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를 구출하라]승자독식 사회서 밀려난 ‘절망의 대명사’
입력: 2007년 12월 03일 18:45:52
 
한국의 비정규직 861만명 가운데 29세 미만의 비정규직은 225만명. 전체 비정규직의 26%가 20대라는 의미이다. 당연히 20대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다. 통계청이 지난 8월 실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임금노동자 367만명 중 비정규직은 53%인 192만9000명이다. 특히 20대 초반(20~24세)의 비정규직 비율은 무려 67%에 달했다. 10대 임금노동자중 비정규직의 비율은 98%로 일찍 취업전선에 나온 10대의 경우 안정적인 일자리 구하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주유소 ‘알바’를 용돈벌이용이 아닌 고정직업으로 삼는 20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문석기자
20대 비정규직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에 따르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총액은 2006년 51.3%에서 2007년 50.1%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또한 법정 초과근로 한도인 주 56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자 비중은 비정규직(21.0%)이 정규직(11.1%)보다 많고, 주 36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도 비정규직(14.4%)이 정규직(0.1%)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이 작업상에서 상대적 약자임을 고려할 때 20대 비정규직의 노동복지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청년들은 정규직을 바라고 있지만 양질의 일터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2년에서 2006년 동안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직업은 청소원(24만3000명), 경비직(13만8000명), 학원강사(13만1000명), 웨이터(12만9000명) 같은 비정규직이었다.

88만원 세대들은 고용 없는 성장과 양극화 속에서 미래에 대한 꿈을 잃어가고 있다. 재학중에는 취업 공부로 날을 지새우고, 졸업 이후는 구인 시장을 헤맨다. 그런 노력 끝에 얻는 일자리는 ‘임시직’이나 ‘아르바이트(알바)’. 그것은 더 이상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용돈벌기가 아니다.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전하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알바는 본업이 되는 것이다. 그 뿐 아니다.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 ‘88만원 세대’들은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 특히 여성 ‘88만원 세대’에게는 성희롱·성폭력의 위험이 상존한다. 인물들 프로필 그래픽 항목은 차례대로 (1)최종학력 (2)현재직업 (3)월수입 (4)지지후보 (5)독립여부 (6)이력


▲디자인 전공 대졸 여성 이수연씨


이수연씨(26·여)는 지난해 2월 졸업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6개월 동안 직장을 구하다 학과 교수의 소개로 공공디자인업체에 인턴사원으로 들어갔다. 주 6일 일하고 60만원을 받았다. 회사측은 식비 10만원은 미리 떼고 50만원을 줬다.

오전 9시~오후 7시 근무였지만, 보통 10시까지 일했다. 회사가 제한 식비는 점심값이 아니라 저녁값이었다. 야간 근무를 강제하기 위한 편법이었다. 점심은 알아서 사먹어야 했다. 4대 보험에 들고 싶었다. 하지만 사장은 “그거 하려면 50만원에서 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불만은 있었지만 잘릴까봐 아무 얘기를 못했다”고 말했다.

사장은 지방 출장갈 때면 이씨를 데리고 갔다고 한다. 어느 출장 길에 사장은 여관에 방 하나를 잡아 놓았다. 이씨는 “황당했지만 잘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같이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나를 덮치려 해 바로 도망쳐나와 집으로 왔다”고 말했다. 입사한 지 3개월쯤이었다. 이씨는 “주변에도 성희롱이나 성폭력 때문에 회사를 관둔 애들이 몇 명 있다. 소규모 업체일수록 꼼짝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첫 직장은 그렇게 날아갔다”고 말했다.

또다시 ‘백수’로 지내다 올 봄 한 액세서리 업체에 들어갔다. 월급은 75만원, 출근 시간은 있어도 퇴근 시간은 없었다. 밤 12시 퇴근을 밥 먹듯했다. 휴일이 없고 임금은 체불됐다. 이씨는 “이쪽 업계 사장들은 대부분 30~40대다. 사람을 어떻게 쓰고 버려야 하는지 아주 잘 안다”고 말했다. 초보에게 디자인의 기획·제작·납품까지 다 시키면서 허점을 찾아낸다고 한다. 월급을 올려주지 않기 위한 수법이라고 이씨는 설명했다.

