로서 간청드립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희망이 되어야 할 교육계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저는 교육감님이 우리 앞에 지혜롭고 신선한 전례를 남겨주실 것을 강력히 요청드리는 것입니다.


박범신/작가·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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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학교’ 앞 학생·교사들 눈물바다
학교쪽 봉쇄…교장, 아이들 손팻말도 찢어

장수중, 23일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 승인
 
 
한겨레 김성환 기자 정민영 기자 박임근 기자
 








 

»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파면 통보를 받은 최혜원 길동초등학교 선생님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이들이 보내온 사진을 들어보이며 울먹거리고 있다. 닫힌 교실문과 뜯긴 컴퓨터, 셔터가 내린 복도문 등이 담겨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일제고사 해직교사’ 출근투쟁


18일 오전 서울 강동구 길동초등학교 본관 건물 앞.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교사 최혜원(25)씨의 첫 ‘출근 투쟁’은 끝내 눈물바다로 변했다. 최씨는 이날 아침 8시께 학교 정문 앞에서 담임을 맡았던 6학년 2반 학생들과 학부모 등 20여명과 함께 ‘부당 해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오전 8시40분께 집회를 마치고 학생 10여명과 함께 교실로 들어가려 했지만, 학교 쪽은 건물 중앙현관 출입구를 아예 걸어 잠갔다. 현관을 사이에 두고 30분 남짓 실랑이를 벌였지만, 끝내 문은 열리지 않았다. 최씨와 학생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한동안 눈물을 쏟았다. 임아무개(13)양은 “아침에 가져가려고 전날부터 만들어 놓은 손팻말을 교장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이 다 찢어버렸다”며 울먹였다. 김아무개(13)양은 “교문 앞에서 다른 선생님에게 막힌 우리 선생님을 보면서 슬프고 무서웠다”고 했다. 이 학교 김태영 교장은 “새 담임교사가 배정된 상황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통제했다”고 말했다.


‘일제고사 교사 해임’ 길동초교 최혜원 교사 출근투쟁 첫날








최씨는 두 시간 남짓 만에 발길을 돌렸지만, 학생들은 교실로 돌아가지 않고 보건실에 모여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줘 마음이 아프고 죄스러워요. 중징계를 내린 것에 화가 치밀고, 현관 안에서 팔짱을 낀 채 내다보던 동료 교사들의 냉정함이 더 서러웠어요.” 최씨는 “힘들고 괴롭지만 출근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학교 쪽이 연 6학년 2반 학부모 총회에서도 ‘부당 해임’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총회에 참석한 학부모 이아무개(38)씨는 “졸업 때까지만이라도 최 교사의 징계를 미뤄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 쪽은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회의에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들 이름을 일일이 적어 무슨 말을 하는지 감시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총회는 이번 일로 상처받은 학부모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쓰다듬기 위해 연 것”이라고 해명했다.

파면·해임된 교사들에 대한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와 성명도 잇따랐다.

‘일제고사 관련 부당징계 저지 장수군대책위원회’와 학부모들은 이날 성명을 내어 김인봉 장수중학교 교장 징계 움직임에 대해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존중한 장수중 교장에 대한 부당 징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이날 장수중은 23일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고 체험학습을 하는 것을 승인했다. 전교조 부산·충북·울산지부 등도 지역별로 1인시위, 농성, 모금운동 등을 벌였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이날 성명을 내어 “편지 형태로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안내했던 교사들을 학교에서 몰아낸 것은 학교의 자율권과 학부모·학생의 선택권을 강조해온 시교육청의 입장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대한불교청년회 등 10개 불교단체들은 “경쟁과 서열화를 부추겨 평화와 공생의 감수성을 죽이고, 작은 저항이나 반론은 힘으로 짓밟는 것이 교육당국이 할 짓이냐”며 비판했다. 김성환 정민영, 전주/박임근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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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사들 ‘교과서 사수작전’
추천 거부·서명운동·1인시위…
 