이씨는 “쥐꼬리만한 월급에 액세서리 재료비를 나보고 사라고 해 한달에 50만원까지 쓴 적이 있다”며 “다시 잘려 경력을 쌓지 못할까봐 아무 말도 못했다”고 말했다. 디자인 업계는 ‘경력’이 특히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월급이 두달 이상 체불되자 더이상 참지 못하고 회사를 나왔다. 체납 월급과 대납 재료비 150만원은 아직도 못받고 있다.

이씨는 지금 커피숍에서 주 6일 하루 7시간가량 일하며 월 80만~90만원을 번다. “칼 퇴근에 일요일도 쉬고 일을 오래하면 시급도 오르고, 더 편하게 더 적게 일하며 더 많이 벌어요. 대학에서 4년 간 열심히 배운 것 써먹는 일보다 단순 노동이 더 보수가 좋은 거죠.” 그가 반문했다. “웃기지 않나요.”

▲주유원 아르바이트 고졸 이재진씨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이 주로 하는 ‘알바’는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대표 직종이다.

이재진씨(19·가명)는 주유소를 전전하고 있다. 검정고시를 마쳤지만 대학 진학을 못했다. 지금은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일한다. 얼마 전 ‘해고’된 뒤 새로 구한 곳이다. 전 주유소에서 이유를 통보받지 못한 채 해고됐다. 이씨는 “한 두달가량 일했는데 사장이 어느날 갑자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그랬다. 왜 그런지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일하다가 차가 없을 때 중간중간 앉아 있었는데, 아마 사장이 보기엔 내가 잔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사장이 멀리서 나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잘랐다. 나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씨는 하루 7시간 일하고 60만~70만원을 받는다. 이씨는 “세차를 2대 정도 하면 힘들어서 5분 정도 쉬는데, 앉을 수는 없다”며 “사장님은 손님들이 보면 안 좋아한다며 탁 트인 공간에서는 절대 앉아 있지 말라고 그랬다”고 전했다.

‘노동기본권’은 없다. “근로계약서를 구경한 적도, 써 본 적도 없다”고 이씨는 말했다. 밥값과 차비도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보건권’도 먼나라 이야기다. 주유소에서 일한 지 7개월. 일을 마친 뒤 친구들과 만날 때 “몸에서 기름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으면 ‘주유 총’에서 나오는 꺼림칙한 냄새가 떠오른다. 자영업자에게 고용된 ‘알바’들에게는 특히 4대 보험 가입은 언감생심이다.

이씨는 대신 혼유보험을 들었다. “경유와 휘발유를 혼동해 잘못 기름을 넣어서 수리비가 240만원까지 나온 적이 있다. 이전에 사장이 하라고 해 혼유보험을 든 상태였다”며 “보험사에서 돈을 내줬는데, 사장이 나한테도 책임이 있으니까 30만원을 내라고 해서 월급에서 제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월급에서 까는 것’은 ‘알바’와 ‘비정규직’ ‘계약직’들이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조건이다.

▲하청업 비정규직 고졸 유재영씨


공장에서 일하는 ‘88만원 세대’들은 1980년대보다 더 힘든 노동의 조건에 처해 있다. 유재영씨(26·가명)는 인천 부평의 한 대기업 공장 노상에서 천막농성을 벌인 지 석달째다. 지난 29일 만난 유씨는 까칠한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유씨는 서울의 한 공고를 졸업하고 방직 공장을 다녔다. “방직 공장에서도 고졸 학력은 학력도 아니었어요.” 유씨는 한 기술대학에 진학했지만 한두 학기를 다니고 휴학했다. 에어컨 설치 일을 보조하다 전차 정비병으로 입대했다. 2004년 제대 뒤 지엠대우의 하청업체에 입사한다. 공장에 자재를 보급하는 일이었다. 기본급 60만원. 4대 보험은 없었다. 연장 근무를 하면 80만~90만원을 받았다.

2005년 2월, 이 업체는 다른 하청업체에 인수된다. 급여는 조금 올랐지만 정규직 2명이 할 일을 해내야만 했다. “생산량은 늘어났는데 오히려 인원은 빠졌다. 인건비를 낮추려는 수작이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불신이 더 고통스러웠다. “병원에 간다고 하면 소견서를 떼 오라고 그러고, 상가에 간다고 하면 부고장을 가져오라고 했어요. 비정규직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인가요.”

지난 9월, 유씨는 사내에 결성된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해 투쟁에 들어갔다. 원청회사가 하청업체의 외주화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유씨는 “1차 하청에서 2차 하청으로 가면 고용 보장은 더 어려워진다”며 “회사에 요구했던 것은 고용 보장을 해달라는 것뿐이다. 그런데 원청 노무팀 구사대들이 나와 조합원들을 때리면서 폭력적으로 탄압했다”고 말했다.

원청회사는 업체 평가를 이유로 유씨가 소속된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내년 4월이 결혼인데, 해고를 당하고 말았어요. 해고된 걸 집에서는 아직 모릅니다.” 그는 “여자 친구는 결혼하기 전에 상황이 안 풀리면 그만하라고 한다”고 전했다.

▲불안한 계약직 스트레스 구영희씨


취업 전선 위에 불안하게, 위태롭게 서 있는 ‘88만원 세대’들은 지독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의 경영학과를 졸업한 구영희씨(26·여)는 증시 사이트 회사에서 프로젝트 업무를 돕고 있다. 단기 계약직이다.

금융업계에서 PB 일을 하고 싶었다. 2005년 겨울부터 취업 스터디를 계속 해오고 있다. “열심히만 하면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들어갈 줄 알았어요.” 취업 스트레스가 왔다. 밤만 되면 두통에 온몸에 열이나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지금 다니는 증시 사이트 회사에는 친척 소개로 들어갔다. 구씨는 “아무래도 불안한 미래가 가장 힘들어요. 지금 회사는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요. 나같은 계약직은 필요한 일만 쓰고 버릴 거예요.” 그는 “그래서 구직 활동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망을 물었다. 구씨는 “중견 이상의 기업체나 대기업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게 꿈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서울 중위권 대학을 나온 친구 중에 학점, 토익 점수도 높고 자격증도 많지만 최종 면접에서 항상 떨어진다. 학교서열, 여성 때문인 것 같다”며 “그런 구조적인 문제들 때문에 노력한다고 해서 내 소망이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회 구조를 순응해야 할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구씨는 “비정규직을 다 없앨 수는 없다고 본다”면서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으로 들어가 경험을 쌓으며 정규직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구씨는 또 “노동 시장에도 유연성이 필요하고, 그래야 20대 태반이 백수인 이태백 사회에서 우리 20대에게도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배틀로열(Battle Royale)

무인도에 고립된 중학생들이 벌이는 생존 게임을 다룬 일본 영화다. 살기 위해 같은 반 친구를 죽인다는 무한 살육의 비극을 그렸다. 구직자들이 무한 경쟁의 취업 시장을 이 말에 빗대 쓰고 있다.

▶88만원 세대

한국의 20대 중 5%만이 대기업·공기업·5급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 95%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으로 붙은 세대 명칭이다. ‘88만원’은 비정규직 평균 임금인 119만원에 20대가 받는 평균 급여 비율 74%를 곱하면 세전 소득이 88만원이 된다는 데서 얻은 상징적 수치다. 우석훈·박권일 공저 ‘88만원 세대’가 원전이다.

▶스펙

구직자들의 학력과 학점, 토익 점수, 자격증, 연수 경험 등 취업 조건을 말한다. 명세서(specification)에서 따온 말이다. 과도한 취업자격을 요구하는 시대에 통용되는 젊은 세대의 언어이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김종목 강병한 김보미 오동근 유정인 유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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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귀로 독서한다”…오디오북 인기 짱