 
한겨레 김소연 기자
 








 
“고작 2시간 교장 연수로…”
“정권 바뀌었다고 뿌리 흔드나”
학운위서 호소·교육청 민원


서울·부산·강원 지역 등의 일선 고교에서 교육청의 압력으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재선정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역사교사들이 “두 시간 동안의 교장 연수가 수십 년을 쌓아온 역사교사들의 전문성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교과서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구 경기여고에서는 역사교사들이 교사들의 정당한 권한을 활용해 교과서 재선정을 무산시켰다. 교장이 서울시교육청이 연 ‘좌편향 교과서 바로잡기’ 연수에 다녀온 뒤 곧바로 교과서를 바꾸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지만, 이 학교 역사교사 5명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회의를 열어 교과서 재선정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교사들은 학교운영위원회에 새로운 교과서를 추천하지 않는 방법으로 교과서 재선정 작업을 막아내기로 했다. 교과서를 다시 선정하려면 1단계로 해당 교과 교사들이 3종의 교과서를 선정해 학운위에 넘겨야 한다는 검정도서 선정 절차를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이들은 3종의 교과서를 선정하지 않고, 대신 전체 교사를 상대로 교과서 재선정 반대 서명을 받아 50여명이 넘는 교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학교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운위에 교과서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역사교사들은 학운위에 참관해 다시 한번 교과서 재선정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결국 학운위는 “교과서를 변경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냈고, 교장도 이 결과를 2일 교육청에 통보했다. 이지현 교사(역사)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교과서를 다시 선정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행위”라며 “겨우 재선정을 막아냈는데 결국 교과서가 대폭 수정된다고 하니 참담하다”고 말했다.

강원 ㅂ여고도 비슷한 경우다. 이 학교 교장은 지난달 24일 “교과서를 재선정해 도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며 역사교사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교사들은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교과서 선정을 교육청에서 지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교장은 곧바로 학운위를 열어 교과서 재선정을 위한 표결을 진행했고, 표결 결과 기권 1명, 반대 2명, 찬성 9명으로 가결됐다. 교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학기가 시작되기 6개월 전에 교과서를 선정하도록 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및 검정도서 선정 절차 위반 등을 이유로 도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결국 교장은 재선정 결정을 철회했다.

물론 성공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산 부흥고 홍혜숙 교사(역사)는 “교육자의 양심으로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며 학교에서 닷새 동안 1인 시위를 했으나, 역사교과서 재선정을 막지는 못했다.

윤종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교과서 수정과 재선정, 서울시교육청의 현대사 특강 등을 보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지키기 위해 교과서 재선정을 막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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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과서 왜곡, 왜 이렇게 밀어붙이나 했더니
사설
 
 
한겨레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과 관련해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을 크게 질책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자신을 보좌하는 수석들을 혼내는 일이야 새삼스러울 게 없다. 과거 정권에서도 아랫사람의 군기를 잡을 때 이따금 벌어지던 일이기도 하다. 이날도 정 수석뿐 아니라 다른 수석들도 대통령한테서 호된 꾸지람을 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대통령의 질책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정 수석에게 “수정을 거부하고 있는 출판사의 입장은 뭔가? 출판사 쪽에서 ‘정부의 검인정 취소’ 얘기가 나오는데 이럴 경우 정부가 모든 부담을 짊어지는 것 아니냐, 연구는 해봤느냐?”고 추궁했다고 한다. 교과서 수정을 압박하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이를 거부하는 교과서 저자 사이에 끼인 출판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이럴 바에는 차라리 정부가 근현대사 교과서 검인정을 취소해 주면 좋겠다’고 푸념한 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말에는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왜 출판사에 끌려다니느냐는 강한 질책의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정부의 교과서 수정 요구가 정당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벗어난 채 억지로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한 문제의식은 전혀 없다. 법질서를 강조해 온 기존의 태도와 모순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행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이 대통령의 편향된 시각도 드러났다. 즉 교과서 수정이 이뤄질 경우 전교조 등이 불매운동을 벌일 것을 우려하는 출판사가 있다는 정 수석의 보고에, 이 대통령은 “도대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기에 그 출판사는 전교조만 두렵고 정부나 다른 단체들은 두렵지 않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다른 단체’란 일부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되게 서술돼 있다고 주장하는 단체로, 이 대통령은 이들과 정부의 입장을 하나로 보고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역사학자 등 전문가들은 ‘지적된 근현대사 교과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논란이 되는 부분은 역사 해석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반영할 뿐’이라고 본다.