  • 최근 신개념 독서법으로 오디오북이 각광을 받고 있다.
    오디오북이란 쉽게 말해 음성화된 전자책(e북)이다. 기존에 e북은 텍스트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읽는 책’으로 볼 수 있지만 오디오북은 소리로 독서를 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듣는 책’이다.
    초기 오디오북은 사람이 직접 텍스트를 읽은 뒤 녹음하는 과정을 거쳐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요즘엔 ‘텍스트·음성 변화 솔루션’ 같은 새로운 기술로 책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아내고 있다.
    사용법도 간편하다. 오디오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스트리밍으로 바로 듣거나 MP3, PC, PMP 같은 다양한 IT 기기로 내용을 다운받아서 이동 중에도 간편하게 책을 들을 수 있다.
    오디오북은 직장인들이 출퇴근 시 이용하는 전철이나 버스, 자동차 등 시간과 장소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간편하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그래서 오디오북은 독서에 갈증을 느끼고 있지만 시간에 쫓겨 서점을 방문하기 쉽지 않거나 구입한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한 사람들에게 인기다.
    특히 오디오북은 1편당 가격이 약 600∼1000원으로 종이책은 물론이고 전자책보다 훨씬 저렴해 경제적이다.
    소비자 반응도 좋은 편이다. 올해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재연(18)군은 “수능 시험을 보기 위해 그동안 못 봤던 TV사극의 원작을 담은 시대극이나 로맨스 소설 등을 오디오북으로 들고 있다”며 “특히 집에서 듣다가 약속이 생기면 콘텐츠를 MP3로 옮겨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중 간편하게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고군은 “책 한 권 살 돈으로 10여편 정도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어 돈 버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미국의 경우 전체 출판시장 약 12%를 오디오북 시장이 차지할 만큼 대중화됐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오디오북 전문 포털사이트인 ‘오디언(www.audien.com)’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디언은 기존 오디오북 사이트와 달리 단순 낭독형 오디오북과 오디오드라마 두 가지로 내용을 제작한 점이 특징이다.
    ◇오디오북 포털사이트인 ‘오디언’이미지.(왼쪽)◇교보문고 전자책서점 ‘제노마드’이미지.

    오디언의 오디오드라마는 전문 성우·작가·PD들이 참여해 1∼2시간 분량의 콘텐츠를 만들면서 재미 요소를 강화했다. 현재 5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오디언은 문학, 자기계발, 경제·경영 등의 오디오북과 로맨스, 무협, 판타지, 공포, 코미디, 시대극 등의 오디오드라마를 매달 새롭게 100여편씩 업데이트하고 있다.
    또 오디언은 모바일족을 위해 이동통신사의 음악포털 사이트인 SK텔레콤의 ‘JUNE’과 ‘멜론’, KTF의 ‘도시락’에 오디오북 코너를 만들어 오디오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디언 외에 교보문고의 전자책서점 ‘제노마드(www.genomad.co.kr)’도 지난 3월부터 어린이와 유아용 콘텐츠를 갖춘 오디오북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올해까지 콘텐츠를 2000여종으로 확대한다는 게 제노마드의 계획이다. 아울러 KT 전자책 서비스 ‘북티(www.bookt.co.kr)’에서도 오디오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디언 김장한 팀장은 “수도권 신도시 거주자가 늘면서 출퇴근 이동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이고 걷거나 조깅을 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 오디오북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최근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대상으로 질 높은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어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독서 트렌드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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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구판절판


지구는 현재보다 두 배나 많은 인구도 먹여살릴 수 있어. 오늘날 세계 인구는 60억 정도(세계 인구는 2006년 2월 26일 현재 65억 명을 넘어섰다)되지. 하지만 1984년 FAO의 평가에 따르면, 당시 농업생산력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지구는 120억의 인구를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거였어. -37쪽

세계 총인구의 증가율은 1.6퍼센트인 데 비해 도시인구의 증가율은 4.7퍼센트에 달하지. 이런 식으로 인구가 늘어나면, 오는 2015년에는 세계인구 71억 가운데 약 60퍼센트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게 된단다.-126쪽

그래서 식민지의 권력자들은 아프리카 농민들에게 유럽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즉 유럽 시장에서 소비될 수 있는 작물을 경작하도록 했어. 그리하여 식민지 차드에서는 종주국 프랑스의 직물공장에서 쓸 면화를 재배해야 했지. 그리고 가나의 삼림지대인 아샨티에서는 영국의 초콜릿 공장을 위해 카카오 농사를 지어야 했고, 탄자니아는 사이잘삼(잎에서 섬유를 뽑아 로프 등의 직물을 짜는 데 사용한다)을, 부룬디와 르완다에서는 차 농사를 지어야 했어.
또 카리브해의 자메이카와 마르티니크, 브라질에서는 영국이나 프랑스, 포르투칼을 위해 사탕수수를 집중적으로 재배해야 했단다. 이런 집중재배시스템을 만든 것이 식민지정책이지.-132쪽

(보론:주경복 교수)
신자유주의가 지니는 장(!)점. 첫째, 자본 활동의 제약을 최소화하여 자유롭게 시장 원리에 따라 이윤을 추구함으로써 투여한 자본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부의 창출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둘째, 시장의 적자생존 원리에 따라 모든 경제주체가 긴장하며 최선을 다해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함으로써 기능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한 눈 팔지 않고 자신이 지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여 능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셋째, '욕망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성취의욕을 자극하여 일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단점으로는 첫째, '자유'의 전제가 잘못되어 그 개념과 현실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말하는 자유는 개인과 국가의 편차나 특수한 조건을 무시하며 인권, 생존권, 주권 등을 초월하려는 개념이어서 진정한 의미의 인간적 또는 사회적 자유가 아니라는 개념적 비판을 받게 된다. 둘째, 지나친 경쟁주의로 치달으며 약육강식의 냉혹한 질서가 자리잡아서 다수의 약자들이 소외되어버린다는 점이다.('자연도태설' 등의 이론) -194쪽

셋째, 자본의 욕망이 끝없이 확대되어 불필요한 영역들까지 시장으로 편입시킴으로써 인간의 모든 삶에서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긴다는 점이다.-이어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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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세상을 위해, 우리 소통할까요
[느림과 자유] 문화종합잡지 ‘페이퍼’ 만드는 김원씨
 
 
  권복기 기자 김경호 기자 
 
  
 
» 문화종합잡지 ‘페이퍼’ 만드는 김원씨
 
 
 
문화 트렌드는 기본…사람·일상 등 담아 ‘따뜻한 소통 12년’
콘텐츠 10~20% 독자들이 꾸미고 매년 이웃돕기 바자회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은 모두의 로망이다. 많은 이들이 “먹고 살자고” 마뜩하지 않은 일을 하며 산다. 심지어 원치 않는 일을 하는 이들도 많다.

월간 <페이퍼>의 김원 대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 그가 원했던 일은 “내 마음대로 한번 잡지를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1995년 <페이퍼>를 창간한 이유다.

‘마음대로’ 만든다고 하지만 <페이퍼>는 개성이 뚜렷하다. 밝고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문화집단이 만드는 문화종합잡지가 스스로 규정한 정체성이다.

실제 11월호로 창간 12주년을 맞은 <페이퍼>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성공한 문화종합잡지다. 당연히 영화, 음악, 연극, 만화 등 ‘정통’ 문화 장르를 다룬다. 사람에 대한 관심의 폭은 넓다. 영화배우 조승우, 가수 거미, 김창렬, 재즈보컬 말로 등 잘나가는 예술가들 뿐 아니라 직장을 그만두고 훌쩍 세계 여행을 떠난 여성이나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소녀 등 보통 사람도 등장한다.

대담이나 특집은 더욱 도드라진다. 잡지는 솔로, 외로움, 나쁜남자 못된여자 등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일상을 문화적 프리즘을 통해 살펴본다. 냉장고를 문화적으로 들여다본 특집을 내기도 하고 그와 다른 기자들이 꿈꾸는 학교를 상정하고 교칙과 졸업시험지까지 만들어 실은 적도 있다. “지하철에서 잡지를 보다 낄낄거리는 사람은 우리 독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기존 잡지의 형식의 파괴가 형식처럼 보일 정도로 편집방향조차 없이 어수선해 보이지만 <페이퍼>를 관통하는 철학이 엄연히 있다. 다름아닌 소통. 콘텐츠의 10~20% 가량을 독자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도록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페이퍼>에는 이 잡지 홈페이지(www.PAPERda.com)에서 활동하는 독자들의 카툰이 실린다. ‘페이퍼 패밀리의 클립보드’라는 코너는 독자들이 다른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영화, 공연, 앨범. 책, 게임 등에 대한 소개와 감상을 담은 글로 꾸며진다. ‘그 집이 맛있다더라’에 소개되는 맛집도 독자들이 홈피에 추천한 집들이다.