근현대사 교과서를 출간한 출판사 다섯 곳은 어제 정부의 수정 지시를 그대로 따르겠다고 백기를 들었다. 국민들은 교과부의 밀어붙이기 뒤에 누가 있는지를 똑똑히 알게 됐다. 이 대통령은 교과서 왜곡 지시자로서 역사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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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없는 출판사 손목 비틀어 ‘책임 떠넘기기’
‘근현대사 교과서’ 누더기 되나
 
 
한겨레 김소연 기자 김명진 기자
 








 

» 교육과학기술부의 교과서 수정 지시를 받아들이기로 한 금성출판사 사회팀 소속 직원들이 휴일인 30일 오후 서울 공덕동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교과부, 집필자 반대 부딪히자 출판사에 압박
수정 항목마다 ‘구체적 문구’ 만들어 제시
‘직권수정’·저작권 둘러싸고 논란 뒤따를듯


올 한해 교육계를 뒤흔들었던 역사교과서 수정 논란은 결국 교육과학기술부가 의도한 대로 교과서를 고치는 것으로 끝을 맺게 됐다. 출판사가 교과서를 자체 수정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이켜 볼 때 사실상 교과부가 직권 수정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저작권을 둘러싼 법적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과부는 고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요구에 집필자들이 따라주지 않자, 저작권도 없는 출판사에 수정 압박을 가했다. 출판사들은 교과서 검정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교과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다, 교과부가 검정 취소나 발행 정지 조처를 내릴 가능성도 있어 저작권 침해 논란을 감수하고 교과서 수정지시를 받아들였다. 금성출판사 쪽도 “지난 26일 공문으로 온 교과부의 ‘수정지시’를 ‘직권수정’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교과부 자료를 보면, 55개 수정권고 항목 가운데 26건의 수정·보완 내역이 제출됐다. 그러나 29건은 고스란히 남은데다 집필자들이 고치겠다고 한 26건도 교과부는 내용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교과부가 지난 26일 출판사에 ‘수정지시’한 내용은 모두 41건으로, 출판사별로 보면 금성출판사가 33건으로 가장 많고 법문사·중앙교육진흥연구소·천재교육 등 3곳이 각각 1건씩이다. 가장 논란이 된 금성출판사의 경우 수정권고 38건 가운데 5건만 해결된 셈이다.

금성교과서 대표 필자인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는 “교과부가 집필자들과 계속 대화를 하겠다고 했고, 지금까지 출판사에 직접 수정을 요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교과서 수정이 급했던 교과부가 출판사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호 금성출판사 대표도 “교과서 내용은 집필자의 몫이고, 출판사는 교과서를 발행할 책임만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면회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은 “교과부의 행태는 야비하기까지 하다”며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가 누더기가 될 판”이라고 말했다.



 

» 한국 근현대사 수정일지
 
저자의 동의 없이 출판사가 수정하는 것과 관련해 저작권 위반 논란도 일고 있다. 김기중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변호사는 “저작권법상 저작권을 갖고 있는 집필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수정할 수 없다는 것은 가장 기본”이라며 “다만 출판사와 집필자가 계약을 맺을 때 이 부분에 대한 별도 언급이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한종 교수는 “저자 동의 없이 수정을 허락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진 않았다”며 “어쨌든 집필자들이 쓰지도 않은 교과서를 집필자들의 이름을 걸고 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만큼, 법적인 검토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직권수정 문제도 논란거리다. 교과부가 26일 출판사에 통보한 ‘수정지시’에는 근·현대사 교과서 내용 중 수정을 해야 할 항목마다 ‘교과부 수정지시안’이 구체적인 문구로 적혀 있다. 윤종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교과부가 수정문구를 만들고, 출판사에 압력을 넣어 고치라고 했으니 직권수정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검정교과서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검정도서를 직권수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과부 관계자는 “이번 경우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의 ‘교과부 장관은 검정도서의 경우 저작자 또는 발행자에게 수정을 명할 수 있다’(26조)는 조항을 근거로 수정을 명령해 출판사가 받아들였으니 직권수정이 아니다”라면서도 “법률 자문을 해본 결과 직권수정도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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