<페이퍼> 패밀리 사이의 소통은 책 밖에서도 이뤄진다. 편집진과 독자들은 1년에 한 차례씩 바자회를 열어 모은 돈으로 다달이 100만원이상씩을 소외된 이웃을 돕는데 쓴다. 이런 소통의 결과 이 잡지의 홈페이지(www.paperda.com)에서 활동하는 회원만 3만명이 넘는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소통의 출발인만큼 <페이퍼>는 디자인에도 그런 철학을 담고 있다. 김 대표는 “읽기를 강요하는 편집 대신 편안하게 글과 만날 수 있도록 잔잔하게 디자인을 한다”고 했다. 12년 동안 지속된 그런 노력의 결과 <페이퍼>는 문화계에서는 이름난 잡지가 됐다. 발행부수에 대한 물음에 김 대표는 “월간지 가운데 선두 그룹일 것”이라고 했다.

편집장 포함 4명이 다달이 132쪽 분량의 책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을 터. 김 대표는 일인다역을 한다. 기자, 사진기자, 아트디렉터로 제작에 참여하고, 회사 대표이자 발행인으로 경영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마감 때를 빼면 여유롭게 지낸다”고 했다.

김 대표가 잡지를 만들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행복해지고 싶어서였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남들이 부러워하는 한 중앙일간지의 아트디렉터로 일했다. 꽤 많은 월급을 받았고, 생활은 안정됐지만 즐겁지 않았다.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일도 재미가 없었다. 몸과 마음을 쥐어짜내 쏟아낸 디자인은 잘 모르는 이들에 의해 쉽게 뒤집어졌다. 괴로웠다. 그 시절, 술이 약이었다.

그렇게 5년을 보낸 뒤 1989년 보름 동안 휴가를 얻어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유럽이 주는 문화적 쇼크를 경험했습니다. 건축물은 물론이고 문고리 하나하나가 독특한 디자인 작품이더라구요. 남자 화장실 소변기도 비슷한 게 없었어요.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철물점, 빵집, 생선가게 주인들의 밝고 환한 얼굴에서는 삶의 여유가 묻어났다. “돈을 못버는 사람들도 삶과 예술을 즐기며 살았다.” 한국에 돌아와 1년 뒤 사표를 던지고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떠났다. 주위에서는 정신이 나갔다고 했다. 그렇게 입학한 미술대학에서는 또 다른 충격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스로 천재라 굳게 믿고 있었는데 프랑스에 저와 비슷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이미 있었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19살 쯤 된 청년들이 가진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이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작품은 자신이 관심을 갖고 축적한 지식의 총합이더군요.”

맥이 빠졌다. 미술가로서의 성공 대신 유럽 여러 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다. 1992년 돌아와서도 충격의 여진은 계속됐다. 프리랜서로, 월간지 아트디렉터로, 처남이 운영하는 의류회사의 디자인 실장으로 일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재미도 없었다.

무엇을 할까.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 아니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가? 대학 졸업 뒤 가장 오래 한 일이 잡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래 문화잡지를 만들어보자. 사업가인 처남이 돕겠다고 나섰다. <페이퍼>는 그렇게 탄생했다.

물론 시작은 쉽지 않았다. 처음 3만부를 뿌렸다. 잡지를 차에 싣고 사흘간 서울을 돌며 주로 카페에 잡지를 쌓아뒀다. 수백통의 독자편지가 쏟아질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하지만 유일한 수익원인 광고는 들어오지 않았다. 6개월만에 폐간하려 했다. 이 소식을 듣은 카페 주인들이 구독료를 내겠다고 했고, 김창환, 최신실, 홍진경, 전유성씨 등 문화계 인사들도 수백 만원을 모아 보내왔다.

그 힘으로 다시 시작했지만 적자 행진은 계속됐다. 97년 아이엠에프 사태 때는 “정말 그만두려고 했다.” 종이값을 현찰로 갖고 가지 않으면 인쇄조차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에서 유가지로의 전환을 권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소심하게“ 1천원에서 시작한 <페이퍼> 운영은 2006년 잡지값을 5천원으로 올린 뒤 안정이 됐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지난 날이 행복했다고 한다. 행복? 그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아무도 <페이퍼>를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거로 들었다.

“한 독자가 서점에서 우리 잡지를 사서 가슴에 안았을 때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다는 얘기를 전해왔어요.” 오래된 친구같은 잡지. 그가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이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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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컬처] 귀로 듣는 책 `오디오북`
딱딱한 책, 음악처럼 부드럽게
성우들의 생동감있는 목소리에 배경음악까지…

이동 쉽고 전자책보다 저렴
대본ㆍ편집… '한편의 드라마'
출판업계 새 시장으로 부상
 





지식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독서에 갈증을 느끼지만 책을 구입하기 위해 시간에 쫓겨 서점을 방문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구입한 책조차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렇듯 마음은 있지만 따로 시간을 내 독서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출퇴근시 전철, 버스 등에서 MP3로 음악을 듣듯이 편리하게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이 주목받고 있다.

오디오북은 언제 어디서나 이동 중에도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디오북 한 편당 가격이 약 600∼1000원으로 종이책은 물론이고 전자책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책 읽을 시간조차 없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손쉽고 편하게 책의 내용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귀로 듣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오디오북은 그동안 어떻게 변모해 왔을까.

과거의 오디오북은 한 명의 북텔러나 성우가 단순히 글자 그대로 읽어주는 낭독형태였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지 못했고, 지루하다는 단점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오디오북 포털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재미있는 드라마 형식으로 오디오북이 진화하고 있다. MP3, PC, 휴대폰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이용해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어디서나 다양한 정보에 접속해 즐기는 `코드리스(Cordless)―이동족'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오디오북 제작은 우선 제작 PD가 다양한 장르의 도서 중 재미와 실용성을 갖춘 책들을 선정하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대본 작업은 최대한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딱딱했던 문어체를 듣기 편한 구어체로 바꾸는 각색 작업이 이뤄진다. 완성된 대본이 나오면 사운드 디자이너와 PD의 제작회의를 통해 음향효과와 배경음악에 대해 의논한다.

다음 단계는 녹음. 보통 한 작품 당 10명 정도의 성우가 투입 돼 녹음과 편집에 들어간다. 모든 소리를 함께 녹음했던 기존 라디오 드라마 제작 방식과는 다르게, 첨단 디지털 편집 시스템을 구축해 각자 따로 녹음한 음원을 믹스해 편집하므로 원하는 효과를 마음대로 줄 수 있다. 이용자들은 보다 생동감 있는 오디오북에 빠져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편집시 제일 중점을 두는 부분은 300페이지 단행본을 1∼2시간 내에 모두 전달하는 데 있다. 최종 편집이 완료된 후에는 불법 복제 및 공유 방지를 위해 DRM 방식을 적용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출판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의 경우 전체 출판시장의 약 12%가 오디오북 시장이다. 미국 오디오북 시장은 디지털 오디오 포털인 `오더블닷컴'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9월 오디오북 포털 서비스 `오디언(대표 김용수)'이 오디오북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디언은 기존 오디오북 사이트와 달리 단순 낭독형 오디오북과 오디오 드라마 형태로 제작돼 재미를 더 했다.

오디언 이외에 전자책 전문서점인 `북토피아'에도 오디오북 코너가 마련돼 있다. 교보문고 전자책서점 `제노마드'는 지난 3월부터 오디오북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연내 2000여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오디오북의 콘텐츠는 문학, 경제경영, 자기계발, 고전명작, 한국문학, 강연, 영어 등 다양하다. 이밖에 로맨스, 멜로, 감동, 동화, 추리, 공포, 무협, 판타지, SF, 느와르, 코미디, 시대극, 성인으로 나뉘는 다양한 오디오 드라마도 제작되고 있다.

"당신과 같이 살아 있는 인간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따스함과는 바꿀 수 없죠." 이 말은 프랑스작가 레몽 장의 저서 `책 읽어주는 여자'에 등장하는 인물이 주인공에게 하는 말이다. 누군가가 읽어주는 `책'을 듣고 여러 가지 삶의 모습과 여러 유형의 인간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다면, 현대인들은 오디오북을 통해 책 읽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화영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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